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좌완 특급(1)
[강송구, 메이저리그 최다 탈삼진 17K 퍼펙트게임 달성!]
[미키 스토리 감독, ‘완벽했다. 우리는 시대를 지배할 수 있는 최고의 에이스를 얻었다.’]
[너무나 짜릿한 마지막 이닝의 퍼포먼스!]
[수준급의 다양한 구종을 사용하는 강송구를 상대로 어떤 구종을 노려야 하나?]
[99번 유니폼 판매량 급증!]
[코리안 비스트가 메이저리그의 타이탄이 되기까지.]
-주모오오오오오오!
-와……… 그냥 클래스 차이가 다르넼ㅋㅋㅋ
-아, 저렇게 던져야 역대급으로 엉망인 팀을 우승시킬 수 있구나. 갑자기 작년 대전 호크스의 코리안 시리즈 우승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음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대전 호크스 리그 9윜ㅋㅋㅋㅋ 강송구가 떠나기 무섭게 마법처럼 돌아간 놈들ㅋㅋㅋㅋ
-요즘 메이저리그 보는 맛이 있다.
-ㅇㅈㅋㅋ 아무리 국뽕이 싫어도 결국 메이저리그나 해외축구 보는 이유는 우리나라 선수가 뛰어서 그런 거 아니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건 맞지.
17K 퍼펙트게임.
한국 언론은 강송구의 퍼펙트게임 소식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반응은 뜨거웠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가 거의 없던 한국에서 다시 나타난 역대급 선수였으니까.
“후우…….”
하지만 강송구는 그런 관심에 무관심했다.
오직 다음 등판을 위해서 오늘 경기 혹사한 자신의 몸을 천천히 풀어주려 노력했다.
-꾸준한 관리가 선수 수명을 2~3년 더 늘려주지. 그리고 늘어난 선수 수명 2~3년이 종종 명예의 전당 입성과 입성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는 하지.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꾸준한 몸 관리가 완벽한 몸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치명적인 부상은 피하게 해준다. 그래서 선수는 항상 꾸준한 관리와 훈련이 필요했다.
-그것보다 이거 정말 맛있군.
저번에는 민트초코를 먹고 맛있다고 평가한 우효가 파인애플이 2배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를 먹으며 무척 흡족해하며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많이 먹어라.’
강송구는 관심 없다는 듯이 숙소 전화로 마사지사까지 부르며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모두 받은 뒤.
강송구는 피곤한 상태임에도 다음 등판 상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자료를 살폈다.
-참 신기한 팀이야.
“확실히……. 신기하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야구팬들에게는 빅마켓이라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빅마켓이라고 하기에는 디트로이트라는 도시는 대도시라고 하기에는 크게 몰락한 도시다.
하지만 야구광 구단주의 묻지마 투자로 인해서 여느 빅마켓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졌고, 2010년대 초반에 야구를 접했던 팬들에게는 디트로이트는 강팀이자, 빅마켓 구단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2030년.
마이클 일리치가 2017년 타계한 뒤에 그의 아들인 크리스토퍼가 구단을 이어받았고, 크리스토퍼 일리치는 2026시즌까지 부진을 면치 못한 타이거스를 팔아치웠다.
그리고 구단의 새로운 주인은 미국 최대 식료품 업체의 회장인 어느 중년 흑인에게 돌아갔는데, 그때부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두 번째 폭풍 투자가 이어졌다.
27시즌.
당시 유격수 매물 중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녔던 루크 레토를 8년 2억 2천만 달러에 데려오는 것이 시작이었다.
28시즌.
4년 동안에 통산 ERA 1.14와 143세이브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 투수인 알렉스 카리잘레스를 6년 9천만 달러에 영입했다.
29시즌.
준수한 이루수 자원인 안토니 볼페를 3년 5천만 달러에 영입하고, 준수한 3선발급 투수인 벤 스트랜드를 그간의 탱킹으로 쌓아온 유망주를 내어주고 데려왔다.
30시즌.
7년 2억4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매 시즌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주던 NL 최고의 홈런 타자이자 일루수인 허드슨 포츠를 영입했다.
그리고 찾아온 31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지금까지 12승 26패를 기록하며 3할 승률까지 기록하고 있었다.
당연히 AL 북부지구 4개의 팀 중에서 4위를 기록.
디트로이트는 아직도 리빌딩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선수들 개개인으로 보자면 분명히 잠재력도 넘치고 능력도 충분히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상승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판 대전 호크스가 아니냐는 조롱까지 한국팬들에게 듣고 있는 게 지금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였다.
“정말 신기한 팀이군.”
강송구의 말처럼 신기했다.
적어도 이 정도 전력이라면 최소 5할 승률은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강송구가 생각하는 전력보다 훨씬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말의 뜻은 선수들이 가진 능력 이외의 영역에서 뭔가 좋지 않은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사실 강송구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대였다.
이번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덕분에 투구폼이 미세하고 무너졌다.
거기다 체력도 다른 경기보다 많이 소모했다.
조금은 쉬어갈 필요가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AL 북부지구 꼴찌를 만났다.
‘6이닝 2실점 이내로 막을 수 있겠어.’
실점을 각오하고 체력을 보존한다면 2실점 이내로 6이닝 정도는 소화할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라스베이거스는 5월에 접어들었음에도 불펜들의 체력이 상당히 여유로웠기에 이번 경기에서 무리할 필요가 굳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얻은 보상은 안 까봐?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까야지.”
