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9화 (19/198)

#19. 중무리 투수!

“무슨 공이야?”

“배트가 부러졌다고?”

선두 타자가 단 1구에 아웃이 된 상황.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의 눈은 마운드에 있는 거대한 투수에게 향했다.

“커터지?”

“그럼 그렇지. 저런 똥볼을 가지고도 중요한 순간에 올라오는 이유가 있었어.”

“좌타자들은 이번 이닝부터 골머리 좀 쓰겠어.”

그리고 이어지는 경기.

상무 피닉스의 2번 타자가 우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머릿속에는 선두 타자의 배트를 한 번에 쪼개버린 강송구의 커터가 가득했다.

‘커터의 구위는 좋아 보이니까. 그 공만 조심하자. 일단은 지켜보면서 어떤 공을 던지는지 확인해야겠어.’

그리고 그런 타자의 마음가짐을 강송구는 금방 파악하고는 바로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커터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움찔.

배트를 내밀었다면 충분히 안타로 만들 수 있는 코스에 들어온 공을 보고 타자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강송구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타자가 타석에서 감정을 드러낸다?

‘빨리 아웃을 시켜달라고 발악을 하는군.’

이어지는 피칭.

같은 코스로 들어가는 공.

타자는 두 눈을 번쩍이며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커터가 아니었다.

‘아? 공이 멈췄어?’

따악!

빗맞는 공이 그래도 유격수 정면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콜.

“아웃!”

고작 3구 만에 2명의 타자를 아웃시켰다.

그제야 상무 피닉스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며 마운드의 투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체인지업?”

“커터에 체인지업을 섞었네.”

“조금 힘든 상대일 것 같은데?”

이제까지 매 이닝에 가깝게 안타를 만들어내던 상무 피닉스의 타자들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분위기가 식을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이번 승부가 중요했다.

-상무 피닉스의 3번 타자! 성규찬이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타자입니다.

-상무의 클린업 트리오 중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타자를 상대로 과연 강송구 선수가 어떤 피칭을 가져갈지 궁금하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초구!

따악!

“파울!”

강송구는 이번 성규찬과 승부는 좌타자 바깥으로 빠지는 포심 패스트볼로 시작했다.

몸쪽으로 들어가는 커터로 적극적인 승부할 것이라 여긴 성규찬에게는 예상치 못한 코스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무식하게 공을 욱여넣을 것처럼 생겼는데…. 까다로운 타자에겐 조심스럽게 공을 던지네?’

타석에서 잠시 떨어져 짧게 자신의 루틴을 가져간 성규찬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성규찬이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강송구는 몸쪽에 꽉 차는 커터를 던졌다.

“볼!”

아슬하게 볼이 된 공. 하지만 타석에 선 타자에겐 조금 다른 의미로 느껴지는 공이었다.

‘생각보다 커터의 각이나 구위가 좋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성규찬이 굳은 표정으로 숨을 내뱉었다.

강송구는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피칭을 이어나간다.’

생각할 틈을 주지 말자.

포수와 사인 교환을 빠르게 끝낸 강송구가 빠르게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타석에 선 성규찬은 아까와 다르게 빠른 인터벌을 가져가는 투수를 보며 속으로 살짝 놀랐다.

‘뭐야? 왜 저렇게 빨리 던져?’

하지만 성규찬은 1군이 확정된 최고 유망주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상무 피닉스에 입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최대한 집중하고 투수의 공에 집중했다.

‘몸쪽으로 들어오는 커터는 최대한 거르고 낮게 들어오는 포심이나 체인지업을 노린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어?”

이게 스트라이크?

성규찬은 그런 생각을 했다.

아까와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커터였다.

하지만 아까는 잡아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타자가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강송구의 옆에 있던 우효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타자가 전혀 모르는데?

‘다른 툴은 모두 좋은 타자다. 하지만 성규찬은 선구안이 많이 떨어지는 선수지.’

아까와 다르게 공 반 개가 들어가는 공이었다.

정확히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

‘정말 좋은 스킬이다.’

[스나이퍼]

-종류: 스킬

-효과: 체력을 조금 소모해서 1이닝에 총 3번 원하는 곳에 공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는 스나이퍼 스킬의 위력에 흡족함을 느꼈다.

반대로 우효는 투덜거렸다.

