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06화 (106/198)

#106. 좌완 특급(3)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7번 타자.

션 버로우는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거짓이 아닌지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강송구가 던진 초구를 본 순간.

자신이 봤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도 99마일짜리 패스트볼.

그것도 강송구의 왼손에서 떠난 강속구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높게 떠오르는 공을 유격수 카디안 스타우트가 깔끔히 잡아내면서 이번 이닝의 첫 번째 아웃을 잡아내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입니다.

-좋은 코스로 들어가는 컷 패스트볼이었습니다.

100마일짜리 컷 패스트볼은 그 흉흉한 위력을 잘 드러내며 션 버로우를 다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고, 이어서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에게 날아든 날카로운 초구.

디트로이트의 8번 타자 안토니 볼프가 고갤 절레 흔들었다. 이건 건드릴 수 없는 공이었다.

‘패스트볼의 구위가 상상 이상이야.’

반대로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과 중계진은 잔뜩 흥이 난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좋았어! 나이스 볼!”

“캉! 캉! 캉! 캉!”

“삼진으로 잡아내자고!”

-캉, 초구부터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습니다. 상당히 날카로운 코스였죠?

-맞습니다. 5월 말이 되면서 뭔가 다른 것도 캉이 점점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캉이 강속구까지 갖추게 되는 것일까요?

훌륭한 제구력과 구위를 갖춘 오른손.

압도적인 구속의 왼손.

모두의 시선이 강송구에게 쏠렸다.

-캉, 두 번째 와인드업.

안토니 볼프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그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어차피 바깥쪽 코스를 못 때려낸다.

그렇다면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때려서 진루라도 어떻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이어서 들어오는 구종은 커브였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스트라이크.

코메리카 파크를 가득 채운 관중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또! 삼진을 내줄 생각은 아니지?”

“안토니! 총에 맞아 죽고 싶지 않다면 범타로 아웃을 당해! 삼진을 당하는 순간 진짜 죽여버릴 거야!”

빈 코메리카 파크를 가득 채운 욕설과 야유에 몇몇 선수들이 고갤 절레 흔들었다.

슈우우우욱!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이 코스 걸치는 코스다!’

안토니 볼프는 배트를 짧게 잡았음에도 바깥으로 빠지는 공을 커트하며 계속해서 승부를 이어나가게 했다.

따악!

“파울!”

커트를 해내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안토니 볼프는 이를 꽉 물었다.

이어지는 3구째 승부.

강송구의 선택은 몸쪽 컷 패스트볼이었다.

슈우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우웃!”

주심의 경쾌한 콜과 함께 관중들의 야유가 그 어느 경기보다 훨씬 짙어졌다.

“우우우우우우우우!”

“Fxxk! 타이거스!”

“왜 저 동양인 새끼를 거꾸러트리지를 못하는 거야!”

어마어마한 야유가 쏟아진다. 그리고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가 천천히 타석에 올라섰다.

허드슨 포츠.

지난 시즌에 디트로이트와 거액의 계약을 맺으며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주었던 선수였지만, 올해 그는 홈런 하나 제대로 때리지 못하는 그저 그런 하위 타선의 타자가 되었다.

그래도 최근 5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물론,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좋아하는 코스와 구종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까.

‘좋아하는 코스는 몸쪽, 그리고 가장 잘 때려내는 공은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이지.’

아마, 오늘 경기 안타를 맞는다면 허드슨 포츠가 그중 하나를 때려낼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허드슨 포츠의 별명이었다.

‘좌상바.’

좌완 상대 바보.

특히나 떨어지는 공을 던지는 좌완을 상대로 극악의 타율을 보여주며 고생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 50홈런을 때려낼 타자였지.’

강송구는 이런 선수가 상대하기 제일 편했다.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

단점만 후벼 파면 알아서 무너질 선수.

그게 바로 허드슨 포츠였다.

초구는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

“파울!”

98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따라 배트를 휘두른 허드슨 포츠가 ‘따악!’소리와 함께 3루로 떨어지는 공을 보며 혀를 찼다.

