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23화 (23/198)

#23. 프로 데뷔(3)

“위닝시리즈를 가져간다.”

박진수는 젊은 선수들을 라커룸에 모아놓고 연설했다. 이번 원정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면서 천천히 팀 성적의 반등을 이룩해보자고.

젊은 선수들의 눈이 빛났다.

반대로 베테랑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냥, 오늘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이 없다는 얼굴로 대전에 내려가서 가볍게 술이나 한잔하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가운데 오늘 경기 선발인 강송구는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퀄리티 스타트.”

-그게 오늘 목표야?

“그래. 이게 오늘 최소 목표.”

-그러면 네가 원하는 목표는?

“당연히 완봉이나 완투승이다.”

하지만 완봉은 쉽지 않을 것이다.

더블스타즈의 타선은 앞선 두 경기에서 제대로 불이 붙으면서 식히기 힘들게 되었으니까.

“3회 말까지가 고비겠지.”

-3회 말?

“그래, 3회 말까지 대량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할 자신이 있다.”

강송구의 단호한 선언에 우효가 대단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작은 고슴도치의 눈에는 지금 강송구가 사준 포도 두 알만이 전부였으니까.

-찹찹찹. 역시…. 거봉이 최고야.

“오늘 승리투수가 되면 샤인머스캣을 사주지.”

-그…. 그건 또 뭐야?

“일본 품종의 포도인데, 우리나라에서 제법 많이 재배되고 있는 포도지. 망고 포도라는 별명도 있는데…. 굉장히 달고, 씨도 없고, 싱그러우면서 달콤한 향이 나지.”

-그런 천상의 과일이 다 있다고?

우효가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작은 주먹을 작게 쥐며 소리쳤다.

-꼭 이겨라! 꼭!

“그래, 꼭 이기도록 하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조금씩 관중석의 빈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팀의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했다.

곧이어 국민의례가 끝나고 아름다운 여아이돌이 시구를 위해서 마운드에 올라왔다.

-여러분! 오늘의 시구는 하트걸즈의 유나 양입니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의 시선이 마운드로 향했다. 요즘 인기가 치솟는 여자 아이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베테랑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조카 재롱잔치를 보는 듯한 흐뭇함이 가득했다.

반대로 젊은 선수들은 넋을 놓고 마운드를 바라봤다.

“와…. 진짜 이쁘다.”

“선배님! 저 야구하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나도.”

“진짜 이쁘다.”

하지만 단 두 명만 마운드를 바라보지 않았다.

슈우우욱 펑!

“나이스 볼!”

직접 불펜까지 와서 공을 받아준 박진수.

일반적인 투수와 다르게 강송구는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까지 몸을 풀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천천히.

박진수는 그런 강송구의 공을 꼼꼼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가 숨겨온 비밀무기를 받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은데? 스플리터가 제대로 떨어져.”

“그렇습니까?”

“슬슬 올라갈 준비 하자.”

“알겠습니다.”

“그런데 넌 여자 아이돌에 관심 없어?”

“네, 관심 없습니다.”

단호한 강송구의 대답에 박진수가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야 사고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서 그런다지만, 한창 여자에 관심이 많을 나이인 강송구의 반응은 의외였다.

‘마치 구도자를 보는 것 같군.’

야구만을 바라보는 구도자.

“볼 배합은 어떻게 할까?”

“스플리터는 3회 말이 지난 뒤부터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최대한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커터의 비중을 늘리자. 그리고 체인지업은 이닝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꺼내고.”

““커브는 오늘 어떤 것 같습니까?”

“나쁘지 않았어.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커터를 던질 타이밍 중간에 가끔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케이. 그것도 생각해둘게.”

그렇게 조율이 끝난 두 사람.

때마침 1회 초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박진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강송구와 함께 자리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벌써 투 아웃이야?”

“그런 것 같습니다.”

더블스타즈의 1선발 투수.

레이 모건이 단 5구를 던져 투 아웃을 잡아냈다.

오늘 경기 6번 타선에 배치된 박진수가 1회 초에 나올 확률은 거의 없었다.

따악!

“아웃!”

그리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잡혔다.

이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순간.

강송구가 덤덤히 자신의 글러브를 챙겼다.

