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47화 (47/198)

#47. 에이스vs에이스(2)

박태오.

대구 페가수스의 심장.

국대 1선발.

페가수스의 에이스 오브 에이스.

그가 나오는 경기는 항상 특별했고, 그렇기에 대구 페가수스의 선수들도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어떻게든 그들의 에이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려고 노력한다.

“강송구 선수요? 좋은 선수입니다. 두 번의 노히트 노런과 지난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보여준 11타자 연속 탈삼진을 보고 그 친구를 과소평가한다면 그건 솔직히 편견이겠죠.”

거기다 성격도 좋았다.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팬 서비스도 그 누구보다 좋았다.

[나 야구의 야도 모르던 시절에 집에 가는 길에 박태오랑 눈 마주쳤는데 갑자기 다가와서 사인해줌.]

[아닠ㅋㅋㅋ 밥먹는데 갑자기 누가 다가와서 사인이 담긴 종이를 쓱 내밀더니 사라졌엌ㅋㅋ 알고보니까 박태오임ㅋㅋ]

[태오형 보고 ‘잘 생겼어요!’라고 하니까. 기분 좋아하며 내게 사인 5장을 줌ㅋㅋㅋㅋ 내가 ‘너무 많아요.’ 하니까. 다음 주까지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페가수스 파크로 찾아오라더라.]

[친구랑 야구 관련 이야기하다가 ‘박태오는 역시 커브지.’라는 말을 하기 무섭게 뒤에서 박태오가 사인볼을 들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연쇄사인마 mk2’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 팬을 사랑하는 선수다.

그야말로 프로에 어울리는 선수.

거기다 실력으로도 부족한 것이 없다.

140대 중반의 포심 패스트볼.

수준급의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최근에 장착한 체인지업.

마지막으로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20-80스케일에서 충분히 60점, 플러스 급이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커브를 가지고 있는 투수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투수.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투수.

“아니, 완벽한 투수는 세상에 없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스카우트 팀장인 스티븐 홍이 고갤 흔들었다.

박태오가 국대 1선발이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지 않고 국내에 남은 이유가 존재했다.

“너무나도 아쉬운 평범한 포심 패스트볼.”

국내에선 평균 수준의 포심 패스트볼이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에는 아쉬운 구위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볼 로케이션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

그래도 그가 자주 박태오를 관찰하는 것은 적응만 잘한다면 솔리드한 3선발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송구도 살필 좋은 기회지.’

고갤 돌리니 관중석이 어느덧 꽉 들어차고 있었다.

스티븐 홍은 보온병에 담아온 차가운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고선 생각에 잠겼다.

‘한국 리그는 특별하다. 일본은 트리플 A 한국은 평균적으로 더블 A급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 생각에 한국은 메이저리그급 선수부터 루키 리그급에 어울리는 선수까지 너무나도 선수들이 가진 능력의 폭이 넓은 리그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게 야구선수가 나올 유망주 팜이 상당히 작으니까.

‘더블 A보다 못한 선수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음에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자주 배출된다.’

신기한 리그였다.

루키 리그급의 수준을 갖춘 선수와 메이저리그 레디가 된 선수가 같은 리그에서 뛴다.

그때였다.

페가수스 파크의 스피커로 안내음이 들렸다.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스티븐 홍은 묵례를 하며 슬쩍 눈을 돌렸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박태오.

이윽고 젊은 여배우의 시구가 끝나고 그가 당당히 페가수스 파크의 마운드에 올랐다.

“그야말로 젊은 야생마로군.”

가볍게 공을 던지는 박태오.

스티븐 홍이 설치한 카메라를 살폈다.

‘컨디션이 좋을 때의 공이다. 이번 경기에서 박태오는 2실점 이상의 실점은 허용하지 않겠어.’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호크스의 1번 타자.

박태오는 초구부터 자신이 왜 국대 1선발인지를 패스트볼에 섞여 날아든 환상적인 커브로 증명했다.

“진짜 끝내주는 커브야.”

스티븐 홍이 고갤 끄덕였다.

저 커브가 박태오가 던지는 공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공일 것이다.

‘플러스 급? 아니 어쩌면 70점 이상의 플러스-플러스 급으로 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예전에 봤던 커브보다 더 낙폭의 조절이 깔끔하다.’

그리고 단 4구 만에 아웃을 헌납한 호크스의 1번 타자가 고갤 절레 흔들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이어지는 타석은 이호승.

부상으로 빠진 조규환을 대신해서 2번 타자의 자리에 들어선 그가 긴장 어린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 * *

이호승은 종종 야구와 관련해서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강송구에게 물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대구 페가수스 1차전이 있던 어제 강송구에게 다가와 이번 3연전은 어떻게 할지 물었다.

