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25화 (25/198)

#25. 출발선 (1권 분량)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줄여서 스플리터.

포심 패스트볼과 비교해서 더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를 보이고 보통 시속 7-10km/h의 차이가 나는 변형 패스트볼.

스플리터로 가장 유명한 다나카 마사히로의 경우 전성기 시절에 포심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의 최고 구속의 차이가 정확히 10km/h가 났다고 한다.

이렇듯이 다른 구종에 비해 구속 차이가 심하지 않으면서 낙폭도 상당한 공이 바로 스플리터다.

거기다 포심 패스트볼과 같은 공의 회전 방향은 물론이고, 투구폼에서도 그리 차이 없는 점에서 1980년대에 처음 스플리터가 등장했을 때 타자들은 이 구종을 마구라고 불렀다.

아무튼.

4회 말의 선두 타자.

그것도 1회 말에 홈런을 만든 박무형을 상대로 꺼내든 스플리터는 정말로 아름답게 떨어졌다.

그것도 중요한 순간에 나온 위닝샷.

마구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공이었다.

-그렇죠!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대단합니다!

-손가락을 벌린 것을 보니…. 스플리터입니다. 떨어지는 각이 제대로였어요.

-박무형 선수가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공이 아웃을 하나 만들어내면서 강송구 선수가 힘든 상황을 넘겼습니다. 저는 오늘 경기에서 이번 승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거든요?

-네, 정말 중요한 순간에 완벽한 공이 들어갔습니다.

중계진도 감탄했고.

팬들도 날카롭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단 한 명만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스플리터로는 부족해. 구속이 너무 느려.’

한 동양인이었다.

누군가 그의 평가를 들으면 ‘진짜 죽여주는 스플리터였는데, 구속으로 뭐라 하네. 님 야알못?’이럴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직업과 직책을 듣게 된다면 방금 그가 내뱉은 말을 철회하게 될 것이다.

2026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신생팀 중 한팀인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그 웨스트스타즈의 스카우트 팀장이자 작년 골드글러브 상을 받은 유격수인 ‘케이든 스타우트’를 더블A 투수 한 명과 싱글A 삼루수 한 명을 내주고 트레이드를 성공시킨 대단한 안목을 가진 인물이었다.

‘박진수와 박무형을 보려고 온 경기에서 다른 이상한 선수에게 관심을 두게 될 줄 몰랐군.’

그는 지금 마운드에 선 거인에게 관심을 가졌다.

‘메이저리거가 될 준비를 끝낸 선수처럼 보이는 투수.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구속만큼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할 정도로 느리다.’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선수였다.

하지만 경기 초반에 보여준 93마일에 가까운 컷 패스트볼을 본 뒤로 이 선수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 93마일의 컷 패스트볼은 20-80스케일에서 70점을 받아도 문제가 없는 구종이다.’

그는 이 선수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급히 자료를 모았다.

생각보다 강송구에 대한 자료는 금방 모였다.

‘내가 양키스에 있을 시절에 어떻게든 데려오려고 했던 코리안 비스트가 저 친구라니…!’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얻은 인맥은 물론이고, 한국계 출신의 미국인이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입스라….”

그렇기에 강송구가 가끔 한 번씩 놀랄만한 구속의 공을 던진다는 정보도 바로 얻어낼 수 있었다.

“계속해서 구속이 오르고 있어.”

독립구단 시절의 구속보다 지금이 평균 3km/h 정도 더 빨라졌다는 정보도 금방 그의 아이패드에 전송되었다.

“만약에 최소 87~88마일(약 140km/h의 구속만 나와도 메이저리그에서 데려갈 가치는 있다.”

적어도 그 정도로 구속이 늘면 불펜이나 하위선발로 충분히 써먹을 만한 카드라고 그는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의 강송구는 그저 약 80마일의 구속을 가진 투수일 뿐이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걸 알기에 그도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 * *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당연히 남은 두 타자를 상대로 강송구는 손쉽게 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다.

더블스타즈의 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갑자기 스플리터라고?”

“와…. 저렇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는 처음이네?”

“포크볼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미치겠네…. 갑자기 저런 공이 나오면 한 타선은 더 돌아봐야지 상대법이 나올 것 같은데?”

그래도 그들은 여유가 있었다.

결국, 상대는 공이 느린 투수였다.

더블스타즈의 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점수가 1대1 동률로 유지되고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였다.

5회 초.

원 아웃의 상황.

타석에 6번 타자 박진수가 들어섰다.

레이 모건은 바로 몸쪽 패스트볼을 던졌다.

슈우우욱! 빠악!

