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스프링 트레이닝(1)
-어떻게 할래?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짧게 고민했다.
다시 만나서 이야기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조건은 그 어느 구단보다 좋았다.
에이전트인 칼 헨드릭스도 그 어떤 구단보다 라스베이거스의 조건이 가장 좋다고 인정했다.
“좋아, 라스베이거스랑 계약하지.”
곧 강송구와 라스베이거스의 계약이 기사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송구, 26시즌에 만들어진 신생팀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와 계약 체결!]
[강송구의 계약 내용은 기본 연봉은 낮으나 옵션이 상당한 계약인 것으로 밝혀져.]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레드삭스의 조던 델가도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다!]
[조던 델가도을 얻기 위해서 랜디 넬슨+노아 아얄라+마이크 슬랙을 넘겨준 라스베이거스!]
[젊은 3선발 1명과 2명의 상위 유망주를 내준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레드삭스의 안방마님을 데려오다!]
-와……. 조던 델가도가 라스베이거스로 갔구나.
-도대체 보스턴 레드삭스는 저런 호구딜을 왜 한 거지? 저기에 선수 하나 더 받아올 수 있을 텐데 조던 델가도로 고작 3명밖에 못 데려온 것도 레전드네…… 레전드야.
-강송구는 결국에는 신생팀으로 가네;
-근데 메이저리그는 신생팀이 생기면서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졌을 텐데 왜 요즘 경기력은 더 좋아진 거냐?
-운이 좋았지. 2026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들이 진짜 어마어마했거든.
-2027시즌도 제법 좋은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나왔다고 온 구단들이 난리를 쳤잖아.
-그 시기에 NFL이나 NBA로 가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방향을 돌린 선수가 많았음.
-거기다 상위권 픽은 대부분 포텐이 다 터졌을걸? 그거 아니었으면 메이저리그도 선수들의 수준도 조금 떨어졌을 거다.
-솔직히 한국이랑 다르게 선수들 풀도 굉장하잖아. 한국은 고교야구팀이 60~70개 수준인데, 일본은 4,100개의 팀이 존재하고, 미국은 야구팀이 대략 1만 5천을 넘음……. 한국이랑 미국이랑 야구팀이 생기면 선수들을 채울 수 있는 풀도 차원이 다른데 경기력 하락은 잠깐이지.
-오스틴 아이소톱스는 아직도 꼴찌네. 딱 신생팀이 보여주고 있는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잖아.
-딱 예전 수원 나이츠를 보는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잘하냐?
-2년 연속 와일드카드에 진출하는 팀임. 젊은 팀의 고질적인 경험 부족과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투수진이 문제였음.
-오, 나쁘지 않네.
-수비는 무난한 편이고, 무시무시한 펀치력을 갖춘 타선이라 경기력이 시원시원한 편임.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스프링 트레이닝까지 긴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국 축구계의 희망인 한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기 무섭게 강송구와 관련된 스포츠 기사가 빠르게 사라졌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강송구를 영입한 웨스트스타즈의 결정에 나쁘지 않은 평가를 했다.
작은 리그이지만, 팀의 우승을 견인한 에이스의 경험을 높게 쳐주는 것 같았다.
거기다 더블A 수준이라도 0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것도 상당히 좋게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끝난 계약.
강송구가 드디어 시스템을 살폈다.
[플레이어]
-프로 2년 차
-이름: 강송구
-나이: 25세
-최고구속: 149.5㎞/h (93마일)
-평균구속: 145.7㎞/h (90.5마일)
구속은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조금 부족했다.
2030시즌 메이저리그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4마일.
151㎞/h에 가까운 구속이었다.
[능력]
-스터프: 141
-무브먼트: 187
-컨트롤: 188
게임에서는 200이 능력치의 상한선이었다.
능력도 많이 올랐다.
무브먼트와 컨트롤 능력치가 많이 상승했다.
스터프도 제법 좋았다.
[구종]
-패스트볼:A
-컷 패스트볼:A
-싱킹 패스트볼:A
-스플리터:A
-커브:A
-너클 커브:A
-슬라이더:A
-체인지업:A
구종은 모두 A등급으로 상승했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동시에 B등급이던 구종이 모두 A등급으로 오른 것이다.
[특성]
-회춘
-대기만성
-손재주
-닥터K
-배트 브레이커
-파이어볼러-진(眞)
-완급조절
-폭포수 커브
-톰 글래빈의 바깥쪽
-철마는 달린다!
특성도 제법 많이 쌓였다.
게임에서도 10개가 넘는 특성을 갖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지난 시즌에 자신이 제법 운이 좋았음을 강송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킬]
-버닝 스트라이크
-The end of a Innings
-스나이퍼
스킬은 의외로 적었다.
하지만 정말로 쏠쏠히 써먹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보상으로 받은 ‘특성 퀘스트 완료권’도 남아 있었다.
-무조건 배트 브레이커!
“배트 브레이커?”
-그래! 리베라의 커터를 얻을 수 있다고!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특성 퀘스트를 살폈다.
[특성 퀘스트 목록]
-한 이닝에 3연속 배트 부러트리기. (3/3) <클리어>
-한 시즌에 50개의 배트를 부러트리기. (0/50)
-컷 패스트볼로 한 시즌에 100개의 삼진 잡기. (0/100)
[특성 퀘스트 보상]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
확실히 리베라의 커터라면 나쁘지 않은 보상일 것이다. 하지만 강송구는 특성 퀘스트 완료권을 쓰기에 가장 좋은 특성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강송구는 거침없이 ‘특성 퀘스트 완료권’을 사용했다.
우효는 그 모습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구아아악! 내가 좋아하는 리베라의 커터가!
* * *
빠르게 겨울이 지나갔다.
