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24화 (124/198)

#124. 빅게임 피처(4)

-오늘 경기 5회 초까지 0대0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캉이 이런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크리스 피셔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렇죠. 지난 경기에서 6이닝 3실점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투수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오늘 경기는 다릅니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캉이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5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대타자 트레버 스토리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 38살의 나이.

그는 30시즌까지 콜로라도에서 뛰다가 현역 연장의 의지를 드러내며 이번 시즌에 시애틀에 합류했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타격이 많이 죽어 그리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필요한 순간에 하나씩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로키스에서 뛰던 시절에 트로이 툴로위츠키의 후계자라는 말을 듣던 것이 거짓이 아님을 알려주는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시애틀에서 자리를 잡았다.

‘2020년대 중반까지 내셔널리그를 주름잡던 최고의 유격수를 상대하는군.’

그 이후로 쭉 폼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법이었다.

‘5툴 플레이어라고 들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지만, 과거나 지금까지 삼진을 너무 많이 허용하는 약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특히 나이를 먹어가며 타율을 포기하고 장타력을 극대화시키면서 더욱 삼진을 쉽게 허용하는 타자가 됐어.’

딱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30대 후반까지도 펄펄 날아다니는 운동신경과 아직도 건재한 장타력은 조금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여긴 쿠어스 필드가 아니라 T-모바일 파크다. 장타력은 생각보다 조금 떨어질 거야.’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초구는 우타자 몸쪽 싱커.

헤이든 존스가 강송구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타자의 몸쪽으로 미트를 움직였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낮게 제구된 싱커.

트레버 스토리가 초구를 지켜봤다.

하지만 2구째에 날아든 공에는 헛스윙했다.

바깥 코스로 긁힌 컷 패스트볼이었다.

그리고 다시 날아온 몸쪽 싱커에 트레버 스토리의 배트가 참지 못하고 그대로 공을 때려냈다.

물론, 공은 타자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튀어 올랐다.

“유격수!”

강송구의 외침에 유격수인 카디안 스타우트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1루로 깔끔히 공을 던졌다.

원래라면 쉽게 잡아낼 수 있는 타구였으나 삼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절묘하게 굴러가는 공이었다.

거기다 삼루수인 조던 웨스트버그는 수비 범위가 유난히 좁았기에 카디안 스타우트가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나이스 필딩.”

강송구가 조용히 엄지를 들어 올렸다.

카디안 스타우트도 묵묵히 엄지를 들었다.

-좋은 수비였습니다.

-조던 웨스트버그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출전한 모든 삼루수 중에서 가장 수비 범위가 좁기로 유명한 선수라서 저는 이번 타구를 놓칠 줄 알았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가 많이 늘면서 삼루수에게 예전보다 훨씬 넓은 수비 범위를 요구하는데……. 그 일부를 유격수인 카디안이 커버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솔직히 조금 걱정입니다. 카디안 스타우트에게 너무 많은 부담감이 쏠려 있거든요.

이어지는 승부.

다음 타자는 훌리오 로드리게스.

해골 문양의 문신을 왼쪽 팔뚝에 새긴 훌리오를 보고 우효가 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와! 샌즈!

그러거나 말거나 강송구는 훌리오가 전 타석에서 어떤 공을 노렸는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번 타석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했다.

뭐…… 별다를 것은 없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강송구가 자주 초구를 바깥쪽에 꽂아 넣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훌리오는 쉽사리 배트를 내밀지 못했으니까.

바깥쪽 코스에 애를 먹는 훌리오를 보던 강송구는 2, 3구 모두 우타자 바깥으로 많이 빠지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던졌다.

그리고 4구째에 몸쪽으로 찔러 들어가는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2-2의 카운트를 만들었다.

-캉이 상당히 신중하게 공을 던집니다.

-저런 부분이 타자가 보기에는 숨이 탁! 막힐 겁니다.

-네, 맞습니다. 분명히 카운트는 타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 캉이 보여준 바깥쪽 제구 때문에 타석에서 조급해진다고 말하는 현역 선수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리고 캉은 타자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투수였죠?

-맞습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아웃!”

