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56화 (56/198)

#56. 바깥양반! 제발 안으로 공 좀 던져!(4)

7회 말.

강송구가 조용히 사직 야구장을 쭉 둘러봤다.

8월의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이상하리만큼 심장이 차갑게 식는 기분을 느꼈다.

‘나쁘지 않군.’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끝이 가장 중요한 법.’

오늘 경기를 끝내기 위한 남은 아웃 카운트는 9개.

대기록을 넘어서는 데 필요한 아웃 카운트는 7개.

하지만 강송구는 이런 사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앞에 있는 타자에 집중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안타와 볼넷을 좀 많이 허용했지만, 기적과도 같이 점수를 내주지 않았군.’

톰 글래빈을 따라 했지만, 확실히 톰 글래빈처럼 완벽히 주심을 속이지도 못했다.

그래도 6이닝 무실점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머쥘 수 있었다.

강송구가 타석에 들어서는 부산 티탄즈의 7번 타자를 조용히 바라보며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대타자군.’

자료에는 번트에 능하고 발이 빠른 타자. 그리고 바깥쪽 코스에 강한 타자라고 적혀 있던 선수였다.

아무래도 번트를 시도하거나 바깥쪽으로 어설프게 들어가는 공을 노리고 배트를 휘두를 생각인 것 같았다.

‘뭐……. 그렇게 놔둘 생각은 없지.’

슬슬 톰 글래빈 놀이도 끝내야 할 때.

강송구가 박진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무섭게 타자가 번트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강송구는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좌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 패스트볼을 던졌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날아든 몸쪽 커터에 타자가 몸을 움찔하며 급히 티탄즈의 더그아웃을 바라본다.

바깥쪽 공을 노린 것 같았지만……. 이번 타자에게만큼은 미안하게도 바깥쪽으로 공을 던질 생각이 없었다.

‘몸쪽으로 던져달라며? 그러면 던져줘야지.’

그리고 그런 강송구의 모습을 보며 우효가 잘게 가시를 떨며 고갤 흔들었다.

-넌 정말 나쁜 놈이다.

어쩌겠는가.

프로에선 속는 놈이 바보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몸쪽 컷 패스트볼.

140㎞/h의 컷 패스트볼에 타자가 제대로 배트도 못 내밀고 스트라이크를 헌납한다.

덤덤히 다음 피칭을 준비하는 강송구.

‘범타를 유도할 생각은 없다. 이번 이닝은 최대한 깔끔히 삼진으로 잡아낸다.’

바깥쪽 코스에 익숙해진 타자들에게 몸쪽 코스로 들어가는 커터나 싱커는 상당히 곤란한 공일 것이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 물론 위닝샷은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email protected]#$%!”

타석에서 물러나며 타자가 뭐라 중얼거린다.

아마도 욕일 것이다.

-네 부모 만수무강하라는데?

‘굳이 그런 것까지 전달해 줄 필요는 없다.’

슬슬 커브와 너클 커브의 비중도 늘려야겠다고 생각한 강송구가 다음 타자인 부산 티탄즈의 8번 타자를 바라봤다.

* * *

“이제야 확신이 드는군.”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스카우트 팀장.

스티븐 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송구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한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톰 글래빈처럼 던질 수 있다니…….”

저 정도 제구력이라면 구속이 조금 느려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최소 88마일(약 141㎞/h)까지는 평균 구속이 올라야 하는데…….”

지금 강송구의 평균 구속은 137.7㎞/h.

딱 4㎞/h만 구속이 더 오르면 된다. 그리고 스티븐 홍은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점점 구속이 오른다. 처음 봤을 때는 고작 82마일 근처도 힘겹게 던지던 투수였는데…….’

이제는 톰 글래빈을 떠오르게 만드는 투수가 되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생겼다.

‘문제는 기간이군.’

최근 포스팅 기간이 줄었다지만, 6년은 한국에서 뛰어야 하는 실정이기에 강송구가 포스팅을 얻어서 진출할 수 있는 나이는 딱 30살이었다.

‘하지만 묘한 소문이 하나 돌고 있지.’

강송구가 어쩌면 3년 안에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묘한 소문이 조금씩 돌고 있다.

그 덕분에 NPB 출신의 스카우트 몇 명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몇몇이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나타났다.

‘아직은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거다.

현대 야구에서 구속의 가치는 점점 오르고 있으니 강송구처럼 구속이 느린 투수는 더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활약이 이어진다면?

‘저들도 알게 되겠지.’

지금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투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강송구를 지켜보는 사이.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8회 말! 강송구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선수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 인기가 제법 대단하거든요?

-그렇죠.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뛰어들었다가 다쳐서 프로를 그만두었고, 그 뒤에 재활하고 나서 느려진 구속으로 독립 야구단을 거쳐서 프로에 입단……. 그리고 점점 구속도 빨라지고 여러 기록도 만들면서 불사조처럼 일어난 선수입니다.

-하하하! 거기다가 팬들에게 사인도 정말 많이 해주는 선수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프로라면 당연히 팬 서비스가 필수죠. 요즘 그런 선수들이 많아져서 저도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8회 말.

그를 바라보는 상대 타자들의 눈에는 이제 분노와 자신을 향한 질책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타자들을 보며 강송구가 아끼고 아껴둔 스킬을 사용하며 완벽히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The end of a Innings’을 사용하셨습니다.

계속해서 130대 후반의 구속만 보던 타자들에게 140대 후반의 공을 보여줄 생각에 우효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정말 짜릿짜릿하군!

‘갑자기 왜 그래?’

-네가 하는 말투를 따라 해봤다. 휴먼.

