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70화 (70/198)

#70. 플레이오프 1차전(2)

-강송구 선수가 깔끔히 1회 말의 피칭을 끝냅니다.

-오늘도 역시나 완벽하네요.

-괜히 코리안 비스트라는 별명이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같은 호크스 출신이던 코리안 몬스터 강현준 선수의 뒤를 이어서 등 번호 99번을 짊어지고 있는 게 아니란 거죠!

강송구가 깔끔히 1회 말을 끝내고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었다.

오늘 경기 사뮤엘 힉맨의 컨디션이 좋기에 큰 득점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는 덤덤했다.

자주 있던 상황이었다. 그럴 것이 강송구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낮은 득점 지원을 받은 투수였다.

그게 얼마나 심하면 호크스의 몇몇 팬들은 강송구가 마운드에 오르면 일단 타자부터 욕했다.

“저 새끼들 또! 저런다!”

“제발! 에이스 어깨 좀 편히 만들어주라! 어?”

“아니! 사람이 경기당 평균 득점 지원이 2.74가 뭐냐? 리그 최하위야! 최하위!”

“호크스 이 자식들아! 고척 헌터스의 패배 귀신인 빅터 로저스도 3점대 득점 지원은 받았어!”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동안에 10승 19패를 기록한 빅터 로저스보다 훨씬 낮은 득점 지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강송구는 팀의 승리를 가져오며 이번 시즌에 20승 이상의 승수를 가져왔다.

그렇기에 몇몇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강송구가 저번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뒤에 6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던 경기를 봤음에도 조롱보다는 안쓰러움이 가득한 글을 많이 남기기도 했다.

[댓글]

-왘ㅋㅋㅋ 진짜 지독하닼ㅋㅋ 나 같으면 저런 득점 지원받으면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에서 주전자 던지고 난리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로봇처럼 있을 수 있냐?

-그건 이미 해탈했기 때문이지.

-내가 장담하는데 강송구가 빅터 로저스만큼의 득점 지원을 받았으면 무패투수였음. ㅋㅋㅋㅋ

-무패투수가 문제인가? 전승투수였짘ㅋㅋㅋ

-진짜 멘탈이 저렇게 튼튼해야만 120대 후반의 구속을 두고 프로에 복귀해서 구속도 회복시키고 시즌 20승도 거둘 수 있구나……. 진짜 감탄만 나온다.

-그나마 수비지표는 호크스가 좋아서 강송구가 저렇게 버틸 수 있던 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20승이 아니라 15승도 못했을 거다.

-솔직히 내야 수비가 좋아서 강송구가 참은 거지 그거 아니면 타자들 죽빵 한 대씩 때려도 무죄임.

그런 상황을 타자들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도 강송구가 마운드에 오르는 날에 더 신경 쓰고 노력을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득점 지원은 쉽지 않았다.

-와우!

우효가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로 2회 초의 호크스는 강한 공격력을 보여주며 사뮤엘 힉맨을 상대로 2개의 안타를 훔쳐내며 1사 1, 3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타격음.

틱!

-병살타! 호크스의 좋은 기회가 날아갑니다!

-사뮤엘 선수가 자신의 위기관리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2회 초도 깔끔히 막아냅니다!

병살타를 친 타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강송구가 등판하면 팀 타선이 조금 주춤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더 신경 써서 타석에 들어섰는데, 아쉽게도 결과는 항상 좋지 못했다.

-괜찮겠어? 이러다가 단체로 슬럼프가 찾아올 것 같은데? 와……. 저기서 어떻게 병살타가 나오지?

우효의 빈정거림에 강송구가 고갤 흔들었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수비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니까. 딱 1점만 내주길 기도해야겠지. 그리고 슬럼프라기에는 내 경기가 아닌 경기에서 호크스의 타선은 빵빵 잘 터졌다.’

-음……. 그렇긴 하지.

준플레이오프 2차전도 그랬다.

제대로 타격에서 찍어눌렀지.

그렇기에 강송구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마운드에 올라선 그가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딱 1점만 들어주면 된다. 난 그걸 지키면 그만이고. 14 대 1로 이긴 거나 1 대 0으로 이긴 거나 똑같은 1승일 뿐이다.”

-거참 놀라운 지론이네.

“그것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거지.”

-아…… 그렇지.

