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15화 (115/198)

#115. 너 삼진 몇 개나 해봤냐?(3)

“이대로 가면 이안 앨런이 기록한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인 23개와 타이를 이루겠군.”

“그게 가능한 기록이었어?”

“가능은 하지. 그게 아니면 이안 앨런이 어떻게 그런 기록을 기록할 수 있었겠어?”

“하지만 여기서 범타 하나만 나와도 기록은 끝이야. 난 오히려 캉이 이안 앨런의 기록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6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조단 칸투가 땀을 흠뻑 흘리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는 자신이 아닌 강송구와 이안 앨런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수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아직 경기는 0 대 0이라고…….’

그래,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자신이 아닌 강송구와 이안 앨런과 관련된 이야기가 지금 나오고 있냐는 거다.

7회 초.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조단 칸투는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는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를 매섭게 노려봤다.

‘내가 저 망할 아시안보다 못할 것은 없다.’

그러니 9회 말이 끝날 때까지.

조단 칸투는 계속 버틸 것이다.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충분히 9회 말까지 단 하나의 점수도 내어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야, 저 친구가 너 무섭게 노려본다.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흔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타자와 승부였다.

앞선 이닝에 안타를 하나 더 허용했다.

오른손의 구속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타자들이 조금씩 90마일의 구속에 배트를 가져가고 있었다.

‘다시 왼손을 꺼낸다.’

남은 3이닝은 왼손으로 끝낼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강송구였다.

‘싱커, 체인지업, 너클 커브라……. 나쁘지 않군.’

오늘 왼손으로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떠올리며 강송구가 남은 경기 어떻게 삼진을 잡을지 고민했다.

‘너클 커브를 위닝샷으로 활용한다.’

싱커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다만, 너무 노골적이면 분명히 눈치챌 것이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두타자이자 팀의 3번 타자인 딜런 카터가 강송구가 던진 초구를 보고는 두 눈을 찌푸렸다.

‘90마일짜리 곰에 좀 익숙해질 만하니 왼손을 꺼내서 99마일 근처의 공을 던지는군.’

2구째는 바깥쪽 싱커였다.

따악!

“파울!”

아슬하게 배트에 맞고 파울이 되는 공.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딜런 카터가 다음 공을 기다렸다.

3구는 몸쪽 깊게 파고드는 체인지업.

“볼!”

조금 낮게 걸친 공을 주심이 잡아주지 않았다.

‘아쉽군. 걸치기만 했다면 무조건 삼진인데.’

-오늘 주심이 유독 몸쪽은 짜게 잡아주네.

‘뭐…….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4구째에 다시 바깥으로 빠지는 공을 던진 뒤에 강송구가 낮은 코스로 파고드는 너클 커브를 던졌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등번호 99번! 한국에서 온 타이탄! 캉이 또 삼진을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하나 더 늘립니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너클 커브가 나와서 딜런 카터가 제대로 대응을 못 했습니다.

7회 초의 두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 무섭게 강송구는 조던 델가도와 빠르게 사인교환을 끝냈다.

올랜도 에스피노사를 상대로 시간을 오래 끌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강송구는 알고 있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시원한 주심의 콜이 들려온 뒤.

바로 2구째 피칭에 들어갔다.

타석에 들어선 올랜도 에스피노사는 자신의 타석에서 갑자기 인터벌이 빨라진 강송구를 보며 당혹스러워했다.

‘저 자식……. 갑자기 왜 저래?’

이번에도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공.

올랜도 에스피노사는 쉽게 투 스트라이크를 줄 수 없다는 듯이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파울!”

밖으로 빠지는 싱커를 제대로 때려내지 못한 올랜도 에스피노사가 벅벅 엉덩이를 긁었다.

이어지는 피칭.

다시 바깥쪽 패스트볼.

“볼!”

다음 공도 다시 바깥쪽 패스트볼.

“볼!”

2개의 패스트볼을 보여준 강송구.

