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10화 (110/198)

#110. 불운(3)

-뉴 양키 스타디움에서 멋진 투수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5회 초의 첫 번째 타자인 5번 타자 토미 리브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젊은 중견수.

토미 리브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배트 컨트롤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메이저리그 평균을 웃도는 능력을 갖췄기에 아드리안 모레혼을 상대로 멋진 한 방을 기대할 만했다.

-아드리안 모레혼의 초구!

-날카로운 커브가 낮은 코스에 정확히 걸쳤습니다! 토미 리브스가 배트를 내밀 생각을 못 했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토미 리브스를 지켜보던 라스베이거스의 원정팬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어지는 승부.

2구째 날아든 포심 패스트볼이 높게 떴다.

가운데에 몰리는 공이었음에도 아웃을 잡아냈다.

아드리안 모레혼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운이 좋았어.’

프로스포츠에서 운이란 요소는 많은 변수를 만든다. 특히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작은 불운이 그 경기 전체를 뒤엎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고 운이란 요소가 전부는 아니었다.

불운한 상황에서도 인내한 자가 승리하는 경기도 우리는 정말 많이 봐왔으니까.

동시에 경기 내내 운이 좋던 선수도 단 한 번의 불운으로 승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아드리안 모레혼은 생각했다.

오늘 경기 운이 따라 준다고.

거기다 컨디션도 최고였다.

‘감이 좋다. 오늘 경기 어쩌면 완봉까지 깔끔하게 이어나갈 수 있겠어.’

아드리안 모레혼은 확신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곧 흔들리기 시작했다.

따아악!

라스베이거스의 6번 타자.

앨빈 하인리히가 안타를 만들어냈으니까.

원래라면 상위 타선에 있어야 하지만, 최근 부진으로 그는 5~6번 타순에 배치되고 있었다.

-텍사스 안타!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빗맞은 타구가 야수들 사이에 딱 떨어지다뇨?

-앨빈 하인리히! 1루에 안착합니다!

-운이 따라주는 라스베이거스.

아드리안 모레혼이 1루로 진루한 엘빈 하인리히를 보며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았다.

‘괜찮아. 안타를 더 허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음 타자는 조던 웨스트버그.

대단한 공갈포 타자이기에 장타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조던 웨스트버그의 컨택트 능력은 많이 떨어지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어지는 초구.

아드리안 모레혼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에 맞춰 조던 웨스트버그가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틱!

이번에도 빗맞는 타구.

하지만 빗맞은 타구는 이번에도 아드리안 모레혼에게 불운으로 다가왔다.

-아! 유격수인 라이언 스파이크가 공을 더듬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앨빈 하인리히는 2루로! 그리고 조던 웨스트버그는 1루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으으으!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드디어 기회를 잡습니다! 두 번의 행운이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1사 1, 2루의 상황.

그제야 아드리안 모레혼이 두 눈을 찌푸리며 조금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그라도 두 번의 불운을 앞두고 마음의 평정심을 잡기에는 무리였으니까.

그래도 양키스의 에이스는 달랐다.

조금 시간을 끌며 멘탈을 가다듬은 아드리안은 8번 타자인 조던 델가도를 상대로 멋지게 삼진을 잡아냈다.

-환상적인 체인지업!

-아드리안 모레혼이 두 종류의 체인지업으로 조던 델가도를 완벽히 속이며 헛스윙 삼진을 잡아냅니다!

-이거죠! 이게 에이스의 덕목이 아니겠습니까?

뉴욕 양키스를 전담하는 중계진의 목소리가 바빠졌다. 대부분 아드리안 모레혼의 칭찬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

호세 피자로가 타석에 들어섰다.

아드리안 모레혼이 깊게 숨을 내뱉었다.

‘4번 타자와 상대한다는 마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호세 피자로는 하위 타선에 배치될 수준의 선수가 아니니까.’

지난 경기에서 발목을 조금 다친 호세 피자로는 스스로 하위타선에 배치되길 원했다.

오늘 경기에서 9번 타자로 출전하게 된 그는 사실 누구보다 상위타선에 어울리는 선수였다.

‘두 번이나 불운이 찾아왔으니……. 이번에는 제발 나에게 운이 좀 따라줬으면 좋겠군.’