“노릴만한 공이 있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묻지?”

“적어도 한 가지 노림수는 잘 골라주시잖아요.”

“박태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야 해서 딱히 다른 투수들의 자료를 살핀 적이 없다.”

“끙….”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이호승.

그를 보며 강송구가 누구보다 가볍게 제법 무거워 보이는 아령을 손쉽게 내려놓았다.

“1차전에선 최대한 더그아웃에서 보내는 사인에 맞춰서 작전을 수행하도록 해. 감독님이 널 2번 자리에 놔둔 것은 의외로 발도 빠른 편이고 번트를 잘 시도해서니까.”

“음….”

“그리고 페가수스의 5선발이면 김정원이겠지. 아마 5회 전에 기회가 올 텐데…. 미세하게 글러브를 오므리면 체인지업을 던지니. 그 타이밍에 맞춰서 배트를 휘둘러봐.”

“그걸 어떻게 알아봐요?”

“영상 자료실에서 제법 시간을 보내면 알 수 있지. 작년에 생긴 버릇이라서 어떻게 수정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미세한 버릇이라 아직 고치지 않았을 거야.”

이호승은 그런 강송구를 보며 혀를 내둘렀었다.

그리고 드래곤즈 1차전에서 이호승은 5회 초의 투아웃 상황에서 얻은 세 번째 타석에서 김정원의 체인지업을 때려내 중요한 타점을 만들어냈다.

다시 돌아와서 2차전 박태오와 승부.

이호승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국대 1선발인가?’

평균 수준의 포심 패스트볼도 박태오가 던지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슈우우욱! 펑!

“볼!”

바깥으로 간을 보는 박태오.

이호승이 몸을 움찔 떨었다.

‘커브는 언제 들어오지?’

알고도 치기 힘들다는 커브.

그 커브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이호승에게 박태오는 너무나 무서운 포심 패스트볼을 연이어 던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압도적인 피칭.

마운드에 선 투수가 거인처럼 크게 보였다.

그만큼 공은 개미 똥구멍만큼 작게 보였고.

이호승이 배트를 꽉 쥐었지만, 4구째 이어지는 승부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강송구는 그런 이호승을 불펜에서 지켜보며 눈을 찌푸렸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국대 1선발이라는 이름값이 타자들에게 너무나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군.’

젊은 선수들에게 박태오가 가진 이름값의 무게가 너무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리니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박태오가 오늘 호크스의 3번 타순에 배치된 박진수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2-3-4 타선을 구성하던 베테랑 셋이 사라지니 타선의 무게감이 너무나 가벼워졌다.

‘후우….’

오늘 점수지원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먼저 실점을 하고 무너지는 쪽이 강송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그게 투수니까.’

이윽고 1회 초가 끝났다.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박태오.

동시에 강송구가 불펜에서 나와 무덤이 될 수 있는 페가수스 파크의 마운드로 향했다.

터벅터벅.

마운드에 오르니 벌써 자신이 무너지길 바라는 것처럼 무딘 마운드가 강송구를 반겼다.

단단한 마운드를 좋아하는 투수에게는 상당히 불친절한 마운드가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더그아웃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투지를 드러내는 페가수스의 젊은 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죽기 딱 좋은 날이군.’

귀를 욍욍 울리는 페가수스 파크 홈팬들의 응원.

하지만 강송구는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최.강.호.크.스.

그래도 원정까지 따라온 호크스의 팬들이 내지른 응원 소리가 들려왔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띠링!

그리고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미션이 떠올랐다.

[오늘의 미션]

-완봉승 (2,000포인트)

-완투패 (1,500포인트)

-퀄리티 스타트 (1,000포인트)

-삼진 10개 (1,000포인트)

-범타 유도 5번 (500포인트)

강송구가 덤덤히 고갤 끄덕였다.

타석에는 페가수스의 1번 타자.

주전 이루수인 이운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스위치 히터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타자.’

첫 타석의 시작은 좌타석인 것 같았다.

박진수가 사인하니 이호승이 1,2루 사이로 향했고, 유격수인 알렌 베이커가 2루 베이스 앞에 섰다.

텅 빈 삼유간.

오늘 삼루수로 출전한 백업 선수인 김상영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 어린 표정으로 글러브를 꽉 잡고 있었다.

‘수비 능력이 뛰어난 알렌 베이커와 이호승을 잘 활용해서 틀어막아 보자.’

이호승이 2루로 향하면서 유격수와 이루수 사이의 공간 만큼은 그 어떤 타구도 쉬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수비가 좋은 야수니까.

