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84화 (84/198)

#84. 메이저리그 개막전(4)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4회 초의 첫 타자인 토니 피버스가 99마일로 날아든 강송구의 포심 패스트볼에 혀를 내둘렀다.

90마일 초반의 구속을 보다가 갑자기 왼손으로 날아드는 90마일 후반의 구속을 보니 정신이 혼미했다.

터덜터덜.

오늘 경기 두 번째로 당하는 아웃.

이어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2번 타자.

레오 코시오가 타석에 들어섰다.

-조심해라. 가끔 자기 구속에 취한 투수가 저런 강타자를 만나면 신나게 털리더라.

우효의 저주에 가까운 조언에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초구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흡!”

레오 코시오는 아까 봤던 공과 전혀 다른 구속으로 날아든 강송구의 패스트볼에 움찔 몸을 떨었다.

‘이렇게나 체감 구속이 빠르나?’

몸쪽으로 더 붙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몰랐다.

문제는 이런 공을 던지다가 90마일 초반의 슬라이더가 나오면 절로 헛스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지금처럼 말이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4구째 승부의 끝을 내는 강송구의 슬라이더.

레오 코시오가 혀를 내두르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3번 타자인 도미닉 스미스에게 슬라이더를 조심하라는 조언을 남겼지만, 우타자인 도미닉 스미스는 슬라이더가 아닌 강송구의 왼손에서 나온 스플리터에 헛스윙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따악!

그리고 5구째 승부 끝에 타격감이 흔들린 도미닉 스미스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을 잡아냈다.

-강송구 선수가 깔끔히 이번 이닝도 끝냈습니다.

-역시 왼손을 꺼내든 강송구 선수는 환상적인 좌완 파이어볼러거든요?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먹히는 수준의 구위와 구속을 보여줬습니다.

이어서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알렉스 노바.

그의 두 눈에는 의욕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점수는 2점 차이.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타자들이 강송구를 상대로 최소한 2점은 만들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슈우우욱! 펑!

“어우! 제대로 열이 받은 것 같은데?”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들자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조던 델가도가 킥킥 웃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아웃!”

기어코 100마일을 찍은 알렉스 노바.

자신의 최고 구속을 보여주며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와아아아아!

아무리 상대 투수여도 100마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대단함을 무시할 야구팬은 없었다.

그게 설사 상대 팀이어도 말이다.

구속의 폭력을 맛본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타자들이 눈을 찡그렸다.

“고작 2점 내줬다고 지랄발광을 다 하는군.”

“내 생각에 저 녀석의 피넛은 작을 거야.”

“피넛은 작고 빅 스네이크면 어쩌려고?”

“알렉스 노바 여친은 금발에 쭉쭉빵빵하잖아. 쟤 얼굴을 봐. 그게 작을 수밖에 없는 얼굴이라고.”

“제발 거기는 작아라…….”

그러는 사이에 4회 말을 깔끔히 막아낸 알렉스 노바가 위풍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우효가 고갤 흔들었다.

-이해할 수가 없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야구하는 놈들은 왜 저렇게 다 유치한 거야?

* * *

6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5회 초에 내준 안타 하나를 제외하면 오늘 그는 레드삭스의 타자들이 1루를 밟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오늘 경기 13번째 삼진! 그야말로 슈퍼 KKK쇼! 강송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삼진 머신입니다! 한국에서도 정말 많은 삼진을 잡아냈던 선수가 강송구 선수거든요!

-맞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주먹을 꽉 쥐며 좋아하는 라스베이거스의 팬들.

강송구의 삼진쇼는 계속 이어졌다.

반대로 더그아웃에 있는 레드삭스의 타자들은 두 눈을 부릅뜨며 마운드를 노려봤다.

‘이렇게 무력하게 있을 수 없어.’

‘알렉스를 위해서라도 점수가 필요해.’

‘어떻게든 출루한다.’

오늘 경기에서 강송구에게 단 하나의 안타만 빼앗아냈을 뿐, 제대로 된 득점 지원이 없던 레드삭스의 타선이었다.

거기다 오늘 강송구는 각 타자에 따라서 피칭의 스타일이 조금씩 바꾸는 얄미운 모습을 보여줬다.

타자들의 눈에서 불이 뿜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마음먹은 것처럼 강송구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90마일 초반의 구속임에도 바깥쪽 코스에 들어가는 강송구의 패스트볼은 쉬이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거기다 속임수를 쓰는 것처럼 강송구는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보스턴 레드삭스를 뒤흔들었다.

“Fxxking axxhole.”

결국에는 욕까지 나왔다.

주심이 힐끗 바라보니 얼굴이 붉어진 지터 다운스가 마운드에 선 강송구를 노려보며 침을 뱉고 있었다.

“지터……. 조금은 진정하는 게 좋을 거야.”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화를 내봤자 손해를 보는 것은 지터 다운스였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짜증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4구째 이어지는 승부.

지터 다운스가 조금은 몰린 듯한 커터를 때려냈다.

슈우우욱! 따악!

