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90화 (90/198)

#90. 에이스의 품격(1)

[강송구 메이저리그에서도 노 히터! 미스터 제로의 명성은 미국에서도 계속된다!]

[시즌 초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과연 올해에도 와일드카드에 진출할 수 있을까?]

[4월의 라스베이거스는 이제 다르다? 시즌 초반이지만 4할 승률에서 벗어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또 다른 홈 3연전! 부진에 빠진 양키스와 마주하게 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중국 매체, ‘강송구 사실은 중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주모오오오오오오!

-시범경기에서 강송구 폭삭 망했다고 말한 애들 뭐하냐? 머리 박아야겠지? 강송구의 피칭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ㅋㅋㅋ 참깨들 또 저러넼ㅋㅋㅋ 뭐만 좀 잘하는 한국인 나오면 ‘중국 어디 출신의 후손이다.’ 드립 나오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중꿔들은 축구굴기나 열심히 하시라구욬ㅋㅋㅋㅋ

-근데 최근 AL 동부는 미쳤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지만 토론토랑 볼티모어가 1위 싸움을 하고 있다니…….

-양키스가 지구 꼴찌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강송구와 관련된 기사가 한국에 빠르게 도배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현지에서도 강송구의 노 히터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이번 시즌에 라스베이거스가 어떤 약진을 보여줄지 작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라스베이거스는 4월 14일에 자신들의 홈으로 뉴욕 양키스를 초대했다.

지금 부진에 빠진 양키스였지만, 구성된 선수들의 명성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었다.

그리고 양키스와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한 켄 크로윈이 5이닝 6실점의 좋지 않은 피칭을 보여주며 무너졌다.

동시에 두 팀의 타선이 폭발.

14 대 10이라는 점수 차이로 양키스가 1승을 가져갔다.

다시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라스베이거스.

라커룸의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한 경기마다 분위기가 아주 들쭉날쭉하군.’

강송구가 주변을 살폈다.

-그래도 대전 호크스랑 완전 다른데?

‘당연하지. 대전 호크스는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물이 새고 있는 낡은 통통배였다면, 지금 이 팀은 가끔 묘한 타이밍에 엔진이 꺼지는 최신식 크루즈니까.’

적어도 라스베이거스는 침몰할 위험은 없다.

다만, 우승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순간에 자주 멈춰버리는 엔진을 수리해야겠지.

그때 누군가 강송구에게 다가왔다.

‘시작됐군.’

동시에 강송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킴.”

“내 성은 킴이 아니라 강이야.”

“그래? 동양인들은 다 비슷해서 말이야.”

“그래서 용건 있나?”

“용건? 용건이야 많지.”

이상한 말로 트집을 잡는 남자.

강송구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3선발인 윌리 알비드레즈를 바라봤다.

저 멀리서 조던 델가도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중재를 하려고 다가오려는 것을 강송구가 눈짓으로 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덩치가 윌리 알비드레즈를 압도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 크기에 압도당할 수 있었지만 윌리 알비드레즈는 달랐다.

독기가 가득한 눈으로 강송구를 노려봤다.

윌리 알비드레즈의 옆에는 그와 같이 다니는 선수 몇몇이 붙어 있었다.

강송구가 물었다.

“이런 시답지 않은 시비는 그만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 원하는 게 뭐지?”

사실, 강송구는 윌리 알비드레즈가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이유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29시즌에 17승 9패 3.5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라스베이거스의 에이스가 될 투수로 많은 이들이 점찍던 선수가 바로 윌리 알비드레즈였다.

하지만 30시즌에 그가 9승 14패 4.3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진 사이에 켄 크로윈이 나타나 29시즌에 자신이 기록했던 17승 9패를 기록하며 새로운 에이스 후보로 낙점되었다.

그리고 절치부심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한 윌리 알비드레즈에게 또 다른 난관이 생겼다.

바로 한국에서 날아온 강송구였다.

-아! 그래서 저렇게 삔또가 상했구나!

우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다.

프로라면 저 정도의 프라이드를 갖춰야 한다.

다만,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거는 것은 좀 아니었다.

-쯧쯧……. 애새끼도 아니고 말이야. 옆에 자기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을 데리고 압박하는 건 아니지.

