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95화 (95/198)

#95. 죄는 미워하되 휴지통은 미워하지 말라(1)

공이 크게 튀었다.

타자가 친 타구가 내야를 뚫으려고 발악하는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높게 튀었다.

하지만 큰 바운드와 함께 타구는 힘을 잃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은 이루수에게 아주 맛있는 먹잇감이 되어서 글러브에 쏙 들어왔다.

이루수가 곧장 2루 커버를 들어가는 유격수에게 공을 던진 뒤에 공을 받은 유격수는 바로 1루로 공을 던졌다.

슬라이딩조차 하지 못한 주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1루를 봤고, 1루로 뛰던 타자는 1루수의 미트에 공이 틀어박힌 것을 보고도 전력으로 뛰다가 결국에는 속도를 줄였다.

-병살타!

-아! 정말로 깔끔한 병살타였습니다.

-캉이 9회 말도 깔끔히 막아냅니다!

그래.

이게 끝이었다.

에이스와 에이스의 대결이라고 평가되던 오늘 경기는 너무나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강송구는 완봉승을 기록했고.

메켄지 고어는 8이닝 3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오클랜드의 홈팬들은 그 광경을 보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고, 라스베이거스의 원정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아아아아아아아!

-경기 끝났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3 대 0 승리를 거둡니다!

탄식과 환호성이 끝나고.

그 뒤는 야유와 조롱이 이어졌다.

오클랜드 홈팬들의 야유와 조롱의 대상은 오늘 경기에서 단 하나의 점수도 만들지 못한 타자들이었다.

“내 아들이 찹스틱을 들고 타석에 들어가도 너희보다는 볼넷 하나는 더 만들 수 있겠다! 이 XXX같은 놈들아!”

“우우우우! 그냥 꺼져! 오클랜드에 너희 같은 프로 스포츠팀은 필요 없으니까!”

“이 자식들은 야구도 못 해! 시설도 엉망이야! 거기다 의욕까지 없어! 완전 Fxxking XXX같은 새끼들이야!”

그런 가운데 라스베이거스의 원정팬들은 그들을 조롱하는 챈트를 외치며 즐긴다.

“라스베이거스의 두 번째 홈 경기장은 오클랜드라네!”

오클랜드 선수단의 가슴을 스치는 무수한 화살들이 그라운드를 지나서 선수들에게 꽂힌다.

그건 뱀과 같았다.

그것도 독한 독니가 있는 독뱀.

그들의 야유와 조롱이 선수들의 심장과 등골을 차갑게 만들며 내일 경기에 큰 영향을 주겠지.

반대로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은 달랐다.

압도적인 승리.

특히나 4경기 모두 기본적으로 8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단 하나의 점수도 내주지 않은 강송구를 보며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알 수 없는 듬직함을 느꼈다.

적어도 저 선수는 믿을 만하다.

절대 쉽게 무너질 선수가 아니다.

오클랜드의 타자들이 메켄지 고어의 눈치를 보면서 침을 삼키는 것과 다르게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은 강송구가 기록한 완봉승을 축하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또 다음날이 찾아왔다.

* * *

라커룸은 고요했다.

앞선 두 경기의 패배가 끝나고 그다음 경기에서 팀의 에이스가 만들어준 승리는 달콤했다.

하지만 그게 다음날까지 가지는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다시 시애틀을 제치고 지구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미키 스토리 감독이 선수들 앞에 섰다.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어제의 승리는 잊어라. 승리의 맛은 짧고, 패배의 맛은 조금 길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월드시리즈도 결국에는 한 시즌이 지나면 그저 하나의 영광일 뿐이다. 하지만 패배는 정말로 조금 길게 남지. 필라델피아가 기록한 1만 패가 그들의 별명을 만패팀이라고 만든 것처럼 말이지.”

-오……. 메모해야지. 승리의 맛은 짧고……. 패배의 맛은…….

우효는 상사의 말을 듣고 감명받은 신입사원처럼 작은 메모장에 그가 내뱉은 말을 적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켄 크로윈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오클랜드의 타선을 상대로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보여주었다.

경기는 9 대 1로 승리했다.

-경기 끝납니다!

-라스베이거스가 앞선 두 경기에서 승리를 내줬지만, 나머지 두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동률을 기록하는 나쁘지 않은 원정시리즈를 보냈습니다.

-다음 원정은 미네소타 원정이죠?

-맞습니다. 미네소타 3연전에서 과연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궁금해집니다.