“아!”

훌리오 로드리게스의 일그러지는 얼굴과 함께 왼쪽 팔뚝에 새겨진 해골이 꿈틀거렸다.

-잘 가 샌즈!

깔끔히 잡아낸 투 아웃.

강송구는 방심하지 않고 마지막 남은 타자까지 내야 뜬공을 유도해서 잡아냈다.

그렇게 5회 말이 끝났다.

그리고 찾아온 6회 초.

타석에 앤디 요스트가 들어섰다.

* * *

“후우…….”

땀이 조금 났다.

하지만 크리스 피셔의 얼굴은 밝았다.

오늘 경기도 역시 잘 풀린다.

컨디션도 최고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저 괴물을 상대로 승리를 가져갈 수 있겠어.’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

강송구를 바라보는 크리스 피셔의 두 눈이 번뜩였다.

이번 이닝의 선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앤디 요스트. 주의해야 할 타자.’

크리스 피셔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전력분석팀이 경기 전에 나눠줬던 자료를 떠올렸다.

‘최근 폼이 올라오고 있는 무서운 타자라고 했던가? 조심스럽게 간을 보면서 오늘 상태를 살펴보자.’

댄 글리슨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그가 거침없이 초구로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슈우우욱! 따악!

제법 큰 타구.

라인을 벗어나면서 파울이 되었지만, 크리스 피셔는 간담이 조금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패스트볼을 노린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타이밍이 잘 맞을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오늘 경기 타석에서 처음 보는 공을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구위에 배트가 밀렸다.

그게 아니라면 앤디 요스트의 초구를 노린 타격은 파울이 아닌 홈런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2구째는 바깥쪽 커브.

앤디 요스트는 커브를 지켜봤다.

‘라인에 걸치는 커브를 그냥 지켜봤다. 이건 무조건 패스트볼을 노리는 거라고 볼 수 있겠는데?’

그의 머릿속에 체인지업이 떠올랐다.

좋은 공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평균에도 못 미치는 구종이었다.

하지만 패스트볼을 노리는 타자에게 가끔 하나씩 던져주면서 제법 재미를 본 구종이기도 했다.

‘일단 밑밥을 깔자.’

크리스 피셔의 두 눈이 짧게 빛났다.

3구째 크게 빠지는 커브.

4구째는 몸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패스트볼.

5구째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순식간에 풀 카운트가 된 승부.

크리스 피셔는 자기가 생각한 그대로 앤디 요스트가 반응을 보이자 신이 났다.

‘좋았어……! 이제 마무리로 체인지업이다.’

크리스 피셔의 사인에 댄 글리슨이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쪽 높은 코스로 미트를 옮겼다.

잠깐 글러브를 바라보는 크리스 피셔.

체인지업 그립을 쥔 뒤에 그가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앤디 요스트가 무엇을 노리는지 말이다.

이윽고 그가 체인지업을 던졌다.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공.

그리고 크리스 피셔는 반 박자 멈췄다가 강하게 배트를 휘두르는 앤디 요스트를 보며 등이 쭈뼛하고 솟아올랐다.

빠아아악!

크게 들려오는 타구음.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크리스 피셔는 시원하게 배트 플립을 한 뒤에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앤디 요스트를 바라보면서 이 타구가 홈런이 되었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으니까.

‘어째서?’

오늘 경기.

가까워졌던 승리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크리스 피셔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런 투수를 멀리서 바라보던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끝났군.”

* * *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솔직히 오늘 경기.

컨디션은 좋았으나 어느 정도 볼 배합이 상대에게 읽히며 안타를 제법 허용한 경기였다.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 피셔도 컨디션이 끝내주게 좋았으며 빅게임 피처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지구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중요한 시리즈의 첫 번째 경기에서 상대 1선발 투수와 같은 수준의 활약을 보여줬다.

충분히 빅게임 피처라는 말에 어울리는 투수였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아웃!”

높게 뜨는 공을 잡아낸 중견수.

T-모바일 파크가 야유로 물들었다.

우우우우우우!

