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스토브 리그(2)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다양한 팀이 강송구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거의 모든 팀이 달려들었네.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하지만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제안한 금액은 일정 금액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다.
간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FA나 포스팅으로 시장에 나온 것이 아닌 편법으로 이적시장에 나온 상황이기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협의가 된 리그에서 정당하게 FA자격을 취득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건 강송구와 우효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부적인 사항을 살폈다.
LA 다저스는 마이너리그 거부권과 다양한 옵션을 넣어서 강송구가 본 금액적 손실을 최소화시켜주었다.
뉴욕 양키스는 LA 다저스와 비슷한 계약 조건에 추가로 초상권과 관련된 조항을 넣어주었다.
그 외 다른 구단들도 비슷했다.
다양한 옵션으로 강송구가 손해를 본 연봉을 채운 금액을 제시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건 강송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팀의 방향이 중요했다.
LA 다저스는 2030시즌까지 계속해서 윈나우로 달렸지만, 올해부터 짧은 리빌딩에 들어가는 팀이었다.
그리고 그 리빌딩의 중심을 강송구로 보고 있으며, 강송구를 중심으로 포텐을 터뜨린 젊은 선수들과 함께 다시금 우승을 위해 달릴 준비를 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건 강송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부터 컨텐더로 달릴 수 있는 팀.”
그게 강송구가 원하는 팀의 방향이었다.
문제는 각 구단의 단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일개 선수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각 구단의 단장은 이상한 논리로 팀을 운영하기도 하니까. 언제 어디서 사건이 터질 수 있을지도 몰라. 30시즌의 레드삭스를 봐. 잘 날아다니던 선발진이 7월에 공중분해 됐잖아.
그래, 메이저리그 구단은 강송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않는다.
항상 변수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팀을 정해야 했다.
-네가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구단.
그게 가장 중요했다.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다면 큰 흔들림이 없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구단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로 양키스와 다저스는 아웃. 두 구단에서는 내가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없을 수 있으니까.”
-다른 10개의 구단도 제외해야 할걸?
하나씩 비교하며 구단을 제거하니 절반의 계약서가 갈려 나갔다. 남은 구단은 강송구가 더그아웃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해도 문제가 없을 구단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
우효의 말처럼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각 구단의 상황과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였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강송구가 있는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환히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십니까. KAA스포츠의 칼 핸드릭스입니다.”
KAA스포츠.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베벌리힐즈 스포츠 카운슬과 함께 한국의 몇몇 야구팬들에게도 알려진 에이전시 회사다.
다만, 이 회사가 특이한 부분은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마케팅과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쳐 매니지먼트를 총괄하고 있는 초대형 에이전시라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와 같은 영화계 스타들은 물론이고, 본 조비와 어셔, 스팅 같은 여러 탑 뮤지션까지 고객으로 두었던 에이전시였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전문성이 떨어지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업계에서 일하는 이들은 과감히 고갤 흔들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 페이튼 매닝, 데이비드 베컴 등등.
다양한 스포츠 스타들도 깔끔히 관리했던 에이전시였다.
특히나 야구 파트는 데릭 지터의 에이전트로 잘 알려졌던 케이시 클로즈를 합류시키면서 발전했는데, 2030년인 지금까지 오면서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보다 훨씬 많은 수의 올스타와 계약을 하기도 한 대단한 회사였다.
그런 회사의 팀장급에 있는 칼 핸드릭스는 강송구가 원하는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에이전트였다.
“필리스는 딱히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네, 필리스의 3선발인 쿠퍼 스틴슨에게 5년 4100만 달러의 계약을 제시할 생각일 겁니다. 캉에게 보이는 관심은 솔직히 찔러보기에 가까운 계약이죠. 캉이 계약을 거부하면 아마 이틀 뒤에 쿠퍼 스틴슨의 연장계약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음…….”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확실히 정보가 있는 이가 옆에 있으니 선택이 편했다.
“솔직히 더그아웃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컨텐더 팀을 원하시면 뉴욕 메츠만 한 팀이 없습니다. 팀을 지탱한 1~3선발이 모두 FA로 나와서 에이스의 수급이 급하게 필요한 팀이니까요.”
“하지만 거기는…….”
“그렇죠. 에디 옌이라는 망나니가 있죠.”
모두가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일단은 여기서 가지치기를 한 뒤에 윈터미팅 때 미국으로 가서 조금 더 세밀한 계약서를 받아보도록 하죠.”
칼의 말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윈터미팅.
스토브리그의 꽃.
12월 중순 무렵에 메이저리그 32개 구단의 단장과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에이전트와 선수들이 모이는 미팅이다.
윈터미팅에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계약이 순식간에 성사되거나, 한 선수의 운명을 바꾸는 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예상치 못한 포텐셜을 가진 루키의 쇼케이스가 벌어지기도 한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의 팬들의 시선이 이번 2030년 12월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호텔에서 벌어지는 윈터미팅에 집중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치겠군.”
“설마 한국에서 그런 괴물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캉의 영입에 모두의 신경이 바짝 설 수밖에 없지.”
“거기다 어느 정도의 성적이 확실시되는 선수니까.”
모두의 시선은 강송구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에서 메이저리그로 올 선수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였으니까.
