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7화 (17/198)

#17. 퓨처스 리그

스왈로스의 감독.

유정길이 5회 초의 마운드를 깔끔히 막고 내려가는 강송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투코. 저 친구 누구야?”

“강송구라고 하는 친구입니다. 예전에 160km/h의 속구를 던졌던 고교생 있었잖아요.”

“아! 그 친구가 쟤야?”

야구계에서 일하는 이들이기에 강송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들이 제법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 기교파 투수가 다 됐는데?”

“그럴 수밖에 없죠. 그때 교통사고로 어깨를 다쳤잖습니까? 듣기로는 이렇게 복귀하는 게 기적이라더군요.”

“그래? 그런데 제법 골 아픈 친구네.”

“네, 컷 패스트볼이 상당합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네?”

스왈로스의 투수 코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정길 감독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저거 덫을 놓을 줄 알잖아.”

“네? 그게 무슨….”

“경기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투수야. 리그에서 알아주는 선발들이 보여주는 그런 피칭을 할 수 있는 투수.”

유정길 감독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강송구가 제법 쓸만한 투수로 보였다.

“그 정도입니까?”

“그래, 머리를 쓸 줄 알아.”

동시에 그런 강송구의 가치를 대전 호크스가 제대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투수가 왜 머저리들만 모인 대전으로 갔지? 우리 쪽으로 오면 매 시즌 15승씩 먹어줄 수 있는 투수로 키워낼 자신이 있는데 말이야.”

“하하하…. 감독님은 아직도 김동식 감독님을 싫어하시네요. 그때 있었던 일이 10년도 더 됐잖아요.”

“첫사랑을 빼앗겨봐. 아주 이가 갈린다고.”

“그거 감독님의 짝사랑 아니었습니까?”

찌릿.

유정길 감독의 날카로운 눈빛에 투수 코치가 ‘깨갱’하며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쯧…. 똥식이한데 과분한 투수가 갔어.”

“그렇게 저 투수가 마음에 드십니까?”

“그것도 있고, 저 강송구라는 녀석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감독이 수비 시프트를 잘 활용해야 해.”

“아! 김동식 감독님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죠.”

“그래, 선수 보는 눈이나 용병술은 정말 뛰어난 친구인데…. 작전이나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 놈이니까.”

“덕분에 좋지 않습니까? 간혹 김동식 감독님이 이끄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면 상대하기 편해서.”

“그런 건 있지. 정규시즌에는 정말 성적을 잘 쌓는 놈인데…. 저래서는 절대 단기전에서 좋은 결과를 못 만들어.”

“그렇죠.”

“그것보다 슬슬 남은 2군 애들 올려서 평가 좀 하자. 어차피 오늘 승부는 대전 호크스가 가져간 것 같으니까.”

“방실이 준비 다 됐습니다.”

“좋아. 6회 말부터 올려.”

* * *

7회 초가 끝났다.

강송구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이닝 1실점으로 이닝을 끝낸 그의 표정은 처음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송구야! 오늘은 여기까지다.”

“알겠습니다.”

“아이싱은 어떻게 할래?”

“팔뚝에만 하겠습니다.”

강송구가 내려갔음에도 이어지는 경기의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분위기를 탄 대전 호크스가 스왈로스의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기 때문이었다.

-홈런을 한 방 맞았네.

‘투수에게 홈런은 숙명이다.’

-그렇긴 하지.

‘그것보다 이대로 끝나면 구원승을 얻겠군.’

-그게 뭐?

‘최초로 겪는 구원승. 시스템은 뭘 준비했을까?’

그 말에 우효의 두 눈이 흔들렸다.

-설마…. 그럴 리 없겠지.

아닐 것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후해도 고작 구원승을 기록했다고 강송구에게 카드를 하나 덥석 줄까?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내가 좋은 카드를 뽑는 걸 싫어하는 거지? 뭐가 이유가 있나?’

그 물음에 우효가 움찔 몸을 떨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작은 고슴도치의 부정에 강송구가 입을 닫았다.

그러는 사이에 경기는 9회 초까지 진행되었다.

점수는 14대8로 대전 호크스가 크게 앞서는 상황.

오늘 연습 경기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려는 대전 호크스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윽고 이어지는 피칭.

강송구는 투수의 1구를 보고서 다른 것을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났군.”

-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첫 번째 아웃을 잡아낸 투수는 연이어 스왈로스의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마지막 이닝을 깔끔히 막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그리고 강송구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우효는 그걸 보고 경악성을 내질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그 유명한 대사를 변형해서 외쳤다.

-시스템 너마저!

[4이닝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4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추가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12,761포인트입니다.]

[첫 구원승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골드 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골드 카드를 획득한 강송구.

그는 거침없이 카드를 사용했다.

