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72화 (72/198)

#72. 한국시리즈(2)

진출이 더 기쁜 것이다.

강송구는 의아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호크스의 팬이 된 것일까?

촵촵촵촵!

계속해서 들려오는 우효의 사과 섭취 소리를 무시하고 강송구가 창원 스왈로스의 자료를 바라봤다.

-그것보다 벌써 한국시리즈라니…….

“충분히 올라갈 만한 팀이었다.”

그래, 호크스는 충분히 강팀이 될 조건을 갖춘 상태였다. 그게 언제 포텐셜을 터뜨릴지가 문제였을 뿐이다.

-그것보다 우리 호승이 몸 관리 좀 해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감기에 걸리면 아주 끝장이니까.

우효가 은근히 이호승의 건강 걱정을 하면서 남은 사과조각을 입에 쑤셔 넣었다.

그때 강송구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야?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대답했다.

“호크스 사장.”

이윽고 전화를 받은 강송구가 이야기를 짧게 나누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숙소를 나섰다.

우효는 그런 강송구의 어깨에 폴짝 뛰어올라 탔다.

-뭐래?

“이야기 좀 하자는군.”

호크스 구단 사무실로 향한 강송구.

곧 호크스 구단의 사장실에 도착한 그는 소파에 앉아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김명진 사장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앉지.”

“네.”

잠깐 침묵하고 있는 김명진 사장.

그가 입을 열었다.

“김칫국을 들이켜는 것 같지만……. 만약에 호크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진짜 임의탈퇴로 한국을 떠날 생각인가?”

강송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그렇군.”

김명진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말했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호크스에서 뛸 생각은 없나? 남는다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모든 것을 도와주지.”

그의 눈빛에는 욕심이 있었다.

사실 그는 호크스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호크스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전반기에 강송구가 보여준 활약과 호크스의 후반기 약진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어서 그런 것이지 그는 호크스에게 강한 애증을 가진 인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애증이 조금은 풀어졌다.

이번에 호크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그는 모기업 회장인 할아버지와 화해를 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작은 욕심이 생겼다.

호크스의 왕조 건설.

강송구가 2년만 더 남아준다면 어머니가 사랑했던 호크스가 왕조를 이룰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강송구는 단호했다.

김명진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할 수도 있어.”

“사장님. 남자라면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

“예전에 한 명의 여자아이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 예전에 한 여자아이를 구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와 약속을 했다.

솔직히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자아이는 4개월 뒤에 결국 하늘로 떠났고 큰 사고로 망가진 강송구의 어깨는 빠른 공을 던질 만큼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기회가 생겼고 운이 좋게도 호크스가 먼저 손을 내밀어 프로 계약을 맺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못 하면…… 뭐 내년에도 호크스에서 뛸 생각입니다.”

“…….”

“하지만 그럴 일은 없습니다.”

강송구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크스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합니다. 그리고 저는 호크스를 우승시키고 메이저리그에 갈 겁니다.”

그건 통보에 가까운 말이었다.

건방진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명진 사장은 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왜냐면 저 투수는 한번 내뱉은 말을 항상 지켜왔으니 말이다.

그러고는 강송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실을 빠져나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김명진 사장이 생각에 잠겼다.

* * *

스왈로스와 호크스.

두 팀의 한국시리즈 1차전.

2020년 우승 이후로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스왈로스와 30년간 우승을 못 한 호크스의 대결.

당연히 스왈로스의 홈 경기장인 창원 스왈로스 파크에는 많은 관중이 몰리기 시작했다.

-흐으으음! 스메에엘! 역시 이 냄새는 호크스의 승리를 알리는 냄새야! 으흐흐흐!

호크스 야구잠바를 입은 우효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을 쭉 둘러봤다.

‘…….’

강송구는 그런 우효의 말을 무시하고 오늘 상대할 스왈로스의 타선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옥의 클린업 트리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타자들이 푹 쉰 상태로 호크스의 투수들을 맞이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스왈로스의 클린업 트리오는 리그 최고의 타자들로 갖춰진 위력적인 상위타선이니까.

