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13화 (113/198)

#113. 너 삼진 몇 개나 해봤냐?(1)

미네소타 트윈스의 브리핑룸.

현 아메리칸 리그에서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가장 강력하다는 타선을 갖춘 그들이 단 한 명의 투수를 잡아내기 위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전력분석팀장인 칼은 굳은 표정으로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상대인 강송구를 찬찬히 뜯어봤다.

“캉은 좋은 투수입니다. 아니, 작은 지표 하나까지도 왜 이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여기 뒤의 4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미네소타 선수들은 강송구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6월 말까지 143이닝을 소화하면서 고작 10실점만 허용한 괴물이다.’

‘평균자책점 0.63의 괴물이야. 이 선수를 잡아내지 못하는 이상 우리 미네소타는 분명히 디비전 시리즈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을 거야.’

칼은 강송구의 구종을 모두 설명한 뒤에 오른손과 왼손으로 던질 때의 차이점도 설명했다.

“캉은 왼손으로도 준수한 수준의 제구를 보여줍니다. 몇몇 이들이 캉의 왼손을 떠올리면 100마일 근처의 구속과 압도적인 무브먼트를 떠올리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압도적인 스터프를 던지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핀포인트로 원하는 존에 꽂아 넣을 수 있는 집중력이죠.”

“이게 말이 되나?”

“왼손으로도 제구력이 좋다고?”

“물론, 평소에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가운데로 몰리는 타구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캉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절묘하게 구석을 찌르는 피칭을 많이 가져갑니다. 그리고 이건 캉의 특징일 수 있지만, 오른손과 왼손 모두 바깥쪽 제구만큼은 정말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자들.

그들은 강송구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우며 어려운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운으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아니라는 거군.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대겠어.”

“저런 유형의 투수는 이닝도 오래 먹어주면서 기복도 그리 크지 않거든. 상대하기 더 어렵지.”

“힘으로 밀어 붙여볼까? 캉의 오른손이라면 충분히 힘만으로 밀어낼 자신이 있는데 말이야.”

“쉽지 않아. 캉의 오른손은 과거 제구력으로 유명한 그렉 매덕스나 톰 글래빈과 비교된다고.”

모두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전력분석팀장인 칼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캉을 상대로는 일단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다린다?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일단 기다리라는 건가? 제구력이 수준급인 투수를 상대로?”

“네, 8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캉은 경기 초반에 극단적으로 낮은 투구수를 자랑하는 투수입니다.”

“1회에 이닝 평균 투구수가 8.3개?”

“미쳤군. 이게 사람의 기록인가?”

“그러니까 기다려야 합니다. 적어도 1, 2회만큼은 기다리는 게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습니다.”

“삼구삼진으로 아웃당해도 9구나 소모하게 만드니까. 그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네, 다른 팀들은 캉의 공략법으로 강공을 제시하지만……. 저는 오히려 계속 지켜보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것만으로 캉이 8이닝을 소화할 것을 7이닝만 소화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미네소타 트윈스의 닉 스탠리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분석팀장인 칼의 말이 이해가 갔다.

“7~9이닝을 노리자는 거군.”

“그게 아니라면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 팀처럼 캉에게서 승리를 빼앗으려면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을 공략하며 캉에게서 1점을 빼앗아 1 대 0으로 이기거나 캉이 내려간 뒤에 불펜을 공략해서 승리를 빼앗는 경우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일리 있어.”

“거기다 우리 미네소타와 라스베이거스의 불펜 투수진은 차이가 큽니다.”

“거기도 제법 불펜이 두터울 텐데? AL에서 평균자책점이 4번째로 낮은 팀이니까……. 아!”

“그 준수한 불펜진도 저희 불펜진과 비교하면 평균자책점이 1점 이상이나 차이가 납니다. 거기다 그 불펜진도 1차전의 연장전에서 체력을 많이 소모했죠.”

“그렇군. 캉이 아니라 캉 이외의 요소를 노린다는 건가? 충분히 해볼 만한 전략이야.”

몇몇 선수들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칼의 자료를 더 깊게 살폈다.

“거기다……. 캉은 메이저리그에 와서 120구 이상을 던진 적이 거의 없습니다. 6회나 7회 근처에 캉이 100구 근처를 던졌다면 완투까지 던지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갔죠.”

“캉을 상대로 7회까지 딱 100구만 던지게 만들라는 뜻인가? 정말 어려운 미션이군.”

“하지만 그걸 해내야 이길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선수들이 고갤 끄덕였다.

어려운 임무다.