“새롭게 얻은 무기……. 이걸 어떻게 써먹을지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군.”

강송구는 그러면서 시선을 상태창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처치 곤란한 골칫덩이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 *

너클볼.

손끝으로 회전을 줘서 던지는 다른 구종과 다르게 손가락의 관절을 이용해서 밀어 던지는 구종이다.

당연히 밀어 던지는 이유는 공의 회전을 없애기 위해서고, 회전이 없을수록 너클볼은 더욱 위력적이게 변한다.

그리고 강송구는 이 너클볼을 얻었다.

‘필 니크로의 너클볼’을 말이다.

‘첫 명전급의 구종.’

아마도 이 구종이 가진 가치는 20-80 스케일에서 70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구종이 아닐까 싶었다.

‘아마도 구종 특성 퀘스트를 깨면 그와 관련된 구종이 지금 얻은 너클볼과 비슷한 수준의 공이 되겠지.’

아무튼.

지금 강송구가 가진 구종 중에서 가장 강력한 구종이 바로 너클볼이었다.

문제는 너클볼이 가진 특수성이 문제였다.

-포수가 받질 못하는데……. 당연히 던질 수 없지.

우효의 말처럼 박진수는 강송구의 너클볼을 받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일반적인 너클볼이라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메이저리그에서도 압도적이라 평가를 받을 만큼 대단한 너클볼이었다.

혹시나 해서 몇 구 던져서 시험을 해봤지만…….

‘결국에는 단 1구밖에 못 받았지.’

-그것도 겨우 받았지.

‘그래.’

너클볼을 받아보려 했던 박진수는 소름이 돋는 움직임을 보여준 강송구의 너클볼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재능은 무시 못 하겠네. 이런 공을 또 언제 준비했어?’라는 말도 들었었다.

거기다 너클볼을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많았다.

특히 공을 받아야 하는 박진수의 무릎이 썩 좋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기에 지금 강송구의 손에 들어온 너클볼은 계륵에 가까운 구종이었다.

-그래도 중요한 타이밍에 경기의 흐름을 끊는 조커로서 써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공이지.

‘그래.’

우효의 말처럼 딱 1번은 던질만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삼진! 또 삼진!

-강송구 선수가 2회 말에 두 명의 타자를 상대로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내면서 투 아웃을 만듭니다!

2회 말의 마지막 타석에는 데빌스의 6번 타자인 김동관이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초구는 바깥쪽 커터.

강송구가 던진 공에 김동관이 배트를 내밀다 움찔하고 몸을 떨며 배트를 급히 멈췄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일루심의 판단은 돌았다는 판정이었다.

-아! 스윙했다는 판정입니다.

-네, 홈플레이트를 조금 넘었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강송구 선수의 2구! 그대로 볼이 됩니다.

-조금 빠지는 공이었습니다. 강송구 선수가 제법 신중하게 김동관 선수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3구째는 몸쪽 싱커.

배트를 시원하게 휘두른 김동관은 배트를 타고 전해지는 얼얼한 감각을 뒤로하고 파울 라인을 넘어가는 공을 보며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갤 흔들었다.

“파울!”

분명히 제대로 노린 코스였음에도 구위에 완전히 눌려서 공이 뻗어 나갈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4구째에서 헛스윙 삼진.

강송구가 던진 슬라이더에 김동관이 시원하게 배트를 내지르며 2회 말의 마지막 아웃을 헌납했다.

천천히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강송구.

그런 강송구의 옆으로 박진수가 슬쩍 다가왔다.

“보통 커브를 던지던 타이밍 아니야?”

“맞습니다. 하지만 슬라이더가 더 좋을 것 같아서요.”

“내 무릎을 걱정하고 있는 거지?”

박진수가 엄한 표정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송구야. 내 무릎은 걱정하지 말라니까? 자신 있게 네가 하고 싶은 피칭을 해줘. 괜히 내 걱정을 하면서 평소와 다르게 볼 배합을 가져가면 오히려 상대가 눈치챌지도 모르니까.”

박진수의 말을 듣고 강송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닙니다.”

“뭐?”

“있다가 제가 너클볼을 써먹으려면 무릎이 쌩쌩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기다려 주세요. 5회 말이나 6회 말에 너클볼을 받으려면 무릎이 찢어질지도 모릅니다.”

