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12화 (112/198)

#112. 여름의 시작(2)

2회 초.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발 투수.

브랜든 듀폴트가 커브를 던지기 무섭게 호세 피자로가 시원한 홈런 한 방을 때리며 선취점을 가져왔다.

-호세 피자로오오오!

-대단합니다!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가져오는 호세 피자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1대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힘을 쓰지 못하는 시애틀 매리너스!

2회 말.

다시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타자들은 평소보다 더 위력적인 강송구의 피칭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오늘따라 더 무섭군.”

“저 왼손에서 나오는 윽박지르는 패스트볼이 문제야. 왜 우리를 상대할 때 왼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거지? 다른 팀을 상대로는 오른손으로도 잘 던졌으면서 말이야.”

“데이브.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어?”

“그냥 잠깐 짜증이 난 것뿐이야.”

시애틀의 4번 타자인 데이브 손스텡이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마운드의 강송구를 노려봤다.

2회 말의 첫 타석에서 자신을 상대로 커브-너클-커브-커브라는 괴상한 볼 로케이션을 던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닝이 끝날 때까지 강송구를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그래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강송구가 이번 이닝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3회 초.

브랜든 듀폴트가 이번에는 1사 1, 3루의 위기에 빠졌다.

동시에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타자인 카디안 스타우트였다.

결과는 당연히 큰 타구였다.

-높게 뜹니다! 높게! 높게! 높게에에에!

-그대로 넘어갑니다!

-카디안 스타우트가 다시금 해냅니다! 점수는 이제 4 대 0으로 라스베이거스가 크게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3회 말.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 하나를 내주었지만, 침착하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이닝을 끝내고 다시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늘따라 더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를 보며 시애틀 매리너스의 더그아웃이 한층 더 우중충해졌다.

4회 초.

배른든 듀폴트가 굳은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라서 이번만큼은 무실점으로 깔끔히 이닝을 끝냈다.

계속해서 점수 차이는 4 대 0.

하지만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수들은 4대0이라는 점수 차이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4회 말.

다시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 * *

6회 말이 끝났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3번 타자인 하워드 멜란데인이 굳은 표정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완전히 우릴 우습게 보는군.”

“뭐?”

“캉이 던진 커브.”

“뭐가?”

“전력분석관이 보여준 캉의 커브 구사 비율 10%를 넘지 않았어.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지금까지 캉이 던진 커브의 구사 비율을 어렴풋이 계산해도 15%가 넘어.”

“그게 왜?”

“우릴 상대로는 그 어떤 구종을 던져도 잡아낼 자신이 있다는 뜻이잖아. 커브의 구사 비율이 평소에 적었던 이유가 뭐겠어? 다른 구종보다 경쟁력이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하지만 우릴 상대로는 신나게 던져댔지. 캉은 우릴 우습게 보고 있는 거야. 저 개자식이 말이야.”

옆에 있던 데이브 손스텡이 그런 하워드 멜란데인을 의부증에 걸린 옆집 새댁을 보는 것처럼 황당하게 바라봤다.

‘캉에게 신나게 털려서 그런지 몰라도 하워드가 상당히 히스테릭하게 변했군.’

데이브는 지금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애틀의 중심 타자가 히스테릭을 부릴 정도로 상대에게 꽁꽁 묶여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도 기분이 나빴다.

지고 있는데 기분 좋을 프로 선수는 없었다.

‘후우…… 느낌이 좋지 않아.’

데이브 손스텡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7회 초.

브랜든 듀폴트가 마운드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그는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랜든은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겠군.”

“잘 버텼지. 6이닝 4실점이면 준수한 편이니까.”

“갑작스럽게 선발로 등판한 것치고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아마도 시애틀의 하위 선발 자리 하나는 브랜든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내가 시애틀의 감독이라면 브랜든을 4선발로 낙점했을 거야. 타격은 몰라도 지금 시애틀의 투수진은 정말 형편이 없거든.”

따악!

다시금 들려오는 타격음.

브랜든이 굳은 표정으로 2루까지 달려나간 타자를 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좋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든 잘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브랜든 듀폴트가 피칭을 이어나갔다.

강송구도 그런 브랜든 듀폴트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슬라이더가 상당히 인상적이네.’

-확실히 슬라이더 하나는 좋네.

우효도 수긍했다.

저 슬라이더 하나만으로 브랜든 듀폴트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자격은 충분하다고 봤다.

그만큼 훌륭한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빠아아악!

높게 뜨는 공.

-높게 뜨는 공!

-그대로 넘어! 넘어! 넘어갑니다! 6대0까지 점수가 벌어집니다! 브랜든 듀폴트가 결국에는 7회 초에 완전히 무너집니다!

6.1이닝 6실점.

브랜든 듀폴트는 결국 7회 초를 완전히 책임지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상대로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렇게 끝이 난 7회 초.

강송구가 글러브를 들고 마운드에 올랐다.

* * *

-경기 끝났습니다!

-캉이 오늘 경기에서도 완봉승을 거두며 팀의 6 대 0 승리를 견인합니다!

-대단합니다. 절로 감탄만 나옵니다.

12K 완봉승.

시애틀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강송구.

시애틀 원정시리즈의 첫 번째 경기를 승리로 가져온 라스베이거스는 두 번째 경기에서도 폭발적인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시애틀을 몰아붙였다.

그 결과 9-2 대승으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

하지만 원정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윌리 알비드레즈가 장염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4.2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 차이를 줄이지 못한 상태로 4 대 3으로 경기가 끝나며 시리즈 스윕까지는 가져가지 못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고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온 선수단은 AL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팀과 마주하게 되었다.

미네소나 트윈스.

