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51화 (51/198)

#51. 돌직구

유니콘즈 챔피언스 필드.

광주 유니콘즈의 홈구장인 이곳에 벌써 많은 야구팬이 몰려들고 있었다.

“주말 경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법 사람이 많이 몰린 것 같네. 관중석이 꽉 찬 것 같은데?”

그리고 드디어 재활을 끝내고 1군에 복귀한 김효곤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라커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타선에서 제법 고생이 많았던 박진수도 모처럼 여유를 되찾았고, 다른 선수들도 경험이 많은 베테랑의 등장에 심리적인 부분에서 안정을 되찾았다.

강송구는 그런 라커룸의 분위기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의 첫 등판.

‘드디어 내야진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겠군.’

이호승과 알렌 베이커를 제외하면 1,3루가 너무나 불안했는데, 이제 김효곤의 복귀로 1루를 제외하면 딱히 내야 땅볼에 가슴을 졸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것보다 오늘 만나는 유니콘즈의 타선이 ‘핵’타선이라던데 잘 막아낼 수 있겠어?

우효의 걱정에 강송구가 고갤 흔들었다.

‘그 핵이 터져야 핵타선이지.’

제대로 된 타구를 주지 않으면 문제없었다.

거기다 이번에 얻은 능력도 있고.

[플레이어]

-프로 1년 차

-이름: 강송구

-나이: 24세

-최고구속: 141.5km/h

-평균구속: 137.7km/h

[파이어볼러-진(眞)]

-종류: 성장형 특성

-효과: 구속이 3km/h가 증가합니다.

-두 번째 효과: 구속이 3km/h가 증가합니다.

-세 번째 효과: 구속이 4km/h가 증가하고, 모든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에 ‘돌직구’ 특성이 적용됩니다.

-잠겨있습니다.

(50만 포인트를 투자하면 네 번째 효과가 열립니다.)

고작 구속이 4km/h가 늘어난 것에는 조금 크게 실망을 했으나, 새롭게 얻은 ‘돌직구’효과가 정말로 끝내줬다.

저 특성의 이름처럼 효과도 단순했다.

‘모든’ 패스트볼 계열 구종의 구위가 크게 상승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이란 말이었다.

포심 패스트볼만 그런 것이 아닌, 싱킹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스플릿 패스트볼까지 구위가 상승한다는 뜻이었다.

‘이러면 구위 때문에 허용했던 안타나 홈런이 크게 줄어든다. 즉, 강타자를 상대로 내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구위‘가 이제 약점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지.’

거기다 최고구속이 140대를 넘었다.

이제 한국에서는 강송구의 구속이 약점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후반기에는 더 많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겠지.’

그래, 어쩌면 오늘 경기에서 그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회 초.

광주 유니콘즈의 2선발 투수이자 용병인 로이 슈미츠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평균 140대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슬러브, 체인지업을 던지는 우완 기교파 투수다.

특히, 슬러브를 다루는 데 있어서 국내 최고라 평가를 받고 있는데, 필요하면 슬러브의 궤적을 슬라이더나 커브처럼 자유롭게 조절하기도 했다.

덕분에 로이 슈미츠는 이번 시즌에 벌써 시즌 7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용병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부우우웅!

-1회 초! 로이 슈미츠가 6구 승부 만에 깔끔히 삼진을 잡아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여줍니다!

-진짜 저 슬러브는 몇 번을 봐도 감탄사만 나오네요.

그리고 시작된 경기에서 로이 슈미츠는 자신의 슬러브의 위력을 호크스의 타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허무하게 삼진을 허용한 호크스의 1번 타자인 김국도가 대기 타석에 있던 2번 타자인 이호승에게 고갤 흔들었다.

“슬러브 타이밍은 못 잡겠어. 최대한 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을 노릴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게 좋을 거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고갤 끄덕인 이호승이 타석에 들어섰다.

‘패스트볼을 노려보자.’

하지만 그런 다짐은 단 3구 만에 사라졌다.

로이 슈미츠의 현란한 슬러브.

그사이에 섞여들어 날아든 패스트볼은 이호승이 단기간에 쳐낼 수준의 공이 아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1회 초에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낸 로이 슈미츠가 감을 잡았는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1회 초의 마지막 타석에 부상에서 복귀한 김효곤이 싱글벙글 웃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로이 슈미츠는 그런 타자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웃어?’

눈을 찌푸린 로이 슈미츠가 날카로운 슬러브를 바깥쪽 코스에 정확히 꽂아 넣었다.

아니, 꽂아 넣었다고 생각했다.

부우웅! 빠악!

김효곤이 여유롭게 로이 슈미츠의 슬러브를 담장으로 넘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쳤습니다! 초구를 노린 김효고오오오온! 큰 타구가 넘어! 넘어! 넘어! 넘어갑니다아아아아!

-김효고오오온! 부상에서 복귀하고 첫 타석에서 그것도 초구를 때려서 솔로 홈런을 만듭니다!

-이거죠! 이게 대전 호크스에서 김효곤 선수에게 바라는 모습이거든요? 정말…. 대단한 타자입니다!

홈런을 때린 김효곤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오른손을 번쩍 들며 베이스를 돌았다.

마운드에 있는 로이 슈미츠는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신경질적이게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그는 이어서 4번 타자로 다음 타석에 들어선 알렌 베이커를 상대로 내야 뜬공을 유도하며 1회 초를 끝맺었다.

김효곤에게 내어준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다행히 크게 흔들린 것이 없이 1회 초를 끝낸 로이 슈미츠.

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대는 호크스의 토종 에이스이자 이제는 1선발에 자리를 잡은 강송구였다.

