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메이저리그 개막전(2)
[시즌 미션]
-목표: 15승, 150이닝, 150k, ERA 3.00을 기록하시오.
-보상: 특성 퀘스트 완료권
이번 시즌 작은 목표가 정해졌다.
물론, 저 목표만 이루기엔 강송구가 가진 능력이 훨씬 뛰어나기에 그는 더 높은 곳을 보고 있었다.
-마운드에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에이스인 강송구 선수가 서 있습니다.
-과연 개막전에서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특히나 우리 강송구 선수가 던지는 다양한 변화구를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이 공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거든요.
-맞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보스턴 레드삭스의 1번 타자 토니 피버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지난 시즌에 0.317의 타율과 0.812의 OPS를 기록한 뛰어난 타자입니다.
초구는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
이제는 하나의 공식이 된 것처럼 9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타자의 바깥쪽 코스에 제대로 걸쳤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리드오프인 토니 피버스는 무난한 코스에 들어오는 강송구의 패스트볼을 지켜봤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는데?’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저 투수를 상대로 양키스는 시범경기에서 5이닝 퍼펙트를 허용했을까.
“스트라이크!”
2구째는 아까와 다르게 좌타자 바깥쪽 코스에 정확히 걸치는 소름이 돋는 싱커였다.
“오……. 이건 좀 날카로운데? 델! 저 친구 설마 싱커볼러였어? 완전 제대로 긁히던데?”
카운트는 1-1의 상황.
토니 피버스는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강송구의 공을 평가하면서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조던 델가도는 옛 동료인 토니를 보며 씩 웃었다.
“싱커볼러였으면 좋겠어?”
“아니, 너클볼 좀 던져줬으면 좋겠는데…….”
선구안과 타격 능력이 좋은 토니 피버스는 그 어떤 공이 날아들어도 때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윽고 날아드는 3구째.
강송구가 던진 스플리터가 깔끔히 땅으로 처박혔다.
배트를 내밀던 토니 피버스는 절묘한 위치에서 배트를 멈추며 완벽한 체크스윙을 보여주었다.
조던 델가도가 힐끗 삼루심을 보니 삼루심의 판단은 배트가 다 돌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았다.
‘역시 까다로운 타자야.’
4구째.
다른 타자와 다르게 바깥쪽 코스를 잘 골라내는 토니 피버스를 보며 이번에는 몸쪽 사인이 났다.
‘몸쪽 커터.’
조던 델가도의 사인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곧 강송구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공.
토니 피버스는 순간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을 보고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예상하던 코스였으니까.
하지만 예상과 너무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빠각!
-배트가 부러지면서 튀는 공!
-투수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강송구 선수가 주워서 그대로 1루에 있는 앨빈 하인리히에게로!
-아웃! 깔끔히 끝난 강송구의 메이저리그 첫 아웃 카운트는 4구째 던진 컷 패스트볼로 잡아낸 투수 정면 땅볼이었습니다.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토니 피버스.
그를 보며 우효가 ‘우효오오옷!’소리를 내질렀다.
다음 타자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매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주는 괴물 타자인 레오 코시오였다.
그는 지난 시즌에 0.263의 타율과 0.841의 OPS를 기록하고 30개의 홈런과 0.496의 장타율을 기록한 강타자였다.
조금만 잘못 맞으면 그대로 홈런이 될 수 있는 파워를 갖춘 남자가 바로 레오 코시오였다.
조던 델가도는 그런 레오 코시오를 보며 안부를 물었다.
“요즘 무릎은 어때?”
“조던! 너 커브나 스플리터만 주구장창 던질 생각은 아니지? 옛 친구의 정으로 하이 패스트볼 하나만 던져주라.”
작년 후반기에 무릎 부상으로 부진했던 레오 코시오의 엄살에 조던 델가도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한데 사인은 내가 아니라 저 친구가 내거든.”
“저 친구가 제발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커브를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조던 델가도는 알고 있었다.
