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14화 (114/198)

#114. 너 삼진 몇 개나 해봤냐?(2)

슈우우욱! 팡!

포수의 미트에 공이 틀어박혔다.

그 순간 주심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2회 초의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간다.

강송구는 덤덤한 표정으로 조던 델가도가 던져준 공을 받고선 다음 공을 던지기 위해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다음 타자는 미네소타의 5번 타자.

루크 보이트가 타석에 들어섰다.

올해로 마흔 살에 접어든 노장.

지난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1년 있었던 그는 이번 시즌 미네소타와 1년 계약을 하며 현역 연장을 이뤄냈다.

양키스에서 23년까지 있다가 다저스로 이적한 루크 보이트는 27시즌 이후에는 시카고 컵스에서 2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1년을 머물렀다.

지난 시즌 타율은 0.260으로 그리 좋다고 볼 수 없었지만, 4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뭐……. 쿠어스필드 덕분에 홈런 10개 정도는 더 때렸지. 그게 아니었다면 지난 시즌은 30대 초반도 겨우 때렸을 거다.’

덕분에 올해 미네소타와 계약할 수 있던 것이고, 미네소타가 1년 800만 달러를 투자한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대체로 만족스러운 영입이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올해 전반기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0.,236의 타율과 22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좋은 타자였다.

‘타율은 아쉽지만, ops는 0.809로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타자다. 조금은 집중해야겠지.’

특히 마흔까지 현역을 연장하고 있는 베테랑을 상대로 편하게 승부에 들어갈 수 없다.

초구는 몸쪽으로 찌른 싱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루크 보이트는 강송구가 던진 초구를 건드리지 않았다.

‘좋아하는 코스의 공을 건들지 않는군.’

이러면 2구째는 조금 다르게 던져야 했다.

이번에는 바깥에 걸치는 슬라이더.

이번에는 루크 보이트가 배트를 내밀었다.

빠아악!

“파울!”

-생각보다 배트 컨트롤이 좋은데?

우효의 말에 그가 고갤 끄덕였다.

‘바깥쪽 대처가 좋아.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밀어쳐서 홈런이 나올 만한 코스라면 바깥쪽이라도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가는 스타일 같군.’

거기다 루크 보이트는 아까부터 노련한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심의 한계까지 아슬하게 타석 밖에서 시간을 끈 뒤에 천천히 타석에 들어온다.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 날 마운드에 오래 묶고 싶어 해. 아무래도 미네소타가 뭔가를 노리고 있군.’

-그게 뭘까?

‘아마 날 마운드에 오래 묶어서 체력을 최대한 빼게 할 생각이겠지. 그래야 내가 빨리 마운드를 내려갈 테니까.’

-거기다 앞선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경기도 나왔으니 불펜도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을 것이고?

‘그렇지.’

우효가 묘한 표정으로 미네소타를 바라봤다.

-그런데 쟤들 바보야? 너 오른손 왼손으로 100구씩 던지면 그만 아니야?

‘그래도 지치는 건 사실이지.’

강송구가 패스트볼 그립을 꽉 쥐었다.

슈우우욱!

몸쪽 하이 패스트볼.

루크 보이트가 가장 좋아할 코스였다.

하지만 바람을 가르며 내지르던 배트는 강송구가 던진 패스트볼의 밑을 허무하게 지나쳤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

루크 보이트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하게 잡았어야 하는 기회였다.

‘투수에게 속았다.’

너무나 절묘하게 들어오는 몸쪽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몸쪽 코스도 제구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할 수 있겠어.’

사실, 제법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뛰어났다.

하지만 루크 보이트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진짜 괴물은 시카고 컵스에서도 봤으니까.’

터덜터덜.

타석을 빠져나가는 루크 보이트.

그리고 2회 초의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 * *

2회 말.

미네소타 트윈스의 에이스.

조단 칸투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시즌 14승 8패 ERA 3.69.

좌완 투수로 평균 92마일의 느린 구속을 갖췄고, 고작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만 던질 수 있는 투수지만, 그는 뛰어난 제구력과 뛰어난 구위로 승부를 보는 기교파 투수였다.

‘정확히는 그렉 매덕스의 하위호환이지.’

