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75화 (75/198)

#75. 한국시리즈(5)

4회 초.

스왈로스의 공격.

아직도 단 하나의 안타도, 그리고 단 하나의 볼넷도 없는 스왈로스의 타자들이 이를 갈고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 아웃.

순식간에 강송구에게 2개의 아웃을 헌납한 상황에서 스왈로스의 3번 타자인 한동혁이 들어섰다.

따아아악!

그리고 5구 승부 끝에 결판이 났다.

-환상적인 수비!

-강송구 선수의 체인지업을 받아친 한동혁의 타구를 이호승 선수가 다이빙하며 받아냅니다!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준 이호승! 바로 일어나 1루로 송구하면서 그대로 아웃을 잡아냅니다!

-이렇게 4회 초가 끝납니다! 아직 경기는 0 대 0! 두 팀의 투수 모두 호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효는 혀를 내둘렀다.

-와……. 네 공을 때려내질 못하니까 그냥 눈을 감고 배트를 휘두르네. 방금 타격으로 안타가 나왔으면 짜증이 좀 났을 거야.

하지만 강송구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그만큼 상대의 타격이 막막하다는 뜻이니까.

운이 나쁘게 행운의 안타가 나왔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천천히 경기를 풀어나가면 된다.

“나이스 플레이!”

“굿굿! 진짜 이번 가을에는 호승이가 아주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는구나!”

이호승의 환상적인 수비를 본 덕분인지 젊은 투수를 상대로 갑갑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호크스의 선수들이 모처럼 환히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오늘 이호승과 함께 멋진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알렌 베이커도 ‘컴온! 컴온!’을 외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선배님! 이번 이닝에 꼭 점수를 만들겠습니다.”

이호승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짜식…… 아주 기가 살았네.

우효는 그런 이호승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강송구도 조금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이호승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게 참 신기했다.

그리고 묘한 감정이 들었다.

누구보다 팀의 중심이던 강송구.

그런 투수와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와서야 진짜 같은 팀 동료가 된 기분이었다.

“선배님. 제가 꼭 점수 만들겠습니다.”

이호승이 다시 다짐했다.

오늘 경기.

절대 질 수 없다고.

* * *

4회 말.

2-3-4로 이어지는 타선.

오늘 스왈로스의 젊은 투수에게 막혀 있는 호크스의 타자들은 이번 이닝이 공격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선두 타자는 이호승.

플레이오프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그야말로 미쳐 있는 그가 두 눈을 번뜩이며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 묘하게 투수전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이 균형이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렇죠. 강송구 선수는 고작 3일을 쉬고 등판을 했고, 김상준 선수는 올해 콜업된 젊은 유망주거든요? 경험이 상당히 부족하고 제구가 잘 흔들리는 투수입니다.

-맞습니다. 두 팀 모두 선발투수가 작은 흠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 상태입니다. 결국에는 오늘 경기의 향방을 가르게 될 것은 타선과 야수들의 집중력이거든요? 과연 두 팀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갈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우효가 씰룩쌜룩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오오! 호크스의 이호승! 쳐라! 쳐라! 쳐라!

이호승의 응원가를 부르며 신나게 빨빨거린다.

작은 고슴도치의 씰룩이는 엉덩이를 잠깐 보던 강송구가 고개를 돌려 마운드를 바라봤다.

오늘 자신과 함께 마운드를 공유하고 있는 스왈로스의 젊은 선발투수는 4회 말까지 제법 호투하고 있었다.

‘140대 초반의 포심, 준수한 슬라이더와 나쁘지 않은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는 좌완투수.’

젊은 투수이기에 미래가 기대되는 좋은 포텐셜을 갖춘 투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은 1군에서 겨우 버틸 수준의 능력을 갖춘 투수라고 봐도 된다.

‘그런 투수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호투를 펼친다?’

뭔가를 희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평균 이상의 능력을 투수가 보여줄 때는 뭔가를 희생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지금 김상준은 억지로 손목을 비틀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저런 슬라이더가 나올 수 없다.

