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5화 (15/198)

#15. 스프링캠프(2)

창원 스왈로스.

2011년에 한국 프로야구의 아홉 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뒤에 2013년도부터 1군 리그에 합류했다.

그리고 창단 9년 만인 2020시즌에 구단 첫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면서 정상궤도에 올랐다.

스왈로스는 20시즌의 우승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왕조를 건설하기 위해서 다음 시즌에도 전력을 보강하면서 다시 한번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야구의 신은 야속했다.

스왈로스에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스왈로스는 20시즌부터 29시즌까지 총 5번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2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있었지만….

단 한 번의 우승도 할 수 없었다.

20시즌 이후로 말이다.

이제 우승한 지 10년이 되는 해.

스왈로스는 다시금 우승을 원하고 있었다.

2020시즌에 겪었던 우승의 기쁨과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아웃을 잡았을 때의 쾌감을 말이다.

그렇기에 30시즌에 접어들기 전 스왈로스는 FA시장에서 제법 공격적인 영입을 시도했다.

[스왈로스의 공격적 영입! 수원 나이트의 우익수 김이윤 4년 85억에 영입!]

[스왈로스! 충격 3대1 트레이드! 유망주 셋을 보내고 대구 페가수스의 중견수인 최재빈을 데려오다!]

[2030시즌이 기대되는 스왈로스의 클린업!]

[올해 스왈로스의 클린업은 역사상 가장 무서운 클린업 트리오가 될 수 있을까?]

[지옥의 클린업 완성! 기본 3할-30홈런을 만들어줄 수 있는 타자들로 구성된 3-4-5타선!]

[스왈로스 우승을 위해서 달리다!]

수원 나이츠에서 꾸준한 성적을 기록한 우익수 김이윤을 시작으로, 대구 페가수스의 중견수인 최재빈까지 데려오면서 강력한 클린업을 구성한 스왈로스의 타선은 이번 시즌에 타 구단의 투수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저 친구들이 그 지옥의 클린업이라고?

애리조나 투손에 있는 야구 경기장.

우효가 눈을 찌푸리며 반대쪽 더그아웃에 있는 스왈로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가만히 바라봤다.

-건어물 가게 앞에 내놓은 꼴뚜기들 같은데?

“원래 저런 얼굴이 야구를 잘하는 얼굴이지.”

-그런 것도 있어?

“그래, 아버지는 그것을 ‘근본’이라 부르셨지.”

-...

“근본이 넘치는 얼굴이군.”

강송구의 흡족한 표정을 보던 우효가 고개를 돌려 다시금 스왈로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저 얼굴에서 근본이 느껴지진 않았다.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당연하지.”

-뭐?

“구라니까.”

우효가 가시를 부들부들 흔들며 소리쳤다.

-너 참 근본 있게 생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송구의 두 눈은 마운드로 향했다.

호크스와 스왈로스.

두 팀의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

호크스의 1회 초 수비.

마운드에 오른 것은 2군에서 가장 유력한 콜업 대상자인 안주민이었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첫 번째 공을 던졌다.

뻐엉!

-154km/h.

“빠르군.”

-축복받은 어깨지.

우효의 말처럼 안주민은 150대 구속을 쉽게 던지며 첫 번째 타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빠를 뿐이군.”

-그렇지. 150대 초중반의 구속을 뒀으면서 그 강력한 패스트볼을 받쳐줄 준수한 변화구 하나 없어.

우효의 말처럼 안주민은 약점이 가득했다.

그가 1군에 가까운 이유는 단 하나.

구속이 빠르다는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구속만 빨라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게 또 투수라는 생물이기도 하지.

슈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찍힌 155km/h라는 숫자.

모두가 그 숫자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2월에 저 정도 구속이 나오면 여름에는 160km/h도 찍을 수 있는 거 아닌지 몰라?”

“진짜 시원시원하네.”

“저런 투수가 타자의 몸쪽으로만 패스트볼을 찔러넣어도 1이닝은 기본으로 먹어줄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렇기에 투수에게 구속은 중요하다.

하지만 구속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따악!

“넘어간다!”

“너무 엉성한 체인지업이었어.”

“장난 아닌 패스트볼과 다르게 체인지업은 완전 애들 수준인데? 고교야구에서도 저렇게는 안 던질 거야.”

