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존버다! 존버!(2)
시즌 10번째 등판.
강송구는 이 경기에서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하며 나쁘지 않은 피칭을 보여줬다.
하지만 팀 타선이 침묵에 빠지며 강송구에게 승리를 안겨주지는 못했다.
[7이닝 1실점 호투! 강송구의 매직은 계속 이어진다.]
[아쉬움이 남는 홈런 하나! 이제 강송구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타구를 억제할 구속뿐이다.]
[전문가들, ‘강송구의 구속은 언젠가 늘어날 것이다. 아마 그는 입스를 극복하고 1년이나 2년 뒤에는 140대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5월에도 뜨거웠던 강송구, 하지만 6원에는 더 대단한 투수가 되어가고 있다.]
시즌 11번째 등판.
이번에야말로 시즌 10승째를 달성하기 위해서 호크스의 타자들이 작심해서 강송구를 도왔다.
그리고 6.2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강송구는 7회 초에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오른손의 약지 손톱이 조금 깨진 상황에서 변화구의 제구가 흔들린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강송구가 내려간 뒤에 이어서 마운드에 오른 불펜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불을 냈다.
그리고 또 물 건너간 강송구의 시즌 10승.
그렇게 강송구의 6월 마지막 등판이 끝났다.
6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37.2이닝 1실점을 기록.
호크스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6월에도 강송구의 불타는 활약!]
[도와주지 않는 타선, 흔들리는 수비, 방화범이 가득한 불펜을 등에 짊어지고도 시즌 9승을 기록한 강송구.]
[호크스 계속해서 리그 6위에 머무르다.]
[7월 중순부터 다시금 주전 클린업이 돌아온다! 존버에 들어가기 시작한 호크스! 어떻게든 지금의 순위를 사수하라!]
그리고 찾아온 무더운 7월.
강송구의 12번째 등판일이 찾아왔다.
오늘은 꼭 10승을 기록하리라.
호크스의 팬들이 주먹을 꽉 쥐고 응원했다.
강송구는 그런 호크스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줬다.
9이닝 1실점의 호투.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승리를 가져갈 수 없었다.
악착같이 준비한 드래곤즈가 불펜을 마구 쏟아 넣으며 호크스의 타선에 단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강송구는 데뷔하고 처음으로 ‘완투패’를 경험했다.
몇몇 질 나쁜 팬들은 강송구에게 ‘패배 귀신’이 붙었다며 조롱에 가까운 말을 커뮤니티에 남기기도 했다.
[고독한 에이스 강송구와 부진한 호크스!]
[호크스의 팬들, ‘최악이다. 어떻게 에이스의 승리 하나를 만들어주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호크스의 들쭉날쭉한 경기력. 내야의 안정을 찾아야 팀도 안정감을 되찾을 것!]
조금씩 늘어나는 피안타의 숫자.
아무리 강송구가 완급조절이 가능한 팔색조의 투수라도 점점 정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강송구는 버티고 또 버텼다.
‘남자는 존버다.’
그리고 올스타가 있기 하루 전.
전반기의 마지막 등판일.
강송구가 시즌 10승을 위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강송구 선수가 기어코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시즌 10승을 기록합니다!
-압도적인 피칭이었습니다. 강송구 선수! 오늘 경기 3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변화구를 낮게 제구를 하며 병살타를 잘 유도해 완봉승을 거둡니다!
-이걸로 강송구 선수의 전반기 등판을 끝이군요. 짧은 기간에 많은 이닝을 소화했기에 아마 7월 중순이 지나기 전까지는 이닝을 관리하면서 잠깐 숨 고르기를 할 것 같습니다.
강송구가 기어코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13경기 10승 1패 ERA 0.35
10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고작 4실점.
강송구가 이번 전반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는 이들은 이제 없었다.
그들도 인정한 것이다.
강송구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송구는 자신의 포인트를 보고 고갤 끄덕였다.
“역시…. 존버가 답이었군.”
[현재 포인트는 270,770포인트입니다.]