차라리 켄 크로윈처럼 경기력으로 1선발의 자리를 되찾으려고 했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프로니까.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야 하니까.

하지만 라커룸 내의 평판으로 1선발을 따내려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우효가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입을 꾹 닫은 윌리 알비드레즈.

강송구가 그런 윌리 알비드레즈와 주변에 있는 선수가 모두 들을 수 있는 크기의 소리로 말했다.

“시비를 거는데, 적어도 나랑 치고받을 생각은 아니겠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어.”

“…….”

“그러니까 다른 방식으로 정하자고.”

“뭐?”

“1선발. 4월 한 달 동안 기록한 성적을 합쳐서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1선발 자리를 가져가는 거지. 어때? 이 정도면 너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강송구가 제안한 방식에 윌리 알비드레즈가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대답을 듣고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그때 반대쪽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켄 크로윈이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나도 끼어도 되지?”

“물론.”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윌리 알비드레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환기된 라커룸의 분위기.

다시금 모든 선수가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선수단의 분위기를 보며 팀의 주장인 랜디 에드워즈가 묘한 표정으로 세 명의 투수를 바라봤다.

* * *

양키스 홈 3연전의 두 번째 경기.

강송구에게 시비를 걸었던 3선발 투수인 윌리 알비드레즈가 마운드에 올랐다.

“흡!”

윌리 알비드레즈의 손에서 빠져나간 스플리터가 빠르게 꺾이며 타자의 배트를 피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너무나도 깔끔한 스플리터였다.

강송구가 던지는 스플리터와 비교해서 부족할 것이 없는 공이 그의 손에서 튀어나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일본 출신의 투수 인스트럭터에게 배운 포크볼이 그의 두 번째 무기였으니까.

패스트볼-스플리터-포크 볼.

위 세 가지 구종을 활용해서 윌리 알비드레즈는 같은 손 타자에게는 극강의 위력을 선보였다.

후웅!

스플리터 궤적에 맞춰 배트를 휘두르면 백스핀이 아닌 탑스핀으로 회전하는 포크볼을 던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기다란 손가락에서 나오는 포크볼은 그가 던지는 스플리터와 비교해서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두 구종의 힘으로 8.1이닝 3실점의 호투를 보여준 윌리 알비드레즈가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커모오오오온!”

오늘 경기.

어쩌면 승리를 가져갈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9회 초에 마운드에 오른 클로저 후보인 바비 할이 치명적인 실점을 하며 4 대 3으로 경기는 패배로 끝이 났다.

조금은 허탈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는 달랐다.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선 윌리 알비드레즈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꾸준히 성적으로 증명한다. 지금의 성적이 뛰어난 캉도 결국에는 크게 실점하며 무너지는 경기가 나올 수 있다. 그때까지 난 지금과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면 돼.’

차근차근 하나씩.

그게 윌리 알비드레즈를 메이저리거로 만든 원동력이자 삶의 모토였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얻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팀을 믿으면 언젠가 팀원은 보답을 해주었으니까.

거기다 투수의 승패는 예전과 다르게 그 가치가 많이 떨어진 구닥다리 기록이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그래, 천천히 한 걸음씩.

그렇게 나아간다면 라스베이거스의 1선발이란 위치도 곧 그에게 떨어질 것이다.

* * *

양키스와 3연전의 마지막 경기.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는 다시 3연패를 하며 무너질 수 없다는 듯이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10 대 4라는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두며 홈 9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끝맺었다.

그리고 비행기에 올라탄 그들은 LA로 향했다.

같은 지구 라이벌.

매 시즌 라스베이거스의 디비전 시리즈 진출을 가로막는 최고의 난관인 LA 에인절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LA 에인절스 4경기.

오클랜드 4경기.

미네소타 3경기.

총 11경기의 지옥의 원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다행히 시즌 초였기에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비행기를 타며 넓디넓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은 정식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첫 단추가 중요했다.

‘정신적으로 지쳐도 성적이 좋다면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편이니까.’

강송구는 비행기 좌석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번 4연전의 두 번째 경기에 등판이 예정된 그는 머릿속으로 LA 에인절스의 타선을 떠올렸다.

