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커브 마스터(1)
[강송구, 9이닝 24K 완봉승!]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강송구!]
[라스베이거스의 환상적인 밤! 강송구의 신기록 기념 퍼레이드가 벌어진 유흥의 도시!]
[지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독주는 계속 이어질 것인가?]
7월 초.
무더운 여름이 왔다.
최고 46도가 넘는 엄청난 더위가 라스베이거스를 덮치며 기어코 라스베이거스의 구단주가 새로운 에어컨 설비를 설치하라는 지시까지 내리게 했다.
그래도 버틸 만했다.
돔구장이 아니라 일반 구장이었다면 비쩍 마른 코코넛이 되었을 것이라고 조던 델가도가 중얼거렸지만, 다행히 라스베이거스는 돔 경기장이었고, 새롭게 추가된 에어컨 시설은 막강한 무더위에서 선수들이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무더위를 잘 막아낸 라스베이거스에도 좋지 않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승리조 불펜인 바비 홀 3달짜리 부상!]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믿을맨이 사라졌다!]
시작은 승리조 불펜이자, 셋업과 마무리 사이를 오가며 좋은 성적을 쌓던 바비 홀의 부상이었다.
이어서 좋지 않은 소식은 타선의 부진이었다.
-아! 이걸 놓치나요?
-요즘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이 조금 답답한 것 같습니다. 뭔가 집중력이 떨어진 느낌이에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모두 놓쳤다.
7월에 접어들기 무섭게 강송구를 한 경기 쉬게 하며 새롭게 마이너리그에서 콜업시킨 투수를 시험한 경기.
그 경기에서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올스타전까지 그 부진은 쭉 이어졌다.
그리고 기어코 올스타전이 끝나고 강송구가 등판한 첫 경기에서도 패배하기 무섭게 라스베이거스는 지구 2위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지구 2위로 주저앉은 라스베이거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타선의 전체적인 지표가 하락한 라스베이거스.]
[강송구의 후반기 첫 등판은 7이닝 2실점.]
[강송구, 시즌 3패를 기록하다.]
라스베이거스에겐 너무나 혹독한 7월이 계속 이어졌다.
다음 등판에선 7이닝 무실점 노디시전.
7월 말의 마지막 등판에선 5이닝 1실점 시즌 4패를 기록하며 너무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손톱이 깨지며 5이닝을 소화한 상태로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무더운 7월이 지나갔다.
그리고 찾아온 8월.
라스베이거스는 아직도 지구 2위에 걸쳐 있었다.
* * *
-역시……. 메이저리그는 다르네.
우효가 감탄 어린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 강력한 포스를 풍기던 라스베이거스가 잠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무섭게 시애틀 매리너스가 빠르게 치고 올라와 서부지구 1위로 등극했다.
‘확실히 혹독한 7월이었지.’
강송구도 고갤 끄덕이며 인정했다.
치열했다.
다른 지구는 1위가 압도적인 독주 양상을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서부지구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것보다 야수들의 수비도 많이 흔들리네.
‘타격이 흔들리면서 수비까지 영향을 받은 것 같군.’
8월의 첫 시리즈.
양키스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강송구는 모처럼 오랜만에 9이닝 완봉승을 기록하며 다시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타자들의 경기력은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이어진 피츠버그 원정에서 스윕을 거두며 분위기의 반등을 이루어냈지만, 아직도 라스베이거스는 지구 2위였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AL 서부지구]
1위 시애틀 매리너스 60승 49패.
2위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59승 49패.
3위 LA 에인절스 56승 53패.
4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54승 54패.
계속해서 연패를 끊으면서 승리를 차곡차곡 쌓은 라스베이거스가 드디어 1위인 시애틀과 반 경기 차이까지 따라왔다.
그리고 클리블랜드로 향한 라스베이거스 선수단은 이번 원정 3연전에서 다시 지구 1위 탈환을 노리고 있었다.
원정 첫 경기.