[스킬카드과 특성카드을 뽑을 수 있는 ‘MLB 카드 뽑기’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브론즈 카드 - 500포인트]
[실버 카드 - 1,000포인트]
[골드 카드 - 3,000포인트]
[사파이어 카드 - 15,000포인트]
[루비 카드 - 15,000포인트]
[다이아 카드 - 50,000포인트]
[HoF 에디션 카드 - 100,000포인트]
27만을 조금 넘긴 포인트.
원래 목표했던 포인트보다 훨씬 많은 포인트가 강송구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올스타에 뽑혔다고 포인트를 주고! 최초로 완투패를 당했다고 포인트를 주고! 첫 시즌 10승을 달성했다고 포인트를 주며어어언! 나는 뭐가 남느냐 이 말이야!
우효가 이를 갈며 강송구의 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무섭게 노려봤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시스템은 강송구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는 몰라도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강송구에게 제법 많은 포인트를 줄 것처럼 예고하고 있었다.
-올스타전 커밍순? 염병하고있네! 내가 시스템을 만들 새낄 찾아서 방에 가두고 두리안과 귤만 10년을 먹일 거야!
씩씩거리는 우효.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런 말을 할까.
항상 로봇처럼 무덤덤하던 강송구의 표정에 오랜만에 안쓰러움이 가득 차올랐다.
그게 우효를 더 짜증이 나게 했다.
-끼요오오오오옷!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우효.
그런 작은 고슴도치에게 큰 이상이 찾아왔다.
강송구도 당황할 정도로 대단한 변화였다.
“아….”
그래, 가시가 빠지기 시작했다.
탈모가 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우효는 푹푹 빠지는 가시를 부여잡고는 슬픈 표정으로 누구보다 서럽게 울었다.
-우효오오오오오옷!
* * *
[강송구 올스타에 뽑히다!]
[호크스의 가장 큰 히트상품! 토종 에이스 강송구!]
[올스타전 전야제에 몰린 많은 야구팬들. 프로 선수들의 단체 사인회는 대성공!]
올스타전.
많은 팬이 찾은 오늘 경기.
팬들을 위한 작은 행동 하나에도 강송구의 귓가에는 조금씩 포인트가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팬이 당신의 사인을 받고 기뻐합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팬이 당신의 사인을 받고 기뻐합니다.]
[95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팬이 당신의 사인을 받고 기뻐합니다.]
[74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엄마! 저 고릴라 아저씨! 진짜 로봇 같아!”
“떽! 그렇게 버릇없이 굴면 고릴라 아저씨가 잡아간다!”
“으아아아아앙! 나 저거 사줘어어!”
혼동과 파괴 망각이 가득한 사인회장.
특히나 강송구가 위치한 자리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수가 모여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강송구의 표정에는 귀찮음이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선수보다 사인 하나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팬이 당신의 사인을 받고 기뻐합니다.]
[65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팬이 당신의 사인을 받고 기뻐합니다.]
[104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스포츠 선수는 팬들의 관심이 없다면 그저 공놀이하는 한량과 다를 것이 없다고.’
강송구는 그런 마음을 가슴에 담고 사인을 이어나갔다.
“꺄아아악! 태오 오빠! 너무 좋아요!”
“오빠!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해요?”
“우리 태오 오빠 팔뚝 좀 봐…. 아 나 진짜 쓰러질 것 같아. 어쩜 저렇게 멋있을 수 있지?”
저 멀리서 젊은 여자들이 줄을 선 박태오와 다르게 강송구의 앞에는 어린 애들과 근육질의 남자들뿐이었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서 사인에 집중했다.
“역시…! 강송구 형님! 멋있습니다!”
“강송구 형님! 평소에 근육은 어떻게 관리하십니까?”
“와! 전완근을 좀 봐…. 지릴 것 같아.”
분위기는 달랐지만.
강송구와 박태오의 줄이 가장 길었다.
그렇게 사인회가 끝나고 찾아온 올스타전.
