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호구 잡이(2)
[호크스의 기분 좋은 승리!]
[기무라 켄스케의 7이닝 2실점 호투!]
[최근 호크스의 좋은 성적은 왜? 토리 파커, 기무라 켄스케, 강송구로 이어지는 선발 트로이카!]
[더블스타즈에만 강한 호크스? 왜 더블스타즈는 이번 시즌에 호크스에게 무너지는가?]
[홀로 날뛴 탁성균! 5타수 4안타 3타점 맹활약!]
[호크스, 9위까지 떨어진 지난 시즌에도 더블스타즈를 상대로는 단 2패만 내줘.]
6월 첫 잠실 원정 3연전의 첫 번째 경기.
더블스타즈와 경기는 호크스의 승리로 끝났다.
기무라 켄스케의 호투와 불펜진의 준수한 활약 덕분에 더블스타즈의 맹추격을 떨치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적어도 우리가 와일드카드 진출하려면 같은 와일드카드 경쟁자인 더블스타즈를 잘 잡아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이번 더블스타즈 3연전.
최소한 위닝시리즈는 가져가야 했다.
다행히 3연전의 첫 번째 경기에서는 투수진의 활약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타선의 활약은 많이 미약했다.
만루 찬스를 두 번이나 놓친 것이 컸다.
그렇기에 오늘 등판이 중요했다.
-또 경기 자료를 보는 거야?
‘그래, 이번 시리즈는 의외로 중요하니까.’
-호구를 잡아야 해서?
‘그렇지.’
-그런데 너무 자료만 보는 거 아니야?
‘오늘은 타격전이 될 거라서 더 집중해서 봐야 해.’
어제 두 팀의 타격이 폭발하기 전까지 갔다.
둘 다 잔루가 많이 남았는데, 아마도 오늘 경기에 조금만 집중한다면 어마어마한 타격전을 보여줄 것이다.
‘나도 컨디션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고.’
거기다 강송구는 컨디션도 그리 좋지 않았다.
아마 오늘 조금은 실점을 허용할 것이다.
‘그 실점을 최대한 줄여야지.’
하지만 흔들릴 것처럼 위태로운 투수를 상대로 제대로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마 상대 팀의 타자들은 투수를 보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저 투수 까다롭네.
강송구는 그런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야 호구를 잡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일을 하나 처리해야 했다.
-야, 갑자기 어디를 가려고?
“화장실.”
강송구의 단호한 대답에 우효가 뻘쭘하게 답했다.
-어…. 즐똥!
강송구.
그도 급똥은 못 참았다.
* * *
탁성균.
그는 이번 시리즈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금 강송구를 상대하기를 고대했다.
‘드디어 저 덩치만 큰 쓰레기를 잡아낼 기회가 왔다.’
최근에 그는 피칭머신을 이용해서 130대 초반의 구속을 맞춰서 타격 연습을 했는데, 이 모두가 자신에게 굴욕을 준 강송구를 상대로 홈런을 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날 며칠을 술집에 가지 못하게 한 벌을 받게 해주마.’
독기가 오른 탁성균.
그는 원정 3연전의 첫 번째 경기에서 맹활약했고, 오늘 경기에서도 똥볼을 던지는 강송구에게 복수할 준비가 되었다.
곧 경기를 시작할 시간이 찾아왔다.
라커룸을 가득 채운 투쟁심.
더블스타즈의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 지면 리그 5위로 떨어지게 되기에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더블스타즈의 박태형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봤다.
“지난 시즌부터 우리는 호크스에게 너무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작년에는 고작 2승만 가져올 수 있었고 호크스에게 발목을 잡힌 덕분에 플레이오프가 아닌 와일드카드에서 허무하게 패배를 헌납하고 가을야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
선수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올해는 다르다. 그리고 이번엔 다르다.”
그래, 이번엔 다르다.
탁성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송구의 이상한 피칭에 속아서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던 과거를 기억하며 그가 눈을 찌푸렸다.
특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던 강송구가 자신을 상대로는 엿 같은 미소를 짓던 모습을 떠올리면 먹던 술도 역류해서 코를 뚫고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을 깔보는 그 눈빛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무장을 한 더블스타즈의 선수들.
곧이어 경기 시작 시간이 되었다.
국민의례가 끝나고.
시구도 끝났다.
1회 초.
마운드에 오른 더블스타즈의 투수.
3선발인 최정원이었다.
언더핸드 투수로 130대 중후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써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던지는 선수였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밑에서 위로 솟구치는 정통 언더핸드 투수.