올랜도 에스피노사는 차분히 강송구가 던진 공을 머릿속으로 기억하며 생각했다.

‘슬슬 유인구가 나올 때가 되었다.’

아마, 체인지업이 날아들 확률이 가장 높았다.

강송구는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보여준 뒤에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활용해서 심리전을 잘 걸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뭔가 좀 석연치 않단 말이지.’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강송구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많았다.

그걸 다 생각하며 타석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올랜도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바깥쪽 변화구.’

바깥쪽 떨어지는 공을 노리자.

그게 올랜도 에스피노사의 노림수였다.

그리고 강송구의 손을 떠나는 공.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올랜도 에스피노사는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든 100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았다!’

오늘 경기 16번째 삼진을 잡아낸 강송구는 그런 올랜도를 신경 쓰지 않고 다음 승부를 준비했다.

오늘 경기.

아직도 아웃 카운트가 7개나 남았으니까.

* * *

7회 말.

조단 칸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린다! 조단 칸투가 흔들려!”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은 피 흘리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하이에나처럼 두 눈을 번뜩였다.

이어진 승부에서 안타가 나왔다.

그리고 1사 1, 3루가 되는 순간.

미네소타 트윈스의 더그아웃이 움직였다.

“오늘 조단 칸투는 여기까지군.”

“현명해.”

“어쨌든 미네소타는 어제 경기에서 승리조 불펜의 체력을 아꼈으니 지금 꺼내 들어도 문제가 없을 거야.”

-오늘 경기 6.1이닝 8K 무실점의 피칭을 기록한 조단 칸투 선수가 2명의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정말 아쉽네요. 앞선 이닝에서 잘 먹혔던 슬라이더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자초했던 조단 칸투 선수입니다. 아마, 그대로 놔뒀어도 1실점 정도로 이닝을 끝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닉 스탠리 감독이 그렇게 놔두지 않았죠?

-닉 스탠리 감독은 아마 오늘 경기 승부는 무조건 1점으로 갈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의 조단 칸투가 결국 다음 투수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음 투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조단 칸투와 이름이 똑같은 조단 힐이었다.

-다음 투수는 조단 힐.

-1승 1패 2홀드를 기록하고 있으며 3.0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준수한 불펜투수입니다.

-평균 95마일의 구속을 갖추고 있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주력으로 던지는 투수군요.

-맞습니다.

마운드에 오른 조단 힐은 마운드에 올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닝을 끝냈다.

-병살타! 그대로 이닝이 끝납니다!

-아! 선취점을 얻을 기회를 날리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입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이러면 선발인 캉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죠. 지금 캉에게 필요한 것은 단 1점입니다.

닉 스탠리 미네소타 감독의 교체는 제대로 적중했다. 조단 힐은 병살타를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찾아온 8회 초.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위기를 잘 넘긴 미네소타.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강송구의 초구를 잘 받아친 선두타자가 1루에 진루했다.

오늘 경기 3번째 출루를 허용했다.

-로이스 루이스가 1루에 진출합니다!

-좋은 기회예요. 천천히 풀어나가기 가장 좋은 상황입니다. 어쩌면 미네소타에게도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다음 타자인 이그나시오를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18번째 삼진을 잡아냈다.

-캉! 오늘 경기 18번째 삼진을 잡아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안 앨런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인 23개까지 5개를 남겨둡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하지만 이제 9회 초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가 딱 5개가 남았기에 가능성은 크게 낮습니다.

-그렇군요.

-오히려 기록을 의식하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전 캉이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우선 지금 상황을 잘 넘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타자는 케오니 카바코.

초구를 던지기 무섭게 1루에서 리드를 가져가던 주자가 2루까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조던 델가도가 빠르게 공을 잡가 2루로 던졌지만 아쉽게도 한 끗 차이로 2루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2루에 안착하는 미네소타!