사실 레오 코시오는 그 누구보다 떨어지는 공에 강한 타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냥 빠르게 끝내자.’
최대한 단타로 내보내거나 범타를 유도하자.
그게 조던 델가도의 마인드였다.
하지만 강송구는 달랐다.
‘굳이 강타자의 기를 살려줄 필요는 없지.’
-그렇고말고.
우효도 같이 고갤 끄덕였다.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패스트볼이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제대로 존에 걸친 초구를 지켜본 레오 코시오가 의아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잠깐 바라봤다.
‘이렇게 제구력이 뛰어나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전력분석관이 준 자료는 그만큼 세밀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더 대단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네.’
우투수인 주제에 좌타자를 잡아낼 카드가 상당히 많은 투수라는 것을 말이다.
‘저렇게 바깥쪽에서 놀다가 몸쪽에 커터를 꽂아 넣는 것이 저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하는 기본적인 볼 로케이션이겠군.’
그렇다면 아까 대기 타석에서 본 커터의 타이밍만 잘 계산한다면 장타 하나를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90마일 근처의 커터.’
그 타이밍을 머리로 계산하기 시작한 레오 코시오는 어느덧 4구째가 넘는 승부가 이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카운트는 2-2로 강송구가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 커터를 꺼내 들기에 딱 좋은 상황이 찾아온 것이었다.
‘좋다.’
이 정도면 노려볼 만했다.
90마일 근처의 커터.
장타는 몰라도 단타 하나는 만들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레오 코시오가 배트를 꽉 쥐었다. 그리고 강송구의 손에서 빠르게 공이 뻗어 나갔다.
레오 코시오가 생각한 코스.
그리고 구종도 컷 패스트볼이었다.
‘왔다!’
정확한 코스와 구종.
레오 코시오는 확신했다.
이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르면 큰 타구가 나올 것이고, 자신은 가볍게 베이스를 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부우웅!
배트가 홈플레이트 절반을 넘어섰다고 생각했는데 강송구가 던진 커터는 그가 생각했던 타이밍과 다르게 아직도 홈플레이트 앞쪽에도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예상했던 코스.
그리고 예상했던 구종이었다.
그런데도 타이밍이 어긋났다.
레오 코시오는 급히 전광판을 살폈다.
“81마일짜리 커터?”
그리고 허탈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러니 타이밍이 어긋날 수밖에 없지.
레오 코시오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 * *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보스턴 레드삭스의 1선발.
알렉스 노바는 마운드에서 1회 초의 마지막 타자를 깔끔히 잡아낸 강송구를 바라봤다.
자신과 다르게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타자를 속이는 기교파 투수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저런 식으로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구나.’
그는 평균 96마일이 넘는 구속과 슬라이더와 커브를 꽤 수준급으로 던지는 투수였다.
거기에 나쁘지 않은 체인지업까지.
정통파 우완이 바로 알렉스 노바였다.
당연히 알렉스 노바는 정통파 투수가 가진 장점을 잔뜩 보여주었다.
알렉스가 강송구에게 감탄한 것처럼 강송구와 우효도 알렉스를 보며 감탄했다.
-대단하네.
‘음……. 확실히 대단해.’
구종의 완성도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알렉스 노바는 가지고 있는 공의 위력만으로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을 손쉽게 잡아내고 있었다.
-저게 재능이겠지.
우효의 말처럼 저건 재능이었다.
구사 비율이 60%를 넘어선 패스트볼 하나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투수가 바로 알렉스 노바였다.
다른 기교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패스트볼 좀 던지다가 슬라이더 던지고 타자가 반응할 수 없는 코스에 패스트볼을 꽂으면 아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저게 저 투수의 한계다.
그래서 뻔했다.
저 투수를 상대로 패스트볼만 공략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물론,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패스트볼이 무기인 메이저리그 1선발을 상대로 패스트볼을 공략해서 점수를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니까.
