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60화 (60/198)

#60. 코리안 비스트(2)

[제목: 뭐냐? 강송구 방금 뭐임?]

-내용: 뭐임?

댓글

-몰라;; 무서워;;

-아니, 갑자기 왼손으로 공을 던졌는데 160㎞/h가 나왔다고? 이게 뭐야;;

-미쳤네;;; 그 시절 코리안 비스트를 보는 줄 알았다.

-송구펀치! 송구펀치! 송구펀치!

-믿고 있었습니다! 호크스의 구세주우우우!

-와……. 봤음? 151㎞/h짜리 슬라이더가 박히는 거;;;

-아니;; 저 고속 슬라이더는 또 뭐야?

-꼭 오버핸드로 던지는 랜디 존슨을 보는 것 같다. 넘모넘모 무섭다;;;

-159㎞/h짜리 공이 몸쪽에 붙으니까 신용택 살짝 쫄아서 타석 밖으로 슬쩍 도망치는 거 봄?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오줌 지렸음.

충격적인 등장.

강송구의 왼손은 그렇게 세상에 나타났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보러온 많은 스카우트가 두 눈을 반짝이며 강송구의 모습을 관찰했다.

특히, 일본과 미국 쪽 스카우트들의 눈빛이 남달랐다.

스티븐 홍이 두 눈을 찌푸렸다.

“최악이군.”

경쟁자들이 붙었다.

그것도 강송구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원래 사뮤엘을 보러온 친구들인 것 같은데…….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여야겠어.”

그러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를 걸면서 생각했다.

‘갑자기 왼손 피칭이라니. 만약에 오른손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구속에 근접하게 된다면……. 강송구를 막을 수 있는 선수가 한국에 존재할까?’

없다.

스티븐 홍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강송구를 막을 타자가 한국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강송구는 스카우팅 리포트에 이례적으로 ‘랜디 존슨’과 ‘그렉 매덕스’까지 넣으며 극찬했던 그 시절의 코리안 비스트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물론, 그건 강송구가 이 구속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지.’

때마침 반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래, 나야.”

-그래, 스티븐! 갑자기 무슨 일이야? 자기가 해야 할 일 대부분을 바로 밑에 있는 나에게 내팽개치고 한국으로 달려간 녀석이 갑자기 전화를 다 하고.

“내가 말했던 캉과 관련된 자료를 보낼 거야.”

-캉? 확실히 매력적인 선수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최소 하위선발에서 4점대 활약을 해줄 선수.

“아니, 정보가 많이 바뀌었어.”

-뭐? 잠깐만 기다려.

잠깐 전화기가 조용해졌다.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타자를 때리는 손가락 소리.

이윽고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뭐야?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는 랜디 존슨과 톰 글래빈의 제구력을 얻은 그렉 매덕스.”

-미쳤어? 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기 생각을 스카우팅 리포트에 담은 거야? 스카우트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투수를 봐야지!

“영상자료까지 한꺼번에 보냈으니까 살펴봐.”

다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스마트폰 반대편에서 다른 느낌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X발.

“욕 나오지.”

-도대체 이런 이상한 투수는 어떻게 찾은 거야?

“양키스 시절에 내가 스카우트했던 친구지.”

-기억나는군. 그래, 코리안 비스트.

“센세이션한 선수였지.”

-그때 자네가 만든 스카우팅 리포트도 양키스 내부에서 화제였지. 랜디 존슨과 그렉 매덕스라는 두 전설과 비교하며 캉의 포텐셜을 극찬했었는데……. 그걸 보고 노땅들이 뒤집히고 난리가 났지. 그때 총 맞지 않은 걸 다행히 여겨.

“지금도 대단해.”

-그래, 봤어. 확실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하지만 그 구속이 계속 유지는 되는 거야?

“몰라, 계속 지켜보려고.”

-좋아. 난 캉이 오른손으로 최소한 90마일 근처의 구속만 되찾아도 지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어. 왼손은 95마일 정도 나와야겠지.

“지금 가진 능력으로도 충분히 가치는 있어.”

-톰 글래빈의 제구력을 가진 그렉 매덕스? 확실히 자네의 표현이 틀리지는 않지. 하지만 캉이 뛰고 있는 리그의 수준을 생각하면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해.

