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81화 (81/198)

#81. 메이저리그 개막전(1)

5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저 망할 투수가 아직도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았다.

동시에 양키스의 타자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Fxxk!”

“저 X같은 놈!”

“누가 저 망할 자식을 두들겨봐!”

대부분 욕설을 내뱉는 쪽은 마이너리거들이었다.

특히나 콜업이 급한 노망주나 백업 선수들이 내지르는 욕설이 절반을 넘었다.

아드리안 모레혼이 가볍게 3회 말에 마운드를 내려간 것과 달랐다. 오늘 경기에서 기세를 꺾어놓으려는 것처럼 매섭게 양키스의 타자들을 도륙했다.

-그렇지! 또 헛스윙이다!

우효가 붕붕 짧은 앞발을 휘둘렀다.

-오늘 캉은 정말 언터처블한 투수입니다! 라스베이거스가 왜 이 투수를 데려오기 위해서 조던 델가도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는지를 확실히 증명하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범타를 유도하는 캉! 5회 초의 첫 번째 아웃을 깔끔히 잡아내는 캉입니다!

-계속해서 바깥쪽 승부를 가져가는데 양키스의 타자들이 쉬이 배트를 내밀지를 못합니다.

-확실히 캉은 존을 가지고 노는 투수네요.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교한 제구력입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5회 초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늘은 여기까지네. 아쉽다 퍼펙트 페이스 아니야?

‘고작 5이닝일 뿐이다.’

-그렇긴 하지.

우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효와 대화를 나누며 오른쪽 어깨에 얼음팩을 두른 강송구가 조용히 마운드를 바라봤다.

강송구가 내려가고 본격적으로 하나둘씩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선발로 뛴 강송구가 다양한 구종과 너클볼을 활용해서 상대 타선의 타격감을 엉망으로 만든 덕분에 빠른 구속을 가진 불펜들이 그 반대급부의 보상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7 대 2로 승리를 거두면서 오늘 경기를 깔끔히 가져갑니다.

-나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양키스도 시험해 볼 만한 유망주들을 모두 확인해 봤고, 라스베이거스도 캉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는 7 대 2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승리였다.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짐을 챙기고선 경기장을 떠났다.

몇몇 선수들은 찰리 브레이크 파크 옆에 있는 마이너리그 캠프로 이동했다.

점점 줄어드는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인원들.

계속해서 시범경기가 진행될수록 많은 수의 인원이 줄어들며 어느덧 50여 명이 남았다.

강송구는 5이닝 퍼펙트를 보여준 경기 이후로 3이닝 1실점과 4이닝 2실점의 무난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어느정도 감이 잡혀?

‘어, 생각보다 구속이 빠르고 느린 게 문제가 아니었어. 상대방이 대응할 수 있는 조금의 틈을 주면 100마일짜리 공도 그대로 홈런을 만들 타자가 상당히 많아.’

-당연하지. 여긴 메이저리그니까.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넌 아버지 안 만나? 기껏 미국까지 왔는데 하와이에 있는 아버지도 초대할만하잖아.

곧 있을 개막전에 맞춰서 몇몇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라스베이거스로 초대를 하고는 했는데, 이상하리만큼 강송구는 가족과 관련된 말이 없었다.

“고작 개막전일 뿐이다.”

-진짜 언블리버블한 가족이네.

우효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 * *

[강송구 개막 3연전 보스턴 레드삭스 1차전 선발 예상!]

[특명! 보스턴 1선발 알렉스 노바를 잡아라!]

[4월 8일 격돌!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vs 보스턴 레드삭스!]

[알렉스 노바의 커브와 슬라이더를 조심하라!]

[메이저리그에 부는 스플리터 바람! 알렉스 노바의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알아봐야 하는 이유!]

-벌써 4월 근처네.

-27인 로스터 나왔냐?

-누가 이길 거 같냐? 나 국야팬인데 보스턴 요즘 성적 어때?

