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24화 (24/198)

#24. 벌렸죠? 스플리터에요!

[제목: 야, 강송구 모닥불러라며?]

저게 무슨 모닥불러야? 컷 패스트볼 구속이 갑자기 150대 근처까지 나오는구만;

시펄; 저걸 어떻게 잡으라고.

돌았네.

-근데 나머지는 130대 초반 겨우 뜨는디요.

-듣기로는 입스라던데?

-입스? 뭔 입스인데 저래?

-부상은 어느 정도 다 나았는데, 정신적인 부분에서 뭔가 문제가 있어서 구속이 130대 초반밖에 안 나온다는데?

-그러니까…. 입스만 해결되면 저 정도 구속은 껌이다?

-ㅋㅋㅋㅋㅋ 대전 호크스 로또 당첨됐네?

-아니, 시펄ㅋㅋㅋㅋ 티탄즈는 뭐하는데? 우리도 저런 로또 좀 뽑아보자! 진짜 어떻게 꼴찌인 호크스보다 게을러?

-와…. 2회 말이 깔쌈하게 끝나네;

-아니;; 135km/h짜리 커터로 배트가 부러짐?

-컷 패스트볼의 구위 하나는 죽여주네.

3회 말.

강송구는 덤덤히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는 더블스타즈의 8번 타자.

강송구는 박진수의 사인에 맞춰 초구를 던졌다.

‘높은 공에 자주 배트가 따라 나오고, 낮게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이 많은 유형의 타자.’

초구는 우타자의 몸쪽 낮은 코스.

구종은 커브.

“볼!”

존에 살짝 빠진 공.

1회 말에는 스트라이크로 잡아줬던 코스였다.

주심은 단호히 판정을 내렸다.

강송구는 그 부분에 관해서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저 변화된 정보를 머리에 담았다.

‘존의 위아래가 좁아졌다.’

존이 조금 바뀌었으니 체크를 해봐야 한다.

이번에는 그보다 살짝 높고 우타자의 몸쪽으로 조금 더 붙는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타석에 선 타자가 눈을 찌푸린다.

이어지는 3구째는 몸쪽 커터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서 4구째.

강송구는 우타자 바깥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사인을 냈고, 박진수는 바로 미트를 들어 올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루킹 삼진.

타자의 표정이 볼만했다.

타석을 빠져나가며 주심을 힐끗 보는 것이 판정에 불만 있어 보였다.

강송구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위아래의 존이 줄어든 대신에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는 조금 넉넉히 잡아주는군.’

이건 이유가 있었다.

‘레이 모건의 슬라이더와 투심 때문이군.’

더블스타즈의 1선발.

용병투수 레이 모건은 구속은 좀 느리지만, 뛰어난 슬라이더와 싱커성으로 꺾이는 투심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변화구의 제구가 뛰어나서 종종 주심들이 레이 모건이 등판하는 날에 애를 먹는다고 알고 있다.

‘좌우는 그냥 넉넉히 줄 테니. 위아래의 존은 빡빡하게 잡아주겠다는 뜻이군.’

나쁘지 않았다.

강송구도 제구력이 나쁘지 않은 투수다.

이런 식으로 바뀐 존을 활용할 능력이 충분했다.

따악!

이어지는 승부에서 4구째 던진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해서 하나의 아웃 카운트를 가볍게 따냈다.

드디어 타선이 한 바퀴 돌았다.

3회 말의 투 아웃 상황.

좌타석에 아까 허무하게 아웃을 허용한 심형권이 길게 숨을 내쉬며 타석에 들어섰다.

‘무조건 잡아야 하는 타자.’

심형권을 지금 내보내면 1루에 주자가 있는 상태로 괴물인 박무형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딱히 더 긴장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초구.

강송구의 손에서 컷 패스트볼이 빠져나갔다.

슈우우욱! 따악!

“파울!”