아드리안 모레혼이 초구를 던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타구음.

빠아악!

가운데로 몰린 그의 초구를 호세 피자로가 정말로 완벽히 때려내며 큰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 순간 아드리안은 생각했다.

홈런을 맞았다고.

하지만 아드리안이 그렇게 찾던 운이 찾아왔다.

큰 타구는 생각보다 힘을 잃고 떨어졌다.

그리고 담장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맞고 튕겨 나와 필드에 떨어졌다.

-이미 앨빈 하인리히는 홈으로 들어왔습니다!

-중견수가 공을 잡아서 바로 유격수에게!

-그리고 바로 홈으로!

-홈승부! 조던 웨스트버그의 발이 느립니다!

와아아아아아!

뉴욕 양키스의 홈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잡았습니다!

-멋진 홈승부! 라스베이거스가 대량 득점을 할 기회를 놓치고 단 1점만을 얻어갑니다!

-환상적인 홈승부였습니다! 아! 조던 웨스트버그 선수가 정말 아쉬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대로 3점을 내줬다고 생각한 아드리안 모레혼도 멋진 홈승부로 마지막 아웃을 잡아내는 것을 보고 두 주먹을 번쩍 들면서 크게 포효를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양키스의 홈팬들도 같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지! 그렇지!”

“고작 1점 차이야! 할 수 있다고!”

“커모오온! 양키스!”

그렇게 5회 초의 위기를 1점으로 막아낸 뉴욕 양키스의 수비가 끝이 났다.

그리고 찾아온 라스베이거스의 5회 말 수비.

강송구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 * *

-드디어 1점을 얻었네?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드디어 3경기 만에 선취점을 가져왔다.

이제야 불은 끝에 작은 행운이 찾아왔다.

1 대 0이라는 점수 차이.

어떻게 보면 정말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강송구에게 있어서 1점은 그 어떤 점수보다 크게 다가왔다.

‘오늘 경기 끝까지 막는다.’

5회 말의 첫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양키스의 4번 타자.

엘리야 무어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강송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초구부터 몸쪽으로 컷 패스트볼을 꽂아 넣고 있었다.

-초구는 91마일의 컷 패스트볼!

-캉이 5회 말에도 상당히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나갑니다. 오른손으로 던지고 있음에도 말이죠.

더그아웃에서 땀을 닦던 아드리안 모레혼은 뉴 양키 스타디움의 짧은 우측 펜스를 의식하지도 않는 것처럼 매섭게 공을 던지는 강송구를 보며 두 눈을 찌푸렸다.

‘홈런이 무섭지도 않나?’

보통의 투수들은 뉴 양키 스타디움의 짧은 우측 담장을 의식해서 좌타자를 상대로는 신중하게 피칭할 수밖에 없었다.

뉴 양키 스타디움의 짧은 우측 담장은 좌타자에게만큼은 쿠어스 필드 부럽지 않은 이점이었다.

그렇기에 보통의 투수들은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에 바로 내지르는 피칭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강송구를 달랐다.

좌타자를 상대로 거침없이 몸쪽 공을 찔러넣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당연히 결과는 헛스윙 삼진.

엘리야 무어가 혀를 내두르며 타석에서 빠져나왔다.

‘느낌이 좋지 않아.’

아드리안 모레혼은 그 모습을 보며 어쩌면 5회 초에 내준 실점이 큰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승부.

강소구는 양키스의 5번 타자인 마이크 녹스를 상대로 안타를 내주며 1루 진루를 허용했다.

오늘 경기 첫 번째 피안타였다.

양키스의 블레이크 버니타 감독이 움직였다.

다음 타자에게 최대한 우측 담장으로 큰 타구를 보낼 수 있게 우타자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코스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라는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이는 6번 타자 켈빈 알칸타라.

그가 의욕적인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마이너에서 이제 막 콜업된 28살의 유망주. 조금만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조급함을 드러내겠지.’

나이가 많은 유망주였다.

아마, 그 어떤 선수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껏 발버둥을 칠 선수였다.

그만큼 조급할 것이다.

‘밀어치는 능력이 좋은 타자였지?’

초구는 우타자 몸쪽으로 꺾이는 싱커.

우선 타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간을 봤다.

“스트라이크!”

