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33화 (33/198)

#33. 땅의 요정 송구!(4)

3회 말.

점수는 0대0 상황.

저메인 쇼메이커가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는 오늘 경기 7번 타자로 출전한 이호승이 굳은 표정으로 좌타석에 들어섰다.

부우웅! 펑!

“스-윙! 스트라이크!”

151km/h의 포심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하는 이호승.

패스트볼의 구속에 완전히 타이밍이 늦었다.

-역시! 저메인 쇼메이커네요!

-초구부터 날카로운 코스로 강속구를 꽂아 넣습니다.

-2구째! 이번에도 스트라이크!

-좋은 공입니다.

두 번째 공에도 이호승은 저메인이 던진 공에 배트를 가져다 댈 수도 없었다.

같은 코스에 틀어박히는 150대 초반의 패스트볼.

이호승은 다시금 허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그야말로 압도되고 있는 상황.

-음?

하지만 우효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멀리서 지켜봐서 잘못 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구째에 배트를 휘두른 순간.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내야 뜬공으로 저메인 쇼메이커가 아웃을 잡아냅니다! 3회 초도 정말로 깔끔한 출발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패스트볼에 배트가 따라 나오기는 했는데…. 타이밍이 조금 늦었습니다.

-오늘 저메인 선수의 컨디션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가 살아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이호승.

그를 바라보던 우효가 강송구에게 물었다.

-봤어? 타이밍을 따라가는걸?

‘물론.’

-설마…. 저걸 알고 있던 거야?

‘아니, 나도 이호승이 저메인의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따라갈 정도로 타격 능력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기분 좋은 오산이지.’

내야 뜬공으로 첫 타석에서 물러났지만, 이호승은 단 3구 만에 저메인의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했다.

“어때? 타이밍이 잘 맞아?”

“네, 코치님의 말씀처럼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좋아. 패스트볼에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밀어. 하나씩 천천히 해보자. 알겠지?”

슬쩍 이호승의 옆에 붙어 조언하는 강주철 타격 코치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테랑들의 중심인 김효곤 선배가 1군에서 빠지니 코치들이 베테랑들의 견제를 받지 않고 젊은 선수들에게 가벼운 조언 정도는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군.’

-도대체 김효곤이라는 선수가 뭐길래…. 이렇게 코치진도 깨갱 하면서 눈치를 보는 거야?

‘팀 위의 선수.’

-팀 위의 선수? 그런 게 가능해?

‘대전 호크스에서는 가능하니까.’

-어떻게?

‘김효곤 선배가 호크스의 모기업 회장이 아끼는 선수거든. 거의 양아들 수준으로 떠받드는 수준? 듣기로는 김효곤 선배 때문에 감독을 갈아치운 적도 있다더군.’

-너 이런 팀을 우승시킬 수 있겠어?

우효의 걱정스러운 시선.

강송구는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걱정 없다. 이 팀을 우승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구단 내에서 나 말고도 제법 여럿이 있으니까.’

* * *

대전 호크스 파크의 VIP 관람석.

백동혁 단장은 자신의 옆에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남자를 살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제법 풍채가 넉넉한 남성은 3회 말에 올라와서 수원 나이츠의 타선을 땅볼로 잡아내는 강송구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뭘 원하는 겁니까?”

호크스의 사장.

모기업인 정화그룹의 막내 손자.

김명진 사장이 고개를 돌려 백동혁 단장을 바라봤다.

“단장님이 원하는 것이 뭡니까?”

그 물음에 백동혁 단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지겨운 파벌싸움을 좀 끝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김민석 정화그룹 회장님께서 바라시는 꿈을 위해서 같이 힘을 합치자는 뜻입니다.”

하지만 김명진 사장의 표정은 덤덤했다.

야구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

“왜 사장님이 나서서 교통정리가 잘 진행되던 팀 내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팀을 우승시키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런데 제게 모든 것을 일임하겠다는 말과는 다르게…. 알게 모르게 많은 방해가 들어오더군요.”

“...”

“왜 방해하십니까? 그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내가 왜 그걸 당신에게 말해야 합니까?”

“당신도 사실은 이 팀을 우승시키고 싶은 것 아닙니까? 김명진 사장님.”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내 손과 발이 되어주는 김동식 감독님과 마진구 스카우트를 잘랐겠죠. 그리고 사장님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그 자리를 채웠겠고요.”

그 말을 듣고 김명진 사장이 두 눈을 감았다.

백동혁 단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 팀에 애증의 감정이 담겨 있으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심술을 부리시는 것이 아닙니까?”

“...”

“사장님. 지금 이 팀은 위닝 멘탈리티를 심어도 우승을 할까 말까 한 팀입니다. 그런데 지금 사장님이 그런 팀을 쥐고 흔들면서 콩가루를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그만.”

“혹시….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당신의 할아버지이신 2대 회장님께서 보여줬던 행동에 화가 나신 겁니까? 그래서 2대 회장님이 사랑하시는 야구팀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으십니까?”

“그만!”

분노에 찬 눈으로 단장을 노려보는 김명진 사장.

그가 입을 열었다.

“당신…. 선 넘지 마.”

하지만 백동혁 단장은 멈추지 않았다.

“선을 넘은 건 김명진 사장님입니다.”

“뭐?”

그가 차가운 표정으로 김명진 사장을 바라봤다.

“내가 운영하는 팀에 헛짓하지 말고 손 놔. 오늘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당신이 만든 파벌을 모두 자르던지, 아니면 내 발밑으로 기게 하던지…. 알아서 정리해놔.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

“나이를 좀 더 먹은 내가 충고 하나만 해줄까? 야구를 사랑했던 당신의 어머니가 지금의 당신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그 점을 골똘히 생각해봐. 이 삐뚤어진 양반아.”