배트를 내민 심형권은 얼얼한 손을 쥐락펴락하며 마운드에서 로진백을 들어 올리는 강송구를 노려봤다.

‘진짜 커터가 너무 날카롭다.’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컷 패스트볼을 포기했다.

‘컷 패스트볼을 제외한 구종들은 대단한 공이 아니다. 충분히 내가 노릴 수 있는 공들이야.’

이어지는 승부.

따악!

“파울!”

강송구의 낮은 코스로 빠지는 커브에 무심코 배트가 나온 심형권이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온 커브였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커터의 타이밍을 노리던 그에게는 쉽게 때려낼 수 없는 타이밍에 들어온 커브였다.

‘계속 칠만한 공이 들어온다.’

해볼 만했다.

어떤 공이든 화끈하게 때려낼 자신이 있다.

아까 박무형 선배가 보여준 큰 타구.

그런 타구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그런 무의식이 심형권의 스윙을 크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송구가 체인지업을 꺼내 들었다.

심형권이 노리는 코스로 들어오는 공.

‘왔다!’

그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공은 그가 생각하는 타이밍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 체인지업…!’

틱!

빗맞은 타구가 그대로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강송구는 여유롭게 공을 글러브로 받아서 일루수의 미트에 정확히 송구하며 3회 말의 마지막 아웃도 깔끔히 잡아냈다.

3이닝 1실점.

박무형이라는 괴물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타자를 1루에 보내지 않았다.

‘이제 슬슬 스플리터를 꺼내도 되겠어.’

리드오프인 심형권도 스윙을 조금 크게 가져가는 것을 확인한 강송구가 두 눈을 반짝였다.

* * *

-레이 모건! 6구째 승부!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멋지게 삼진을 잡아내는 레이 모건! 순식간에 투 아웃을 만들어냅니다!

-저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이 굉장하네요. 타자들이 쉽게 공략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점수는 1대0으로 더블스타즈가 앞서고 있는 가운데 4회 초의 마지막 아웃를 남기고 타석에 김효곤 선수가 들어섭니다.

김효오오곤! 어이!

김효오오곤! 어이!

깔끔하게 때려라! 어이!

승리를 위해 날려라! 어이!

김효곤.

대전 호크스의 이루수.

놀고먹어도 무조건 3할을 친다는 천재.

나이를 먹고 장타력이 줄었음에도 작년에 31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아직도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베테랑.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싱긋 웃으며 더블스타즈의 포수와 대화를 나누고는 천천히 타석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어서 시작되는 타자와 투수의 승부.

강송구는 김효곤이 레이 모건의 초구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을 보고 그가 뭔가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잘하면 동점으로 4회 말을 시작할 수 있겠어.’

-그래? 지금 점수가 나올 것 같아?

‘타자가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김효곤은 레이 모건이 던지는 구종 중에서 하나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뭘 노리는 거지? 슬라이더? 아니면 투심?’

그때였다.

카운트 2-2에서 날아든 5구째 승부.

레이 모건이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리고 김효곤은 그에 맞춰 잠깐 타이밍을 맞추고 배트를 내밀었다.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레이 모건은 타구음이 들리는 순간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맞는 순간 깨달은 것이다.

이건 큰 타구라고.

‘김효곤 선배가 노리던 게 체인지업이었나.’

하지만 어떻게 저 타이밍에 체인지업을 던진다고 확신을 하고 배트를 휘두를 수 있었을까?

‘상대가 모르는 습관이 있나?’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홈런을 때리고 웃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김효곤을 향해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나이스! 오늘 죽여주는데?”

“오늘 끝나고 나이트에 가서 걸쭉하게 마시려고 이렇게 날뛰잖아. 오늘 홈런 딱 3개만 때려야겠다. 그래야 술이 아주 시원하게 내려가지. 안 그래?”

김효곤의 말에 베테랑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반대로 몇몇 젊은 선수들은 그런 베테랑들의 대화를 듣고는 조금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이제 1대1이 됐네?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다시 동점이지.’

