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21화 (21/198)

#21. 프로 데뷔

“강송구! 감독님이 찾는다.”

“알겠습니다.”

알 수 있었다.

투수코치의 표정을 본 순간.

그는 자신이 콜업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너 뭐 잘못했어?

저번에 있었던 민폐 짓으로 하루에 사과 조각 3개를 받아가던 것이 2개로 줄어든 우효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요즘 어떻게든 하루에 먹는 사과 조각의 양을 늘리겠다고 강송구에게 알랑방귀를 뀌는 우효였다.

‘콜업이다.’

-콜업? 그렇다는 건….

‘그래, 1군으로 올라간다는 뜻이지.’

강송구는 6월에 올라갈 것을 예상했지만, 대전 호크스의 상황이 그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았다.

‘투수조의 붕괴가 그만큼 심하단 뜻인가?’

감독실로 향하는 길.

강송구는 자신보다 먼저 감독실 앞에 도착한 안주민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한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안주민도 마찬가지로 강송구를 무시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이 감독실로 들어섰다.

-근데 너희 둘 왜 말을 안 해?

‘저쪽이 말을 안 걸어서.’

-와….

‘그리고 난 나에게 이빨을 들이민 녀석이랑 상종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텃세 한번 부렸다고 이 또라이에게 찍히다니…. 저 녀석도 썩 운이 좋은 친구는 아니군.

덤덤한 표정의 강송구를 빤히 바라보는 우효.

“아, 왔군. 자리에 앉게.”

그때 소파에 앉아있던 김유진 2군 감독이 고개를 들어서 둘을 확인하고는 씩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불렀는지 알고 있는 느낌이군.”

김유진 감독의 말에 안주민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그것에 맞았다는 사실에 점점 입꼬리가 올라가고 잘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콜업입니까?”

“그래, 축하한다.”

그제야 안주민이 환히 웃으며 부르르 떨었다.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첫 콜업에 설레는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꽃길을 상상한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인데….’

어째서 저 거인은 조용할까.

김유진 감독의 눈은 강송구에게 향했다.

그는 다를 것이 없었다.

감독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변화 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콜업을 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게 자신이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굴었다.

‘아쉽군. 이런 선수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게.’

강송구는 이상한 선수였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성장했다.

김유진 감독은 그걸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비공식으로 160대 직구를 던졌던 투수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 강송구는 구속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한국 프로야구 1군에서 충분히 통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컷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먹힐 정도지.’

장담하건대 강송구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2군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5월 1일에 서울로 가게.”

그렇게 5월 1일.

강송구가 대전 호크스의 부름을 받았다.

* * *

“하하하! 엄마 저 1군에 올라가요!”

서울로 향하는 대형 SUV 안.

강송구와 안주민은 적당히 짐을 챙겨서 호크스의 1군이 묶고 있는 서울의 한 호텔로 향했다.

5월 1일부터 3일까지 이어지는 서울 더블스타즈와 원정시리즈에서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컸다.

안주민이 들뜬 표정으로 1시간 전부터 친구와 친척, 가족들에게도 전화를 돌린 것과 다르게, 강송구는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너도 가족에게 전화 안 하냐?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설레발은 경기에서 승리한 뒤에 쳐도 늦지 않는다고.’

-그게 말이 되나?

‘이번 더블스타즈와 3연전에서 출전할 확률이 가장 높다. 아마도 더블스타즈의 1선발이 나오는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이나 롱릴리프로 출전하겠지.’

-벌써 그런 걸 생각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완벽한 데뷔전을 가질 수 있다.’

강송구는 그렇게 대답하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은 그도 조용히 1군 콜업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큰 목표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그래, 괴물들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가기 위해서는 이런 사소한 것에 기뻐할 틈이 없었다.

‘지금의 대전 호크스는 완전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쉽게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없어.’

그나마 7위를 수성하고 있는 것도 불을 뿜고 있는 타선 덕분이라서 그런 것이지, 타선의 타격감이 조금만 식기 시작하면 대전 호크스는 나락에 빠질 것이다.

‘연패 스토퍼가 필요해.’

지금은 대전 호크스의 연패를 끊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그것도 제법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연패 스토퍼.

강송구는 그게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교 시절에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어린 선수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야구를 포기했지만, 몇 년 뒤에 나타나서 부상 후유증을 앓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프로에 도전.

결국에는 대전 호크스의 1군으로 콜업.

정말로 왕도적인 이야기 전개가 아닌가?

그렇게 깊게 생각에 잠긴 강송구.

그리고 차량은 금방 서울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강송구와 안주민은 구단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게.”

그리고 호텔 로비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김동식 감독과 짧은 시간에 팀의 주장으로 인정을 받은 박진수가 1군에 올라선 두 사람을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안주민이라고 합니다!”

안주민은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환영하네.”

뒤를 이어서 강송구가 인사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송구입니다.”

“그래, 잘 부탁하네. 솔직히 말해서 자네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알다시피 1군의 상황이 썩 좋지 않아. 부디 1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길 바라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진수가 두 사람을 안내하지.”

“알겠습니다. 감독님.”

박진수는 오랜만에 보는 강송구에게 눈으로 반갑다는 인사를 보냈다.

당연히 강송구도 고개를 살짝 숙이며 박진수의 눈인사에 답을 보냈다.