쉴 틈이 없었다.

오클랜드 원정이 끝나기 무섭게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단은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미네소타로 향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연패를 끊고 연승을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미네소타 트윈스 원정 3연전에서 라스베이거스는 스윕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윌리 알비드레즈는 이번 시리즈가 끝나고 시원하게 자신의 옹졸한 질투심을 털어냈다.

그리고 강송구에게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자신이 졌으며 1선발은 네 역할이라고.

윌리 알비드레즈도 확실히 좋은 투수였다.

하지만 미네소타와 경기에서 6.2이닝 2실점의 호투를 했음에도 매 경기 8이닝을 소화하며 아직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강송구를 넘어설 수 없었다.

그렇게 선발진의 서열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다가온 4월의 마지막 경기.

홈에서 치러진 캔자스시티 로열스 2연전의 첫 경기에서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라 7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눈을 감고 배트를 휘두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루키에게 허용한 럭키 홈런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 연속 이닝 무실점에 도전할 수 있을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당연히 승리를 거둔 것은 덤이었다.

그렇게 강송구의 4월이 모두 지나갔다.

5경기 5승 0패 41이닝 1실점.

노 히터 한 번과 완봉승 한 번.

당연히 4월 ‘이달의 선수상’은 강송구에게 돌아갔다.

그렇게 4월이 끝나고, 5월이 찾아왔다.

* * *

메이저리그의 전초전이 끝났다.

4월이 끝나기 무섭게 전문가들은 시즌 초의 승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손해를 봤는지 빠르게 계산했다.

당연히 라스베이거스는 제법 평가가 좋았다.

첫 번째.

무난한 선발진이 바뀌었다.

강송구-켄 크로윈-윌리 알비드레즈.

세 명의 투수로 이어지는 상위 선발진은 ‘트로이카’라고 불려도 될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지난 시즌에 확고한 에이스가 없다는 평가와 다르게 강송구라는 확실한 1선발과 29시즌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는 켄 크로윈의 활약이 제일 도드라졌다.

그렇다고 윌리 알비드레즈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윌리 알비드레즈도 준수한 기록을 보여주며 미래를 기대하게 하기 충분했으니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지난 시즌보다 훨씬 탄탄해진 내야 수비진.

특히 이번 시즌에 AL 최고라고 평가받는 내야 수비진의 탄탄함은 라스베이거스에 큰 이득을 안겨주고 있었다.

4월에 가장 실책이 없는 구단이자, 수비에서 가장 많은 슈퍼 플레이가 나오며 역전을 만들어낸 경기가 많았다.

마지막 세 번째.

지난 시즌보다 더 많아진 홈런의 수.

수비도 좋은 팀이 장타력도 좋았다.

덕분에 요즘 한국 팬들은 탄탄한 마운드와 화끈한 장타력으로 시원하게 경기에서 이기는 강송구의 라스베이거스를 ‘국민팀’이라 부르며 좋아했다.

물론, 어마어마한 인기 뒤에는 그에 따른 안티가 생기는 것은 숙명과도 같았지만 말이다.

[제목: 강송구 저거 거품임]

-내용: 4월 반짝하고 5월에 폭망한다. 왜? 모든 지표가 강송구의 하락을 예상하니까.

여기 내가 올린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강송구의 포심 패스트볼이 95마일 이상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공략당하고 무너지게 되어 있다. 알겠냐?

WAR은 구식 기록이야.

이제 새로운 기록이 나올 때가 되었다.

-가져온 전문가 자료도 그냥 미국에 흔하게 있는 엉성한 아마추어의 자료임ㅋㅋㅋㅋ 제대로 증명도 되지 않은 이상한 공식 쓰는 애들ㅋㅋㅋㅋㅋ

-마! WAR은 장식이가?

-ㅋㅋㅋㅋㅋㅋㅋㅋ 거품좌 또 왔네

-41이닝 1실점을 해도 거품이면……. 한국에서 37이닝 5실점 한 박태오는 도대체…….

-아 꼬우면 너도 라스베이거스에 정배 걸라궄ㅋㅋㅋ

-근데 진짜 양키스도 어지간하다;; 라스베이거스보다 돈 오지게 처박았는데 지구 꼴찌를 하네.

-그거 단장이 암흑기운 있어서 그래.

-ㅋㅋㅋㅋ 진짜 양키스는 단장이 바뀌면서 맛이 확 간 느낌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양키스는 양키스다. 저러다가 코어 찾고 순식간에 리빌딩 끝내고 악의 제국이라 불리겠지.