마운드 바닥에 손이 닿기 직전까지 내리는 그의 오른손에서 나오는 공은 제법 위력적이었다.
호크스의 선두타자 김국도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제구도 그렇지만…. 변화구의 각도 제법이야.’
만약에 강송구가 언더핸드로 던진다면 아마 지금의 최정원처럼 던지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2구째.
좌타자 바깥으로 흐르는 써클 체인지업에 김국도가 헛스윙하며 투 스트라이크를 허용했다.
‘지랄 맞은 공이군.’
써클 체인지업이 꼭 싱커처럼 떨어진다.
그래서 더 공략하기 어려웠다.
따악!
“아웃!”
그리고 3구째 날아든 슬라이더에 빗맞은 타구가 형성되면서 그대로 내야 뜬공으로 아웃.
첫 승부는 좋지 않게 끝났다.
이어지는 타석에서도 최정원을 상대로 썩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5구 만에 아웃을 헌납했다.
“벌써 투 아웃인가?”
“역시 언더핸드 투수가 좀 까다로워.”
그리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김효곤과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최정원이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1회에 호크스의 타선을 상대로 19구나 던진 최정원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잡힌 순간.
강송구가 글러브를 들고 마운드로 향했다.
덤덤한 표정의 강송구를 보며 더블스타즈의 더그아웃에 앉아있던 탁성균이 두 눈을 찌푸렸다.
-야! 저기 호구가 널 노려본다. 저 망나니는 아직도 술을 끊지 못했나 봐! 내 코에 술 냄새가 조금 나는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강송구의 대답에 우효가 ‘우효횻’하고 웃었다.
* * *
[더블스타즈 0 vs 0 호크스]
-1회 말
-선발 투수 [강송구]
-1번 타자 [심형권]
[댓글]
-왔다! 흑마구 센세!
-흑마구 강송구 선생님! 이번에 호크스에 전 재산을 걸었습니다. 제발 저에게 흑마구의 위엄을 보여주십셔!
-ㅋㅋㅋㅋㅋ 예전에 강송구 헐뜯던 토토충들이 이제는 강송구에게 배팅하고 기도하넼ㅋㅋㅋ
-토토충들 수듄하고는ㅋㅋㅋㅋ
-크크…. 진짜 구속 빼고는 다 갖춘 투수다.
-다빋드17인가 다빕드11인가 하는 녀석 결국 고소 먹어서 상하차하러 갔다며?ㅋㅋㅋ 야갤 보고 왔다.
-너 그런 거 하니?
-ㅋㅋㅋㅋ야갤러 수듄ㅋㅋㅋㅋ
예전과 달라진 야구팬들의 반응.
이유도 없이 헐뜯던 이들은 ‘고소미’라는 최고의 쌀밥을 먹고 사라졌으며, 그 사이에 강송구가 압도적인 활약을 하면서 그를 향한 팬덤도 생겼다.
1회 말.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
그가 덤덤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더블스타즈의 선두타자를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며 승부욕을 불태우는 타자.
강송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이제 타자에 집중할 시간.
강송구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박진수의 초구 사인은 몸쪽 높은 코스.
‘그리고 컷 패스트볼 전력투구.’
이제 컷 패스트볼을 전력으로 던지면 최고 142km/h가 나왔다. 더는 똥볼투수라 불릴 정도의 구속이 아니다.
여기에 ‘스나이퍼’ 스킬과 ‘버닝 스트라이크’ 스킬을 모두 사용해서 공의 위력과 제구를 최대한으로 끌어냈다.
길게 숨을 내뱉는 강송구.
그가 와인드업 후에 빠르게 오른팔을 휘둘렀다.
슈우우우욱! 빠각!
초구에 날아든 140대 초반의 컷 패스트볼에 배트가 부러진 심형섭이 급히 1루로 달렸다.
하지만 이미 공이 튄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알렌 베이커보다는 빠를 수 없었다.
슈우우욱! 펑!
“아웃!”
빠르게 맨손으로 공을 잡아서 일루수의 미트에 정확히 송구한 알렌 베이커를 보며 강송구가 엄지를 척 들었다.
“나이스 알렌.”
“굿 피칭! 캉!”
-멋진 베어 핸드 캐치가 나왔습니다!
-아! 정말로 멋진 피칭에 멋진 수비였습니다.
-강송구! 단 1구로 상대를 잡아냈습니다! 멋집니다.
하지만 기뻐할 틈이 없었다.
더블스타즈의 타선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
지난 경기에서 홈런을 강송구에게 홈런을 빼앗았던 괴물 타자인 박무형이 타석에 들어섰다.