‘생각보다 구위가 더 좋다.’

그가 노린 것은 삼유간 사이를 빠져나가는 타구였다.

그리고 그런 타구를 충분히 만들어낼 능력도 있었다.

떨어지는 공만 아니라면 그는 100마일이 넘는 공도 자주 안타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강송구가 던진 공은 달랐다.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다.

배트가 밀리는 느낌이 제대로 전해진 것이다.

‘느낌이 좋지 않아.’

침을 꿀꺽 삼킨 허드슨 포츠.

따아악!

또다시 파울.

이번에도 3루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연이어 나오는 파울.

-허드슨 포츠의 배트가 캉의 구위에 밀리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초구와 다르게 이번 공은 가운데로 조금 몰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었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투 스트라이크입니다.

-그렇죠.

‘좋은 공이야.’

허드슨 포츠가 숨을 길게 내뱉었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는 이제 자신을 상대로 떨어지는 공을 던지며 삼진을 잡아낼 것이다.

그래, 이렇게 말이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삼진!

-캉이 3회 말도 깔끔히 막아냅니다!

-대놓고 던진 커브에 허드슨 포츠가 허무하게 삼진을 허용하며 무너집니다.

허드슨 포츠는 생각했다.

강송구의 왼손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은 다른 공보다 훨씬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말이다.

* * *

4회 초.

라스베이거스의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선 것은 랜디 에드워즈였다.

그는 숨을 고르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세 번째 마주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포수에게 엄살을 부렸다.

“좋은 공 좀 던져줘.”

“이미 신나게 두들기고 있잖아. 4회 초인데 벌써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고. 오히려 살살해 달라고 부탁해야 할 건 나랑 저기 마운드에 있는 자비온이라고.”

포수의 말에 랜디 에드워즈가 떨떠름하게 웃었다.

“신나게 때려도 점수가 나와야 기분이 좋지.”

그러고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많은 안타와 볼넷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점수는 0 대 0.

이미 3~4점은 만들었어야 할 상황임에도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은 상대 투수에게 꽁꽁 묶여 있었다.

초구는 바깥쪽 커브.

힘을 꽉 준 랜디 에드워즈의 배트가 포물선을 그린 공을 따라가지 못하고 허공을 휘저었다.

“헤이! 랜디! 집중해!”

“왜 이렇게 힘이 많이 들어갔어! 집중!”

“천천히! 천천히!”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은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랜디 에드워즈를 보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저 친구 잔뜩 힘이 들어갔네.

‘그럴 수밖에 없지. 4회 초까지 신나게 두들겼는데 결과는 아직도 0 대 0인 상태니까……. 조급한 거야.’

-점수가 나올 수 있을까?

‘믿어야지. 그래도 베테랑인데…….’

그래, 랜디 에드워즈는 베테랑이다.

27살의 선수가 어떻게 베테랑이냐 묻는다면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버틴 6년의 세월을 말해주면 된다.

그는 충분히 베테랑이라 불릴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2구째 승부.

랜디 에드워즈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차분하게 자비온 커리와 승부를 이어나갔다.

그래, 어차피 상대는 3이닝 동안 70구를 던졌다.

오래 던져봤자 5이닝 이상을 넘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오래 지켜본다.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면 자비온 커리가 알아서 마운드를 내려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좋아……. 해보자고.’

랜디 에드워즈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리고 제법 긴 승부가 이어졌다.

끈질긴 랜디 에드워즈를 보며 디트로이트의 포수가 작은 핀잔을 주었지만,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랜디 에드워즈는 아쉽게 아웃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작게 미소가 지어졌다.

반대로 아웃을 잡아낸 자비온은 아까보다 훨씬 지친 표정으로 다음 타자를 상대하게 되었다.

이윽고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카디안 스타우트.

자비온은 아까보다 더 긴장했다.

앞선 타자와 승부하며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상태였기에 더욱 주의하며 공을 던졌다.

하지만 그가 던진 혼신의 1구를 카디안 스타우트는 너무나도 쉽게 멀리 날려 보냈다.