강송구는 시답지 않은 말을 하는 우효에게서 시선을 돌려 호크스의 불펜을 힐끗 바라봤다.

‘아직 준비하지 않는군.’

김동식 감독이 그를 믿는다는 뜻이었다.

‘투구수는 90개가 조금 넘었다. 아직 체력적인 여유도 다를 때보다 충분해.’

고갤 끄덕인 강송구가 박진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타석에는 티탄즈의 1번 타자.

박병철이 들어섰다.

오늘 경기 썩 재미를 보지 못한 그의 등장에 박진수가 포수 마스크를 고쳐 쓰며 트래쉬 토크를 내뱉었다.

“자! 어떤 공을 던져줄까? 바깥쪽으로 빠지는 싱커? 아니면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 패스트볼?”

“…….”

하지만 박병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분노로 가득한 눈으로 강송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박진수는 입을 닫고 힐끗 타자를 살폈다.

‘아주 눈이 돌아가셨네.’

초구는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포심 패스트볼.

그것도 얼굴 가까이 던지라는 사인이었다.

강송구는 그 사인에 고갤 끄덕였다.

‘홈플레이트에 아주 바싹 붙었네.’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강송구가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슈우우욱! 펑!

“헉!”

얼굴 근처로 날아드는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타자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공을 박진수가 요구한 미트로 정확히 날아들었다.

“볼!”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타자가 한껏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며 포수에게 항의하겠지만, 갑자기 나타난 146㎞/h의 포심 패스트볼의 등장에 타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몸이 굳은 것이다.

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강송구가 이번 이닝에 꺼내든 공은 스플리터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2구째 날아든 스플리터.

타자의 눈을 속이고 빠르게 가라앉는 스플리터는 갑자기 빨라진 구속에 적응하지 못한 박병철에게 쥐약과 같았다.

“스트라이크!”

연이어 스트라이크를 잡은 강송구.

그가 박병철을 바라봤다. 그는 완전히 심지가 타버린 것처럼 얼이 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끝났군.’

이어서 던진 150㎞/h의 컷 패스트볼.

그걸로 박병철의 이번 타석도 끝이 났다.

“스트라이크 아웃!”

루킹 삼진.

8회 말에도 강송구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공을 던질 뿐.

그렇게 8회 말의 아웃 카운트도 천천히 강송구가 의도한 대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 * *

9회 말.

사직 야구장이 시끌시끌했다.

때려치우라는 말도 들려오고,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런 가운데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대기록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강송구 선수……! 과연 이번 이닝도 깔끔히 막아내며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타석에는 티탄즈의 4번 타자 강두일!

-강두일 선수가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타석에 들어선 강두일.

어떻게든 점수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그의 눈을 보며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다시 바깥쪽.’

오늘 경기에서 강송구가 던진 바깥쪽 코스에 가장 많이 흔들린 타자가 강두일이었다.

그렇기에 강송구는 거침없이 바깥쪽 코스를 공략했다.

초구는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

“씨펄! 또 바깥쪽이야?”

이제는 주심이 욕을 들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박진수는 실실 웃었고.

주심은 피곤하다는 듯이 고갤 흔들었다.

아까처럼 바깥쪽을 후하게 잡아주지 않았음에도 강송구가 바깥쪽 코스로 공을 던지니 강두일이 민감히 반응한다.

“내가 어떻게든 때려낸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타격 자세를 잡는 강두일.

하지만 이번에 강송구 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강두일의 머릿속에 없는 너클 커브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가 채워졌다.

강두일이 이를 갈며 강송구를 노려봤다.

-야, 이러다가 너 칼 맞겠는데?

‘보통 저런 부류는 저렇게 날 노려봐도 나중에 내가 손으로 호두를 으스러뜨려 주면 알아서 조용해진다.’

강송구의 말을 듣고 잠깐 그의 몸을 쭉 살핀 우효가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넌 정말 대단하다.

오히려 우효는 다른 점에서 놀랐다.

대기록까지 스트라이크를 하나 남겨두고 있으면서도 자신과 이런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할 수 있다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윽고 강송구가 위닝샷을 정한 뒤에 공을 던졌다.

그렇게 몸쪽 공을 원하는 강두일에게 던져준 것이다.

몸쪽 공을 말이다.

문제는 그 공이 뚝 떨어지는 커브라는 것이 문제였다.

부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시원하게 스윙을 하고 아웃을 헌납한 강두일.

자신이 원하는 몸쪽 코스에 드디어 공이 날아들었음에도 헛스윙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허탈한 얼굴로 타석에서 물러나는 강두일을 보며 박진수가 얄밉게 웃었다.

“아! 바깥양반이 자비롭게 몸쪽으로 공을 던져줬는데……. 그걸 못 받아먹네! 아쉬워라!”

이제 남은 타자는 이제 두 명이었다.

다시 강송구의 끈질긴 바깥쪽 피칭이 이어졌고.

곧이어 남은 두 개의 아웃도 금방 잡아낼 수 있었다.

완봉승이었다.

거기다 대기록도 넘어선 완벽한 경기.

-경기 끝났습니다!

-강송구 선수가 완봉을 기록하며 선동열 전 감독의 49.1이닝 연속 무실점 이닝을 50이닝으로 경신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강송구 선수!

호크스의 더그아웃에서 모두가 마운드를 향해 달려 나올 때, 강송구의 눈은 홀로그램으로 향했다.

[완봉승을 기록하셨습니다.]

[포인트를 추가 획득합니다.]

[대기록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다이아 카드를 하나 획득하셨습니다.]

[대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를 획득하셨습니다.]

너무나도 달콤한 보상.

그걸 보며 강송구가 드디어 덤덤했던 표정을 풀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갤 끄덕였다.

“완벽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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