저벅저벅.
강송구가 글러브를 들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도 공략 못 할 상대는 아니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우효가 고갤 끄덕였다.
‘그러니 난 타자들이 저 투수의 패스트볼을 공략하기 전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만 않으면 되겠지.’
강송구가 그렇게 다짐하며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제법 길어질 것 같았다.
상대 에이스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때까지 쭉 마운드를 지키려면…….
‘이런저런 무기를 다 꺼내야겠군.’
슬슬 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2회 초.
타석에는 레드삭스의 4번 타자가 들어섰다.
이제는 은퇴가 가까워진 남자.
이미 명예의 전당이 예약된 리빙 레전드.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섰다.
30시즌까지 필리스에서 뛴 그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이 4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물론, 그 전 시즌인 29시즌에 단 3개의 홈런을 때리며 극악의 슬럼프에 빠졌던 순간도 있었지만……. 브라이스 하퍼는 절대 무너지지 않고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다.
-약 6개월 뒤에 39살이 되겠네. 마흔 살이 넘어도 어느 정도 준수한 경기력을 계속 보여줄 것 같아. 몸 관리가 생각보다 잘 되어 있어.
우효도 경외심을 가지고 브라이스 하퍼를 바라봤다.
말년까지 꾸준했던 트라웃과 다르게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며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의 놀라운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영광이군.”
그런 늙은 괴물을 상대해야 할 시간이다.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조던 델가도가 고갤 끄덕였다.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서기 무섭게 수비 시프트에 들어간 내야진에 맞춘 선택이었다.
‘나쁘지 않네.’
초구는 바깥쪽 싱커.
연이은 좌타자 행진에도 강송구는 덤덤했다.
따악!
그런 초구를 깔끔히 때려낸 브라이스 하퍼.
“파울!”
하지만 공은 파울 라인을 넘어갔다.
조금만 공이 덜 휘었어도 충분히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기에 브라이스 하퍼가 아쉬운지 고갤 살짝 흔들었다.
확실히 보스턴 레드삭스가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는 브라이스 하퍼에게 다양한 약속을 하며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저 싱커에 타이밍을 맞추다니…….’
조던 델가도가 혀를 내둘렀다.
늙은 생강이 맵다는 말처럼 브라이스 하퍼의 타격은 아직도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저 영감님은 2~3년은 더 뛸 수 있겠어.’
조던 델가도가 사인을 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브라이스 하퍼를 상대로 안타를 하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로 강송구는 평온했다.
조던 델가도의 사인에 그가 고갤 흔들었다.
도망가는 피칭이 아닌 몸쪽 커터 사인을 냈다.
2구째 승부.
따악!
이번에도 브라이스 하퍼는 존에 살짝 몰리는 강송구의 공을 커트하면서 타구의 방향을 살폈다.
“파울!”
두 번째 파울.
강송구는 타구의 방향을 대충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피칭을 준비했다.
‘선구안이랑 파워는 전성기와 비교해서 다를 것이 없다. 문제는 컨택트 능력이겠지.’
전성기의 브라이스 하퍼였다면 방금 타구는 안타였다. 수비 시프트를 뚫고서 2루까지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브라이스 하퍼는 예전과 다르게 손목이나 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예전처럼 깔끔한 타구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한 커터였다.
‘이제 확인이 끝났으니…….’
마무리를 위한 3구째.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강송구가 던진 몸쪽 하이 패스트볼에 허무하게 아웃을 헌납하는 브라이스 하퍼가 아쉬운 표정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첫 타자를 깔끔히 막아낸 강송구.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우효가 강송구에게 물었다.
-설마 하퍼의 컨디션을 살피기 위해서 가운데로 조금 몰리는 커터를 던진 거야?
그 물음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그게 싸게 먹힐 것 같았으니까.”
그 대답을 듣고는 우효가 고갤 흔들었다.
생각보다 이 투수는 더 강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