거기다 확실한 자원을 싸게 데려올 기회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규정에 따라 드래프트를 통한 영입이 아닌 해외리그의 선수를 영입할 때 쓸 수 있는 금액의 액수가 한정적이기에 32개 구단의 관계자들은 강송구와 관련된 정보에 크게 목말라했다.
싼 금액에 2선발급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으니까.
많은 구단의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단은 하나뿐이기에 그들은 강송구를 확실히 데려올 수 있는 정보를 원했다.
문제는 그 정보가 없었다.
“이렇게 정보가 없는 선수가 있었나?”
“매스컴이나 인터뷰도 짧게 하는 유형의 선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정보가 없어.”
“돈은 아니야. 그러면 따로 조건이 있을 텐데…….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원하는 게 있을 텐데?”
“작년에 미구엘 로드리게스를 영입할 때는 그가 원하는 취향과 원하는 팀의 방향이 있었으니……. 계약을 조율할 때 누구보다 편히 제안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아, 저기 들어오는군.”
그때 모두의 시선이 거대한 덩치의 남자에게 쏠렸다.
정장을 입은 코리안 비스트.
강송구를 향한 메이저리그 32개 구단 관계자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당당한 걸음으로 강송구와 칼 헨드릭스에게 접촉하는 첫 번째 구단은 오스틴 아이소톱스였다.
“오스틴 아이소톱스의 단장인 짐 시몬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호텔의 조용한 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세 사람을 보며 남은 관계자들의 눈이 번뜩였다.
호텔 방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희 아이소톱스는 강송구 선수에게 멋진 비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시작으로 구단이 자랑하는 비전과 다양한 계약 내용을 유려한 말로 내뱉었다.
하지만 칼 헨드릭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고작 조건이 마이너리그 거부권 하나뿐입니까?”
“네?”
“다저스는 여기에 10개 구단의 트레이드 거부권을 얹혀주었습니다. 거기다 옵션도 솔직히 실망스럽네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말을 듣고 짐 시몬 단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동시에 그걸 보고 우효가 고갤 끄덕였다.
-저 단장님 초짜인데? 저 조건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지.
‘그렇군.’
-메이저리그 단장은 저런 말을 들어도 오히려 능글맞게 웃으며 받아치는 노괴들이 대부분이야. 아마 다른 단장이었으면 오히려 네가 원하는 조건을 알아보려고 더 떠봤을걸?
우효의 말처럼 짐 시몬 단장은 그리 경력이 오래된 단장이 아니었다.
그는 잠깐 입을 닫더니 뻔한 말을 내뱉다가 더욱 얼굴을 붉히고는 호텔 방을 떠났다.
칼 헨드릭스는 그런 짐 시몬 단장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오스틴 아이소톱스의 꼴찌 행보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았다.
-저게 숫자만 신경 쓰는 젊은 단장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지.
우효도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이윽고 두 번째 구단의 관계자가 방의 문을 노크했다.
칼 헤드릭스는 노크 소리를 듣고는 입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 * *
윈터미팅의 첫날에는 10팀.
그다음 날에는 12팀.
그리고 세 번째 날에는 마지막 10팀과 미팅을 하면서 칼 헨드릭스는 세부적인 조율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칼 헨드릭스와 협의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구단은 총 5개의 구단이었다.
피츠버그 파이러츠.
콜로라도 로키스.
LA 에인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모두 강송구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강송구가 가장 끌리는 팀은 두 팀이었다.
“콜로라도 로키스와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콜로라도는 지난 시즌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팀이었다.
그 LA 다저스도 콜로라도 로키스가 가진 강력한 타선에 무너지며 와일드카드로 겨우 포스트시즌에 합류했었다.
하지만 콜로라도 로키스가 가진 강력한 타선과 반대로 빈약한 선발진이 가을에 콜로라도의 발목을 잡았다.
덕분에 디비전 시리즈에서 카디널스를 상대로 단 1승도 얻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탈락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는 준수한 타선과 제 몫을 하는 불펜진, 30시즌에 1~5선발까지 모두 10승 이상을 기록한 탄탄한 선발진까지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확실히 경기를 이끌어줄 에이스가 없어서 와일드카드에서 무너졌었다.
-어느 팀이든 확실히 자리를 잡고 네가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효의 말처럼 어느 팀으로 향하든 그가 원하는 야구를 하며 월드시리즈를 노려볼 수 있는 팀들이었다.
그때 호텔 방의 문을 열고 칼 헨드릭스가 들어왔다.
“캉, 라스베이거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추가 조건이라도 있답니까?”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덤덤한 강송구를 보며 칼 헨드릭스가 입을 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캉이 원한다면 조던 델가도나 애들리 러치맨을 트레이드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레드삭스의 안방마님이자 2029시즌에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춘 포수이면서 이번 30시즌에 애들리 러치맨을 제치고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포수.
조던 델가도.
그리고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선수 역사상 최고액을 받은 선수이며 2001년 조 마우어 이후 18년 만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포수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선수.
오리올스에서 6번의 올스타 선정과 2번의 골드 글러브 6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포수.
애들리 러치맨.
강송구를 위해서 두 선수 중 한 명을 데려오겠다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말에 강송구가 마음속의 결정을 내렸다.
“라스베이거스와 더 이야기를 나눠보죠.”
그의 말에 칼 헨드릭스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