-정말 사기적인 스킬이야. 왜 저런 스킬이 골드 카드에서 나온 거지? 이해할 수 없네.

‘꼬우면 너도 운이 좋던가?’

-와…. 미쳤네.

강송구의 인성에 우효가 혀를 내둘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타자와 승부에 집중했다. 이제 이닝을 끝내는 데 필요한 스트라이크는 단 하나뿐이었으니까.

-이제 어떻게 하려고?

‘바깥에 걸치는 공으로 마무리를 할 생각이야.’

이왕이면 선구안이 좋지 않은 타자에게서 허무하게 아웃을 잡아낼 수 있는 최고의 공.

느린 투수에게 꼭 필요하면서 가장 강력한 구종.

‘체인지업.’

숨을 깊게 들이마신 강송구.

‘버닝 스트라이크, 스나이퍼.’

-‘버닝 스트라이크’가 적용됩니다.

-‘스나이퍼’가 적용됩니다.

그가 이번 이닝의 마지막 공을 던졌다.

가장 완벽한 코스로.

* * *

감독들이 투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강력한 구위?

뛰어난 삼진 능력?

스트라이크 존을 오가는 제구력?

아니다. 감독들이 가장 투수에게 바라는 것은 최대한 이닝을 먹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전문가가 마무리 투수가 가진 가치를 깎아내리며 부정한다.

고작, 1이닝을 소화할 뿐인 투수라고.

특히나 몇몇 세이버메트리션들은 마무리 투수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노골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무리 투수가 중요한 1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많이 소화해야 50~60이닝 사이일 뿐이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중요 임무를 가지지만, 진 경기를 역전시킬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WAR에서도 마무리 투수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지표가 다수 존재했다.

2029년 메이저리그 기준.

마무리 투수 중 WAR(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가 가장 높은 투수는 2026년에 새롭게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데이비드 리빙스톤이다.

이 투수가 49개의 세이브와 ERA 1.90을 기록했지만, WAR은 고작 2.4을 기록했는데.

같은 팀의 4선발 투수인 윌리 알바레즈가 9승 14패 ERA 4.35을 기록하고도 WAR을 3.8이나 기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무리의 가치가 낮다고 주장하는 세이버메트리션들의 주장이 옳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비즈니스에 철저한 단장들일수록 마무리 투수나 불펜에 절대 큰돈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젊은 파이어볼러를 마무리로 기용하면 그만이라는 주장과 다르게 실제로 믿을 수 있는 마무리 투수를 가진 구단은 아직도 메이저리그에 손에 꼽을 정도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8회도 깔끔히 막아내는 강송구!

-완벽한 피칭이었습니다! 특히 강송구 선수의 커터를 상무 피닉스의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느린 공이지만…. 정말 타자가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위치로 공을 제대로 던지고 있거든요? 정말로 좋은 피칭을 보여주는 강송구 선수입니다.

몇몇 감독들은 말한다.

마무리 투수도 선발투수처럼 특별한 선수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이다.

숫자만으로 야구를 하는 세이버메트리션이 볼 수 없는 마지막 이닝이 가져다주는 거대한 중압감.

그걸 이겨야만 진정한 마무리 투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뛰어난 마무리 투수의 가치가 일반적인 선발투수보다 낮음에도 많은 구단이 오늘도 ‘제2의 리베라’와 ‘제2의 트레버 호프만’을 찾는 것이다.

-대단하군.

우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은 고슴도치도 아는 것이다. 경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투수의 중압감이 말이다.

그렇기에 덤덤히 이번 이닝도 마무리한 강송구에게 작은 경외감을 품게 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우효만이 아니었다.

“강심장이군.”

김유진 감독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 도저히 일반적인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냉철함을 가진 것 같습니다. 전혀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고작 평균 구속이 120대 후반인 투수가 말이지.”

“맞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3이닝을 소화하는 중무리 투수.

김유진 감독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강송구를 보며 웃었다.

“스바라시하군.”

이윽고 빠르게 끝난 8회 말.

7회 초부터 15대14로 굳어진 점수는 9회 초가 찾아왔음에도 변할 기미가 없었다.

두 팀의 타선이 차갑게 식은 것이다.

하지만 두 팀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깔끔하게 막고 끝내자.”