-25~28시즌까지는 지구 1위 달리면서 양키스보다 더 강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주전들 대부분이 노쇠화로 기량이 떨어지면서 지구 꼴등 전전하는 중임.

-이해가 안 되는데 저긴 4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가진 투수가 어째서 2선발임?

-그건…… 알동이니까……. 끄덕.

-ㅋㅋㅋㅋㅋ 강송구는 곧 뽀록난다. 알동부의 타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으며 1이닝 11실점을 할 거다.

-ㅋㅋㅋ 강송구만 나오면 오지게 물어뜯는 토토충 또 나왔죠?ㅋㅋㅋㅋㅋㅋㅋㅋ

각 뉴스와 커뮤니티는 4월 8일에 있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맞춰서 시끌시끌해지고 있었다.

-우효오오옷! 신세계의 맛이다.

그리고 4월 초의 어느 날.

우효는 강송구가 사다 준 묘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두 눈을 반짝였다.

-도대체 이건 뭐지? 이 맛은?

“아…… 그거 실수로 사 온 건데…….”

-뭐?

“어, 그거 민트초코맛이야.”

움찔.

우효가 감명에 받은 표정으로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본이 넘치는 맛이다. 거기다 어찌 이름도 이렇게 근본이 넘칠 수 있지?

“…….”

순식간에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비워버린 우효를 잠깐 바라보던 강송구가 다시 자신이 들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자료로 시선을 돌렸다.

보스턴 레드삭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구단으로 탬파베이가 빠져나간 뒤로 더 치열해진 아메리칸 동부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는 강팀이다.

지난 시즌에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꼴찌를 기록했지만, 적어도 타자들의 성적만큼은 타 지구 상위권 팀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단장이 아주 젊은 투수를 선호해서 27살만 넘으면 FA로 내주든 트레이드로 보내든 어떻게든 레드삭스에서 내보내는 기행을 가지고 있는 것만 빼면 우승에도 근접한 강팀이지.’

작년에 27살인 1~3선발을 시즌 도중에 모두 트레이드 시키는 미친 짓을 했지만, 25시즌부터 28시즌까지 단장이 보여준 능력은 진짜였기에 잘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마 1~3선발 내주고 데려온 꼬맹이들의 포텐이 모두 터지지 않았다면 잘렸을 거야.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모두 비운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보스턴은 젊고 강력한 원투펀치와 작년 아메리칸 리그에서 2번째로 높은 2~3루타 생산력을 갖춘 타선이 중심을 잡은 무시할 수 없는 팀이었다.

‘거기다 극성 팬들도 많지.’

-그나마 개막전이 홈이라서 다행일걸? 만약에 펜웨이 파크에서 개막전을 했어 봐. 아무리 대단한 투수라도 그 어마어마한 야유 속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거야.

물론, 말은 그렇게 했을 뿐 우효는 ‘저 괴물이라면 또 이야기는 다르겠지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타선도 만만치 않지.”

-그래, 리그 최고의 공갈포만 모아놓은 타선. 지난 시즌에 타율은 리그 평균 이하지만, 팀 홈런은 아메리칸 리그 2위인 팀이니까. 새가슴인 투수는 정신이 나가 버릴걸?

그래서 시원시원한 경기가 많이 나왔다.

신생팀인 라스베이거스에 제법 많은 팬이 몰린 이유도 라스베이거스라는 관광명소라는 연고지와 저 시원스러운 경기력이 합쳐진 결과일지도 몰랐다.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되는군.”

* * *

짧은 시범경기가 끝났다.

32개 팀으로 늘어난 26시즌 이후로 27인으로 늘어난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정해졌다.

강송구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홈구장인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집을 구했다.

당연히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집을 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개막전 당일.

강송구가 천천히 집을 나섰다.

-어때?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되물었다.

“그게 무슨 의미지?”

-메이저리그 개막전의 선발투수가 된 기분 말이야.

“나쁘지 않다.”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짧게 대답했다.

강송구는 예민하지 않았다.