“파울!”

하지만 결과는 파울이었다.

타자가 기회를 만들려는 순간을 포착하기 무섭게 강송구는 타자의 기분은 나락에 떨어트렸다.

그가 선택한 공은 이번에 커브였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14번째 삼지이이이인!

-오늘 강송구 선수의 변화구가 날카롭습니다! 14번째 삼진을 잡아내는 코리안 비스트! 정말 놀랄 정도로 완벽한 커브가 지터 다운스를 속였습니다!

-정말…….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커브를 생각하지 않던 타자에게 커브를 던진 강송구의 의표는 제대로 적중했다.

덕분에 지터 다운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삼진을 헌납하며 타석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

14개의 K가 전광판 한쪽에 표시되었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팬들은 그런 강송구의 활약을 보며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쳤어! 드디어 우리 팀에도 에이스가 생겼다고!”

“젠장!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지금 나타난 거야? 오늘부터 캉의 유니폼을 사서 집에 걸어둘 거야.”

“멍청한 새끼! 난 이미 집에 걸어놨다고.”

“으아아아아! 좋았어!”

“캉! 캉! 캉! 캉! 슈퍼 캉!”

그때 강송구가 15번째 삼진을 잡아냈다.

순간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홈인 ‘777 베가스 그라운드’가 다시금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강송구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뛰어난 피칭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투구수도 그리 많지 않아요. 최소 8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9회 초까지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여유가 있는 강송구 선수입니다.

그리고 6회 초의 마지막 아웃을 잡아냈다.

그것도 삼진으로 말이다.

오늘 경기 16번째 삼진을 잡아낸 강송구.

그가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인 알렉스 노바는 그런 강송구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에는 그가 보여줄 차례였다.

마운드에 오른 그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2점 차이는……. 금방이야.’

그렇게 자기세뇌를 끝낸 그가 자신의 공을 던지며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을 찍어눌렀다.

평균 96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더욱 불을 뿜었다.

구속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6회 초에 강송구가 보여준 것처럼 그도 에이스의 품격을 지켜냈다.

-소름이 돋는 피칭이었습니다.

-알렉스 노바 선수도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모두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냅니다.

-생각해 보면 알렉스 노바도 이번 이닝을 끝내면서 12번째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오늘 정말 대단한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렉스 노바 선수는 경기 초반에 잃었던 2실점이 정말 크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8회 초.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 * *

‘마지막 이닝이겠군.’

불펜을 보니 투수 두 명이 몸을 풀고 있었다.

여기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면 바로 교체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번 이닝까지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득점권까지 주자를 보내게?

‘아니, 그럴 생각은 없다.’

강송구의 단호한 대답.

그의 시선을 보스턴 레드삭스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 오늘 경기는 여기서 끝낸다.’

8회 초의 선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5번 타자인 바비 달벡은 숨을 크게 내뱉으며 강송구를 바라봤다.

‘출루만 하자.’

팀을 위한 배팅이 필요한 시기다.

다행히 점수는 아직 2점 차이.

이번 이닝에 지친 선발 투수를 상대로 기회를 만든다면 해볼 만한 차이였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하지만 강송구는 그런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다시금 바깥쪽 코스를 집요하게 노리며 바비 달벡의 선구안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엿 같은 바깥쪽!’

바비 델벡이 이를 꽉 물었다.

바깥쪽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것일까?

왜 이렇게 바깥쪽을 좋아할까?

“이해를 못 하겠네…….”

혼잣말로 중얼거린 바비 델벡.

그를 보며 조던 델가도가 대답했다.

“곧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송구가 던진 너클 커브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날아들었다.

결과는?

당연히 아웃이었다. 타이밍이 맞지 않은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높게 떠올랐으니까.

따악!

여유롭게 공을 처리하는 내야수를 보며 강송구가 가볍게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호투.

‘777 베가스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 관중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캉! 캉! 캉! 캉!”

당연히 그럴수록 보스턴 레드삭스의 타자들은 멘탈적인 부분에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송구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6번 타자와 승부에서 오늘 경기의 17번째 삼진을 잡아내며 더욱 경기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아웃!”

이어서 강송구는 8회 초의 남은 아웃를 순식간에 잡아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이닝도 깔끔히 잡아냈다.

이닝을 끝낸 강송구.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자 개막전을 확실하게 책임진 그가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덤덤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더그아웃에 앉아서 아이싱을 하고 있던 알렉스 노바는 그런 강송구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안 엘런.

작년 인터리그에서 만난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NL 사이 영 상 수상을 세 번이나 한 투수.

부상만 없다면 컵스의 신으로 군림하는 투수.

‘그래, 이안 엘런과 너무나도 비슷해.’

현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는 투수 중 한 명을 떠올린 알렉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간은 금방 지나서 9회 초가 끝났다.

그리고 경기의 승자가 정해졌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을 보여줍니다!

라스베이거스가 강송구의 호투에 힘입어 AL 동부지구의 터줏대감인 보스턴 레드삭스를 깔끔히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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