강송구는 2이닝을 깔끔히 막으며 성공적으로 올스타전에 등판해서 팬들의 눈에 제대로 도장을 찍었다.
나눔과 행복으로 팀이 나뉜 이번 올스타전.
이번 올스타전은 강송구와 박태오가 함께 속한 나눔 팀이 4대3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올스타전에서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많은 팬을 기쁘게 만드셨습니다. 첫 올스타전 기념 등판으로 특별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조용히 상태창을 바라보던 강송구.
30만이 살짝 넘는 포인트를 보며 그가 그 어느 순간보다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존버는 승리한다.”
그는 거침없이 그 30만 포인트를 사용해서 ‘파이어볼러-진(眞)’ 특성의 세 번째 잠금을 해제했다.
그렇게 드러난 세 번째 효과.
강송구의 표정이 미묘했다.
“음….”
생각보다 시큰둥한 반응.
하지만 천천히 세 번째 효과를 살피던 강송구가 이내 생각에 잠겼다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재미있는 능력이 나왔군.”
* * *
광주 유니콘즈.
과거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인기 구단이었으나, 연이은 우승 실패로 팀 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거기다 모기업의 투자 감소 때문에 광주 유니콘즈는 과거의 명성과 다르게 현재에는 하위권을 전전하는 그저 그런 구단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 유니콘즈는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부족한 전력으로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면서 2027시즌에 깜짝 우승을 가져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광주 유니콘즈에는 투자를 줄인 모기업이 제법 돈을 써 메이저리그에서 데려온 감독이 있었다.
유니콘즈의 회의실.
중년의 백인 남자가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서 다음 상대의 자료를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대니 맥스터.
뉴욕 메츠에서 벤치코치로 활약했던 인물.
그가 미소를 지었다.
“이게 중요합니다. 캉의 피안타는 대부분 타자의 파워를 이겨내지 못하고 만들어진 타구가 많다는 겁니다.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다른 투수보다 높다는 뜻이죠.”
강송구의 피안타와 피홈런 장면을 연달아 보여주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우리 타선이 생각해야 할 것은 캉의 컷 패스트볼을 제외한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 스플리터를 노리는 겁니다. 캉에게 부족한 구위를 직접 노리자는 것이죠.”
“질문이 있습니다. 강송구의 구위가 약하다면서 왜 컷 패스트볼은 공략에서 빼는 겁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이상하게도 캉의 컷 패스트볼 다른 공과 수준이 전혀 다른 공입니다. 구위도 더 압도적이죠. 고작 130대 후반의 컷 패스트볼이 배트를 부러트립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좌타자 라인이 이런 부분을 더 조심해야 합니다.”
“체인지업을 고르는 것도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문제는 없습니다. 아무리 캉이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서 던진다고 해도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던지는 비중이 50%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캉이 10구를 던지면 5구는 패스트볼 계열의 공이 날아든다는 뜻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광주 유니콘즈의 선수들.
하지만 대니 맥스터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다른 타자를 상대할 때의 캉은 구속을 제외하면 약점이 없는 투수입니다. 하지만 우리 유니콘즈의 거포 타선을 상대로는 평범함을 조금 넘어선 수준의 구위는 약점에 불과하죠.”
강타자들이 즐비한 유니콘즈의 타선.
나쁘게 보면 공갈포들이고.
좋게 보면 투수가 단 한 명의 타자도 쉬이 넘길 수 없는 무서운 한 방을 가진 타선이었다.
대니 맥스터는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의 유니콘즈 타선이 지금 한국 프로야구를 뒤흔들고 있는 강송구의 천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캉이 가진 평균을 조금 넘어선 구위와 많이 부족한 구속은 우리 유니콘즈 타선의 아주 달달한 사탕이 될 겁니다.”
자신감이 가득한 유니콘즈의 타자들.
그들이 활활 타는 승부욕을 드러냈다.
대니 맥스터 감독이 전반기에 식은 유니콘즈의 홈런 공장이 다시금 바삐 돌아갈 것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내일 경기에서 캉에게 지옥을 보여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