그렇다 해도 쉽게 볼 수 없었다.

뛰어난 구위를 갖춘 포심 패스트볼로 양쪽 보더라인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투수.

이 투수가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머쥐는 이유와 해가 가면 갈수록 평균자책점이 낮아지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슈우우욱! 펑!

91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에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이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의 무브먼트가 좋다.’

‘이게 91마일짜리 패스트볼이라고? 적어도 93~4마일은 충분히 될 것 같은 구속이었는데?’

‘중간에 한 번씩 나오는 종 슬라이더도 문제야.’

이윽고 조단 칸투가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깔끔하게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이닝 하나를 지워냈다.

다시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3회 초의 첫 타자는 이그나시오 솔티로.

7번 타순에 배치된 주전 이루수인 그는 딱히 큰 장점이 없는 타자였다.

‘하지만 압도적인 수비 능력이 그의 커리어를 계속 연장하게 하겠지. 2,3루에 유격수까지 볼 수 있는 내야 유틸리티 자원은 언제나 수요가 있는 법이니까.’

거기다 이그나시오는 내야 모든 위치에서 평균 이상의 높은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3년 2000만 달러를 주고 미네소타가 데려올 가치가 충분한 선수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이그나시오도 타석에서는 죽을 썼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강송구는 오늘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서는지 파악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파훼법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좋군.”

전광판에 하나씩 올라가는 ‘K’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지는 타자에게서도 또 삼진을 빼앗았다.

3회 초의 두 번째 타자까지 잡아내는 이 순간에 강송구는 벌써 7개의 삼진을 빼앗은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 시카고 컵스의 이안 엘런이 기록한 23개였던가?’

정말로 깨고 싶은 기록이었다.

‘4월에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23개를 넘을 수 없어서 8이닝만 던지고 내려왔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미네소타가 이렇게 판을 깔아주고 있었다.

이걸 받아먹지 않으면 그 투수는 호구일 것이다.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

9번 타자인 라이언 제퍼스가 들어섰다.

‘포수로서 수비는 썩 좋지 않지만, 장타력이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잘 생산하는 타자다.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지.’

조던 델가도가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슬라이더.

우타자의 바깥으로 흐르는 슬라이더 사인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았다.

와인드업.

그리고 강송구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공.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공을 오래 보라는 지시를 받은 라이언 제퍼스는 바깥쪽 코스에 절묘하게 걸치는 공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정말 거슬리는 코스였다.

특히, 바깥쪽 코스에 약점을 보이는 그에게 있어서 저 슬라이더는 절대 공략할 수 없는 마구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윽고 승부가 계속 이어졌다.

2구째는 몸쪽 커브.

3구째는 바깥쪽 스플리터.

4구째는 몸쪽 하이 패스트볼.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5구째에 던진 너클 커브에 헛스윙을 허용한 제퍼스가 묘한 표정으로 마운드의 투수를 바라봤다.

‘벌써 삼진만 8개야?’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 * *

“기다리기 전략……. 실패로군.”

4회 초가 끝나는 순간.

미네소타 트윈스의 닉 스탠리 감독이 고갤 흔들었다.

4회 초부터 꺼내든 왼손으로 고작 11구를 던져서 2개의 삼진을 깔끔히 잡아냈다.

벌써 10개의 삼진이 나왔다.

상대는 작정하려는 듯이 삼진만 잡아내고 있었기에 그 노골적인 피칭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체력을 소모시켜서 7~8이닝에 마운드에서 내린다는 전략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캉이 마음만 독하게 먹어도 실패하는 전략이었다.

강송구가 오른손으로 100구, 왼손으로 50구만 던져도 미네소타가 준비한 전략을 완벽히 깨부술 수 있었으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상대는 강하다. 그것도 우리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투수야.’

그러니 이제 전략을 바꿀 때가 되었다.

“모두 집중! 5회 초부터는 적극적으로 공을 노려! 상대가 쉽게 삼진을 잡을 수 없게 만들라고! 알겠나?”

“Yes Sir!”

그러고는 닉 스탠리 감독이 오늘 경기 어쩌면 더 큰 짐을 지게 된 조단 칸투를 바라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조단이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군.’

승부는 7회나 8회에 갈린다.