그저 덤덤히 오늘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송구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자료를 들어 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확실히 준비는 많이 했지.

텅!

차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강송구가 제법 튼튼한 SUV의 액셀을 밟으며 차고를 나섰다.

자동으로 닫히는 차고를 보며 우효가 잠깐 ‘오오오오! 완전히 멋있어!’라고 한 것은 덤이었다.

2031년 4월 8일.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웨스트스타즈의 홈에서 펼쳐지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맞춰서 강송구가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 도착했다.

경기장 근처에 걸린 화려한 간판.

‘777’이란 라스베이거스의 거대 도박업체가 구장 명명권을 거액에 사들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라스베이거스에 어울리는 이름의 구장이 탄생한 것 같았다.

구장에 들어가기 전.

강송구는 길게 늘어진 통행로 양쪽 사이에 자신을 보며 유니폼을 들고 있는 팬들을 볼 수 있었다.

등 번호 99번.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캉! 사인해 주세요!”

“캉! 오늘 꼭 이겨요!”

“기대할게요! 오늘 멋진 경기 부탁해요!”

그리고 강송구는 그런 팬들의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천천히 움직이며 사인을 시작했다.

물론, 모두가 달려든 것은 아니었다.

“캉은 오늘 선발이잖아……. 그냥 아이들만 빠르게 사인을 하고 들어가지……. 저러다가 컨디션이 나빠지지는 않을까?”

“얘들아. 캉은 오늘 마운드에 오르잖아. 오늘 말고 다음에 사인해 달라고 하자.”

하지만 강송구는 사인을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긴 시간을 들여 팬들 모두에게 사인해 준 뒤에 입장했다.

온갖 행사가 끝나고 경기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웨스트스타즈의 마스코트인 ‘럭키 블랙카우’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 구역으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화려한 춤을 추며 레드삭스 선수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슈우우욱! 펑!

그러는 사이에 러닝을 끝내고 천천히 불펜에서 컨디션을 점검하기 시작한 강송구가 연이어 여러 변화구를 시험했다.

“나이스 볼!”

불펜 포수의 연이은 칭찬.

그만큼 오늘 강송구의 변화구는 날카로웠다.

-컨디션이 좋은데?

옆에서 호두를 까먹던 우효가 그런 강송구의 모습을 보며 앞발을 들어 따봉을 날렸다.

그때 불펜의 전화가 울렸다.

“네, 알겠습니다.”

불펜코치가 전화를 받고는 잠깐 뭔가 이야기를 하다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강송구를 불렀다.

“캉! 올라갈 시간이야.”

강송구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운드에 올라서기 전 국민의례와 시구가 있었다.

시구자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누나가 올 줄 몰랐는데…….”

“아버지는 하와이에서 서핑을 즐기느라 못 오시고, 어머니는 파리로 해외여행 떠나셨어.”

그녀의 말에 고갤 끄덕인 강송구.

이윽고 전 배구선수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잘 물려받아서 고등학교 시절에 여자 핸드볼 선수로 활동했던 강송구의 누나가 모두가 놀랄 만한 시구를 한 뒤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잘 던져. 꼭 이기고.”

누나의 응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알겠어.”

우효는 반대로 전광판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75마일(120㎞/h)?

놀랐다.

저 작은 체구에서 저런 구속이 나오다니.

-역시 이 집안 유전자는 뭔가 있어.

그럴수록 강송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떤 존재인지 더더욱 궁금증만 늘어나고 있었다.

가볍게 연습으로 공을 몇 구 던진 뒤에 타석에 레드삭스의 1번 타자가 들어선 것을 확인한 강송구가 주심을 바라봤다.

그에 맞춰서 주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플레이 볼!”

동시에 떠오르는 새로운 시스템 창.

[메이저리그 첫 시즌입니다.]

[난이도가 더 올라갑니다. 플레이어의 포인트 수급이 크게 줄어듭니다.]

[시즌 미션이 생성되었습니다.]

강송구가 조용히 시스템 창을 내리고 타자를 바라봤다.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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