초구는 몸쪽 컷 패스트볼.

강송구가 고갤 끄덕이며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슈우우욱! 펑!

132km/h의 컷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타석에 선 이운호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이 공에 아웃을 내줬다고?’

의문이 생겼다.

딱히 위력적인 공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런 공에 배트가 부러지고 삼진을 헌납하는 것일까.

‘다음에 제대로 노려봐야지.’

이운호는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어제 전력분석관의 당부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실제 눈으로 보는 공보다 훨씬 대단한 공이니 주의를 하라는 말은 이제 그의 머리에 없었다.

그저 하나 크게 때려보자.

타자의 머리엔 그것밖에 없었다.

‘역시 젊은 친구들이 혈기도 넘친다니까?’

배트를 꽉 쥔 타자를 보고 박진수가 사인을 보냈다.

고갤 끄덕인 강송구.

그가 다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립은 커브 그립.

패스트볼 타이밍에 맞춘 타자가 배트를 내밀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멍하니 커브를 바라봤다.

당연히 커브는 타자의 눈높이에서 그대로 무릎에 걸친 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스트라이크!”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깔끔히 떨어진 커브.

이운호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커브…. 꼭 박태오 선배의 커브처럼 느껴지는데…. 내가 이상한 거 아니겠지?’

당황한 타자.

그리고 그런 타자를 앞둔 강송구가 박진수에게 먼저 사인을 보낸 뒤에 바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도 커브였다.

똑같은 높이로 떠오르는 커브.

이운호는 급히 아까 생각했던 커브의 궤적에 맞춰서 배트를 휘둘렀지만 슬프게도 배트가 허공을 휘적거릴 뿐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3구 만에 아웃을 헌납한 이운호.

이번 커브는 아까처럼 타자의 눈높이까지 더 오른 뒤에 아예 바닥에 패대기칠 정도로 공이 떨어졌다.

구속도 7km/h나 더 느려서 타자의 배트 타이밍이 완전 엉망이 돼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몇몇 이들은 생각했다.

의외로 강송구의 커브가 대단하다는 것을 말이다.

“최소 박태오급의 커브다.”

스티븐 홍은 흥분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설마 저런 공까지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막연히 커브를 장착했다고 들었기는 했지만, 저렇게 위력적인 공이라니.

‘정말 알 수 없는 투수군.’

정말 이상한 투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강송구가 가진 컷 패스트볼이 2번 타자인 좌타자 김강일을 상대로 제대로 불을 뿜었다.

빠각!

135km/h의 컷 패스트볼이라 보기 힘든 구위에 배트가 부러지며 파편이 허공에 떠올랐다.

빠르게 공을 향해 달려간 강송구.

그가 가볍게 공을 잡은 뒤에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단 2구 만에 끝난 승부.

그리고 1회 말의 마지막 타자.

3번 타자인 송강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전형적인 OPS형 타자가 즐비한 페가수스에 유일하게 통산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타자.

강송구가 사인을 보내자 박진수가 고갤 끄덕였다.

초구 커브.

그것도 우타자 바깥쪽.

따악!

초구 커브를 송강혁이 배트를 휘둘러 커트를 해냈다. 그는 커브의 궤적을 보고 고갤 끄덕였다.

‘알고도 대응하기 힘든 커브네.’

이어서 날아드는 공은 슬라이더.

송강혁이 조용히 공을 지켜봤다.

“볼!”

바깥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슬라이더는 딱 리그 평균이야. 딱히 슬라이더를 신경 쓸 필요는 없겠어.’

그렇게 하나씩 선택지를 지우는 송강혁.

이윽고 4구까지 이어진 승구.

카운트는 2-2.

박진수가 고갤 돌리니 더그아웃에서 사인이 나왔다. 우타자의 몸쪽에 정확히 떨어지는 공을 요구했다.

그리고 수비도 조정이 되었다.

좌측 내야진이 촘촘히 만들어졌다.

‘범타로 끝내라는 뜻이군.’

아마 타자는 싱커를 생각하겠지만….

강송구에겐 싱커 말고도 우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나쁘지 않은 공이 하나 있었다.

‘체인지업.’

박진수의 사인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싱커 타이밍을 생각하던 타자에게 느린 체인지업이 날아들자 저절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었다.

깔끔히 끝난 1회 말.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가 고갤 돌려 페가수스의 더그아웃을 힐끗 바라봤다.

그리고 더그아웃에 앉아있던 박태오와 눈을 마주쳤다. 자신을 보고 활활 승부욕을 불태우는 국대 1선발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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