5선발인 스티브 하그레이브가 마운드에 올라서 7이닝 3실점의 호투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라스베이거스의 부진했던 타선이 오랜만에 폭발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빅이닝! 라스베이거스가 8회 초에 11점을 거두며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이거죠! 이게 라스베이거스죠! 이게 AL 서부지구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타선을 가진 라스베이거스가 아니겠습니까?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극도로 부진했던 라스베이거스가 다시 돌아온 것 같습니다.
-클리블랜드의 마운드가 무너집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스코어는 14 대 4로 라스베이거스가 승리했다.
그렇게 1승을 추가한 라스베이거스.
하지만 아직도 반 경기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아마 내일 경기에서 확실하게 그 차이가 좁혀질지 아닐지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일 선발은 바로 강송구였다.
* * *
24K 완봉승을 거둔 날 밤.
강송구는 대기록의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보상으로 얻은 ‘특성 퀘스트 완료권’으로 가지고 있는 전용 특성 중에서 ‘폭포수 커브’의 특성 퀘스트를 완료했다.
[특성 퀘스트 보상]
-샌디 쿠팩스의 커브
그렇게 손에 얻은 샌디 쿠팩스의 커브를 던지며 강송구는 알고도 치지 못하는 커브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왜 샌디 쿠팩스가 최고의 좌완 투수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8월 초로 돌아와서 강송구는 그간 숨겨온 이 커브를 꺼내 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롭게 적응하느라 고생했지만……. 아마 내일 경기에서 그 고생만큼 성과를 얻어낼 수 있겠지.’
-드디어 그 커브를 써먹겠네.
우효도 그런 강송구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동시에 손에 들고 있는 체리를 입에 넣었다.
촵촵촵촵촵!
입가에 잔뜩 묻은 체리즙을 혀로 호로록 핥아먹은 우효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역시 체리 다이어트야. 벌써 50g이나 빠졌다구!
‘그래, 잘했다.’
-후후후후! 날 더 칭찬해라!
‘그래, 이제 돼지가 아니라 고슴도치처럼 보이는군.’
-우후후……!
우효가 음침하게 웃었다.
그리고 찾아온 다음 날 아침.
강송구는 평소보다 몸이 훨씬 가벼운 것을 느끼며 오른쪽 어깨를 슬쩍 움직여봤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군.’
아침을 가볍게 먹고 가벼운 운동을 끝낸 뒤에 우효에게 포도 한 알과 밀웜을 주고 호텔 방을 나섰다.
로비에는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이 버스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캉! 좋은 아침이야.”
“지금은 점심이다.”
“아하! 좋은 점심이야.”
“그래, 좋은 점심이다.”
조던 델가도의 인사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컨디션은 어때?”
“나쁘지 않아.”
강송구의 대답에 옆에 있던 랜디 에드워즈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는 뜻이군.”
“캉이 ‘나쁘지 않아.’라고 대답한 날은 항상 경기력이 좋았으니까. 오히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에는 ‘좋다.’라고 대답해서 코치들이 헷갈린다고 골 아파한다고.”
“완전 청개구리네.”
강송구를 앞에 두고 랜디 에드워즈와 조던 델가도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버스에 올랐다.
점심을 먹고 바로 경기장으로 향한 버스.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제의 대승으로 상당히 밝았다.
강송구의 어깨에 앉아 신나게 밀웜을 입에 털어 넣던 우효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 경기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가 보이기 무섭게 슬쩍 강송구를 바라봤다.
-큼……. 큼큼! 요즘 프로그레시브 필드 안 매점에서 과일 솜사탕을 팔던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네……!
‘그렇군.’
강송구의 짧은 호응에 우효가 두 눈을 팍 찌푸렸다.
이 인간은 눈치가 너무 없었다.
우효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과일 솜사탕에 든 과일만 7가지래.
‘그렇군……. 유용한 정보 고맙다.’
뿌드드득.
우효가 이를 갈았다.
이 인간은 야구가 아니면 눈치가 너무 없었다.
결국, 우효는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아! 나 과일 솜사탕 먹고 싶어!
그 말에 강송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주기 싫다.’
바둥바둥.