-어…. 어…. 생각보다 타구가…. 타구가 큽니다!

-박진수의 큰 타구! 중견수의 머리 위를 넘겨…. 넘겨…. 넘겨어어어어어어! 담장까지 넘기는 타구!

-박진수 선수가 시즌 8호 홈런을 때려냅니다! 대단합니다!

-박진수의 솔로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호크스! 왜 이 선수에게 4년 75억이라는 거금을 들였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박진수는 그 초구를 놓치지 않고 바로 때려냈다. 높게 떠오른 공이 그대로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너무나 갑자기 나온 득점.

레이 모건도 이 공이 이렇게 넘어갈 줄 몰랐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표정으로 드러냈다.

그 순간 더그아웃에 있던 강송구는 확신했다.

‘승기가 넘어왔다!’

동시에 조금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 더블스타즈의 더그아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에 불똥이 떨어진 느낌이겠지.’

상대 투수가 정보에도 없는 스플리터를 꺼낸 상황에서 점수까지 뒤처지고 있는 상황.

-오…! 정말 오늘 이길 수 있는 거야? 나 샤인머스캣이라는 천상의 포도를 먹을 수 있는 거야?

우효는 점수가 역전되자 환호했다.

반대로 강송구의 머리는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달라지는 건 없다. 최소한 박무형의 타선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스플리터로 더블스타즈의 타선을 잡아먹는다.’

때마침 2대1의 점수 차이로 5회 초가 끝났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야 하는 순간.

강송구는 어깨를 덥히던 점퍼를 벗고 누구보다 빠르게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5회 말.

덤덤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선 더블스타즈의 타자였지만, 강송구는 알고 있었다.

상대가 생각보다 훨씬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고.

“스-윙! 스트라이크!”

“아!”

초구부터 날아든 스플리터가 정확한 코스에 걸치자 타자가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타석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타자는 마운드에 있는 사냥꾼의 맛좋은 사냥감이었다.

‘스나이퍼.’

완벽히 제구가 된 공.

그 공이 타자가 제일 싫어하는 코스로 날아들었다.

슈우우우우욱! 퍼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우우웃!”

5회 말의 두 타자도 금방 아웃을 내주었다.

강송구는 4회 말보다 더 쉽게 아웃을 수집하고는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승리 투수의 요건을 갖춘 것이다.

더그아웃에 들어서니 그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눈이 경기 시작 전과 크게 바뀌었다.

‘공만 느린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제법이네.’

‘그런 스플리터를 숨겨두다니….’

강송구는 그런 선수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마운드에 오르는 레이 모건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전조가 보인다.’

-뭐?

‘레이 모건이 자신의 왼쪽 팔꿈치를 글러브로 쓸었다. 그것도 3회 초부터 한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한 번씩.’

-설마….

종종 팔꿈치를 글러브로 쓸어내리는 행동을 이상하게 볼 것은 없다.

슬라이더를 주력으로 쓰는 투수가 한 경기에서 공을 많이 던지면 종종 저런 모습을 보였으니까.

팔꿈치에 피로가 쌓이는 것을 느껴 그런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레이 모건은 고작 83구를 던진 상황이었다. 거기다 쌩쌩할 시간대에도 자신의 왼쪽 팔꿈치를 자주 신경 썼다는 점은 우효의 머릿속에 하나의 가설을 떠오르게 했다.

-부상?

‘그럴 가능성이 큰 것 같군.’

이건 하나의 기회였다.

상대의 부상을 동정할 필요는 없다.

프로 무대는 정글이고, 상대는 그런 냉혹한 정글에서 상대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다.

6회 초.

마지막 타자를 남겨둔 상황.

더블스타즈의 더그아웃이 바삐 움직였다.

특히 불펜에 두 명의 투수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제야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 모건의 팔꿈치에 이상이 생긴 게 사실이군.’

오늘 경기.

승부의 추가 호크스에게 완전히 기울었다는 것을 강송구는 속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던 우효는 신이 나 강송구의 주변을 네발로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우효오옷! 샤인머스캣! 나도 샤인머스캣 먹어본다! 좋았어! 최고야! 최고라고!

* * *

7회 초에 레이 모건이 내려갔다.

그리고 급히 승리조 불펜을 올린 더블스타즈.

하지만 앞선 3연전의 두 경기에서 불펜의 체력을 많이 소모한 여파가 오늘 경기에 바로 드러났다.

-쳤습니다!

-호크스의 빅이닝! 순식간에 점수는 6대1로 호크스가 5점 차이로 크게 앞서나갑니다!