-높게 뜨는 공!

-멀리! 멀리! 멀리! 넘어갔습니다! 카디안 스타우트의 솔로오오오오오오 홈런! 라스베이거스가 자비온 커리를 상대로 드디어 선취점을 만들어냅니다.

베이스를 돈 뒤에 홈플레이트를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선 카디안 스타우트를 보며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이 환히 웃으며 그의 홈런을 축하해주었다.

“나이스 배팅!”

“죽여주는 홈런이었어.”

“이러다가 올해 50홈런도 때리겠어.”

“카디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환히 웃는 선수들.

하지만 카디안 스타우트는 겸손했다.

“랜디가 아니었다면 홈런도 나오지 않았을 거야. 랜디가 끈질기게 승부해준 덕분에 상대 투수가 체력이 많이 빠졌거든.”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큰 타구음이 들려오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마운드에 있던 자비온 커리는 멍하니 홈런이 되는 공을 보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하지만 베테랑의 저력은 어디에 가지 않았다.

자비온 커리는 기어코 4회 초의 위기를 3점으로 틀어막으며 힘겹게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아마도 5회 초가 마지막 이닝이 될 것이다.

4회 말.

강송구가 천천히 마운드에 올라갔다.

디트로이트의 타선은 1~3번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이었기에 조금은 주의해야 할 상황.

하지만 강송구는 거침없이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코너에 걸친 공.

이어지는 2구째.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렸음에도 디트로이트의 1번 타자인 루크 레토는 제대로 배트를 내밀지 못했다.

‘컨디션에 제대로 올라온 건가? 그래도 우리와 경기에서 왼손으로만 던지는 걸까?’

루크 레토는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한 대가로 강송구에게 4구 만에 아웃을 헌납했다.

순식간에 아웃 하나가 채워졌다.

이어지는 타자와 승부.

2번 타자 제프 베이커.

앞선 타석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그는 이번 타석에서 만회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강송구의 패스트볼 무브먼트가 부담스러웠다.

거기다 99마일 근처의 구속도 문제였다.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아웃! 그대로 아웃! 캉이 제프 베이커를 상대로 초구를 던져서 아웃을 잡아냅니다!

순식간에 투 아웃을 잡아냈다.

강송구의 압도적인 활약에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이 더욱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4회 말의 마지막 타석.

필라델피아에서 데뷔해서 지금까지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아담 해슬리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어지는 승부.

초구는 패스트볼.

2구째도 패스트볼.

3구째도 패스트볼.

패스트볼 일변도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송구의 다음 사인에 조던 델가도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번 사인을 확인했다.

물론, 강송구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캉이 오늘 제대로 불이 붙었군.’

누구보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믿고 있는 조던 델가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트를 내밀었다.

‘팀의 에이스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어?’

사인 교환이 끝나기 무섭게 강송구의 공이 날아들었다. 이번에 던진 강송구의 선택은 ‘하이 패스트볼’.

타석에 선 아담 해슬리는 강송구의 발칙한 도발에 두 눈을 찌푸리며 바로 배트를 내밀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라는 팀에서 제일 타격이 뛰어난 자신을 상대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것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코스로 말이다.

상대 투수가 얼마나 자신을 우습게 보면 이런단 말인가?

‘제대로 혼내주지!’

하지만 결과는 그의 생각과 달랐다.

따악!

높게 떠오른 공.

동시에 아담 해슬리는 제 생각과 다르게 더 묵직한 강송구의 구위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좌익수 플라이 아웃! 캉이 이번 이닝도 깔끔히 막아내면서 4회 말의 수비로 깔끔히 끝냅니다.

-정말 이번 이닝은 패스트볼로 찍어누른 느낌입니다. 마치, 레드삭스의 로켓맨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압도적인 피칭이네요.

그렇게 끝난 4회 말의 수비.

너무나 빠르게 끝나서일까?

얼마 쉬지 못한 자비온 커리가 평소보다 훨씬 지친 표정으로 5회 초 수비를 위해 마운드를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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