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20화 (120/198)

#120. 커브 마스터(4)

또 저 망할 공이 휘어져 들어온다.

‘Fxxk! 그만 좀 던지라고!’

슈우우욱! 따악!

“써드!”

삼루수가 빠르게 달려가 공을 잡는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1루로 공을 던졌다.

당연히 1루로 뛰던 타자는 아웃을 당했다.

-대단합니다! 7회 초가 말끔히 지워졌습니다.

-커브! 그리고 또 커브! 그리고 계속 커브! 오늘 캉이 커브를 활용한 다양한 볼 배합을 보여줍니다!

-계속해서 오른손으로만 공을 던지고 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정말 날카롭습니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조금 과하게 커브의 구사 비율을 올린 덕분에 7회 말에 상대 타자들이 제법 출루에 성공했다.

물론, 강송구는 흔들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8회 초에 피곤한 표정으로 마이크 마조네가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었다.

두 팀의 에이스는 악착같이 버텼다.

계속해서 0의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우효오오옷! 이러다가 연장까지 가겠네!

‘그 정도는 예상했다.’

몇몇 야구팬들은 다른 에이스에 비해서 패배를 많이 쌓는 마이크 마조네를 우습게 본다.

하지만 강송구는 알고 있었다.

‘패배귀신’이라며 조롱받는 마이크 마조네가 사실은 AL에서 알아주는 뛰어난 투수라는 것을 말이다.

-두 투수 모두 3피안타 1볼넷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 마조네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늘 경기 체인지업과 커브의 대결이네요. 두 투수가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투구수는 각각 87구와 81구로 비슷합니다만, 캉이 더 유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죠. 아직 캉이 왼손을 제대로 꺼내지 않았으니까요. 캉이 왼손을 꺼내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바뀔 겁니다. 그리고 전 그 순간이 이번 경기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이크 마조네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라스베이거스의 8번 타자인 조던 델가도는 마이크 마조네가 던진 체인지업 타이밍에 맞춰서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궤적은 아니었다.

외계인이 생각나듯이 제대로 떨어지는 마이크 마조네의 체인지업에 조던 델가도가 혀를 찼다.

‘쯧…….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계속 지고 있군.’

좋지 않았다.

상대는 그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계속 이기면서 기세를 타고 있었으니까.

딱 한 번만 저 기세를 끊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슈우우욱! 따악!

“파울!”

2구째는 바깥쪽 슬라이더였다.

‘오늘따라 더 덥다.’

조던 델가도는 오늘 경기가 끝나고 어쩌면 허벅지 뒤와 엉덩이에 땀띠가 생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대 투수는 더 매섭게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따악!

“파울!”

물론, 조던 델가도는 쉽게 타석을 빠져나갈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도 타이밍에 맞춰서 배트를 휘둘렀으나 상대가 던진 패스트볼의 구위가 좋았다.

‘89마일짜리 공이 매섭군.’

저러다 위기에 빠지면 최고 95마일짜리 공이 날아든다. 한 경기에 2~3구만 나오는 공이기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은 8회 말이었다.

‘슬슬 하나 나올 때가 됐으니 문제지.’

이윽고 다시 공을 던진 마이크 마조네.

부우우우웅! 틱!

그 밋밋한 체인지업이 또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공은 조던 델가도의 배트에 살짝 빗맞고는 그대로 투수 정면으로 빠르게 굴렀다.

당연히 마이크 마조네는 빠르게 그 공을 처리했다.

-투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공!

-마이크 마조네가 빠르게 공을 잡아서 1루로! 그리고 아웃! 8회 초의 첫 번째 아웃이 잡힙니다.

두 팀의 타자들이 피곤한 표정을 짓는다.

도저히 상대 팀 에이스를 잡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키 베츠는 ‘그냥 둘 다 내려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시원하게 스포츠 음료를 들이켰다.

그때.

경기장의 긴장감을 바꾸는 타격음이 들렸다.

빠악!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필드로 향했다.

“크다!”

“달려! 달려! 달려!”

“호세! 달려!”

라스베이거스의 9번 타자.

8월 초까지 33개의 홈런을 때리며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타자이자, 0.222의 타율로 주전 라인업에서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

호세 피자로가 뛰었다.

뒤뚱거리는 오리 엉덩이가 씰룩인다.

그만큼 호세 피자로도 마음이 급했다.