AL에서 유일하게 7할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북부지구 최강의 팀이자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AL의 모든 지표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최강의 팀이었다.

58승 15패.

북부지구 2위인 클리블랜드가 33승 40패로 4할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승수 차이였다.

-와……. 지구 2위랑 거의 20승 차이가 나는데?

우효도 감탄할 수준의 차이였다.

“확실히 대단한 팀이야.”

6월 말에도 7할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뜻은 이 팀이 다른 팀보다 훨씬 뛰어나며 백업까지도 탄탄하다는 것을 말한다.

‘야구가 아무리 잘해도 6할의 승률을 넘을 수 없고, 아무리 못해도 3할의 승률을 보장받는 스포츠라지만……. 웃기게도 야구에서는 절대라는 말이 없으니 저 7할의 승률이 더 길게 이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야겠군.’

어쩌면 이때까지 상대했던 팀과 전혀 다른 수준의 팀이 지금의 미네소타 트윈스라고 평가해도 좋았다.

-그래도 다행이야. 올해까지만 저 팀을 상대하잖아. 올해가 끝나기 무섭게 미네소타 트윈스의 27인 로스터에서 7명이 되는 핵심 선수들이 FA로 풀려날 텐데……. 지금 미네소타가 가지고 있는 페이롤로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불가능하지.’

그러니 더욱더 승부욕이 끌어 올랐다.

올해만 상대할 수 있는 AL 최강의 팀.

강송구의 두 눈이 모처럼 더 반짝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음날.

드디어 미네소타 트윈스와 3연전이 시작되는 첫 번째 경기가 있는 날이 밝았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라스베이거스의 홈 경기장인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 수많은 관객이 몰렸다.

홈 3연전의 첫 번째 경기.

상대 선발은 4승 4패 4.2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스티브 길레스프였다.

라스베이거스의 선발은 켄 크로윈.

부상에서 복귀한 뒤에 썩 성적이 좋지 않았던 켄 크로윈은 이번 경기에서 만회하겠다고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미네소타 트윈스는 쉬운 팀이 아니었다.

그 대단한 켄 크로윈이 3.2이닝 6실점으로 강판을 당했다. 그만큼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선은 압도적이었다.

물론, 라스베이거스도 밀리지 않았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함께 AL의 모든 지표를 양분하고 있는 팀이었기에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점수는 어느덧 14 대 12까지 왔습니다!

-이 경기가 이렇게 난타전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두 팀의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마운드를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9회 말까지 간 경기.

점수는 14 대 13으로 단 1점만 나오면 연장까지 이어지며 2점이 나오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마운드에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불펜 투수인 게빈 윌리암스가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었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승리조 불펜의 중심이었던 그는 이번 경기에서도 준수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노장도 고역인 것이 있었다.

‘덥군.’

게빈 윌리암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주간 경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777 베가스 그라운드의 내부가 조금은 덥게 느껴졌다.

‘돔인데도 이상하리만큼 덥네.’

분명히 돔 지붕이 닫혀있는데도 라스베이거스의 40도가 넘는 기온은 경기장 내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참을만하지.’

텍사스 레인저스의 예전 홈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파크 인 알링턴을 생각하면 여긴 천국이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잘 들어갔다.

고작 공 하나 던졌는데 땀이 흐른다.

에어컨을 열심히 틀어도 돔구장 전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요원한 일이었다.

다시 1구.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2구째도 잘 들어갔다.

하지만 게빈 윌리암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던진 공은 실투였다.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다시 초구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공을 던진 게빈 윌리암스는 흥건한 땀 때문에 이번에도 실투를 던졌다.

문제는 상대가 실투를 두 번이나 놓칠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빠아아아악!

높게 떠오르는 공.

게빈 윌리암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은 더위 때문이라고.

* * *

[에어컨을 풀로 돌려도 777 베가스 그라운드의 내부 온도는 무려 30도였다.]

[16 대 15로 끝난 경기. 16회까지 가는 치열한 경기의 승자는 미네소타 트윈스!]

[여름의 시작? 이미 시작된 여름! 라스베이거스의 기이한 날씨에 울고 웃는 메이저리그 선수들!]

[게빈 윌리암스, ‘돔구장에서 공을 던졌는데도 심하게 땀이 날 정도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날씨는 미쳤다.’]

기온 이상이 더 심해졌다.

어제 경기 라스베이거스의 낮 최고 온도는 44도까지 올라가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에어컨을 풀로 돌려도 내부의 온도가 그렇게 높았던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1차전의 뼈아픈 패배가 끝나고 이어진 홈 3연전의 두 번째 경기는 의외로 라스베이거스가 가져갔다.

“6월 말에도 이렇게 더운데 이러다가 7~8월까지 가면 진짜 50도가 넘는 게 아닐까?”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덥겠어?”

“그것보다 미네소타 녀석들 좀 봐.”

“제대로 더위를 먹었구만.”

두 번째 경기의 승패를 가른 것도 더위였다.

두 번의 낮 경기는 그 잘 나가던 미네소타 트윈스도 주춤하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더위가 변수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낮 최고 기온 43도! 에어컨으로도 막을 수 없는 더위.]

[시리즈 두 번째 경기의 승자는 라스베이거스! 더위를 앞세워 3 대 0의 깔끔한 승리를 가져가다!]

[내일 경기,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 vs 미네소타의 에이스가 맞붙는다!]

[내일 경기, 캉 vs 조단 칸투의 투수전 예상!]

1승 1패씩 나누어 가진 두 팀.

각 팀의 위닝 시리즈와 루징 시리즈를 가를 마지막 경기에서 두 팀이 자신들이 가진 최강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AL에서 유이한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긴 두 투수.

강송구와 조단 칸투가 내일 경기에서 맞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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