-대단합니다! 7회 초에 호크스가 완벽히 승기를 굳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레이 모건을 일찍 내린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지 않은 투수교체 타이밍이었네요.

-앞선 두 경기에서 두 팀 모두 불펜을 많이 소모한 상황이었는데…. 저도 더블스타즈가 너무 성급히 투구교체를 진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순식간에 점수 차이는 5점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찾아온 7회 말.

강송구는 다시금 박무형을 만났다.

-박무형의 세 번째 타석.

-1회 말에 강송구 선수를 상대로 홈런을 때린 기억이 있는 박무형 선수입니다.

-그리고 4회 말에는 강송구 선수가 삼진을 잡아냈죠?

-맞습니다.

-오늘 경기! 선발로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강송구 선수의 호투가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박무형 선수에게 맞은 홈런을 제외하면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타석에 선 박무형.

그가 굳은 표정으로 배트를 꽉 쥐었다.

‘어떻게든 큰 거 하나를 만든다.’

그래야 추격을 시작할 수 있다.

5점 차이.

생각보다 큰 점수 차이지만, 동시에 한순간의 기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점수 차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박무형은 기세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큰 타구를 만들어서.

그는 상대의 기세를 가져올 수 있는 대단한 타자고, 상대는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풋내기였으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강송구가 자신을 거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고의사구네요?

-박무형 선수를 고의사구로 거릅니다.

-이건 좀 선택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박무형 선수의 장타도 무섭지만, 또 이 선수의 장점 중 하나가 빠른 발입니다.

-그렇군요.

-아마 마음만 먹으면 매 시즌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준족의 타자입니다.

천천히 1루로 걸어가는 박무형.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충분한 점수 차이기에 상대가 정면으로 돌파를 할 것이라 판단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판이었다.

‘설마 나를 거른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동시에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도루로 3루까지 향해도…. 과연 다른 타자들이 날 홈으로 들어가게 해줄까?’

1회 말에 자신을 걸렀다면 또 몰랐다.

그때는 자신들도 투수의 정보가 없지만, 상대 투수도 자신과 다른 타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테니까.

아마 자신이 도루로 흔들었다면 2~3점 정도는 충분히 나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5점의 넉넉한 점수 차이.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더블스타즈의 타선이 상대 투수를 상대로 외야로 뻗어 나가는 타구를 몇 번 못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부 땅볼이나 삼진, 또는 내야 뜬공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어떻게든 도루를 시도해서 상대 투수를 흔들고 점수를 만들자. 방법은 그것뿐이야.’

하지만 강송구는 1루로 나간 박무형을 완전히 머리에서 지우고 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세트 포지션도 아니고…. 와인드업?’

그건 강송구가 박무형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였다.

-도루를 시도할 거면 신나게 달려라. 그런데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그리고 박무형이 도루로 2루를 훔쳤을 때.

강송구는 3번 타자 이바론은 삼진으로 잡아냈다.

점점 박무형의 걱정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탁성균.

오늘 경기에서 강송구에게 신나게 당하기만 한 그가 두 눈에 독기를 가득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아주 독이 바짝 올랐구나.

‘저런 타자는 오히려 잡기 쉽지.’

강송구는 자신의 확신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처럼 탁성균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박무형의 진루를 막았다.

틱!

“이 씨바아아알!”

탁성균이 욕설을 내뱉으며 1루로 달렸다.

강송구가 꺼내든 카드는 스플리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의 머릿속에 지워졌던 체인지업이었다.

-아! 멋진 체인지업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완벽한 체인지업은 아니었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 상황에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에는 충분한 공이었다고 봅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그렇군요.

7회 말의 투 아웃 상황.

5번 타자와 승부에서 박무형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달려서 3루까지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더블스타즈의 5번 타자인 장성규는 강송구가 던진 커브에 헛스윙하면서 결국 타석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시간이 좀 흐르고 9회 말.

마운드에 호크스의 마무리 투수가 올라왔다.

-쳤습니다!

-아! 공이 먹혔습니다. 곽민준의 151km/h의 포심을 때려냈지만 그대로 중견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면서…. 호크스가 6대1로 오늘 경기를 완벽히 잡아냅니다!

모두가 기뻐하고 있는 더그아웃 안.

강송구만 홀로 덤덤히 앉아있었다.

그는 눈앞에 떠오른 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8이닝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8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추가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6,550포인트입니다.]

‘한 번에 약 4,000포인트가 쌓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셨습니다.]

[2,7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9,255포인트입니다.]

추가로 2,700포인트까지 얻어냈다.

한 번의 등판으로 루비 카드를 살 수 있는 포인트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포인트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 포인트를 보며 강송구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시작이군.”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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