‘저건 무조건 좌측 담벼락에 맞고 나온다.’

최소 2루까지는 가야 한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2루까지 달린 호세 피자로는 빠르게 슬라이딩을 하며 2루 베이스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곧 이루수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왔다.

일반적인 타자라면 3루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호세 피자로에게는 아슬하게 2루에 도착할 시간이었다.

“세이브!”

그래도 좋았다.

2루까지 진루했으니까.

호세 피자로의 표정이 밝았다.

2루와 3루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1루와 2루의 차이도 컸으니까.

-여기서 안타가 나오네요.

-호세 피자로의 2루타! 오늘 경기 4번째 안타를 맞은 마이크 마조네 선수입니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마이크 마조네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2루까지 주자를 내보낸 경우가 상당히 적었으니까요.

-말씀드리는 순간 라스베이거스의 1번 타자 조쉬 마이어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1사 2루의 상황.

오랜만에 다시 마이크 마조네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내게 되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발 빠른 대주자가 나오고 작전이 하나쯤 나올 시간이지만, 미키 스토리 감독은 대주자를 내보내고 별다른 지시사항 없이 그대로 강공을 지시했다.

-뭐지? 그냥 가는 건가?

우효의 의아함에 강송구가 고갤 흔들었다.

‘우리 상위 타선을 믿는 거겠지.’

그 결정이 어떤 결과로 나올지는 모른다.

야구에서 ‘절대’란 없으며 ‘만약’이란 것도 없으니까.

그때 다시금 큰 타구음이 들려왔다.

조쉬 마이어스가 이를 물고 1루로 달리는 장면과 아까와 같이 담벼락을 맞고 떨어지는 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대주자가 빠르게 3루를 밟고 홈으로 뛰려다가 급히 3루로 돌아왔다.

상대의 중계 플레이가 너무 날카로웠다.

-1사 2, 3루가 됩니다!

-드디어! 드디어! 라스베이거스가 진짜 기회를 잡았습니다! 2번의 장타가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로서는 아쉬울 것 같습니다. 충분히 홈으로 들어갈 기회였는데……. 클리블랜드의 야수들이 정말 침착한 중계 플레이로 홈으로 달려드는 주자를 막았습니다.

-이건 3루 주자인 루이스 마토스가 잘 판단한 겁니다. 홈으로 공이 날아들 타이밍이 너무 빨랐어요.

아쉬운 상황.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은 실망하지 않았다.

두 주자가 2, 3루에 있으며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브랜든 마쉬로 이번 시즌 0.278의 타율과 18개의 홈런을 자랑하는 노련한 베테랑이었으니까.

‘그 뒤를 카디안 스타우트가 기다리고 있지.’

노련한 베테랑 뒤에 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전 유격수인 주제에 이번 시즌 0.332의 타율과 27개의 홈런을 때리는 괴물이 말이다.

강송구가 시선을 돌렸다.

클리블랜드의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해서 마이크 마조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 친구가 막을 수 있을까?

‘확률은 반반이다.’

그리고 강송구는 마이크 마조네가 이번 위기를 잘 넘길 확률이 조금 더 높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승부처다.’

마이크 마조네가 이 위기를 잘 넘기는 순간부터 경기는 9회 말까지 0 대 0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두 팀의 선발이 내려가기 무섭게 클리블랜드가 승리를 가져갈 확률이 더 높았다.

‘우리 불펜의 피로도가 많이 쌓였으니까.’

-제발 여기서 안타 하나 나오길 기도해야겠네.

그러면서 우효가 앙증맞은 두 앞발로 호두를 들어 올렸다. 요즘 견과류에 맛을 들인 작은 고슴도치의 앞발과 입이 사정없이 움직이며 호두를 갉아 먹었다.

찹찹찹.

그리고 그때 승부가 갈렸다.

“베이스 온 볼스!”

볼넷.

마운드의 마이크 마조네의 표정은 굳어졌고.

능글맞은 베테랑은 실실 웃으며 1루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오늘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가 타석에 천천히 들어섰다.

‘카디안 스타우트.’

천재 유격수.

라스베이거스의 또 다른 괴물.

투수로는 강송구가 있고, 타자로는 카디안이 있다.

그런 말까지 나돌 정도로 대단한 타자였다.

1사 만루의 상황.

이윽고 마이크 마조네가 공을 던졌다.

