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25화 (125/198)

#125. 참교육(1)

승리는 달고 패배는 쓰다.

강송구가 얻어준 승리는 달았으나, 이어진 경기에서 라스베이거스는 패배를 얻으며 쓴맛을 봤다.

-또 저러네;

-진짜 강송구랑 켄 크로윈은 저주라도 받았나?

-득점 지원의 저주 vs 내야 수비의 저줔ㅋㅋㅋㅋ

-와……. 저런 투수가 어떻게 평점 5점대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진짜 호러블하네.

-아니; 분명히 잘 막는데 왜 이렇게 점수를 잘 내주는 느낌이냐? 9이닝 5실점은 또 뭐야;

-유난히 이번 시즌에 켄 크로윈은 수비 운이 없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잡아줄 수 있는 상황인데, 수비 시프트가 엇나가면서 내준 점수가 어마어마했음.

-이번 내야 수비의 저주가 아니라……. 그냥 감독이 켄 크로윈을 잘못된 수비 시프트로 곤란하게 하는 게 아닐까?

지난 시즌에 라스베이거스의 에이스 후보라고 평가를 받던 투수가 얻기에는 다소 가혹한 성적이다.

하지만 켄 크로윈의 표정은 좋았다.

“슬슬 체인지업이 긁힌다니까?”

“그거 좋은 소식이네.”

“아! 진짜라고! 봤잖아! 멜란데인을 상대로 던졌던 체인지업이 제대로 긁힌 거!”

“켄……. 하지만 그 체인지업을 하나 던지려고 안타만 5번을 맞아버렸잖아.”

뭐, 사실 켄 크로윈의 부진은 ‘도전’ 때문이다.

두 종류의 커브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잘 버티던 켄 크로윈은 새롭게 익히고 있던 체인지업을 실전에서 던졌다.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신나게 두들겨 맞았다.

거기다 수비 시프트를 뚫고 안타가 된 타구가 많아서 더욱 성적인 좋지 않았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내부의 관계자들은 그런 켄 크로윈의 부진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뭐……. 켄이라면 극복할 수 있겠지.”

“캉이 있고, 3선발인 윌리 알비드레즈와 4선발인 대니 아비티아도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켄이 조금 부진해도 이해할 수 있지.”

“거기다 소화하는 이닝이 줄어든 것도 아니잖아. 저건 일시적인 부진일 뿐이지.”

몇몇 선수들만 그런 켄 크로윈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켄은 긍정적인 미소를 지었다.

“체인지업만 완성되면 끝이야.”

강송구는 그런 켄 크로윈을 보며 고갤 끄덕였다.

‘저런 자신감과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금방 체인지업을 익히겠군.’

-그러다 망하면?

‘두 종류의 커브만으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던 투수다. 다른 방법을 찾아내겠지.’

-그것보다 치열하네.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AL 서부지구는 계속해서 혼전이었다.

시애틀 연전이 끝나고 치러진 LA 에인절스와 시리즈에서 라스베이거스는 4 대 0 패배를 당했다.

그나마 다음 경기에서 5선발인 스티브 하그레이브가 6이닝 4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며 다시 승리를 가져왔지만, 시애틀 매리너스가 1.5경기 차이까지 따라왔다.

다행히 다음 경기에 강송구가 등판해서 7이닝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켜냈다.

아쉽게도 강송구는 7회에 터진 홈런 하나로 시즌 17승을 날렸지만,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 폭발한 라스베이거스의 타선 덕분에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이기고 다시 지고.

이기고 다시 지는 혼란한 상황.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조금씩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다시 3.5경기 차이! 라스베이거스!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다!]

[윌리 알비드레즈의 호투! 라스베이거스의 판타스틱4가 만들어낸 승리만 50승!]

-진짜;; 선발진 하나만큼은 끝내주네.

-켄 크로윈이 옥의 티이긴 한데;; 매 경기 7이닝은 꼬박꼬박 먹어주면 할 말이 없지.

-솔직히 켄 크로윈이 5점대인 이유는 머가리 텅텅 빈 감독의 수비 시프트 때문이라니까?

-ㄴㄴ 그냥 불운이지. 그리고 수비 시프트 때문에 켄 크로윈이 5점대가 되었다면 ㅋㅋㅋㅋㅋㅋ 대전 호크스의 감독은 지금 호크스의 1선발인 앤디 프레이한테 도게자 박아야함ㅋㅋㅋㅋ

-???: 뭐? 1선발이 5점대 평균자책점이라고? 뭐? 그런데 팀 선발진 중에서 가장 평자가 낮고 이닝을 많이 먹어줬다고?