“실수하지 말고 천천히.”

“집중하자! 집중!”

타선은 차갑게 식었지만, 수비의 집중력이 올라온 대전 호크스의 야수들.

“아…. 1점만 내면 되는데….”

“왜 저 똥볼을 못 치는 거야?”

“커터만 있는 투수가 아니잖아. 체인지업에 커브에 거기다 커터와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포심도 골 아프다고.”

반대로 단 1점만 만들면 되지만, 갑자기 식은 분위기에 조급함을 느끼고 있는 상무 피닉스의 타자들.

그리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9회 초.

마운드에 강송구가 천천히 올라왔다.

마지막 이닝인 것을 음미하듯이 말이다.

* * *

9회 초.

상무 피닉스의 타선은 7번부터 시작했다.

다른 팀의 2군 타선이라면 충분히 클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강타자가 우타석에 들어섰다.

건장한 체격과 긴 팔을 가진 타자.

몸쪽 공에는 약하지만, 바깥쪽 코스는 1군의 투수가 던지는 공도 큰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

그는 마운드에 선 강송구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든 진루한다.’

스트라이크 존을 작게 보고 커트만 한다.

기회가 오면 볼넷이나 안타로 출루한다.

큰 것을 노리지 말고 팀배팅을 하자.

‘120대 후반의 포심과 130대 초반의 커터. 그리고 준수한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투수가 앞선 2이닝에 보여준 것들을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기다렸다.

슈우욱! 펑!

“볼!”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포심 패스트볼.

‘아니…. 진짜 똥볼인데? 이걸 왜 못 치겠는 거지?’

이해할 수 없다.

분명히 어려운 공이 아니다.

그런데 앞선 타자들이 모두 아웃을 당했다.

그래서 작은 방심이 생겼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혹시 나는 저 패스트볼을 때려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타자에게 강송구는 다시금 바깥쪽에 아슬하게 빠져나가는 패스트볼을 던지며 유혹했다.

“볼!”

타석에 선 타자는 생각했다.

‘그래, 바깥에 걸치는 패스트볼은 때려내자. 내가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이야.’

그리고 이어지는 강송구의 피칭.

타자의 두 눈이 번뜩였다.

‘바깥쪽!’

그에 맞춰서 내밀어지는 배트.

하지만 이번에는 공이 살짝 휘었다.

그래, 컷 패스트볼이었다.

따악!

“파울!”

배트에 맞고 그대로 포수 뒤로 넘어가는 공.

얼얼한 통증이 느껴지는 손을 보며 방금 배트를 휘두른 타자가 탄식을 내뱉었다.

“아!”

느린 패스트볼만 생각하느라 상대 투수의 컷 패스트볼을 순간 잊어버렸다.

‘바보 같은 자식!’

자책하는 타자.

그리고 그런 타자를 상대로 강송구는 다시금 바깥에 걸치는 코스로 공을 던졌다.

‘커터? 아니면 패스트볼?’

포심과 커터만 생각하는 타자.

그리고 강송구의 손에서 나온 것은 패스트볼을 노리는 타자에게 지옥과도 같은 체인지업이었다.

따악!

“아웃!”

투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공을 투수가 가볍게 잡아서 일루수의 미트에 정확히 송구했다.

우효는 그 모습을 보며 농담을 내뱉었다.

-강송구가 송구했군.

작은 고슴도치의 실없는 농담에도 강송구는 덤덤히 로진백을 들어 올릴 뿐 반응하지 않았다.

집중했다.

마지막 이닝을 위해서 말이다.

이어지는 다음 타자와 승부.

앞선 타자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다를 것은 없었다.

그들은 강송구의 느린 구속을 약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습게 보고 달려들었다.

따악!

“아웃!”

그리고 응징을 당했다.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고.

강송구는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따악!

다시금 높게 떠오른 공.

이루수가 소리쳤다.

“내가 잡을게!”

이윽고 타구를 예측한 이루수가 여유롭게 뜬공을 처리하면서 강송구가 마지막 아웃까지 깔끔히 잡아냈다.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4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추가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18,446포인트입니다.]

[첫 세이브를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골드 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동시에 아름다운 보상까지 얻어냈다.

그 모습을 보며 투명 고슴도치가 울부짖었다.

-크아아앙! 또 보상이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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