* * *

[더블스타즈 0 vs 0 호크스]

-1회 말

-선발투수 [강송구]

-1번 타자 [심형권]

[댓글]

-쟤 누구임? 강송구?

-예전에 100마일 던진다던 코리안 비스트 있잖아.

-와…. 그 친구가 저 친구야?

-ㅇㅇ 근데 이제 똥볼투수임.

-왜? 부상후유증이야?

-엌ㅋㅋㅋㅋㅋ 연습 투구한다!

-너무 느린데? 130km/h은 나올까 모르겠닼ㅋㅋㅋㅋㅋ

-모닥불러등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더블스타즈가 이기겠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덩치가 아깝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똥볼이 선발로 나올 정도면 대전 호크스의 투수진은 얼마나 엉망이라는 뜻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회 말.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

그가 덤덤한 표정으로 잠실 야구장의 전경을 살폈다. 제법 사람들이 들어찬 관중석에서 응원가가 들린다.

“좋군.”

드디어 이 위치까지 올라왔다.

물론, 이걸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가 원하는 목표는 더 높았으니까.

하지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이 작은 언덕에 올라서 공을 던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사색은 잠깐이었다.

더블스타즈의 1번 타자인 심형권이 좌타석에 들어서며 주심에게 짧게 인사를 했다.

이제 프로 3년 차인 유격수 심형권은 그리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는 아니지만, 좋은 선구안으로 많은 볼넷을 골라내며 뛰어난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다.

이제 타자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

박진수가 초구를 요구했다.

‘바깥쪽 낮은 존에 걸치는 패스트볼.’

강송구는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선구안이 좋다는 심형권이 어디까지 골라낼 수 있을까?

‘스나이퍼.’

그래서 초반부터 스킬을 꺼내 들었다.

“후우우.”

길게 숨을 내뱉은 강송구.

그가 와인드업 후에 바로 오른팔을 휘둘렀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와아아아아아!

잠실 야구장의 원정팀 응원석이 떠들썩하다.

존에 살짝 빠진 패스트볼이었다.

‘공이 반 정도 빠지는 것은 잡아주는군.’

이러면 나쁘지 않다.

일단은 바깥쪽 존을 제법 넓게 잡아준다.

이제 몸쪽을 확인할 시간.

‘몸쪽 커터.’

‘몸쪽 커터.’

박진수와 강송구.

두 사람의 의견이 맞아떨어졌다.

이어진 피칭.

최대한 공을 지켜보려던 심형권은 몸쪽 깊게 들어오는 강송구의 공을 보고 빠르게 배트를 내밀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슈우우욱! 빠각!

‘커터!’

공이 휘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실수했음을 말이다.

투수의 정보가 부족한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이 배트를 내미는 선택을 한 심형권이었다.

“제길!”

부러진 배트를 놓고 급히 1루로 달리는 심형권.

하지만 이미 강송구가 자신의 앞으로 빠르게 굴러온 공을 잡아서 일루수의 미트에 정확히 송구했다.

“아웃!”

허무하게 아웃을 허용한 심형권.

그는 이를 꽉 물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커터를 던진다는 자료를 보긴 했는데…. 저렇게 느린 구속을 두고 몸쪽으로 자신 있게 던질 줄 몰랐다.’

이건 자신의 실수였다.

심형권이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2번 타자인 박무형에게 다가가 강송구의 정보를 전달했다.

“커터가 실제 구속보다 더 빠르게 보이고 훨씬 묵직해요. 패스트볼이나 다른 변화구를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케이.”

이어지는 승부.

강송구는 첫 타자를 단 2구 만에 잡았다는 사실에 기뻐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보다 더 적은 실점으로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강송구가 바짝 긴장했다.

우효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뭐…. 뭐야?

‘드디어 괴물이 등장하는군.’

우타석에 들어선 더블스타즈의 2번 타자 박무형.

약점이 없는 유형의 타자다.

홈런타자인 주제에 작전 수행 능력과 선구안까지 뛰어나고 발도 빠른 타자다.

타선의 장타력이 부족한 더블스타즈에 정말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완성형의 타자.