[골드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그…. 그만! 내 라이프는 이미 제로야!

우효의 외침에도 강송구는 거침이 없었다.

이윽고 나타난 50장의 카드들.

강송구는 덤덤히 카드를 모두 확인했다.

‘플래티넘 등급은 없군.’

그래도 황금빛을 내는 카드가 하나 보였다.

그는 거침없이 손을 들어 카드를 선택했다.

빙글 도는 카드.

거기에 새어 나오는 황금빛을 보고 작은 고슴도치가 미친 듯이 발작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끼에에에엑! 또! 또! 또! 이 자식은 왜 맨날 좋은 카드만 뽑냔 말이다! 이건 거짓이야!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미 선택은 되었고, 남은 것은 저 황금빛 카드에서 뭐가 나오냐는 것이니까.

그리고 골드 카드에서 나온 결과물을 본 강송구.

그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5월에 바로 1군에 올라갈 수 있겠군.”

* * *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1차는 물론이고 2차 스프링캠프 기간까지 강송구는 가끔 마운드에 올라 1~2이닝을 소화했다.

이윽고 찾아온 3월.

다른 2군 선수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강송구는 시범경기 마지막 날까지 살아남았다.

하지만 육성선수는 5월 1일부터 1군에 합류할 수 있기에 강송구는 시범경기가 끝난 뒤에 2군으로 향했다.

저번에 봤을 때와 다르게 2군 시설의 곳곳에서 선수들이 하나둘씩 몸을 풀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송구는 드디어 2군을 이끄는 김유진 감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반갑다. 난 김유진이라고 한다.”

“강송구입니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강송구의 몸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입스가 있다고?”

저번에 얻은 ‘The end of a Month’라는 스킬을 사용하면서 변명으로 입스 때문에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병원에는 가봤나?”

“아니요. 딱히 그런 쪽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딱히 찾아가지는 않았습니다.”

강송구의 대답에 김유진 감독이 고갤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찾아오라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김유진 감독의 축객령에 강송구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감독실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김유진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분명히 입단 전에는 가르칠 게 많은 투수 같았는데…. 도대체 2월과 3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분명히 강송구를 데려오기 전에 봤던 영상에서는 강송구는 약점이 제법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1군에서 보내준 강송구의 경기 영상에서는 그 고쳐야 할 단점이 거의 없어졌다.

“딱히 누구에게 배운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덕분에 마진구 스카우트에게 강송구를 제대로 만져보고 싶다고 한 자신이 우습게 되어서 허탈했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좋은 선수가 대전 호크스에 들어왔으니까.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자신의 보람찬 일을 선수의 재능에 빼앗긴 기분이라고 하면 더 옳을 것이다. 그래도 김유진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열심히 가르치려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살아남으며 알아서 성장해버렸군.”

그래도 확인해봐야 할 것이 있다.

“강송구가 1군에서 제대로 먹히는지. 그걸 판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 같군.”

김유진 감독은 퓨처스 리그의 일정을 보더니 이윽고 수화기를 들어 누군가를 찾았다.

잠시 후.

2군 투수 코치와 마진구 스카우트가 김유진 감독이 있는 2군 감독실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아! 두 사람 모두 소파에 앉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두 사람.

김유진 감독은 씩 웃으며 물었다.

“지금 2군에 1군 콜업 1순위 투수가 누구지?”

마진구 스카우트는 그 물음을 바로 대답했다.

“안주민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김유진 감독.

“2순위는?”

그 물음에 마진구 스카우트가 대답했다.

“저번에 했던 회의에서는 강송구 선수를 2순위로 조금 일찍 올려도 되겠다는 이야기가 오고는 갔습니다.”

“그래?”

“네, 아무래도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었으니까요.”

“그러면 김동식 감독님에게 이 말을 전해주겠나?”

“네?”

“4월 초부터 말일까지 강송구가 유의미한 성적을 기록한다면 콜업 1순위로 올리라고.”

그 말을 듣고 마진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입니까?”

“그래, 아! 투코. 이번 상무 피닉스와 경기에서 강송구를 마무리 투수로 준비시켜주게. 혁준이에게는 사정을 잘 설명하고.”

“알겠습니다.”

2군 투수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마진구의 두 눈이 번뜩였다.

“강송구가 더 성장할 수 없어서 그런 겁니까?”

“아니, 이미 내가 가르칠 게 없어서 그런 거야.”

“그 말은?”

“알아서 잘 성장하는 선수에게 조언을 해봤자 잔소리만 될 뿐이야. 이제는 경기에 내보내면서 어떻게 잘 성장하는지, 그리고 1군에서 버틸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지.”

그 말에 마진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마무리부터 내보낼 생각입니까?”

“그 친구의 심장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야.”

김유진 감독의 말에 마진구가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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