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스토브 리그(1)
[호크스 한국시리즈 우승!]
[호크스 드디어 30년의 긴 꿈을 끝내다!]
[강송구, 4차전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다!]
[한 시즌 2번의 퍼펙트게임과 포스트시즌 최초 퍼펙트게임을 동시에 기록한 코리안 비스트!]
[호크스의 에이스는 강송구였다.]
대전 호크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2030시즌이 끝을 맺었다.
그리고 강송구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을 야구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지상파 뉴스에 나오며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동시에 한 가지 소식이 야구계를 강타했다.
[강송구, 호크스 임의탈퇴!]
[호크스, ‘강송구 선수는 이미 완성된 선수. 그의 커리어와 미래를 위해 구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희생했다.’]
[호크스, ‘강송구 선수의 미래를 응원하겠다.’]
바로 강송구의 임의탈퇴 소식.
동시에 강송구를 향한 다양한 말이 나돌았다.
대부분의 평가는 ‘음……. 임의탈퇴? 조금 편법 같은데…….’란 시선이었으나 한 가지 소식이 들려오며 여론은 강송구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코리안 비스트와 한 여자아이의 약속.]
예전에 강송구가 구했던 여자아이의 부모가 한 기자와 단독으로 나눈 인터뷰가 여론을 바꾼 것이다.
호크스의 우승과 세계 최고 투수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던 여자아이와 약속을 위해 마운드로 돌아온 젊은 투수.
강송구의 임의탈퇴에 스토리가 하나 붙은 것뿐인데도 여론의 분위기는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자아이의 봉안당에 강송구의 2030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같이 놓였다는 사실이 SNS로 퍼지면서 여론은 ‘대승적으로 강송구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와야 한다.’로 바뀌었다.
물론,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러면 포스팅이나 FA는 무슨 소용임?
-솔직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규정이 있는데 그걸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
-에반데;
-처벌받아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건 소수의 의견이었다.
-내년에는 너클볼까지 던지는 강송구한테 학살당하는 너희 팀 모습을 볼래?
-내년에 우리 팀에 퍼펙트게임을 기록할까 봐 무섭다.
-호크스 왕조 보고 싶으면 계속 씨불여봐.
-솔직히 언제적 코리안 몬스터인 강현준이냐? 우리도 이제 메이저리그에 이름 날릴 투수 하나 나와야 할 거 아니냐? 일본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매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투수 한 명씩 나오던데 한국은 뭐 나오는 애가 하나도 없음.
-솔직히 한국 포스팅 규정이 개 같은 거지. 일본을 봐! 5년이고 나발이고 일단 구단이랑 합의하면 바로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잖아.
거기다 언론도 힘을 주었고.
호크스도 강송구의 임의탈퇴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이들이 나오면서 강송구의 임의탈퇴 건은 조용해졌다.
[강송구의 도전! 대승적인 차원으로 보내야 할 때.]
[리그의 성장을 위해서는 황소개구리는 필요 없다.]
[호크스의 김명진 사장과 백동혁 단장 사퇴.]
그리고 강송구의 임의탈퇴가 조용해질 무렵에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의 결과가 나왔다.
[끝났습니다!]
[2030시즌! 월드시리즈의 승자는 텍사스 레인저스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월드시리즈와 전혀 인연이 없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카고 컵스를 잡고 우승을 달성합니다!]
[아! 체이스 반 다이크 선수가 눈물을 흘립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에요! 지난 시즌 13승 12패 5.83의 ERA를 기록했던 투수가 맞습니까? 이번 시즌에 전혀 다른 선수가 되었습니다!]
[시카고 컵스의 팬들이 충격에 빠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2030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LA 다저스와 신시내티 레즈를 흠씬 두들겨 패며 가장 우승에 가깝다고 평가를 받던 시카고 컵스를 도박사들에게 가장 낮은 배당을 받으며 ‘가을야구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팀’이라는 평가를 받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잡아냈다.
그렇게 월드시리즈가 끝났다.
당연히 이번 월드시리즈도 흥행이었다.
32개의 구단으로 늘어난 메이저리그.
이제 동부, 서부, 남부, 북부로 나뉜 리그.
그리고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팬을 모으기 위한 시도가 제법 성공적으로 먹히며 메이저리그는 지금 제2의 황금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만큼 다이나믹한 경기도 많았고.
선수들도 예전보다 훨씬 스타성이 넘치는 이들이 야구계에 흘러들어오게 된 부분도 있었다.
덕분에 선수들의 수준도 많이 올라갔고, 그만큼 재미있는 경기도 많아졌으며, 반대로 과거에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쇼맨십이 증가하면서 메이저리그의 관중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월드시리즈가 끝났다.
그리고 야구를 볼 수 없는 슬픈 11월이 지나서 12월 중순부터 조금씩 스토브 리그의 소식이 하나씩 국내와 해외야구 팬들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박태오 FA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나?]
[인천 드래곤즈가 노리는 선수는 올해에는 없다는 것이 정론. 내년에 FA로 나올 조규환에게 큰 관심을 보여.]
[무키 베츠 38살의 나이에 FA로 나오다. 2030시즌 반짝 빛난 0.303의 타율과 0.911의 OPS를 믿어도 될까?]
[메츠의 2선발 매켄지 고어! 행선지는 양키스? 아니면 시카고 컵스? 그것도 아니면 오스틴 아이소톱스?]