-대전 호크스……. 어메이징한 팀;;;

-솔직히 감독은 무죄지. 그런 선발진을 가지고 리그 7위 선방하는 것도 능력이 아닐까?

[탬파베이 레이스 3연전을 스윕승으로 쓸어 담은 라스베이거스! 드디어 4.5경기까지 차이를 벌리다!]

[시애틀 통한의 패배!]

[LA 에인절스 기회를 잡다! 와일드카드 2위인 시애틀과 불과 3경기 차이! 거의 다 따라잡았다!]

[라스베이거스! 다음 상대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홈 4연전에서 승리가 필요한 라스베이거스!]

[4연전 첫 경기의 선발은 강송구!]

[존 오넬, ‘캉? 그저 일시적인 플루크다.’]

* * *

존 오넬.

올해 27살에 접어든 좌타자.

28시즌에 데뷔해서 지난 4시즌 동안 로열스의 상위타선을 책임지고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에는 0.281의 타율과 0.931의 OPS를 기록했으며, 동시에 36개의 홈런을 때린 강타자다.

나무랄 것이 없는 훌륭한 선수.

그게 존 오넬이다. 하지만 그건 ‘야구’적인 관점으로 존 오넬을 봤을 때 나오는 평가였다.

다른 이들의 평가는 ‘트러블메이커.’

그래, 존 오넬은 관종이다.

그는 데뷔 시즌에 은퇴를 준비하는 마이크 트라웃을 향해 ‘늙고 병든 닭’이라며 조롱했다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질타를 받으며 홈팬들에게도 야유를 받았다.

그나마 마이크 트라웃이 웃어넘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존 오넬은 지금 메이저리그가 아닌 집에서 사타구니나 벅벅 긁으며 도리토스를 먹고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이건 양호했다.

존 오넬은 몇 달 뒤에 SNS로 자신을 욕했던 팬에게 ‘패드립’을 날리며 또 구설에 올랐다.

그나마 존 오넬을 욕했던 야구팬이 먼저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를 거들먹거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행히 야구팬들의 민심은 존 오넬에게 향했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었다.

29시즌에는 야구공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하는 아이를 보며 비웃고는 무시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았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클레이튼 커쇼가 그 행동을 두고 ‘쓰레기 같은 짓이다. 우리가 마음 편히 야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팬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존 오넬을 향해 화를 내기도 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팬들은 그런 존 오넬을 애증의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다.

야구에서는 흠을 잡을 곳이 없었다.

정말 이상적인 타자이면서 수비도 완벽했다.

그간 우익수 자리에 알맞은 선수가 없어서 고생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 존 오넬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그 단비가 산성비라서 문제인 것이지 야구 자체로 보면 존 오넬은 뛰어난 선수였다.

거기다 이상한 헛소리를 남발하는 것과 다르게 선수단 내부에서는 의외로 조용하고 규율을 잘 따랐다.

덕분에 로열스의 팬들은 ‘로베르트 오수나처럼 가정폭력만 저지르지 말아다오.’라며 기도하고는 했다.

그런 존 오넬이 최근 조용했던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날 선 인터뷰가 아니었다.

도발이기는 했지만……. 그간 존 오넬이 보여준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건전한 인터뷰였다.

로열스의 팬들은 ‘이 새끼 약했나?’라며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존 오넬을 지켜봤고.

반대로 라스베이거스의 팬들은 ‘짜식……. 그래도 꼴에 AL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좀 쫄았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그건 전초전이었다.

하루 뒤에 SNS에 존 오넬은 두 손으로 양쪽 눈을 찢는 사진을 올리며 다시금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존 오넬! SNS에 눈을 찢는 사진을 올려 파문!]

-어쩐지 너무 조용하더라.

-그럴 줄 알았다.

-새끼……. 그래도 부끄러운 줄 알고 3시간 만에 내렸네. 이제 데뷔 4년 차라고 많이 발전했다.

-다음에는 아예 SNS에 올리지 않도록.

-아니! 같은 팀에 한국인 선수가 있는데 저런 행동을 한다고? 완전 쓰레기 아니야?

그래,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존 오넬의 그런 행동에 야구팬들은 다시 그의 행동을 비난하며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 * *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래, 반갑다.”

투수라기에는 다소 작은 181㎝의 키.

하지만 그런 몸으로도 미국에 직행해서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끝내고 28시즌부터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는 투수.