강송구는 지금의 몸에 만족하지 않고 더 몸을 단련하며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을 준비했다.
에이전트인 칼 헨드릭스가 고용한 피지컬 트레이너와 투수 인스트럭터는 스프링 트레이닝 전부터 천천히 자신의 몸을 만들고 투구폼을 가다듬는 강송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게 사람의 몸이라고?‘
“코리안 비스트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어.”
그야말로 스포츠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리고 스프링 트레이닝의 기간에 맞춰서 강송구는 미국의 플로리다 주로 향했다.
“여깁니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나온 강송구를 반기는 한 남자.
강송구는 의외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반갑습니다. 스티븐 홍입니다.”
“강송구입니다.”
바로 웨스트스타즈의 스카우트 팀장인 스티븐 홍이 강송구를 직접 마중 나온 것이었다.
“듣기로는 스카우트 팀장님이라고 하시던데…… 절 마중하러 나오셔도 됩니까?”
“아! 그건 문제없습니다. 그저 강송구 선수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시간을 낸 것이니까요.”
두 사람은 빠르게 악수를 하고 공항 밖으로 나와서 스티븐 홍의 차에 올라탔다.
“웨스트스타즈가 스프링 트레이닝 동안에 홈으로 사용하는 찰리 브레이크 필드 근처에 있는 숙소로 갈 겁니다. 거기서 며칠 쉬다가 훈련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그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주변을 살피니 한국과 다른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강송구는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스티븐 홍이 그런 강송구를 보며 물었다.
“지난 시즌보다 덩치가 조금 더 커진 것 같군요.”
“네, 조금 몸무게를 늘렸습니다.”
다시 조용해진 차 안.
스티븐 홍은 이 무덤덤한 선수가 마음에 들었다. 벌써 메이저리그를 준비하는 자세가 좋았다.
‘그 대단한 선수들도 비시즌에는 몸을 관리하지 않아서 엉망인 상태로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여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보면 강송구는 잘 준비된 명마였다.
언제든 초원으로 달릴 준비가 된 말.
그때 강송구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가장 먼저 온 겁니까?”
“아닙니다. 먼저 온 선수가 있습니다.”
“누구입니까?”
“강송구 선수와 가장 많이 합을 맞추게 될 포수죠.”
“조던 델가도…….”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팀의 주전 포수가 그 어떤 선수들보다 가장 먼저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여하기 위해서 플로리다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마음에 들었다.
물론, 스프링 트레이닝에 먼저 소집되는 게 투수조와 포수들이라는 사실을 강송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스프링 트레이닝까지 조금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팀의 주전 포수가 다른 투수나 포수보다 먼저 플로리다에 도착했다는 건 뭔가 남다른 선수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 친구도 제법 의욕이 넘치나 봐?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미미하게 고갤 끄덕였다.
그때 스티븐 홍이 입을 열었다.
“도착했습니다.”
숙소 바로 앞에 도착한 두 사람.
강송구는 자신의 짐을 들고 스티븐 홍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속소에 몸을 옮겼다.
그리고 다른 이들보다 먼저 스프링 트레이닝에 자리를 잡은 것은 강송구 혼자가 아니었다.
“반갑네, 감독인 ‘미키 스토리’일세.”
현역 시절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던 투수 출신의 감독으로 최근 2년 동안에 라스베이거스를 와일드카드에 진출시킨 젊은 감독이었다.
“반갑습니다. 강송구입니다. 편히 캉이라고 불러주세요.”
강송구의 말에 미키 스토리 감독이 씩 웃었다.
“반갑네, 캉. 난 자네가 우리 팀에 오길 기도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일세. 자료로 많이 봐왔는데 이렇게 직접 자네를 보게 되어서 정말 좋군.”
“감사합니다.”
미키 스토리 감독은 그런 강송구와 짧게 이야기를 하며 간단한 훈련 일정을 말해주고는 바로 자리를 옮겼다.
-근데 너 영어 좀 한다?
우효는 생각보다 막힘없이 영어를 내뱉는 강송구를 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남자는 외국어 하나쯤은 익힐 필요가 있다고.”
-도대체 그 아버지 시리즈는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야?
우효가 혀를 내두르며 고갤 흔들었다.
그때 멀리서 라틴계열의 큰 덩치를 가진 남자가 강송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 미국은 대단하군. 너랑 덩치가 비슷한데?
우효도 조금 놀랐다.
강송구와 비슷한 키와 덩치를 가진 사람을 미국에서 보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윽고 강송구에게 다가온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난 조던 델가도라고 한다.”
그제야 강송구도 그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해서 2년 만에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된 젊은 포수이자, 미래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가 될 거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반갑다. 강송구다.”
“오! 캉! 이야기 많이 들었어. 한국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투수라고 했지? 거기다 한 시즌 2번의 퍼펙트게임과 노히터를 기록했다고 들었어.”
우효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메이저리거가 저렇게 한국 야구 소식에 빠삭하다고?
아무리 대기록이기는 하지만 올스타급의 메이저리거가 관심을 가질 소식은 아니었다.
그런데 조던 델가도는 강송구와 관련된 다양한 기사를 다 읽어본 것처럼 술술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강송구의 질문에 조던 델가도가 대답했다.
“네가 뛴 경기를 모두 구해서 봤거든.”
그 말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너클볼도 던지지? 나 보스턴 시절에 너클볼러의 공도 제법 잡았으니까 그 부분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같이 호흡을 맞출 투수의 정보를 빠삭하게 섭렵한 조던 델가도의 모습에 강송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부탁하지.”
그렇게 말을 하며 강송구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꽉 잡은 조던 델가도가 씩 웃었다.
“나도. 아! 지금 공을 좀 받아볼 수 있을까?”
조던의 물음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