하지만 해내야만 이길 가능성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0.63의 평균자책점을 가진 투수를 이기려면 이런 방법도 동원해야 한다.

모두가 수긍했다.

미네소타의 이번 라스베이거스 원정 3연전의 마지막 경기 지침은 결국 ‘기다림’이었다.

그렇게 시리즈 마지막 날이 밝았다.

* * *

1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돔구장의 에어컨을 풀로 틀어도 구장 내부의 온도는 29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절로 땀이 나오는 온도.

경기를 치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계속 땀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효홋! 그 대단한 강송구도 결국 더위 앞에서는 한낮 사람에 불과하군!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없는 법이지.’

강송구가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길 수 없을 뿐이지 극복할 수는 있었다.

가볍게 연습구를 던지는 강송구.

그를 보며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에 앉아있는 몇몇 선수들이 조금은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캉이 등판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

“그렇지. 캉이라면 최소한 7이닝은 소화해준다고 생각하면 편하니까. 불펜들이 이때 아니면 언제 쉬겠어?”

“느낌이 좋아. 오늘 저 대단한 미네소타를 6할대 승률로 끌어내릴 수 있겠어.”

때마침 연습 투구가 끝났다.

타석에 들어서는 미네소타의 선두타자.

동시에 주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플레이볼!”

주심의 콜과 함께 시작된 경기.

강송구가 조던 델가도와 사인을 교환한 뒤에 빠르게 초구를 던졌다.

바깥쪽에 조금 빠지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바깥쪽이다.’

미네소타의 1번 타자인 알렉산더 볼가르가 바깥쪽에 걸치는 강송구의 초구를 지켜봤다.

‘칼의 말이 옳았어. 굳이 초반부터 배트를 내밀며 캉의 유인구에 속아서 투구수를 줄여줄 필요가 없지.’

2구째.

이번에는 몸쪽 체인지업.

“스트라이크!”

알렉산더 볼가르는 깔끔히 존으로 파고드는 두 번째 공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최소한 공 2개를 봤으니 이제 공격적으로 나서도 문제 될 것은 없다.’

9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떠올렸다.

오늘 그가 노리는 것은 패스트볼.

아까와 다르게 조금 더 홈플레이트에 붙으며 배트를 짧게 잡은 그를 보고 조던 델가도가 강송구에게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에 빠지는 스플리터.

그 사인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상당히 신중한 타자군.’

보통 경기 초반에 자신을 상대로 배트를 휘둘러 운 좋게 걸린 홈런이라도 하나 만들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접근법 자체가 달랐다.

그들은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켜본 뒤에 노릴 공을 고르는군.’

아마, 저 타자는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3구째.

강송구의 손에서 빠져나간 스플리터가 그대로 바닥에 꽂히듯이 빠르게 떨어졌다.

포크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준의 낙차.

하지만 알렉산더 볼가르는 이를 악물고 내밀던 배트를 멈추는 데 성공했다.

“볼!”

침을 꿀꺽 삼키는 알렉산더 볼가르.

‘아까 체인지업도 수준급이던데, 저 스플리터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구종이군. 오늘 경기……. 정말 쉽지 않겠어.’

4구째.

강송구의 선택은 몸쪽 컷 패스트볼.

그제야 알렉산더 볼가르도 헛스윙을 하며 삼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캉의 멋진 컷 패스트볼이 작렬합니다!

-첫 타자부터 멋진 헛스윙 삼진! 캉이 경기 초반부터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정말 멋진 컷 패스트볼입니다.

타석에서 물러나는 알렉산더 볼가르.

하지만 그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최소 1회 초에 캉에게서 10구를 빼앗을 수 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야.’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마음에 드는지 미네소타 트윈스의 닉 스탠리 감독이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며 고갤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야.’

타석에는 미네소타의 2번 타자이자 4번이나 올스타에 뽑힌 헤스턴 케르스타트가 들어섰다.

4년 연속 3할 타율과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주던 강타자인 그는 작년 0.261의 타율과 21개의 홈런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며 슬럼프에 빠졌었다.

이번 시즌은 그나마 그 슬럼프에 조금 벗어난 0.279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장타가 나와주지 않아서 13개의 홈런만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타자다.’

ops는 아직도 8할대가 무너지지 않았다.

우습게 봤다가는 제대로 한 방을 맞을 수 있는 상대였기에 조던 델가도도 바짝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때마침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몸쪽 컷 패스트볼?’

스위치 히터인 헤스턴이 좌타석에 들어섰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사인이었다.