‘작년에 3할 7푼을 넘어서는 타율과 67개의 홈런을 기록할 만큼 타격에서는 메이저리그급인 괴물이다.’

한국에 있어서는 안 될 괴물.

그렇기에 쉽지 않았다.

그냥 어떤 공을 던져도 맞는다.

강송구는 그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오늘 경기.

강송구는 저 괴물 때문에 무실점 경기는 포기했다.

하지만 경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홈런을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투수에게 숙명과 다름이 없는 거니까.’

그저 무실점을 포기한 것뿐이다.

‘승부에서 이길 확률이 너무 낮다.’

그렇다고 볼넷으로 거르기에는 경기 초반부터 박무형의 도루에 휘둘릴 가능성이 너무 컸다.

아무리 강송구가 강심장이어도 자신의 뒤에서 박무형이 날뛰면 제대로 공을 던지기 쉽지 않았다.

‘최대한 단타로 억제하고. 큰 타구를 내줘도 솔로홈런에서 끊는 방식으로 막아내야 한다.’

그래서 리드오프인 심형권을 잡아낸 것이 컸다.

홈런을 내줘도 2점과 1점의 차이는 다르니까.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뱀이 가득 들어찬 검은 상자 안에 손을 집어넣는 기분이다.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가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따아악!

그리고 큰 타구음이 들려왔다.

강송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저 베이스를 돌기 위해 1루로 천천히 뛰어가는 박무형을 슬쩍 바라보며 덤덤히 다음 타자를 생각했다.

선발투수는 그래야 한다.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

* * *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박무형의 홈런이 나온 뒤.

더블스타즈의 3번 타자.

이바론의 큰 타구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이번에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

호크스의 원정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더블스타즈의 홈팬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1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되고 있다. 박무형의 홈런에 자극을 받은 더블스타즈의 타자들이 스윙을 조금씩 크게 가져가고 있어.’

이건 좋은 소식이었다.

큰 타구를 원하는 타자는 그만큼 스윙이 커진다.

‘더블스타즈의 타자들은 박무형과 탁성균을 제외하면 그리 장타력이 뛰어난 타선이 아니지.’

그렇기에 점점 이닝이 흐르면 흐를수록 강송구는 더욱 편히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대가 알아서 무너져줄 것이다.

그때였다.

1회 말의 마지막 타자가 될 가능성이 큰 한 선수가 천천히 좌타석에 들어섰다.

-이야! 저 조빱 오랜만이잖아.

‘그렇지.’

지난 청천 야구단 시절에 더블스타즈의 2군 교류전에서 만난 적이 있는 탁성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타석에 들어선 그의 눈빛은 살벌했다.

-술은 끊었나 모르겠네.

‘그럴 리가.’

절대 그럴 수 없다.

강송구는 저런 종류의 인간을 잘 알았다.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번에도 참교육해줄 거야?

‘그래야지.’

탁성균은 무서운 타자다.

하지만 박무형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많은 선수다.

재능과 노력으로 무장한 박무형과 다르게 탁성균은 오직 재능 하나만 믿고 날뛰는 망나니였으니까.

아마도 둘의 차이는 호랑이와 고양이 정도가 아닐까?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박진수는 그 사인을 받고는 움찔 몸을 떨었다.

‘큭큭! 이 녀석도 은근히 성질 나쁜 놈이라니까?’

초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따악!

당연히 탁성균의 배트가 따라 나갔다.

공은 높게 떠올랐고 파울라인을 넘었다.

“파울!”

“...”

아직 탁성균은 눈치 못 챘다.

강송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번에는 몸쪽으로 떨어지는 커브.

“볼!”

그제야 탁성균은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새끼가….”

두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화가 난 것이다.

당연했다.

강송구가 지금 가져가고 있는 볼 배합은 지난 창천 야구단에서 탁성균을 잡아낼 때랑 똑같았으니까.

부웅! 부웅!

타석 밖에서 두 번의 큰 스윙을 한 탁성균.

그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며 우효가 혀를 찼다.

-저 녀석은 자기가 아까 그 괴물이랑 똑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스윙이 굉장히 커졌는데?

‘오히려 내게는 고맙지.’