이번에 얻은 보상은 HoF등급의 카드 한 장.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보상이 상당히 짜디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송구는 딱히 불평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다 시스템 덕분이 아닌가? 이게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도 강송구는 다른 일을 하며 한 여자아이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뭐가 나오려나?
‘구속과 관련된 카드가 나왔으면 좋겠군.’
강송구의 중얼거림에 우효가 고갤 끄덕였다.
솔직히 이제 강송구의 스펙에 구속을 제외하면 더 추가할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HoF등급의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떠오른 알림창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오랜만에 보는 50장의 카드.
강송구는 환히 빛나는 카드들을 보며 오랜만에 어떤 카드가 나왔는지 천천히 살폈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카드는 단 한 장이군.’
그래도 나온 게 어디인가?
그 카드를 선택하기 무섭게 카드가 빠르게 회전했다.
검은빛이 흘러나오자 우효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넌 정말 운이 좋구나! 나중에 나 로또 살 때 번호 7개만 대신 불러줘!
이윽고 이상한 신호음이 들린 뒤.
강송구는 예전에 한 번 봤던 비슷한 알림창을 보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쀈꿸쒷쮏쀍을 획득하셨습니다.]
[비슷한 성능의 특성이 존재합니다.]
[하위 스킬이 존재합니다.]
[가지고 있는 스킬과 하위 특성을 융합합니다.]
[스킬이 재창조됩니다.]
[융합 중인 스킬과 특성 목록]
-‘The end of a Innings‘
-’버닝 스트라이크‘
-‘좌완 파이어볼러’
[남은 시간 49시간 59분 59초…….]
“이건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겠군.”
-그러게.
다만, 어떤 능력이 나올지는 융합되는 스킬과 특성의 목록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가 고갤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제 왼손으로 조금 더 오래 던질 수 있겠어.”
* * *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첫 경기에서 강송구의 대기록에 힘입어 대승을 거둔 라스베이거스는 이어진 두 번째 경기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나갔다.
[C.J 포스터 6이닝 3실점 호투!]
[라스베이거스의 투수들에게 퍼지는 컷 패스트볼 유행! C.J 포스터의 호투에도 컷 패스트볼의 영향이 있다?]
[C.J 포스터, ‘캉에게 커터를 배웠다. 하지만 난 캉처럼 완벽한 커터를 던질 수 없기에 조금 더 많이 노력할 생각이다.’]
[리그 1위로 치고 올라선 라스베이거스! 지구 라이벌인 LA 에인절스와 2경기 차이까지 벌리다!]
C.J 포스터의 호투.
그리고 폭발한 타선.
이어진 볼티모어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라스베이거스는 9회 말에 터진 멋진 역전 홈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콜로라도 로키스전부터 이어진 9연승.
라스베이거스의 5월은 4월과 전혀 달랐다.
그야말로 AL 서부의 최강팀이라고 불려도 어색함이 없는 경기력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었다.
미키 스토리 감독도 경기력이 올라온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다들 봤지? 내가 친 공이 저 멀리 날아가는 걸 말이야. 오늘 맥주 내기는 내 승리인 것 같군.”
“쳇……. 텄네! 텄어.”
“델가도의 홈런으로 난 탕진이야.”
“어째서 지금 타이밍에 홈런을 때린 거야? 이번에 제법 크게 배팅했단 말이야.”
투덜거리면서도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이 홈런을 때리고 들어온 조던 델가도를 축하해주었다.
홈런 한 방을 때리고 들어온 조던 델가도는 더그아웃 의자에 앉아 뭔가를 고민하는 강송구의 옆에 앉았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
“음……. 조던.”
“그래, 왜?”
“내가 9이닝 동안 왼손으로 던지면 어떨 것 같아?”
조던 델가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9이닝 내내 왼손으로 던지는 캉이라고?’
장담하건대 강송구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부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좌완 투수들의 이름이 한 번씩은 불려 나올 것이다.
타자로서 느끼는 감정은 순화하자면…….
“짜증이 날 것 같은데?”
조던 델가도의 말을 듣고는 강송구가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좌완 특급]
-종류: 스킬
-효과: 사용 시 9이닝 동안 왼손으로 공을 던질 수 있습니다.
-오른손으로 던질 수 있는 구속의 +10㎞/h보정 효과를 받습니다. (오른손의 구속이 155㎞/h를 넘는 순간 왼손의 최고 구속은 160㎞/h로 고정됩니다.)
-왼손으로 던질 수 있는 구종이 최대 3개로 고정되며, 매 스킬 사용마다 사용할 수 있는 구종이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단, 포심 패스트볼은 제외)
-오른손보다 제구력이 조금 떨어집니다. 하지만 공의 구위는 크게 상승합니다.
-체력을 조금 크게 소모해서 왼손으로 던질 때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질 수 있습니다.
-4일에 한 번 사용이 가능합니다.
훌륭한 스킬이 나왔다.
아니, 이건 사기에 가까웠다.
우효도 이걸 보는 순간 이를 꽉 물고는 ‘오랜만에 왜 이렇게 아니꼬운 기분이 들지?’라고 했으니 말이다.
9이닝을 왼손으로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구속 보정까지 있었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정도 핸디캡은 감수할 수 있었다.
애초에 왼손으로 던질 때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을 제외한 구종은 잘 던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강송구를 보며 조단 델가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혹시 다음 등판에 왼손으로만 던질 생각이야?”
조던 델가도의 물음에 그가 고갤 끄덕였다.
“그래, 왼손으로 9이닝을 소화할 생각이야.”
강송구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갤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