“검증이라…….”

4회 말이 끝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야수.

강송구를 보며 스티븐 홍이 씩 웃었다.

“어쩌면 그 검증이라는 거 금방 보여줄 것 같은데?”

* * *

아무도 강송구 근처에 다가오질 않았다.

그만큼 충격적이었으니까.

동시에 경외감이 가득한 눈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대단한 투수야.”

“놀랍네. 정말 놀라워.”

“진짜……. 불사조네. 처음 구단에 입단했을 때는 130㎞/h도 겨우 나왔었잖아.”

“약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이상하지.”

“어쩌면 저게 재능이라고 볼 수 있지.”

5회 초.

마운드에 오른 사뮤엘 힉맨.

그가 4회 말에 보여준 강송구의 피칭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공의 제구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군.’

-널 의식하나 본데?

‘그럴지도 모르지. 비슷한 신장을 가진 투수, 그리고 각 팀의 에이스이면서 다승왕 경쟁을 하고 있으니까.’

-어? 저 친구가 다승 2위야?

‘그래, 나랑 3승 차이가 나지만 말이야.’

강송구의 말에 우효가 감탄 어린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에 사뮤엘이 볼넷으로 선두 타자를 1루로 보냈다.

동시에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호크스의 김동식 감독의 손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경을 긁을 생각인가 봐?

‘너 야알못 아니었나?’

부들부들.

강송구의 말에 우효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야구의 요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걸 모를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저 ‘누가’ 운이 너무 좋아서 도움을 주었다가는 파산을 할 지경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을 뿐이었다.

아무튼, 우효과 강송구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번트 자세를 잡으며 사뮤엘을 흔든 타자가 연이어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쳤습니다!

-깔끔한 버스터였습니다.

-주자는 무사 1,2루. 오늘 처음으로 사뮤엘 선수가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데빌스는 사뮤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빠르게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오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네.

‘당장 사뮤엘을 내릴 생각은 없을 거야.’

지금 데빌스의 포수는 수비력‘만’ 좋은 어린 포수였기에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투수코치가 올라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데빌스의 포수는 끊을 타이밍을 모르거든.’

-그렇군.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마음을 가다듬은 사뮤엘이 이어지는 타자와 승부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며 두 개의 아웃을 잡아냈다.

-깔끔한 병살타!

-이건 정말 좋습니다. 비록 2루에 있던 주자를 3루로 보냈지만……. 결국에는 투 아웃을 잡아냈어요.

-이런 부분을 보면 사뮤엘 투수의 맞춰 잡는 능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대로 점수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호크스의 타선은 끈질겼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대타자 김상영.

따악!

“파울!”

그가 끈질기게 사뮤엘의 공을 보며 어떻게든 3루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가상했는지.

야구의 여신은 김상영에게 웃어주었다.

-아! 묘한 코스로 나아가는 타구!

-텍사스성 안타입니다! 그대로 달리는 3루 주자!

-홈 승부! 그대로……. 세이프으으으으으!

-다시금 한 점을 만드는 호크스!

-이제 점수는 2 대 0이 되었습니다.

“타선의 끈기가 완전히 달라졌군.”

김동식 감독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타자들이 쉽게 타석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전반기보다 타자들이 투수를 상대로 소화하는 투구수도 1.2개가 늘었다는 자료가 그걸 증명한다.

그만큼 타자들이 투수와 승부에서 최대한 공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어지는 승부에서 삼진으로 이번 이닝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사뮤엘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다시 마운드로 올라가야 할 시간.

모두가 강송구의 왼손과 구속에 관심이 있는 사이에 강송구는 또 하나의 기록을 생각하며 마운드에 올랐다.

-너 지금 삼진을 10개나 잡았네.

‘남은 5이닝 동안 10개를 더 잡으면 박태오 선배가 기록한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19개를 넘어서지.’

-설마…… 너!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효를 뒤로하고 강송구가 마운드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삼진 잡기 딱 좋은 날이군.”

* * *

5회 말.

“다시 우완인가?”

타석에 들어선 데빌스의 5번 타자 김정호가 두 눈을 찌푸리며 강송구를 노려봤다.