단호한 강송구의 말에 박진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말은 저렇게 해도 자신의 무릎을 걱정해 주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저 덤덤한 표정도 더욱 믿음직스러웠고.

“그래, 너클볼! 기대할게.”

박진수가 더그아웃에 들어가서 포수 장비를 벗는 동안에 강송구는 마운드에 오른 사무엘 힉맨을 바라봤다.

-왜 그래?

‘아니, 딱히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사무엘 힉맨의 피칭은 확실히 굉장했다.

2미터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140대 중후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폭포수처럼 꺾이는 12to6 커브는 알고도 치기 어려운 공이었으니까.

그런 사무엘 힉맨이 오늘 경기에서 평소보다 더 괴물 같은 공을 던지고 있었다.

더 빠르고 강력한 공.

최고 150㎞/h에 육박한 공을 던지는 순간.

강송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버페이스다.’

사무엘 힉맨의 최고 구속은 148~150㎞/h 사이다.

그리고 150㎞/h의 공은 정말 컨디션이 좋은 날 2~3번 정도 나오는 편이었는데 오늘 사무엘이 던진 150㎞/h의 공은 벌써 7구나 되었다.

이건 사무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마 의식하고 있는 것은 상대 투수.

그러니까 강송구일 것이다.

‘같은 큰 키를 가진 우완투수이고, 패스트볼 구속이나 제구력도 비슷하고, 거기다 두 명 모두 팀의 에이스니까……. 당연히 의식할 수밖에 없겠지.’

거기다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평범한 젊은 투수였다면 덜덜 떨면서 공을 던질 큰 무대가 바로 오늘 경기였다.

그리고 그 오버페이스로 공을 던지는 사무엘 힉맨은 3회 초를 순식간에 지우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와! 오늘 진짜 단단히 준비했나 보네?

‘중요한 경기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사무엘인가 하는 놈이 세 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서 제대로 기세를 탔는데?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답했다.

‘여기에 기름을 더 끼얹어야지.’

-기름?

그러고서는 좌완용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빠른 공이 좋다면……. 진짜 빠른 공을 보여줘서 어깨가 달아오르게 만들어야지.”

* * *

슈우우욱! 펑!

“아……. 왜 하필!”

3회 말.

타석에 선 8번 타자 김익훈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앞을 지나간 공은 전광판을 보지 않아도 얼마나 빠른 공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159㎞/h]

또 이랬다.

준플레이오프에선 꺼내지도 않았던 왼손을 데빌스를 상대로는 다시금 꺼내 든 것이다.

거기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147㎞/h의 고속 슬라이더가 날아들었다.

이건 그가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때려낼 수 있겠지만…….’

애초에 메이저리그는 야구에 미친 괴물들만 있는 곳이니까 가능한 것이겠지.

다시 날아드는 포심 패스트볼.

160㎞/h라는 구속이 전광판에 떠올랐다.

그리고 김익훈은 그저 멍하니 타석에 서 있다가 공 3개를 보고 터벅터벅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9번 타자와 승부도 똑같았다.

강속구를 던졌고.

2구째 던진 공에 배트를 휘두른 타자는 그대로 내야 뜬공으로 아웃을 헌납하며 물러났다.

-오! 저 친구는 제법이네? 그래도 배트를 내밀었어.

‘배트 컨트롤이랑 선구안이 좋은 친구지. 힘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지만 말이야.’

3회 말의 마지막 타자.

데빌스의 1번 타자인 민진규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묘한 데자뷔를 느끼며 눈을 찌푸렸다.

‘그때는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나?’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결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꽉쥔 배트를 휘두른 민진규.

하지만 강송구의 왼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배트 스피드였다.

그리고 다시 날아드는 160㎞/h의 포심 패스트볼.

강송구는 슬라이더를 제외하면 모두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며 구속의 폭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아웃!”

결과는 루킹 삼진.

민진규가 멍한 표정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고개를 절레 흔드는 민진규.

하지만 강송구의 시선은 민진규가 아닌 데빌스의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챙기고 있던 사무엘에게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승부욕을 불태우는 외인 투수.

강송구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제대로 불이 붙었군.’

활활 타는 나무에 제대로 기름을 끼얹었다.

이제 타오르는 나무는 금방 하얀 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효는 그런 상황을 지켜보더니 일본만화에서 나온 명대사를 내뱉으며 낄낄 웃었다.

-하얗게……. 불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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