“주민이는 701호, 송구는 804호야. 2인실인데 아마 주민이 네 룸메이트는 효곤이가 될 거고. 송구는 나랑 같은 방이니까 혹시라도 모르는 게 있으면 같은 방에 있는 선배들한테 물어봐.”

“네! 감사합니다.”

안주민이 들뜬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드디어 자신이 1군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701호로 들어갔다.

이윽고 8층으로 향하는 박진수와 강송구.

“오랜만이지.”

“네.”

“어때? 1군으로 올라온 느낌은?”

그의 물음에 강송구가 덤덤히 답했다.

“나쁘지 않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박진수가 킥킥 웃었다.

그는 항상 덤덤한 이 투수가 좋았다.

다른 예민한 투수들과 다르게 이상하리만큼 덤덤한 이 투수는 은근히 자신과 잘 맞았으니까.

“그래서 뭐 궁금한 거 없어?”

그 물음에 강송구가 바로 물었다.

“전력분석관은 어디 있습니까?”

그 모습에 박진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시리즈에는 전력분석관까지는 안 따라왔어. 그 대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더블스타즈의 스카우팅 리포트가 있는데…. 원한다면 볼래?”

그의 물음에 강송구가 대답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우효는 자신의 입에 사과 한 조각을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강송구에게 물었다.

-더블스타즈 1군의 정보라면 2군 훈련장에 있는 전력분석실에서 본 적이 있잖아. 그걸 왜 또 찾아?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박진수에게 더블스타즈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받아낸 그를 보며 아리송하게 바라봤다.

“타자나 투수는 1년마다 전혀 다른 선수가 된다. 그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계속해서 변화한다. 그렇기에 그 변화에 맞춰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오…. 그래?

“그리고 2군 전력분석실에서 본 1군의 정보는 지난 시즌의 정보다. 시즌이 개막하고 쌓인 1개월 분량의 정보와 비교하기에는 조금 부정확한 편이지.”

그 말에 우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네. 너랑 같이 콜업된 텃세 부리는 놈팡이는 아직도 1군에 올라온 뽕을 주체하지 못하던데 말이야.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아마도 안주민은 다시 2군으로 내려갈 것이다.

강송구의 눈에 안주민은 자신의 재능만 믿고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가 아니었으니까.

‘재능이 아쉽군.’

뭐,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겠지만….

만약에 정신을 차리는 시기가 늦으면 그 찬란한 재능도 더는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강송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집중했다.

다음날.

서울 잠실 경기장.

서울 데빌스와 더블스타즈.

두 팀이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이곳에 대전 호크스의 선수들이 들어섰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안주민은 대전 호크스의 라커룸을 바라보며 다시금 작은 고양감을 느꼈다.

이게 1군이구나.

나도 이제 대전 호크스의 1군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부르르 몸을 잘게 떨었다.

반대로 강송구는 라커룸의 분위기를 살폈다.

‘생각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연패하고 있음에도 라커룸 내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밝고 기운차 보였다.

“야, 오늘 경기 끝나고 콜?”

“그럴까? 내가 모둠전 잘하는 집 알거든? 1차로는 그쪽으로 가서 제대로 마셔보자.”

“좋지.”

문제는 너무 분위기가 밝다는 점이겠지.

‘타성에 젖었군.’

특히, 베테랑들의 분위기가 너무 풀려있었다.

그들은 대전 호크스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둘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서 달릴 생각은 없다.’

이미 자신들의 성적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니 달리지 않는 것이다.

왜? 만족하니까.

‘이건 대전 호크스의 프런트가 실수했다.’

팀은 매 시즌 꼴찌를 하는 주제에 베테랑들의 연봉은 리그 상위권에 속한다.

동시에 연봉 삭감은 없었다.

있어도 5~10퍼센트 사이의 삭감뿐.

그러니 저렇게 여유로운 거다.

이해는 간다.

그 어떤 선수가 만년 꼴찌팀에 남겠는가? 저렇게 연봉을 많이 주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지.

동시에 올해 합류한 박진수가 주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대략 유추할 수 있었다.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밀어주려고 하는군.’

타성에 젖은 베테랑들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1군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그래서 라커룸이 셋으로 갈라져 있군.’

주장인 박진수를 중심으로 뭉친 젊은 선수들.

김효곤이라는 괴물 타자를 중심으로 뭉친 베테랑들.

마지막으로 자기들끼리 뭉쳐있는 용병 셋.

대전 호크스의 라커룸은 그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와…. 진짜 분위기 죽여주는데?

그래 정말 분위기가 죽여줬다.

베테랑들은 오늘 경기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기들 개인 성적에 관한 이야기와 오늘 경기가 끝나고 즐길 유흥거리만 생각하고 있었다.

박진수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선수들은 또 자기들끼리 뭉쳐서 오늘 경기에서 어떻게 이길지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자기들끼리 뭉친 용병 셋은 통역 하나를 놔두고 영어와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개판이군. 라커룸이 이렇게 개판이니 좋은 선수들을 가지고도 매년 꼴찌를 하지.

‘아니, 이 정도면 양호해.’

강송구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나마 모래처럼 잘게 흩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잘하면 올해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겠어.’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우효가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그리고 그 물음에 강송구가 대답했다.

“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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