김상준의 호투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평소와 다르게 크게 휘는 슬라이더였으니까.

‘금방 손목에 피로가 쌓일 거다.’

그게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는 모른다.

지금 당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어쩌면 1년 뒤에 갑자기 손목에서 비명을 지를 수 있다.

그때였다.

따아아악!

순간 귓가를 울리는 타격음.

강송구가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이호승이 주먹을 불끈 쥐며 1루를 향해 천천히 뛰고 있었다.

그리고 마운드에 있는 김상준은 왼팔을 살짝 털며 담장을 넘어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홈런! 홈런입니다!

-4회 말에 터진 솔로포! 이번 가을야구에서 가장 핫한 이호승 선수가 다시금 불을 뿜습니다!

-김상준 선수의 슬라이더를 받아쳤거든요? 이호승 선수가 아주 제대로 노린 것 같습니다.

-네, 각이 밋밋한 실투에 가까운 슬라이더였는데……. 이호승 선수가 기가 막히게 때려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호크스 파크의 함성이 크게 울렸다.

“쳤다!”

“좋았어! 역시 이호승!”

“나이스! 나이스!”

3루 코치와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한 이호승이 씩 웃으며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에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0의 행진이 끝났다.

호크스의 선취점.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호승을 향해 엄지를 척 내밀었다.

그리고 강송구의 옆에 있던 우효도 엉덩이를 씰룩이며 다시 이호승의 응원가를 불렀다.

-오오! 호크스의 이호승! 쳐라! 쳐라! 쳐라!

* * *

“스트라이크!”

호크스가 3 대 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호승의 홈런을 맞고 흔들리는 스왈로스의 선발투수를 상대로 2점을 더 만들어냈다.

그런 상황에서 스왈로스의 타자들은 평소보다 더 목이 바짝 마르는 심경을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마운드에 있는 거인.

강송구를 상대로 1점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조급함이 타격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경기는 7회 초.

단 하나의 안타도 볼넷도 허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왈로스의 1번 타자인 김형필이 타석에 들어섰다.

“후우…….”

정규시즌의 경기가 아닌 한국시리즈에서 상대 투수에게 완벽히 막혀서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

그는 다 죽어가는 얼굴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여기서 번트를 시도했다가는…….’

살아서 대전 호크스 파크를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스왈로스의 구단 버스가 불타지 않을까?

그래도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는 싫었다.

포스트시즌 최초 퍼펙트게임.

한 시즌 2번의 퍼펙트게임.

두 기록의 희생양이라니?

김형필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이거대로 싫네.’

평생의 안줏거리 감이냐?

버스가 불타는 것이냐?

정말 두 선택지 모두 싫었다.

“볼!”

이윽고 날아든 초구는 너클볼.

김형필은 나비처럼 날아든 공을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2구째로 날아든 포심 패스트볼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트라이크!”

조금은 짜증이 났다.

135㎞/h의 포심 패스트볼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공이 너클볼 다음에 나오니 배트를 내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웃긴 것은 앞선 두 공 다음에 나오는 공은 151㎞/h의 컷 패스트볼이었다.

“스트라이크!”

100㎞/h 근처의 너클볼.

130대 중반의 포심 패스트볼.

150대 초반의 커터.

그리고 다시 날아든 것은 77㎞/h의 슬로우 커브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야말로 놀아난 것이다.

김형필이 혀를 내두르며 더그아웃으로 사라졌다.

-7회 초! 강송구 선수가 스왈로스의 1번 타자 김형필 선수를 깔끔히 잡아냅니다!

-정말……. 대단한 투수입니다. 지금 스왈로스의 타자들에게 강송구 선수의 오른손은 100가지의 구종이 튀어나오는 요술 램프처럼 보일 겁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김태용 선수의 타격!

-이호승 선수가 있는 방향으로 튀는 공! 가볍게 공을 잡아서 1루로 송구! 그대로 아웃!