그렇기에 4회 말부터 중요했다.

-이제 어쩌려고?

‘드디어 이 작전을 꺼낼 수 있군.’

-무슨 작전?

‘벌렸죠?’

-그게 뭐?

‘스플리터에요.’

-....

멍한 우효를 보고 강송구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재미없었나? 내 아버지는 이런 농담을 들으면 집이 떠나가라 웃으며 좋아하셨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네 성격이 그렇게 된 데에는 너희 아버지가 그런 농담을 너무 오냐오냐 받아줘서 그런 것 같다.

우효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 * *

4회 말.

선두타자는 박무형.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보며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붕붕 배트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가볍게 안타 하나 만들어보자.’

이번 시즌이 끝나고 FA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그에게 있어서 이번 시즌은 매우 중요한 시즌이었다.

‘할 수 있을 때 안타와 홈런을 많이 때려놔야지.’

타석에 들어서니 투수가 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는 첫 타석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세를 잡았다.

슈우우욱 따악!

“아…. 아깝네.”

초구는 파울.

낮은 코스로 들어가는 컷 패스트볼을 노리고 배트를 휘둘렀지만, 첫 타석과 다르게 이번에는 공에 제대로 힘이 전달되지 않으며 공이 휘어서 파울라인을 넘어버렸다.

‘생각보다 공의 위력이 상당하네?’

그래도 여유로웠다.

조금만 집중하면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 공.

그는 강송구의 컷 패스트볼을 그렇게 정의했다.

이어지는 강송구의 피칭.

슈우우욱! 펑!

“볼!”

이번에도 무릎 높이로 날아든 패스트볼.

그는 이번에는 지켜봤다.

‘낮게 낮게 상대할 생각인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박무형은 낮은 코스에 제법 약한 타자였으니까.

그렇다고 어이없는 공에 아웃을 당할 타자는 아니었다. 다른 코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뜻이지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절대 치지 못하는 타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꽈악.

투수가 낮은 코스를 노리기에 그도 그에 맞춰서 큰 타구를 노리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박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무르익었군.’

스플리터를 꺼낼 타이밍이 점점 다가온다.

첫 타석에서는 초구를 공략당해서 홈런을 내주었지만, 이번 타석에서는 다르다.

그들은 숨겨둔 무기가 있고.

타자는 투수가 숨겨둔 무기를 모른다.

이 무기를 지금 이 순간에 사용하기 위해서 투수는 1회 말에 홈런을 맞는 것을 감수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이어진 승부에서 강송구는 연이어 볼을 던졌다.

그리고 6구째 승부에서 컷 패스트볼 다음에 나온 갑작스러운 슬라이더로 파울은 유도했다.

“파울!”

풀 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박진수는 지금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강송구가 보내는 스플리터 사인.

박진수가 미트를 내밀었다.

‘최대한 크게 떨궈라. 내가 무조건 잡아줄게.’

이윽고 강송구가 와인드업 자세를 잡았다.

크게 휘둘러지는 그의 오른팔.

그와 동시에 타자의 집중력도 올라갔다.

‘존에 들어오는 공이다.’

낮은 코스.

하지만 조금 몰려서 존에 들어오는 공.

박무형은 완벽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왔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시원하게 내질렀다.

제대로 맞으면 큰 타구가 나오는 상황.

그러나 아까와 전혀 다른 공이었다.

커터처럼 휘는 구질도 아니었으며, 레이 모건처럼 싱커처럼 움직이는 구질도 아니었다.

그래, 공이 아래로 떨어졌다.

후우웅! 펑!

“아…!”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내기에 가장 좋은 구종.

그 구종이 박무형을 삼진으로 물러나게 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박무형이 삼진을 허용하는 순간.

우효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렇지! 벌렸죠?

그에 맞춰 강송구가 덤덤히 호응해줬다.

“스플리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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