그게 바로 강송구의 앞에 있는 우영진이다.

지난 시즌 4승 3패 13홀드 2세이브 ERA 2.92를 기록.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그는 올해도 2승 0패 4홀드 ERA 3.15를 기록하며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승리조로 활약하고 있었다.

평균 9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스플리터를 주 무기로 활용하는 그는 최근에 커브까지 장착하면서 마운드에서 더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우영진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그…… 미안하다.”

“아닙니다.”

“존이 원래 좀 뇌에 구멍이 뚫린 친구야.”

우영진의 말에 강송구의 옆에 있던 우효가 낄낄 웃었다.

-도대체 얼마나 망나니면 같은 팀 선수도 뇌에 구멍이 뚫렸다고 냅다 욕을 박아버리는 거야?

강송구는 고갤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 뇌에 구멍 뚫린 무뇌아랑 신경전을 벌여봐야 너만 손해지. 그냥 마운드에서 찍어눌러서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 같은 팀에 같은 동양인이 있는데 그런 짓을 할 줄 나도 몰랐다. 후우……. 내가 대신 사과할게.”

“괜찮습니다.”

우영진의 말에 강송구는 그저 덤덤히 고갤 끄덕였다.

잠깐의 대화가 끝나고 우영진은 ‘경기 끝나고 밥이나 한 끼 하자.’라고 말을 하며 돌아갔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조던 델가도는 강송구가 가까이 다가오자 물었다.

“네 선배라는 양반이 뭐래?”

그 물음에 강송구가 단호히 대답했다.

“뇌에 구멍이 생긴 친구의 머리에 야구공을 던져서 구멍을 막아달라던데?”

그러면서 강송구가 왼손에 있던 호두를 꽉 쥐고는 그대로 껍질을 으깨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조던 델가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 누구 하나 줄초상을 치르겠구나!’

물론, 그는 몰랐다.

강송구가 호두를 으깬 것은 최근 견과류에 맛 들인 우효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이다.

호두 껍데기 안에 있는 알맹이를 우효에게 준 강송구는 불펜 투구를 끝내고 자료를 살폈다.

오늘 상대하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선발 투수는 크리스 위버로 전형적인 AAAA급 투수였다.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군.’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이 술을 마시고 타석에 서도 저 투수를 상대로는 최소 5점은 만들어낼 것이다.

득점 지원은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 타선을 조심해야지.’

존 오넬의 미친 짓에 가려져서 그렇지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AL에서 제법 높은 수준의 타선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볼티모어나 미네소타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는 타선이기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준비하지 않은 것보다 조금은 준비를 하는 것이 언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을 통제하기에 편하지.’

곧 라스베이거스의 홈 경기장인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 수많은 관중이 몰리기 시작했다.

경기장을 찾은 몇몇 홈팬들은 강송구의 시즌 17승을 보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았으나, 대부분은 그들이 사랑하는 타이탄에게 모욕을 준 존 오넬을 욕하기 위해 찾아왔다.

우우우우우우우!

이 XX없는 새끼야!

죽어! 죽어! 죽어!

킬! 오넬! 킬 오넬! 킬 모어 오넬!

개자식아!

라스베이거스에 찾아오면 넌 그날 제삿날이 될 거야! 내 두 다리 사이에 있는 더블배럴로 작살을 낼 거니까!

얼마나 욕설이 심한지 구장 내 아나운서가 ‘경기를 시작하기 전 조금만 소란을 멈춰주세요.’라고 안내했을 정도였다.

-와우…….

우효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꽉 들어찬 관중석을 둘러보다가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법 무던한 성격의 팬덤을 가진 라스베이거스가 이 정도인데……. 필리스는 어느 정도라는 거야?

‘…….’

강송구도 슬쩍 필리스를 생각해 봤다.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뉴스를 보면 나오는 장면에서 봤던 필리스의 팬들은 붉은 팬티만 입고 뛰어다니거나, 또는 에어 기타를 치며 출렁이는 뱃살을 자랑하고는 했다.

지금 라스베이거스의 홈팬들이 존 오넬을 향해 내뱉은 욕설이 우스울 정도의 어마어마한 욕설과 야유를 내뱉는 팀이 바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였다.

‘걱정하지 마라. 내셔널리그에서 뛸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야 다행이고!

그때였다.

시간이 되었는지 불펜 코치가 강송구를 찾았다.

“캉, 올라갈 시간이야.”

강송구가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자를 눌러썼다.

천천히 열리는 불펜 문.

강송구가 그 문을 지나 마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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