평균적으로 한 경기에서 1점도 쉬이 내주지 않는 투수를 상대하는데 너무나 일찍 실점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유니콘즈의 더그아웃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1회 초를 끝내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로이 슈미츠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우리가 1회 말부터 점수를 만들어줄게.”

“로이! 전반기 최고 투수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만들어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괜찮아! 고작 1점이야!”

그리고 찾아온 1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 * *

유니콘즈의 1번 타자.

서재형이 타석에 들어섰다.

전형적인 리드오프.

강타자가 즐비한 유니콘즈에서 유일한 똑딱이형 타자.

그가 강송구를 덤덤히 바라봤다.

‘커트만 하자.’

그의 목표는 오늘 강송구의 공을 최대한 커트하면서 투구수를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차피 승부는 홈런 몇 개로 판가름 날 거니까.’

자신이 출루하지 않아도 뒤이어 타석에 들어설 강타자들이 뻥뻥 홈런을 만들어줄 것이다.

대니 맥스터 감독이 부임하고 아직 순위가 낮은 광주 유니콘즈지만, 그래도 지난 시즌에 호크스와 함께 나락까지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시즌에는 제법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니 맥스터 감독을 선수들은 크게 신용하며 따르고 있었다.

서재형도 그랬다.

그도 감독의 지시를 매우 잘 따르고 있는 선수였다.

초구.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가 와인드업에 들어간다.

‘좌타자니까…. 컷 패스트볼이 올 확률이 높겠지? 이건 일단 거르고 다음 공을 본다.’

서재형이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좌타자 몸쪽으로 쫙 붙어서 날아드는 컷 패스트볼.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생각보다 더 강렬한 느낌의 컷 패스트볼을 보고 서재형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갤 갸웃거렸다.

‘뭐지? 내가 이상한 건가?’

전광판으로 눈을 돌리니 142km/h의 구속이 나왔다.

영상 자료로 본 컷 패스트볼에는 150대 초반까지 나오는 컷 패스트볼도 있었기에 구속과 관련된 것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오늘따라 미트에 틀어박히는 컷 패스트볼의 소리가 더 묵직한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타격자세를 잡은 서재형의 머릿속에 작은 의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강송구의 2구째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슈우욱! 따악!

“파울!”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그것도 서재형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인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가는 공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배트를 타고 전해는 구위가 그의 생각 이상으로 묵직했다. 서재형이 당혹감을 가지고 힐끗 유니콘즈의 더그아웃을 바라보니 대니 맥스터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있었다.

고개를 돌려 급히 전광판을 살핀 서재형.

전광판에 나온 구속은 140km/h.

그제야 서재형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공이 140km/h의 공이었다고?’

그가 느끼기에는 전혀 아니었다. 적어도 140대 중후반 수준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비슷한 공처럼 느껴졌다.

당혹감을 드러낸 타자.

강송구는 그런 서재형에게 다시금 몸쪽 컷 패스트볼을 던지며 깔끔히 삼진을 잡아냈다.

-강송구 선수! 경기 초반인 1회 말부터 구속을 끌어 올려 삼진을 잡아냅니다!

-강송구 선수가 그만큼 이번 서재형 선수와 승부가 중요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다음 타석은 김율우 2번 타자입니다. 이번 전반기에 유니콘즈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타자죠?

-전반기에 때려낸 홈런만 17개로 홈런왕 경쟁에서 가장 우위에 선 타자입니다.

광주 유니콘즈의 두 번째 타자.

김율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전반기에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타자로 이번 시즌 유력한 홈런왕 후보였다.

김율우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를 노려봤다.

‘구속이 조금 오른 것 같지만…. 나한테는 안 되지.’

자신 있었다.

제대로 걸리면 넘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서재형이 했던 말이 걸렸다.

-구위가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들었던 서재형의 충고를 떠올린 김율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성장하면 게임 캐릭터겠어?’

절대 그럴 수 없다.

아마도 오늘 컨디션이 좋은 것일 뿐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강송구는 그런 김율우를 보며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몸쪽 낮은 코스가 약점인 타자.’

우선은 바깥쪽 공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초구는 우타자 바깥으로 빠지는 포심 패스트볼.

강송구가 힘껏 던진 공을 본 김율우가 코스를 파악하고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빠악!

당연히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배트를 타고 올라오는 얼얼한 느낌.

김율우는 파울이 된 타구를 보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뭐야? 구위가 평균보다 조금 좋은 수준의 투수라며?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잖아.’

정보와 전혀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있었다.

구속은 136km/h.

거기다 구속은 평소보다 평균적으로 4~5km/h가 더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의문은 여기까지.

김율우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포심 패스트볼.

연이어 날아드는 포심 패스트볼에 김율우가 이를 꽉 물고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은 파울 라인으로 날아들었다.

“파울!”

연이어 배트가 밀린 것을 느낀 김율우.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몇 주 사이에 이렇게 구위가 오른다고?’

누가 그런 말을 내뱉으면 웃을 것이다.

만화나 소설에서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이건 김율우에게 있어서 현실이었다.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를 만든 강송구가 선택한 위닝샷은 몸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싱커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히 전반기 최고의 강타자를 잡아낸 강송구가 쉴 틈이 없이 1회 말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도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며 5구 만에 범타를 유도해 아웃을 잡아냈다.

이번에도 포심 패스트볼에 배트가 밀렸다.

그제야 유니콘즈의 더그아웃이 조금 술렁거렸다. 그리고 굳은 표정의 대니 맥스터 감독을 보며 우효가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낄낄 웃었다.

-사실 지옥에 가는 건 사실 너였구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강송구가 의아한 표정으로 우효를 바라보니 우효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작은 손을 흔들었다.

-아니, 갑자기 이런 말을 내뱉고 싶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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