-깔끔히 이번 이닝의 두 번째 타자를 범타로 잡아내는 강송구 선수입니다.

단 1구 만에 벌어진 일.

2번 타자인 김태용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강송구가 던졌던 싱커를 떠올렸다.

‘내 생각보다 타이밍이 더 늦었어.’

7회 초의 마지막 타자도 같았다.

강송구가 던진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러나 강송구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세상에 완벽한 투수는 없으니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도 싱글A 타자를 상대로 정말 가끔은 안타를 맞을 수 있다.

그리고 강송구도 언젠가는 시원한 홈런을 맞을 수 있고, 행운의 안타를 허용할 수 있었다.

‘그게 이번 경기가 아니게 만들어야지.’

터벅터벅.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그의 눈은 아직도 승리의 목마름으로 가득했다.

* * *

“후우…….”

이호승이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9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

그는 눈을 돌려 전광판을 살폈다.

모든 것이 0이다.

강송구는 지금까지 단 하나의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나마 정규시즌에 퍼펙트게임을 겪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슴이 조금은 덜 쿵쾅거리네.’

이호승이 그건 다행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조용한 대전 호크스 파크.

우효는 스스로 침착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강송구와 함께 마운드에 오르니 심장이 콩닥거렸다.

-왜 내가 긴장되는지 모르겠네……. 우……. 우효오옷!

그런 우효를 뒤로하고 강송구가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그는 몇 년 전에 병실에서 환히 웃고 있는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오래 걸렸군.”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그래도 평생을 못 지킬 약속을 이제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스트라이크!”

아직 아웃 카운트가 3개나 남아 있었다.

이상하게 질 것 같지 않았다.

아니, 타자들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강송구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강송구는 천천히 접근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법이다.

“스트라이크!”

날카롭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는 타자를 보며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제 남은 아웃은 2개.

강송구는 멈추지 않고 공을 던졌다.

계속해서 나오는 스트라이크 콜.

강송구의 공에 자비는 없었다.

다양한 구속이 다양한 타이밍에 날아들었다.

타자의 머릿속에 있는 공은 없었다.

타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날아드는 공도 없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루킹 삼진.

스왈로스의 타자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도 못하고 9회 초의 두 번째 아웃을 헌납했다.

-후우…….

공을 던지는 강송구보다 우효가 더 긴장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호크스의 선수들도 침을 꿀꺽 삼켰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몸쪽 하이 패스트볼.

9회 초의 마지막 타자가 배트를 꽉 쥐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 없었다.

정규시즌 1위 팀이자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팀이라 불리던 스왈로스였다.

강송구가 바로 2구째 공을 던졌다.

날카롭게 가라앉는 체인지업.

이어서 3구째 날아드는 공은 너클 커브였다.

4구째는 바깥쪽 싱커.

볼 카운트가 순식간에 2-2가 되었다.

그리고 강송구가 5구째 공을 던졌다.

한국시리즈와 오늘 경기를 끝내는 위닝샷.

바깥으로 빠지는 슬라이더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세에엣!”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한 슬라이더.

동시에 더그아웃에 있던 호크스의 선수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필드로 뛰쳐나왔다.

-우승! 우승입니다! 호크스가! 호크스가 2030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합니다!

-30년 만의 우승입니다! 호크스! 호크스가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스왈로스를 꺾고 만들어낸 최고의 기적입니다!

그제야 경기장이 홈팬들의 함성으로 흔들렸다.

마운드 위에 있는 강송구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우효도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으하하하! 우리가 우승이야!”

“엉엉엉…… 엄마! 나 우승했어! 으허엉!”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었고.

환히 웃으며 다른 선수들을 껴안은 이들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강송구가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셨습니다.]

[포스트시즌 종합 보상으로 보유하고 있는 모든 구종이 A등급으로 상승합니다.]

[퍼펙트게임을 기록하셨습니다.]

[추가보상으로 ‘특성 퀘스트 완료권’x1을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뵙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플레이어 강송구.]

그 화면을 보며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2030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대전 호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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