라커룸에 들어서기 무섭게 우효가 라커룸 바닥에 드러누워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효꺼야! 우효꺼야! 과일 솜사탕 사줄 때까지 나 라커룸에서 한 걸음도 안 나가!
작은 고슴도치의 땡깡.
하지만 강송구는 단호했다.
‘먹으면 이 썩는다.’
-상관없어! 사줘! 과일 솜사탕 사줘!
우효의 두 눈이 활활 타오른다.
어떻게든 과일 솜사탕을 먹겠다는 의지.
강송구는 그런 우효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결국 클러비에게 팁을 주며 과일 솜사탕 하나를 부탁했다.
그 광경을 보자 우효가 환히 웃었다.
-우효호호홋! 나의 승리다!
하지만 우효는 몰랐다. 강송구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문자로 라스베이거스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에 고슴도치의 중성화 수술을 예약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시즌 초반과 똑같이 지구 2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말이 지구 2위지 승률은 4할 중반대로 지구 1위인 미네소타 트윈스와 경기 차이만 27경기 차이로 지구 우승이 불가능한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
그들은 이제 와일드카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도 쉽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2위인 라스베이거스와 8경기 차이, 아니 어제 경기의 패배로 9경기 차이가 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믿었던 무키 베츠는 후반기 접어들면서 타격폼이 크게 무너진 지 오래고, 그 뒤를 받쳐주던 앤드류 본과 요르디스 발데스는 6월에 얻은 부상에서 이제 막 복귀했다.
그런 상황에서 마주한 투수가 강송구였다.
“최악이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데이비드 벨 감독이 두 눈을 찌푸리며 상대 불펜을 바라봤다.
시즌 초반만 해도 미네소타 트윈스의 뒤를 이어 지구 2위를 기록하며 순항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였다.
하지만 미네소타 트윈스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7할의 승률로 지구 1위를 굳건히 지킨 것과 다르게 클리블랜드는 기대했던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며 5할 승률도 지켜내지 못하고 부진에 빠졌다.
그래도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는 가능성이 있었다.
무키 베츠를 중심으로 한 타선만큼은 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비교해도 꿀릴 것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후반기는 너무나 차가웠다.
전반기에 클리블랜드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던 무키 베츠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30타석 연속 무안타를 기록했다.
동시에 무너진 선발진과 불펜.
‘총체적 난국이야.’
그래도 최근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무키 베츠를 도와 타선의 힘이 되어주던 앤드류 본과 요르디스 발데스가 27인 로스터에 복귀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벨 감독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상대가 하필이면 저 괴물이라니…….’
1회 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1선발 에이스.
마이크 마조네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경기 라스베이거스를 상대로 마운드를 잘 지켜주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에이스.
그를 보며 데이비드 벨 감독이 두 눈을 꽉 감았다.
‘제발……. 7회 초까지만 확실히 틀어막아다오.’
그의 기도가 끝나기 무섭게 시작된 경기.
마이크 마조네가 초구를 던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타격음.
“파울!”
다시 들려오는 타격음.
“파울!”
데이비드 벨 감독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마이크 마조네 답지 않았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에이스는 삼진을 잘 잡으면서도 누구보다 내야 땅볼을 잘 유도하는 그라운드 볼러였다.
그런데 오늘 마이크 마조네가 던지는 공이 이상하리만큼 외야로 계속 뻗어 나갔다.
“아웃!”
비록 외야 뜬공으로 아웃을 잡아내고 있지만.
데이비드 벨 감독은 불안함을 느꼈다.
‘느낌이 좋지 않아…….’
다행히 클리블랜드의 에이스인 마이크 마조네는 깔끔히 1회 초를 막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윽고 라스베이거스의 괴물.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강송구가 초구로 커브를 던지기 무섭게 데이비드 벨 감독은 아까보다 훨씬 큰 불안함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저 커브가 너무 깔끔히 들어가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커브-너클 커브-포심 패스트볼-커브.
강송구의 피칭을 바라보는 데이비드 벨 감독의 눈동자가 더욱 크게 흔들렸다.
오늘 정말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