‘펀치력이 뛰어난 타선. 그렇다고 발이 느린 것도 아니며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타격 하나만 놓고 본다면 AL 상위권에 드는 능력을 갖춘 게 바로 에인절스의 타선이었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리그 최악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내야진.

자주 불을 내며 방화하는 불펜진.

두 가지가 가장 큰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LA 에인절스는 매 시즌 라스베이거스를 따돌리고 리그 1위로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만큼 타선의 힘이 강하고 선발진이 확실하게 이닝을 먹어주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별다를 것은 없다.’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끈다.

그것만 할 수 있다면 투수로서는 최고의 활약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윽고 안전띠를 착용하라는 안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비행기가 LA 공항에 착륙했다.

* * *

투수에게 있어서 중요한 기록은 무엇일까?

삼진을 잡는 능력?

아니면 볼넷을 덜 주는 능력?

아니다.

이닝을 먹어주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완투’라는 기록이 그중에서도 가장 고평가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왜?

완투했다는 것은 단순히 그 투수가 9이닝을 소화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 투수가 야구 커리어에서 하나의 경기를 온전히 책임을 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 투수에게 완투란 것은 단순히 그 선수가 멋진 변화구를 던진다거나 강한 구속을 뒀다는 것을 떠나서 그 선수가 한 경기를 완벽히 책임질 수 있는 기량을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에이스의 덕목으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경기에서 8.1이닝을 소화한 윌리 알바레즈는 충분히 에이스에 어울리는 투수였다.

하지만 조던 델가도의 생각은 달랐다.

‘캉이 진짜 에이스지.’

첫 번째 경기에서는 8이닝 무실점.

두 번째 경기에서는 노 히터를 기록했다.

누구보다 긴 이닝을 소화해 주는 투수.

그게 바로 강송구였다.

거기다 전체적인 능력 부분에서도 윌리 알바레즈보다 더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다.

LA 에인절스 원정 첫 경기.

5선발 투수인 스티브 하그레이브가 6이닝 3실점의 준수한 호투를 보여주며 활약했다.

뒤를 이어서 불펜진이 올라갔고 라스베이거스는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2점 차이의 리드를 지켜내며 결국 7 대 5라는 스코어로 원정 첫 승리를 얻어냈다.

그리고 4월 18일, LA 에인절스의 홈구장인 에인절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은 어느덧 관중으로 가득 찼다.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있지만, 새로운 AL 서부지구의 라이벌로 떠오르는 두 팀의 대결이었기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만원 관중에 가까운데?

‘그렇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보여줘야지. 내가 어떤 선수인지를 말이야.’

이번에 새롭게 특성 퀘스트 완료권을 써서 잠금을 해제한 특성을 써먹기에 아주 좋은 무대이기도 했다.

거기다 에인절스와는 같은 지구이기에 자주 만난다.

그렇기에 더 중요했다.

지구 1위를 두고 경쟁하는 두 팀이니까.

1회 초.

에인절스의 1선발.

다리우스 킬슨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시즌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그가 얻어낸 승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예전 제이콥 디그롬이 1.7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음에도 고작 10승밖에 기록하지 못한 것처럼 다리우스 킬슨도 지난 시즌부터 올해까지 승운이 별로 없었다.

그는 이번에는 꼭 시즌 첫 승리를 따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초구부터 강한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싱커를 던졌다.

평균 93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91마일의 싱커를 섞어 던진 다리우스 킬슨은 1회 초의 선두 타자를 상대로 4구째 던진 싱커로 땅볼을 유도하면서 아웃을 잡아냈다.

이어서 삼진 하나와 내야 땅볼로 깔끔하게 이닝을 소화하며 왜 자신이 LA 에인절스의 1선발인지를 증명했다.

그리고 찾아온 1회 말.

라스베이거스의 1선발인 강송구가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의 마운드에 올라섰다.

그를 바라보는 LA 에인절스의 홈팬들은 긴장감이 어린 표정으로 거대한 동양인 투수를 바라봤다.

“저 친구가 저번에 노 히터를 기록했던 친구지?”

“실전에서 던질 수 있는 구종만 8개가 넘는다던데?”

“제발 우리를 상대로는 엉망으로 던졌으면 좋겠다.”

이윽고 가볍게 연습 피칭을 끝낸 강송구.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와 LA 에인절스의 원정 4연전의 두 번째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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