그런데도 강송구는 확신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아니, 확신이 아니었다.

그건 다짐이었다.

1회 초.

스왈로스의 1선발 투수인 김진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야수들은 군인처럼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역시 1위 팀이라는 건가?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에 김진수의 피칭이 시작되었다.

그리 좋은 구위와 구속을 가진 투수는 아니지만 뛰어난 제구력 하나로 매 시즌 15승 이상을 기록하는 스왈로스의 에이스인 김진수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호크스의 더그아웃에 들어선 김국도가 배트를 정리하고 혀를 내두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어쩌면 그렉 매덕스가 던졌다던 6분할 제구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 저 녀석 완전히 미쳤어.”

“그 정도까지 잘 던져요?”

“그래, 미쳤다니까. 와……. 소름이 돋더라. 저 정도 제구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

“처음은 아니죠.”

김국도는 후배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이 아니라고?”

“네, 저기 강송구 선배가 있잖아요.”

그래, 저 정도 레벨의 제구력을 갖춘 투수라면 호크스에도 한 명이 있었다.

“아, 송구라면……. 뭐 맞는 말이지.”

김국도가 고갤 끄덕였다.

강송구라면 충분히 뛰어난 제구력을 갖추고 있었다.

김진수와 비교해도 모자랄 것이 없었다.

따악!

그때 타격음이 들려왔다.

플레이오프에서 미친 활약을 보여줬던 이호승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그 활약을 이어나갔다.

-이호승!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2루타로 신고합니다!

-아! 진짜 이번 가을야구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하는 투수가 강송구 선수라면……. 타자 쪽에서는 이호승 선수가 그런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사 2루의 상황. 타석에는 김효곤 선수가 들어섭니다.

3번 타자 김효곤.

그가 타석에 들어가기 무섭게 김효곤에 맞춘 수비 시프트가 시작되었다.

한 몸처럼 움직이는 스왈로스의 야수들.

군기가 바짝 든 군인처럼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서 몇몇 호크스의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진짜 장난이 아니네.”

“제대로 이를 갈고 왔구나.”

그리고 모두의 예상처럼 김효곤이 때려낸 타구는 스왈로스의 수비 시프트에 걸려 버렸다.

-아! 아웃! 2루에 있던 이호승 선수가 진루하지 못하고 그대로 묶여 버렸습니다.

-좋은 기회였는데요……. 김효곤 선수 본인도 상당히 아쉬울 것 같습니다.

김진수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야 수비를 믿고 다음 타자인 이진모를 상대로 범타를 유도하며 1회 초를 깔끔히 막아냈다.

무리하게 삼진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 1회 말의 마운드를 책임질 호크스의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왔구나.’

‘저 괴물 새끼…….’

‘저 녀석을 상대로 점수를 뺏을 수 있을까?’

‘진짜 덩치부터 위압감이 느껴지네.’

스왈로스의 선수들이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를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자! 그러면 시작을 해볼까?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그는 좌타석에 들어서는 스왈로스의 1번 타자인 김형필을 바라보며 박진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초구는 패스트볼.’

고개를 끄덕인 강송구.

그가 빠르게 자신의 오른손을 휘둘렀다.

포수의 미트에 정확히 쏘아져 간 공.

김형필이 움찔 몸을 떨며 배트를 내밀었지만, 강송구가 던진 패스트볼이 절묘한 코스로 파고들었다.

“스트라이크!”

“아!”

아슬아슬하게 존을 통과한 공.

김형필은 볼인 줄 알았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고갤 흔들었다.

2구째.

강송구의 손에서 빠져나온 공은 커터였다.

좌타자를 상대로 강송구가 가장 많이 구사하는 공으로 이번에도 그 위력을 톡톡히 증명했다.

빠각!

“파울!”

배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파울이 된 공.

얼얼한 공의 구위에 김형필에 고갤 흔들었다.

‘커터는 절대 못 치겠네.’

답이 없었다.

분명히 146㎞/h의 커터였는데 실제로는 무슨 150대 초반의 공을 보는 것 같았다.