전광판에는 1대0이라는 숫자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와……. 그 홈런을 맞고 연이어 볼넷을 내줄 때까지는 점수가 좀 더 나오겠거니 했는데 말이야.

‘크리스 피셔는 좋은 투수다. 특히 감정을 빨리 수습하고 다시 부동심으로 돌아가는 멘탈이 가장 큰 장점이지.’

크리스 피셔와 비슷한 수준의 투수는 메이저리그에 제법 많았다. 하지만 멘탈적인 부분까지 좋은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그리 많지 않았다.

크리스 피셔는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투수였다.

이윽고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까지 깔끔히 처리한 강송구가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늘 경기 8이닝 무실점.

완봉승에 도전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으나 미키 스토리 감독의 지시로 오늘 그의 피칭은 여기까지였다.

9회 초.

크리스 피셔가 두 눈에 불을 켜며 마운드에 올라서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잃었던 점수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윽고 9회 말에 마운드에 오르는 C.J 포스터.

이번 시즌도 결국 선발 전환에 실패해서 다시 마무리로 돌아온 그가 뒷문을 지키게 되었다.

따아악!

“아웃!”

깔끔하게 내야 뜬공을 유도하며 아웃을 하나 잡아낸 C.J 포스터는 이어진 승부에서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깔끔하게 땅볼을 유도해서 아웃을 하나 더 잡아냈다.

순식간에 아웃이 2개 늘어나자 T-모바일 파크를 채우던 몇몇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를 남겨둔 C.J 포스터가 컷 패스트볼을 던져 경기를 끝냈다.

따악!

높게 뜨는 공.

유격수인 카디안 스타우트가 슬쩍 자리를 옮겨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공을 깔끔히 처리했다.

-경기 끝났습니다!

-정말 치열한 경기였습니다! 점수는 1대0으로 라스베이거스가 앤디 요스트 선수의 솔로포로 만든 1점을 지키며 결국에는 원정 시리즈의 첫 경기를 가져갑니다!

도도도도도.

라스베이거스가 이기기 무섭게 우효는 강송구의 가방으로 달려가 밀웜 몇 개를 더 챙겼다.

‘아까 먹지 않았어?’

-팀이 이겼으니 하나 더 먹어줘야지.

‘살 뺄 생각은 있는 거야?’

-다이어트는 내일 하면 돼!

우효가 환히 웃으며 밀웜을 입에 밀어 넣었다.

* * *

[강송구 시즌 17승 달성!]

[8이닝 무실점의 호투! + 앤디 요스트의 솔로포로 승리를 거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와……. 진짜 개쩐다.

-어제 대전 호크스 vs 부산 티탄즈의 쫄깃한 경기를 보다가 오늘 경기를 보니 격의 차이가 느껴졌다.

-마! 메이저가 죠쓰로 보이나?

-대전 호크슼ㅋㅋㅋ 강송구 빠지자마자 리그 7위따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특히 수비 차이가 진짜 크다.

-믈브: 와! 이게 이렇게 되네!

-크보: 어……? 이게 이렇게 된다고?

[크리스 피셔 통한의 9이닝 1실점 패배!]

[기분 좋은 출발! 라스베이거스는 이번 원정에서 지구 1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

[벌써 190이닝을 넘긴 강송구…… 이대로 괜찮은가?]

-9이닝 1실점으로 패전하면 진짜 눈물 나겠다.

-강송구는 못 던지는 구종이 뭐야?

-없음.

-이대로 가면 이번 시즌 240이닝은 던진다던데……. 저러다가 어깨 깨지는 거 아닌지 몰라.

-왼팔로도 던지고 다른 투수와 비교해서 한 이닝에 던지는 투구 수가 제법 적어서 240이닝 던져도 다른 투수 200이닝 던진 거랑 비슷할 거라더라.

[크리스 피셔, ‘내가 실수한 경기.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어떻게 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대전 호크스는 매 경기 방심하던데…….

-한 경기에 방심만 20번 하는 듯ㅋㅋㅋ

-어제 17대14로 끝난 대전 호크스와 부산 티탄즈에서 나온 방심은 총 31번이었다.

-아! 그만 방심하라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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