[워커 뷸러, ‘우승을 위해 양키스로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은 다저스에서 보내고 싶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탄탄한 선발진을 채울 마지막 조각은 과연 누구일까?]
많은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
제법 많은 선수가 FA시장에 나왔다. 그리고 그쯤에 하나의 소식이 한국 야구계에 날아들었다.
[강송구! LA다저스와 접촉!]
* * *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2026시즌에 오스틴 아이소톱스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합류하게 된 신생구단으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는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에 합류하게 되었다.
같은 신생팀인 오스틴 아오소톱스는 내셔널리그 남부지구에 합류하면서 26시즌부터 32팀 8지구로 개편이 되었다.
덕분에 지구가 나뉘며 팀도 조금씩 이동했고, 덕분에 이득을 본 구단도 있지만 슬프게도 영겁의 고통을 받는 구단도 생겼다.
대표적인 구단이 캔자스시티 로열스였다.
[AL 남부지구]
탬파베이 레이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텍사스 레인저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동부지구에서 탈출에 성공한 탬파베이 레이스.
휴지통으로 조롱을 받고 있지만, 다시 탱킹과 리빌딩으로 유망주를 모으면서 2026시즌부터 다시금 윈나우를 외치기 시작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지막으로 분명히 돈도 제법 많고 전력도 좋은 팀인데 한국인에게 인식이 썩 좋지 않은 텍사스 레인저스까지.
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지구였다.
-왜 우리가 남부지구냐! 서부나 북부로 분류해 달라!
-카디널스! 너희도 남부지구에 있기에는 좀 그렇잖아! 우리랑 같이 항의하자!
이런 식의 항의를 했지만…….
내셔널리그 남부지구로 편입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호응하지 않으며 흐지부지되었다.
사실 카디널스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같은 남부지구에 소속된 팀이 애리조나 디백스, 오스틴 아이소톱스, 마이애미 말린스였기에 내심 만족하고 있었다.
한 팀은 리그 최악의 막장 운영을 하는 팀이고, 다른 팀은 선수 풀이 적은 신생팀이었다.
카디널스에게는 꿀 같은 지구였다.
그나마 상대할만한 팀이 디백스였지만, 그 디백스도 2026시즌부터 시작된 리빌딩으로 한창 헤매고 있었다.
그러니 카디널스로서는 불만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하나의 리그에 지구가 4개로 나뉘며 몇몇 팀의 이동이 있었고, 그 이동으로 소란도 잠깐 있었지만, 그것도 2~3년 사이에 금방 잠잠해지며 지금의 메이저리그가 되었다.
그사이에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는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같은 신생팀인 오스틴 아이소톱스가 하위권을 전전하며 신나게 탱킹을 하는 상황.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는 지난 29시즌과 이번 30시즌에는 결국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물론, 두 시즌 모두 광탈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성과를 거둔 시즌들이었다.
“확실한 1선발과 2선발이 필요합니다.”
“저희 선발진……. 확실히 좋습니다. 1~5선발이 모두 솔리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3선발급 투수가 5명이 있다고 평가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발진은 정규시즌에서 제법 유용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솔직히 썩 좋지 못합니다.”
“FA에서 에이스급 투수 둘을 영입해야 합니다. 그게 저희 웨스트스타즈가 와일드카드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웨스트스타즈의 전력분석팀.
그들이 내린 결론은 에이스의 부재였다.
동시에 그들의 시선은 FA시장으로 쏠렸다.
“워커 뷸러는 어때?”
“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한 번의 어깨 수술로 제대로 에이징커브가 왔지. 지난 시즌 성적을 봐……. ERA만 봐도 이 투수가 FA시장에서 왜 외면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걸?”
“매켄지 고어는 어때?”
“솔직히 말해서 거품이 낀 투수야.”
“그렇지. 메츠가 왜 그를 놔줬겠어? 솔직히 말해서 메츠의 강한 내야진이 아니라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을 투수야. 나도 매켄지 고어는 패스할래.”
“노아 신더가드는 어때?”
“마이애미의 노아 신더가드? 성적이 어땠지?”
“6승 4패 ERA는 2.37로 깔끔하지.”
“하지만 고작 100이닝을 소화했잖아. 거기다 나이를 봐! 38살이야. 이제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
“하지만 구속은 계속 95마일 이상이 나오고 있어.”
“노아 신더가드는 에이징 커브보다 내구성이 더 문제라고 생각해. 난 패스. 다른 선수를 찾아보자고.”
지지부진한 회의.
이윽고 한 선수의 자료가 떠올랐다.
“캉은 어때?”
“난 찬성. 나이도 어리면서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지. 거기다 더 큰 장점은 구속이 지금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야.”
“나도 찬성. 최소 2선발로서 좋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한다.”
“나도 찬성. 어깨를 검사해 봐야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치는 충분한 선수라고 생각해.”
“더블A 수준의 한국에서 0점대 ERA를 기록한 투수야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카드지.”
스카우트들과 전력분석관들의 평가는 좋았다.
웨스트스타즈의 단장인 찰리 브라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친구들! 캉의 영입은 찬성이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먼저 일어나야겠네.”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았는데요?”
그 말을 듣고 찰리가 아이패드의 제법 큰 화면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강송구가 LA다저스와 협상을 시작했다는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지금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너희가 원하는 캉의 영입이 제법 힘들어질 것 같거든.”
그 말을 내뱉고 찰리 브라운이 회의실을 나섰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찰리 브라운의 표정에는 제법 여유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