-고건 ㅇㅈ함.

-지금의 대전 호크스가 양키스보다 쌤 ㅇㅈ?

-난 궁금해 이 새끼 대전 호크스 악질인지……. 아니면 진짜 팬인지를 모르겠어.

-대전 호크스……. 강송구 나가고 바로 나락행.

-그래도 7위 잘 사수하고 있자넠ㅋㅋ

쯧쯧.

우효가 스마트폰을 보며 고갤 흔들었다.

-멍청한 녀석들. 대전 호크스는 이번 시즌에도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그러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런 우효의 옆에 강송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느 기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충분히 좋은 팀이다. 하지만 강력한 선발진만으로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다.’

그래, 맞는 말이다.

라스베이거스가 다른 시즌과 다르게 4월부터 5할에 가까운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는 강력한 선발진 덕이 크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말이 왜 나오겠는가?

하지만 야구는 짧게 한 달만 치르는 스포츠가 아니다.

‘확고한 선발진과 나쁘지 않은 셋업, 마무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사이를 이어줄 불펜진이 없다. 지금처럼 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만약에 누군가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뛰어난 선발진을 갖췄던 뉴욕 메츠도 뛰어난 상위 선발진과 마무리를 이어주는 중간 계투가 없어서 몇 년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무너졌던가?

대부분의 우승팀에는 윤활유와 같은 준수한 중간 계투가 존재했다. 심지어 대전 호크스도 후반기에 콜업된 신인 투수가 중간 계투로 쏠쏠히 활약해 주지 않았던가?

‘그래도 대전 호크스보다 상황은 좋군.’

이번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불펜진이지만, 지난 시즌 라스베이거스를 와일드카드로 이끌었던 것도 지금의 불펜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이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충분히 라스베이거스는 우승권에 가까운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른 시일 내에 선발진이 무너지면 선발진을 대신해서 팀을 지탱할 게 무엇이 있을까?’

타선이 약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공갈포에 가까운 타자들이기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불펜진이 지금 당장 각성하며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강송구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평소보다 훨씬 따듯한 날씨.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더위를 느낄 지경이었다.

일반적인 라스베이거스 날씨가 아니었다.

[평소보다 빨리 온 더위! 5월 초부터 뚜껑을 덮으며 돔구장으로 변화한 ‘777 베가스 그라운드’]

[이상기온에 당황하는 미국인들.]

[전 세계에 기상이변……. 어떤 영향이 생길 것인가?]

6월부터 최고 40도 근처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라스베이거스의 평소 기온과 다르게 한 달 정도 이른 시일에 라스베이거스의 최고 온도가 36도에 이르렀다.

다른 곳도 비슷했다.

온도가 갑자기 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선수들의 몸이 빠르게 올라온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빠르게 올라온 몸 때문에 평소보다 더 무리한 플레이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잘한 부상으로 로스터에서 이탈하는 선수들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켄 크로윈 4주짜리 부상!]

[큰 문젯거리는 아니지만 4주 정도 자리를 비워야 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켄 크로윈!]

[5월에 접어들기 무섭게 찾아오는 부상의 망령!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들의 줄부상 소식!]

그 첫 번째가 켄 크로윈이었다.

팀의 2선발 투수가 순식간에 한 달을 비우게 생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조던 델가도 2주짜리 부상.]

[주전 포수의 부상! 위기의 라스베이거스!]

주전 포수까지 부상으로 빠지게 되었다.

정말 이상기온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부상을 당할 시기가 찾아와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라스베이거스는 대처할 뿐이었다.

마무리 후보로 뛰던 C.J 포스터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함과 동시에 트리플A에 있는 젊은 투수가 콜업되었다.

조던 델가도는 로스터에서 빠지지는 않았지만, 원정까지 따라오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5월 2일부터 시작된 탬파베이 원정 3연전이 시작되었다.

결과는 1승 2패.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며 끝을 맺었다.

특히나 조던 델가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시리즈라고 할 수 있었다.

헤이든 존스가 수비에서는 정말 뛰어났지만, 타율은 0.160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던 델가도였다면 하나 만들어줬을 상황에서 헤이든 존스는 시원하게 삼진을 당하며 여러 팬의 뒷골을 잡게 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탄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단은 아직도 멸칭인 ‘휴지통’을 벗어나지 못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원정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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