그 말을 남기고 백동혁 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명진 사장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세 타자 연속으로 수원 나이츠의 타자를 내야 땅볼로 잡아내고 있는 강송구가 담겼다.

“애증이라….”

김명진 사장은 그렇게 한참을 마운드를 바라만 봤다.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순간까지 말이다.

* * *

4회 초.

마운드에 올라가는 강송구.

수원 나이츠의 타선이 한 바퀴 돌았다.

어느 정도 강송구의 싱커에 눈이 익은 타자들이기에 볼 배합을 바꿔서 상대해야 할 때가 왔다.

선두 타자는 버논 자바스.

첫 타석에서 커터와 스플리터의 조합에 삼진을 허용한 그가 이번에는 배트를 짧게 쥐고 타석에 들어섰다.

단단히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버논 자바스의 노력이 제대로 통한 것일까?

따악!

-쳤습니다!

-이루수의 키를 살짝 넘는 공!

-드디어 첫 출루를 하는 수원 나이츠! 버논 자바스가 1루에 안착합니다!

-이건 정말 귀중한 기회입니다. 오늘 경기 어쩌면 투수전이 될 수 있기에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합니다.

-그렇군요.

1루에 안착한 버논 자바스.

그가 팀의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서는 2번 타자 최철우.

대전 호크스의 홈팬들은 갑자기 찾아온 위기에 더 큰 목소리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최! 강! 호! 크! 스!

와아아아아아아아!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호크스라 행복합니다!

하지만 옆에서 강송구를 지켜보던 우효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선 최철우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쯧쯧…. 병살타의 희생양이 왔구나.

두 번의 견제구를 던지며 버논 자바스를 묶어둔 강송구가 세트포지션을 잡고 초구를 던졌다.

바깥쪽으로 걸치는 슬라이더.

“볼!”

조금 많이 빠지는 슬라이더에 최철우가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이런 허술한 공을 던진다고?

투수에 무슨 문제가 있나?

이런 생각을 하던 최철우의 앞으로 강송구가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아!”

조금만 집중했다면 완벽히 때려낼 수 있는 공.

맛있는 먹잇감을 놓치자 최철우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타석 밖에서 배트를 잠깐 휘둘렀다.

그러고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홈플레이트 뒤에서 그 모습을 슬쩍 바라보던 박진수가 강송구에게 다음 공을 요구했다.

이어지는 피칭.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그제야 최철우는 자신이 너무 싱커에 집중하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싱커라는 공에 몰입했어.’

하지만 이미 카운트는 몰린 상황.

스플리터와 싱커에 집중하고 있는 타자.

그런 타자에게 강송구는 체인지업을 꺼내 들었다.

슈우우욱! 딱!

-쳤습니다!

-그대로 유격수 알렌 베이커의 앞으로 굴러가는 타구! 알렌 베이커가 잡아서 2루로! 그리고 1루까지!

-깔끔한 병살타가 나왔습니다!

-환상적인 수비! 알렌 베이커의 멋진 수비가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 선수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줍니다!

병살타를 유도한 강송구.

그 모습을 보던 우효가 중얼거렸다.

-응애! 나 애기 땅의 요정! 병살줘!

‘그게 뭐지? 유아 퇴행이라도 왔나?’

-요즘 유행하는 유행어도 모르는 거야?

‘그런 거에 관심 없다.’

순식간에 투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타석에는 3번 타자 안우준이 들어섰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

하지만 강송구는 그 어떤 상황에도 담담했다.

조용히 사인을 교환한 그가 싱커 그립을 쥐었다.

‘안우준에게는 단타를 허용하더라도 낮게 들어가는 싱커로 맞춰 잡는 게 속이 편하지.’

초구는 낮게 깔린 싱커.

안우준의 배트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따악!

“파울!”

포수의 뒤로 빠지는 타구.

박진수는 주심에게 새로운 공을 받아서 강송구에게 다시 전달해주었다.

‘낮은 코스에도 배트가 나오는군.’

-타이밍을 잡은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아마도 싱커가 아닌 싱커와 섞여서 들어오는 포심 패스트볼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강송구.

그가 선택한 구종은 체인지업이었다.

패스트볼을 노린다면 지켜보던가….

‘헛스윙하겠지.’

슈우우욱! 펑!

“볼!”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지켜본 안우준.

강송구는 확신했다.

안우준이 노리는 것은 패스트볼이라고.

바로 박진수에게 사인을 보내니 박진수도 강송구의 의중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서 낮은 코스만 던지던 강송구, 하지만 이번에는 포수의 미트가 높은 코스로 올라왔다.

그리고 빠르게 자세를 잡고 팔을 휘둘렀다.

우타자 몸쪽에서 조금 떨어진 애매한 코스로 들어가는 공을 보는 순간 안우준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의 눈에는 그 공이 실투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

당연히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우타자 바깥으로 휘었다.

‘커터!’

따악!

-빗맞은 타구!

-빠르게 일루수의 앞으로 굴러갑니다!

그대로 빗맞은 공이 일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강송구가 빠르게 1루로 커버를 갔다.

그리고 일루수인 이진모의 송구를 받아서 4회 초의 마지막 아웃까지도 깔끔히 잡아냈다.

“아웃!”

호크스의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강송구의 옆을 쫄래쫄래 따라가는 우효가 신난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땅의 요정 송구님이 나가신다! 너희 모두 땅볼로 아웃을 당하고 내 일용할 양식인 샤인머스캣이 되어라!

그런 우효를 보며 강송구가 대답했다.

“샤인머스캣 아닌데.”

-뭐?

“두리안인데.”

그 대답에 우효가 그 자리에서 굳은 상태로 멍한 표정으로 강송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두리안? 그게 무슨 개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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