초구를 지켜본 타자.

조던 델가도와 강송구가 비슷한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사인을 교환했다.

둘의 생각은 비슷했다.

상대가 바깥쪽 코스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니 그에 따라서 살살 골려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무너지겠지.’

강송구의 생각처럼 2구째 날아든 몸쪽 스플리터에 헛스윙한 켈빈 알칸타라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오지 않자 바로 얼굴에 드러난 것이었다.

-쯧쯧……. 저 친구 곧 마이너로 내려가겠군.

우효가 혀를 차며 사과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옴뇸뇸뇸뇸.

우효가 사과를 뜯어 먹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강송구가 3구째 피칭을 이어나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바깥쪽 유인구에 조급함을 드러내던 켈빈 알칸타라가 완벽히 속으며 이번 이닝의 두 번째 아웃을 헌납했다.

-캉! 5회 말의 두 번째 아웃을 깔끔히 잡아냅니다!

-이건 켈빈 알칸타라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은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어떨까 싶은데요.

이윽고 5회 말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강송구가 체인지업으로 아웃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아드리안 모레혼은 5회 말에도 점수를 내주지 않은 강송구를 보며 두 눈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5회 초에 내어준 1점이 너무나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아드리안이 글러브를 들고 마운드로 올랐다.

* * *

8회 초.

아드리안 모레혼의 호투는 계속 이어졌다.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는 8회 초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 그의 패스트볼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드리안 모레혼! 8이닝 1실점의 호투를 가져가며 계속해서 역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운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캉을 상대로 양키스의 타선이 제 몫을 못 하고 있습니다.

양키스의 블레이크 버니타 감독은 그 광경을 보며 오늘 경기 어디서부터 흐름이 이상하게 바뀌었는지를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양키스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이기는 흐름의 경기였다. 비록 타선이 저 괴물에게 꽉 잡혔어도 수비에서만큼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어.’

그런데도 지금 양키스는 지고 있었다.

1 대 0으로 말이다.

동시에 조금은 강송구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 괴물을 상대로는 고작 1실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양키스의 타선이 아무리 노쇠화되었다고 해도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슈퍼스타들이다.’

그런 슈퍼스타들이 단 한 명의 투수에게 쩔쩔매고 있었다.

8회 말에도 그런 양상은 계속 이어졌다.

강송구가 던지면 양키스의 타자들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삼진과 아웃을 헌납했다.

-캉! 8회 말도 깔끔히 막으면서 완봉승까지 단 1이닝을 남겨둡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양키스의 타선이 완전히 꽁꽁 묶였습니다.

순식간에 끝난 8회 말.

양키스의 선수들은 오늘따라 1 대 0이라는 점수 차이를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패배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오늘따라 더욱 불운하게 느껴지는 양키스의 에이스가 9회 초의 수비를 위해 다시금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헛스윙! 삼지이이인!

-아드리안 모레혼! 9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서 자신이 왜 양키스의 에이스가 되었는지를 증명합니다!

-환상적인 체인지업이었습니다!

-왜 아드리안 모레혼이 두 종류의 체인지업을 던지는지를 이번 이닝에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맞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이 아드리안의 오프 스피드 피치에 완벽히 속았습니다.

9회 초가 끝났다.

아드리안 모레혼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9이닝 1실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승리를 가져갈 충분한 기록.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캉이 9회 말의 마운드에 오릅니다.

-아! 왼손입니다. 다시 캉이 왼손을 꺼내 듭니다!

-오늘 경기 확실하게 가져가겠단 뜻이겠죠?

-맞습니다.

다시금 왼손을 꺼내 들어 100마일 근처의 패스트볼을 던지기 시작한 강송구가 있었다.

첫 번째 타자는 4구 승부 끝에 내야 뜬공.

두 번째 타자는 6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그리고 마지막 타자는 1번 타자 가빈 럭스.

-좌익수가 뜬공을 확실히 잡아내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됩니다! 라스베이거스가 뉴 양키 스타디움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1 대 0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캉이 드디어 3경기 동안의 불운을 끝내고 드디어 시즌 11승을 달성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인 가빈 럭스.

그가 외야로 먹힌 타구를 내보내는 순간.

아이싱을 받던 아드리안이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경기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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