박무형이 모든 무기를 꺼내 들어도 잡을 수 없는 범이라면, 탁성균은 어떻게든 약점을 감추고 범인 척하는 살쾡이였다.

그런 살쾡이가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날뛴다?

사냥꾼에게 이만큼 잡기 쉬운 사냥감은 또 없다.

3구째도.

그리고 4구째도.

강송구는 비슷하게 공을 던졌다.

그리고 탁성균은 이를 꽉 물며 참았다.

카운트는 2-2인 상황.

이제 탁성균의 눈에는 참을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어설픈 공이 날아들면 때린다.

오직 그 생각만 가득한 것 같았다.

두 눈에 독기를 넘어선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런 탁성균을 박진수가 더욱 자극했다.

“와…. 어떻게 그때랑 변한 게 없냐?”

“...”

“진짜로 야구 접고 어디 가서 사업해라.”

“닥쳐.”

“쯧쯧…. 선배한테 욕이나 내뱉고 말이야. 인성이 아주 글러 먹은 녀석이구먼.”

그때 마운드에서 강송구가 사인을 보냈다.

‘마무리는 그때랑 좀 다르군.’

지난 대결에서는 패스트볼 사인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강송구가 선택한 것은 컷 패스트볼이었다.

‘자! 빨리 끝내자.’

미트를 들어 올린 박진수.

강송구가 자세를 잡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탁성균은 기억했다.

‘그때도 갑자기 빠른 공이 튀어나왔지.’

하지만 이제는 그에 대비할 수 있었다.

강송구의 정보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니까.

‘입스라고 했지? 가끔 평소보다 10km/h는 더 빠른 구속으로 공을 던진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렇기에 자신이 있었다.

자신을 우습게 본 상대를 찍어누를 자신이 말이다.

‘140대 속구든, 150대 속구든…. 다 쳐주마!’

이윽고 날아드는 강송구의 공.

슈우우우욱!

탁성균은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정확한 타이밍과 코스.

그는 안타를 확신했다.

하지만 공은 순간 끝에서 휘었다.

‘커터? 그것도 이렇게 빠른?’

퍼어어엉!

공이 순간 깔끔하게 휘며 배트를 피했다.

그리고 정확히 박진수의 미트에 틀어박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멍한 표정의 탁성균.

그가 저번과 똑같이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을 받은 박진수도 저번과 똑같았다.

그도 급히 전광판을 바라봤다.

[149.5km/h]

150대에 가까운 컷 패스트볼의 등장.

순간 경기장이 묘하게 술렁였다.

당연히 강송구도 그때와 똑같이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The end of a Month]

-종류: 스킬

-효과: 패스트볼의 구속을 10km/h 증가시킵니다.

(160km/h 이상의 구속부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단 1구만 적용됩니다.

-한 달에 1회 사용 가능.

[배트 브레이커]

-종류: 전용 특성

-효과: 컷 패스트볼의 구속이 5km/h 증가하고, 구위와 무브먼트가 크게 상승합니다.

-반대 손 타자의 배트를 부러트릴 확률이 매우 증가합니다.

‘최고군. 저 스킬이 변형 패스트볼 모두에 적용된다는 것을 4월에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이 장면은 나오지 않았겠지.

순간 15km/h의 구속이 늘어나는 마법.

-그런데 왜 박무형한테 이걸 쓰지 않은 거야?

‘이걸 써서 안타라도 맞으면 타격이 크니까.’

박무형이라면 혹시 몰랐다.

지금 던진 공도 때려낼 수 있을지도….

하지만 탁성균은 다르다.

저 게으른 망나니는 절대 칠 수 없다.

강송구는 그걸 확신하고 있었다.

‘이걸로 박무형을 제외한 더블스타즈의 타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밑밥은 제대로 깔렸다.’

1회 말에 고작 1실점으로 이 정도 밑밥을 깔았다는 것에 강송구는 속으로 크게 만족감을 드러냈다.

빠각!

그때 배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탁성균이 분에 차 배트를 무릎으로 쪼개는 소리다.

우효는 그런 탁성균을 보며 비웃었다.

-저 병신은 같은 거에 또 당하네.

강송구는 그런 우효의 말에 조용히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서는 대답했다.

“원래 짐승은 처맞으면서 배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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