앞선 이닝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모습이 아직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송구가 다시 오른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강송구는 왼손과 다른 오른손이 가진 장점으로 김정호를 천천히 사냥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우타자 바깥쪽에 절묘하게 걸치는 슬라이더.

김정호가 아찔하다는 표정으로 고갤 살짝 흔들었다.

‘무슨 저런 공이 다 있어?’

우타자를 상대로 던진 강송구의 슬라이더는 그야말로 언터처블에 가까운 구종이었다.

거기다 몸쪽으로 붙는 싱커도 문제였다.

따악!

“파울!”

쉽게 정타를 때릴 수 없는 싱커로 몸쪽 코스를 공격적으로 공략을 하니 김정호가 쉽사리 배트를 내밀기도 힘들었다.

지금은 커트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강송구는 투 스트라이크가 쌓이기 무섭게 이제껏 꺼내지 않았던 스플리터를 꺼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가라앉는 스플리터에 김정호가 너무나도 허탈하게 삼진을 허용했다.

“허…….”

이제는 허탈해서 욕도 나오지 않았다.

앞선 이닝이 구속으로 타자를 때리는 폭력적인 피칭이었다면, 오른손을 쓰고 있는 지금 이닝의 강송구는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중심으로 타자를 약 올리고 있었다.

-11번째 탈삼진! 강송구 선수가 정말 빛나는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강송구 선수……. 왼손도 그렇지만 오른손의 제구력과 구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데빌스의 6번 타자 박창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진짜…….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지?”

타석에 들어서던 박창기가 투덜거렸다.

왼손으로 160대 공을 던지다가 다시 오른손으로 140대 초반의 포심을 던진다.

그러면서 뛰어난 제구력과 구위로 타자를 약 올리며 다양한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내고 있었다.

단 하나의 볼넷도 없이 말이다.

‘경기 초반에 안타 하나 나오지 않았으면……. 그냥 퍼펙트를 내줬겠어. 너무 압도적이야.’

아직도 한국에서는 기록한 적이 없다는 퍼펙트게임의 희생양이 될 뻔한 것을 생각하니 박창기는 자신의 뒷골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초구가 날아들었다.

“히야! 진짜 미쳤네.”

갑자기 날아든 초구 커브.

당연히 박창기는 배트를 내밀지 못했다.

너무나 갑자기 들이밀어 진 커브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부우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2구째도 커브였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낮게 떨어지는 공이었다.

‘어떻게 같은 눈높이로 떠오른 공이 떨어지는 낙차는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카운트가 몰리기 무섭게 강송구가 우타자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며 간을 보기 시작했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고?’

4구째.

패스트볼 다음에 날아든 슬라이더에 박찬기가 너무나 허무하게 삼진을 허용하며 물러갔다.

오늘 경기 12번째 삼진이었다.

그제야 기자들은 물론이고 몇몇 이들이 조금씩 기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박태오 선수가 기록했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 몇 개였지? 18개였나?”

“19개.”

“지금 강송구 선수의 탈삼진은 12개고…… 남은 이닝은 아직 4.1이닝이니까…….”

“충분히 가능한 기록이지.”

그제야 기자들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동시에 데빌스의 더그아웃도 바빠졌다.

“슬라이더를 던질 때 쿠세를 찾아봐! 최근에 추가한 구종이라서 분명히 뭔가 어색한 부분이 있을 거야.”

“미치겠네……. 우리가 벌써 삼진을 12개나 내줬다고?”

“4회 말에 보여줬던 퍼포먼스 때문에 잠깐 잊은 거지. 설마 저런 삼진 페이스일 줄 몰랐어.”

모두가 놀란 가운데 차분히 시나리오를 쓴 강송구만이 천천히 남은 이닝의 견적을 짜고 있었다.

“딱 8개만 더 잡으면 되겠군.”

그러고는 덤덤히 로진백을 들어 올려 오른손에 고루고루 송진 가루를 묻혔다.

잠시 뒤.

5회 말의 마지막 타자도 결과는 삼진이었다.

이제 남은 삼진은 7개.

강송구가 덤덤히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그런 강송구를 보며 데빌스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한 백업 선수가 중얼거렸다.

“저게 바로 코리안 비스트구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