김형필이 이를 꽉 물었다.

‘할 수 있다. 하나만 더 보자.’

공 하나만 더 보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시금 타석에 들어선 김형필이 타격자세를 잡고 강송구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날아든 공은 너클 커브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제대로 브레이킹이 걸린 너클 커브에 헛스윙하며 삼진을 허용한 김형필이 고개를 흔들었다.

더그아웃으로 가면서 대기 타석에 있던 스왈로스의 2번 타자인 김태용에게 조언을 남겼다.

“구위가 상당히 좋아. 커터나 싱커 같은 공을 조심해.”

“네, 선배님.”

그의 말에 김태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능력이 뛰어난 타자.

하지만 지난 시즌에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고, 이번 시즌에 본격적인 에이징커브를 겪고 있는 타자.

스왈로스의 2번 타자.

김태용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형필과 다르게 강송구는 김태용을 상대로 변형 패스트볼보다 다른 변화구를 구사했다.

특히 슬라이더와 커브를 많이 활용했다.

-그냥 떨어지는 공에 무조건 헛스윙이네.

‘예전과 다르게 선구안이 떨어졌지.’

패스트볼이나 변형 패스트볼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상하리만큼 변화의 폭이 큰 변화구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커브나 포크볼을 주력으로 쓰는 투수에게 많은 삼진을 허용하며 무너졌었다.

그걸 아직 고치지 못했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4구째 던진 스플리터에 헛스윙한 김태용이 이를 꽉 물고는 타석에서 물러났다.

두 타자를 상대로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낸 강송구가 드디어 스왈로스의 클린업 트리오 중 한 명을 마주했다.

-한동혁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번 시즌에 스왈로스의 클린업 트리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타자죠.

-맞습니다. 이번 시즌만큼은 최재빈이나 김이윤 선수보다 훨씬 나은 장타력을 보여줬습니다.

‘그 장타력 때문에 타격에 약점이 생겼지.’

강송구는 알고 있다.

한동혁이 전반기와 다르게 후반기에 뻥뻥 홈런을 때린 이유를 말이다.

‘레벨 스윙만으로 충분히 홈런을 만들어내던 타자가 장타력을 보완하려고 어퍼스윙을 바꿨다.’

그 덕분에 작년보다 8개나 홈런이 늘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에 약점이 생겼다.’

대부분의 거포가 이런 약점이 있지만, 이번 시즌 후반기에 한동혁은 유난히 몸쪽 높은 코스에 약했다.

슈우우욱! 펑!

초구는 몸쪽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

한동혁이 시원히 배트를 휘둘렀지만 강송구가 던진 패스트볼을 때려낼 수 없었다.

2구째는 같은 코스로 들어가는 싱커였다.

높게 들어가다가 타자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싱커에 한동혁이 배트를 내밀다가 놀라 몸을 틀었다.

“볼!”

공을 받아낸 박진수는 스윙이 아니냐는 눈으로 일루심을 바라봤지만, 일루심의 판정은 체크 스윙이었다.

이어지는 3구째 승부.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였다.

“스트라이크!”

조용히 공을 지켜보던 한동혁이 바깥쪽 낮은 코스에 완벽히 걸친 슬라이더에 혀를 내둘렀다.

‘저건 보고도 못 칠 공이네.’

한동혁이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공은 바깥쪽 코스의 패스트볼.

다른 구종은 쉽게 공략할 수 없지만, 애매한 코스로 들어오는 패스트볼이라면 150대 후반의 구속이어도 홈런을 때려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는 한동혁을 상대로 강송구가 꺼낸 위닝샷은 몸쪽 체인지업이었다.

슈우우우욱! 딱!

-유격수 정면의 땅볼!

-알렌 베이커가 가볍게 잡아서 1루로!

-그대로 아웃! 1회 말이 이렇게 끝납니다!

체인지업에 당한 한동혁이 거칠게 야구헬멧을 벗고는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의 첫 번째 이닝을 깔끔히 끝낸 강송구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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