-2루까지 간 주자를 홈까지 운반할 수 있을지……. 이번 타석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인 것 같습니다.

셋 포지션을 가져가는 강송구.

그가 거침없이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들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카운트는 1-1의 상황.

이어서 3구째는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케오니 카바코는 강송구의 체인지업을 보고는 중간에 급히 배트를 멈췄다.

“볼!”

“돌지 않았나요?”

“아니, 홈플레이트를 지나지 않았어.”

“알겠습니다.”

조던 델가도가 짧게 혀를 찼다.

‘조금 홈플레이트를 넘은 것 같은데…….’

조금 까다로운 주심이었다면 체크스윙으로 잡아주지 않았을 만큼 미세한 차이였다.

어쩔 수 없다.

결과는 변하지 않으니까.

‘거기다 캉은 전혀 긴장하지 않을 것 같고…….’

4구째.

몸쪽으로 휘는 싱커.

케오니 카바코가 힘겹게 싱커를 커트했다.

따악!

“파울!”

카운트는 다시 2-2가 되었다.

‘후우……. 경기 막판이 되니까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네. 오늘따라 더 더운 것 같은데?’

조던 델가도가 두 눈을 찌푸렸다.

가끔 눈까지 흐른 땀이 시야를 살짝 가린다.

때마침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바닥에 처박히는 수준의 너클 커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확실히 잡아내고 편히 가자고.’

강송구의 선택에 조던 델가도가 고갤 끄덕였다.

‘어떤 공이든 다 막아줄게. 팍팍 던져!’

의욕이 넘치는 타자가 뒷발로 타석의 구석을 계속 짓이기며 고운 흙을 괴롭힌다.

덕분에 눈에 먼지가 날려 눈물이 살짝 흘렀지만 조던 델가도는 개의치 않았다.

이윽고 강송구가 공을 던지는 순간.

케오니 카바코가 배트를 내밀었다.

부우우웅!

완벽히 타자를 속이는 공.

너클 커브가 원바운드 되며 타자의 배트를 피하는 순간 조던 델가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삼진이다!’

그때 케오니 카바코의 배트가 그의 눈을 가린다.

흐릿한 시야.

거기에 순간적으로 휘둘러진 배트에 가려진 바닥에 원바운드되어 튀어 오른 공.

조던 델가도는 그 순간 공이 빠졌음을 깨닫고 바로 고개를 돌려 공을 찾았다.

동시에 케오니 카바코는 더그아웃에서 들려온 ‘달려!’라는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1루로 달렸다.

-낫아웃 상황!

-조던 델가도가 빠르게 공을 찾습니다. 하지만 공이 너무 뒤에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몰라요.

-2루에 있는 주자는 3루로.

-조던 델가도가 공을 찾았습니다!

-3루에 있던 주자가 멈춥니다! 그리고 케오니 카바코는 그대로 1루에 안착합니다!

조던 델가도가 눈을 찌푸렸다.

‘후우…….’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실수였다. 일반적인 투수라면 멘탈이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물론, 강송구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저 손짓하며 ‘괜찮다.’라고 할 뿐.

조던 델가도가 이를 꽉 물었다.

1사 1, 3루의 상황.

오랜만에 찾아온 위기였지만 강송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때마침 타석에 장타력이 좋고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잘 생산하는 9번 타자인 라이언 제퍼스가 들어섰다.

오늘 경기 가장 중요한 승부를 앞둔 상황.

그때 우효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야, 아까 낫아웃이었지?

‘그렇지.’

-그러면 남은 아웃을 모두 삼진으로 잡으면 너 오늘 경기 삼진 24개 잡는 거 아니야?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멈칫했다.

그래, 낫아웃 삼진까지 생각하면 이번 이닝에 어쩌면 4개의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아웃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낸다면 이안 엘런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인 23개를 넘어선다.

‘그렇군.’

그제야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기회였다.

남은 아웃은 단 5개.

그가 잡아낸 삼진은 이제 19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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