초구부터 있는 힘을 다했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속인 95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빠르게 홈플레이트로 날아들었다.

제구는 되지 않았다.

그만큼 구위와 구속은 확실했다.

하지만 카디안 스타우트의 배트는 번개처럼 날아들어 경쾌한 타격음을 만들어냈다.

빠아악!

-카디안! 큽니다!

높이 뜬 공이 그대로 중앙 펜스를 넘어갔다.

순식간에 4점을 벌어들이는 카디안 스타우트의 어마어마한 홈런에 클리블랜드의 홈 경기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가 적막한 정적에 휩싸였다.

홈런을 쳤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이 베이스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은 카디안 스타우트가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경기는 이제 4 대 0.

라스베이거스가 먼저 점수를 만들었다.

* * *

-8회 말! 캉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막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왼손으로 공을 던지지 않았던 캉입니다. 이제 남은 이닝은 단 하나뿐이고……. 아마 캉은 그 마지막 이닝에 왼손을 꺼내 들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한 피칭입니다!

-이제 멋진 투수전의 끝이 보입니다. 오늘 체인지업과 커브의 대결은 결국 커브가 이겼군요,

-하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요?

-물론, 조금 전에 마이크 마조네가 홈런을 맞은 공은 95마일 근처의 패스트볼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의 타선은 강송구의 왼손이 보여준 파괴력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끝났군.”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이야. 3년 뒤 FA로 나올 때 난 무조건 NL로 도망갈 거야.”

“같은 지구가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라……. 만약 같은 지구였으면 진짜 한 시즌에 최대 4번은 만날 수도 있었으니까.”

“후우……. 제발 좀 꺼져라.”

이윽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강송구.

그를 향해 조던 델가도가 다가왔다.

“몸은 어때?”

“아직 쌩쌩하다.”

“마지막은 왼손으로 끝낼 거지?”

모두가 강송구의 마지막 이닝에 왼손 피칭이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조던 델가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송구의 생각은 달랐다.

“9회 말에도 오른손으로 갈 거다."

아직도 보여줄 것은 많이 남았다.

8회 말까지 커브를 정말 많이 보여줬으니……. 이제 그가 가진 다른 구종을 모두 보여줄 생각이었다.

우효는 그런 강송구를 보며 고갤 절레 흔들었다.

-미친 새끼.

9회 말.

다시 강송구가 마운드로 향했다.

-캉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늘 경기 또 완봉승에 도전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에이스 캉입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도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강송구는 오른손에 송진을 가볍게 바르고는 타석에 들어선 클리블랜드의 타자를 바라봤다.

그는 초구부터 날카로운 제구력을 뽐냈다.

90마일의 컷 패스트볼.

그 공이 바깥쪽 코스에 절묘하게 걸쳤다.

“스트라이크!”

타석에 선 클리블랜드의 타자는 그 완벽한 제구력에 혀를 내두르며 고갤 흔들었다.

그다음 공도 비슷했다.

이번에는 바깥에 걸치는 체인지업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더그아웃에 있던 클리블랜드의 타자들은 9회 말까지도 단 하나의 틈도 보이지 않는 강송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돌겠군. 커브만 던지다가 9회 말에 던진 보여준 다른 구종만 벌써 5개가 넘어.”

“쯧……. 글렀군.”

클리블랜드의 더그아웃이 차갑게 식었다.

그들이 가진 승리에 대한 열망이 식은 것이다.

그때 들려오는 큰 타구음.

순간 작은 기대감이 생겼지만,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유격수인 카디안 스타우트가 펄쩍 뛰어서 잡아냈다.

그 광경을 보고 클리블랜드의 선수들이 오늘 경기를 확실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끝났군.”

“아웃 카운트도 하나 남았어.”

라스베이거스의 승리까지 단 하나의 아웃만 남았다.

강송구가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게 마지막 타자의 삼진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승리가 결정되었다.

-경기 끝납니다! 라스베이거스가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4:0 깔끔한 승리를 거둡니다.

-오늘 경기의 승리 1등 공신은 역시 캉이겠죠? 오늘 경기 커브를 활용한 피칭이 정말 돋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커브 마스터였죠.

옛 데드볼 시대의 에이스처럼 완봉과 완투를 자주 해주는 강송구의 모습을 보며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캉! MVP 인터뷰는 하고 가야지!”

투수코치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리포터가 기다리는 그라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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