‘견적이 쉽게 나오지 않는군.’
충분히 스펙을 올렸음에도 견적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박무형이라는 타자는 대단했다.
‘한국에 있을 타자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어도 분명히 준 올스타급의 활약을 꾸준하게 해줬을 선수다.
‘하지만 전과 다르다.’
초구에 홈런을 내어줬던 과거와 다르게 강송구는 초구부터 박무형을 상대로 카운트를 천천히 쌓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컷 패스트볼.
138km/h의 공에 타석에 선 박무형이 뭔가 묘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를 바라봤다.
“왜? 구속이 늘어서 놀랐어?”
“그래, 놀랐다.”
동갑인 박진수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박무형이 다시금 타격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아까와 다르게 투수에 집중했다.
박진수는 그런 박무형을 보며 고갤 흔들었다.
‘제대로 스위치가 들어갔군.’
2구째는 몸쪽 낮은 코스.
그나마 박무형이 드러낸 약점이라고 볼 수 있는 유일한 코스가 몸쪽 낮은 코스였다.
‘공은…. 싱커.’
고개를 끄덕인 강송구.
슈우우욱! 따악!
-쳤습니다!
-삼루수인 조규환 선수가 급히 공을 잡아서…. 아! 살짝 공을 더듬었습니다. 1루로!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아! 정말 아쉬운 상황인데요.
‘아쉽군.’
아웃 하나를 깔끔히 잡아낼 기회였다.
박무형은 강송구의 싱커를 오늘 처음 봤기에 이번 공에 배트를 휘두른다면 큰 확률로 내야 땅볼이 나올 테니까.
하지만 조규환의 수비실책으로 1루에 보내버렸다.
‘그래도 지난 경기보다는 많이 발전했군.’
-그렇지. 초구 홈런에서 내야 땅볼이면…. 정말 크나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지!
우효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삼루수인 조규환이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내자 강송구가 손을 들어서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루가 무서운 주자가 1루에 있다.
하지만 강송구는 도루를 신경 쓰지 않았다.
‘최근에 박무형 선배의 도루 시도가 줄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메이저 때문이었다.
도루하다가 손이라도 다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어차피 박무형이 1루에 있으면 투수는 절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기에 더블스타즈는 희생 번트를 활용해서 안전하게 주자를 2루에 보내는 방법을 자주 썼다.
‘문제는 다음 타자가 3번 타자라는 거지.’
강공일 확률이 높았다. 발로 점수를 만드는 야구를 하던 더블스타즈의 타선이 최근에 타격감이 오르면서 작전보다는 타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리고 강송구의 예상처럼 더블스타즈의 3번 타자인 이바론은 배트를 꽉 잡고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컷 패스트볼.’
좌타자인 이바론을 상대로 몸쪽 컷 패스트볼을 꺼내든 강송구가 셋 포지션을 가져갔다.
슈우우욱! 빡!
“일루수!”
빠르게 공을 잡아서 1루 베이스를 밟은 일루수 이진모가 바로 2루 베이스에 자리를 잡은 김효곤에게 공을 던졌다.
2루로 달리던 박무형이 슬라이딩을 했고, 김효곤은 가볍게 공을 잡아서 박무형의 몸에 글러브를 가져다 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루심이 주먹을 쥐며 외쳤다.
“아웃!”
-여기서 병살이 나왔습니다!
-깔끔한 수비! 이진모 선수의 침착한 수비로 만들어진 더블 플레이로 이번 이닝이 끝이 났습니다.
-단 4구 만에 끝난 1회 말! 강송구 선수가 엄청난 피칭을 보여주며 호크스의 마운드를 지켰습니다!
-대단히 효율적인 투구였습니다. 특히나 컷 패스트볼과 싱커를 너무나 잘 사용했습니다.
마운드를 천천히 내려가는 강송구.
그가 이바론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바론이 씩 미소를 지었다.
우효는 그런 강송구를 보며 물었다.
-너 오늘 컨디션이 별로라며?
그 물음에 그가 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엄살이었다.”
-아무튼, 다음 이닝에 그 망나니가 나오는데 지금처럼 던지면 쉽게 잡을 수 있겠는데?
“아니, 지금처럼 안 던질 거다.”
-왜?
“바로 새로 얻은 스킬을 쓸 거다.”
-그리고?
“그리고 제대로 호구를 잡아야지.”
우효는 2회 말이 기다려졌다.
강송구에게 또 당하는 망나니의 모습이라니.
작은 고슴도치가 그 모습을 상상하며 낄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