‘조금은 차분히 돌아갈 줄 알았더니……. 캉은 헤스턴을 빠르게 잡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군.’

나쁠 것이 없었다.

강송구의 컷 패스트볼이라면 쉽게 공략할 수 없는 마구에 가까운 공이니까.

‘다른 구종과 비교할 수 없는 캉의 시그니처 구종이 아닐까? 컷 패스트볼은 캉이 던지는 다른 구종과 비교해서 조금 더 급이 높은 수준이니까.’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초구를 가만히 지켜본 헤스턴 케르스타트.

조던 델가도는 만족스럽게 고갤 끄덕였지만 강송구는 묘한 표정으로 잠깐 타자를 바라봤다.

-저거 칠 생각이 없는데?

우효의 말처럼 미네소타의 타자들이 뭔가를 노리고 있었다. 아마도 투구수일 경우가 높았다.

‘이건 또 조금 신선한 경험이군.’

칠 생각이 없는 타자를 보며 강송구가 비릿하게 웃었다.

처음으로 마운드에서 감정이 드러난 그를 보며 우효의 두 눈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지……. 지구가! 종말이! 종말이 찾아온다! 저 로봇이 웃었다고! 그것도 마운드에서!

‘시끄럽다.’

-믿을 수 없어! 이건 거짓이야!

부르르 몸을 떠는 우효.

당황하는 것은 작은 고슴도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더그아웃도 술렁였다.

‘뭐지? 캉이 웃었어?’

‘마운드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거로 유명한 캉이 헤스턴 케르스타트를 보고 웃었다고?’

‘뭔가 있는 건가?’

이윽고 강송구가 2구째를 던졌다.

이번에도 헤스턴 케르스타트는 지켜봤다.

2구까지는 절대 배트를 내밀 생각이 없었다.

슈우욱! 펑!

“스트라이크!”

“아…….”

그걸 알기에 강송구는 편히 공을 던졌다.

그것도 8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중앙에 꽂히는 코스로 던졌다.

그걸 보는 순간 헤스턴 케르스타트의 두 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해보자는 건가?’

이를 꽉 문 헤스턴 케르스타트.

어떤 공이 들어오던 커트를 하며 투수를 괴롭히겠다고 다짐한 그에게 강송구가 던진 공은 맥빠지는 너클볼이었다.

부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잠깐 멍하니 포수의 미트를 바라보던 헤스턴은 타석을 빠져나가면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배트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빠가아악!

“Fxxk!"

투수에게 완전히 농락을 당한 헤스턴을 뒤로하고 미네소타 트윈스의 3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딜런 카터. 지난 시즌 0.251의 타율과 33개의 홈런을 때린 홈런타자. 헤스턴보다 타율은 더 낮지만 파워는 뛰어난 유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이런 타자가 휘두르는 ‘에라 모르겠다!’ 스윙에 종종 홈런이 나오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강송구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는 듯이 공격적으로 피칭을 시작했다.

‘상대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는데 굳이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끌려갈 수는 없지.’

몸쪽으로 찔러 들어오는 초구.

딜런 카터가 움찔 몸을 떨었다.

‘헤이! 칼! 아무리 참으라고는 하지만 87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몸 쪽에 들어온다고! 이런 걸 참으면 그건 타자에게 죄악이나 다름없다고.’

다음에도 비슷한 공이 나오면 배트를 휘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한 딜런 카터를 보며 닉 스탠리 감독이 고갤 흔들었다.

‘안돼. 기다려야 해. 저건 함정이야.’

하지만 함정임에도 배트를 내밀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닉 스탠리 감독도 알고 딜런 카터도 알고 있었다.

2구째.

아까와 똑같은 코스.

타자가 딱 치기 알맞은 타이밍.

똑같은 공이 날아들자 딜런 카터를 참지 못하고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Fxxk! 체인지업이야!’

80마일 후반의 패스트볼과 비슷한 타이밍에 날아든 공이 어느 순간 그 자리에서 멈췄다.

물론, 그가 그렇게 느낀 것일 뿐이었다.

따악!

-유격수 방향!

-그대로 땅볼을 처리하면서 1루로!

“아웃!”

딜런 카터는 그제야 후회를 했다.

‘멍청한 자식! 참았어야지!’

완벽한 체인지업 타이밍이었다.

이건 타자도 알만큼 확실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80마일 후반의 포심 패스트볼만 떠올리며 노련한 투우사에게 달려드는 미련한 투우처럼 굴었다.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딜런 카터가 여유롭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를 보며 두 눈을 찌푸렸다.

다음에는 꼭 안타를 만들겠다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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