그건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강송구가 삼진을 잡는 피칭을 하면서 자신이 던지는 공을 계속해서 미네소타의 타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투수도 자신의 무기를 계속 보여주면 언젠가는 안타를 맞게 되는 법이었다.

‘저 대단한 투수도 8이닝 3실점의 경기가 있다. 그게 오늘 한 번 더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게 야구야.’

따악!

“아웃!”

때마침 조단 칸투가 4회 말을 깔끔히 막아내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돔구장 내부가 더 덥게 느껴졌다.

땀을 조금 많이 흘리는 조단 칸투.

그가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여분의 유니폼을 들고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찾아온 5회 초.

다시 오른손을 꺼내든 강송구가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4번 타자인 올랜도 에스피노사에게 오늘 경기 첫 안타를 맞으며 출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바깥쪽 커브를 노리고 있었군.’

-2루까지 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렇지.’

조금만 상대가 바깥쪽 코스에 강한 타자였다면 홈런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아주 좋았군.’

무사 1루의 상황.

타석에는 루크 보이트가 들어섰다.

오늘 경기 두 번째 타석.

그는 앞선 타석을 떠올리며 배트를 꽉 잡았다.

‘이번 타석만큼은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

초구는 바깥쪽에 걸치는 커브.

조금 전에 안타를 맞았던 코스와 구종이었음에도 강송구는 흔들리지 않고 정확히 공을 꽂아 넣었다.

“스트라이크!”

그 모습을 보고 루크 보이트가 혀를 내둘렀다.

‘이 친구는 진짜 감정이 없는 건가?’

일반적인 투수라면 조금 전에 안타를 맞은 코스와 구종을 조금은 배제하고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투수다.’

2구째는 몸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스플리터였다.

“볼!”

앞선 타석과 다르게 침착하게 피칭을 이어나가는 강송구의 모습을 보며 루크 보이트는 몸쪽으로 파고드는 패스트볼 계열을 때려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영상으로도 봤고, 앞선 타석과 더그아웃에서 충분히 강송구의 모든 구종을 살폈었다.

3구째는 몸쪽으로 아예 빠지는 커브.

“볼!”

4구째는 바깥에 걸치는 스플리터였다.

“스트라이크!”

볼 카운트는 이제 2-2가 되었다.

루크 보이트는 생각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강송구를 보며 몸쪽 근처로 날아드는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5구째에 드디어 그가 원하는 코스에 그가 원하는 공이 날아들었다.

‘왔다!’

하지만 순간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 마운드에 있는 저 투수는 이 타이밍에 체인지업을 정말 잘 욱여넣는 투수라는 것을 말이다.

그제야 체인지업을 떠올린 루크 보이트가 망설였다.

‘참을까?’

그 망설임이 한순간의 차이를 만들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몸쪽 포심 패스트볼에 시원하게 헛스윙한 루크 보이트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멍청한 행동을 떠올렸다.

‘멍청한 자식!’

타석에서 망설인 타자가 좋은 성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루크 보이트였다.

길게 한숨을 내뱉은 그가 타석에서 물러났다.

‘내가 나이를 먹은 거겠지.’

젊었다면 적어도 망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야……. 치라고 준 공을 못 때리네.

‘날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거든.’

-과대평가? 그렇게 평가할만한 스텟을 쌓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 거기다 완급조절에 핀포인트 제구까지 가능한 투수를 누가 얕볼 수 있겠어?

‘아무리 그래도 6월 말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정도는 아니지.’

-상대가 널 너무 과대평가해서 스스로 무너졌다는 뜻이야?

‘그래, 내 큰 덩치와 그간 쌓아온 스텟 덕분에 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어졌다는 뜻이지. 덕분에 내가 공을 던지기 전에는 항상 타자가 의심부터 해.’

-그 공이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래, 사실은 실투에 가까운 공이거나……. 아니면 타자에게 뻔히 읽힌 투구임에도 말이야.’

덕분에 마흔 살의 베테랑도 손쉽게 잡아낼 수 있었다.

강송구가 로진백을 들어 오른손에 적당히 송진을 바르고는 다음 타자를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흔들리는 눈동자.

강송구는 알아서 자멸할 타자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오늘 최대한 삼진을 많이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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