1회 초부터 홈런을 하나 허용하는 안주민.

김동식 감독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안주민은 올해도 힘들겠군.”

정우형 수석 코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플레이오프 같은 상황에서는 1이닝 정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저 친구 워낙 구속과 구위가 좋으니까.”

홈런 하나를 허용했지만 안주민은 자신의 재능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두 개의 아웃 카운트로 증명했다.

그리고 이어진 4번 타자와 승부.

스왈로스의 지옥 클린업.

그 중의 한 명인 우익수 김이윤이 실실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안주민은 그 모습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 처웃어?’

이를 꽉 문 안주민.

그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자세를 잡고 지금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작은 전광판에 찍힌 153km/h라는 숫자.

김이윤이 그 숫자를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안주민은 그 미소가 싫었다.

‘웃어? 공 3개로 삼진아웃 시켜주지.’

그러고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평소보다 더 큰 스트라이드를 가져간 안주민의 손에서 그가 낼 수 있는 최고의 공이 튀어나왔다.

문제는 그 공이 가운데로 조금 몰렸다는 거다.

빠아아악!

“쳤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떠오른 공.

그리고 전광판에 뜬 157km/h라는 숫자.

홈런을 때려낸 김이윤이 싱글싱글 웃으며 배트를 멋지게 던지더니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송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어디 가게?

‘몸을 풀어야지.’

-뭐? 왜?

‘저 녀석 눈을 봐.’

강송구의 말에 안주민을 바라본 우효.

-맛이 갔군.

‘분노라는 감정은 스포츠 선수에게 정말 좋은 동기를 유발하지만, 반대로 냉철한 시야를 빼앗아가지.’

-저러다가는 3이닝도 못 버티겠는데?

‘그러니 준비해야지.’

슬슬 자신을 어필할 시간이다.

강송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불펜으로 향했다.

* * *

빠아악!

“또 넘어간다!”

“이야! 나이스! 나이스!”

3회 초.

안주민의 표정은 창백해졌다.

분노에 잠겨 자신이 늪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모르던 경주마는 이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안주민이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은 전광판에 ‘7’이라 찍힌 스왈로스의 점수였으니까.

김동식 감독은 조용히 마운드를 바라봤다.

“수석 코치. 4회 초에 올릴 투수는?”

“강송구가 있습니다.”

“강송구?”

“네, 2회 초부터 몸을 천천히 풀더군요.”

그 말을 듣고 김동식 감독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경기를 볼 줄 아는 눈은 있군.”

아무리 연습 경기라지만 실전처럼 플레이하는 것을 원하는 김동식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질 수는 없다.

다시 기세를 가져올 필요가 있었다.

“4회 초부터 강송구를 올려.”

“알겠습니다.”

그렇게 끝이 난 3회 초.

3이닝 동안에 7점을 허용한 안주민은 피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어진 호크스의 공격에서 3점을 만회했지만, 아직도 점수 차이는 4점 차이나 났다.

그리고 마운드에 강송구가 올라섰다.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것 같은 피지컬.

강송구의 등장에 더그아웃에 있던 스왈로스의 타자들이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와…. 저게 사람의 몸 맞아?”

“약한 거 아니지?”

“도대체 저 피지컬은 뭐야!”

“호크스에 저런 괴물이 있었다고?”

“150km/h를 던지는 투수 다음에는 160km/h를 던지는 투수라고? 이거 지옥이겠는데?”

하지만 전력분석원이 가져온 자료를 보고는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작 120대 후반의 패스트볼 밖에 못 던진다고?”

“뭐?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 기교파라고? 저 몸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마운드에서 강송구가 가볍게 연습 투구를 몇 개 던지자 그들의 눈에서 의심이 사라졌다.

그리고 작은 비웃음이 생겼다.

“뭐야? 진짜 128km/h네!”

“와…. 저 몸으로 130km/h도 안 나온다고?”

“이거 오늘 재미 좀 보겠는데?”

방심은 아니었다.

그건 자신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150대에 가까운 패스트볼도 가운데에 몰리는 것은 쉽게 때려내는 것이 프로다.

그런데 150대 패스트볼을 보다가 120대 후반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나왔다.

당연히 메인디쉬를 먹고 그 뒤에 나오는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강송구의 공은 느렸다. 하지만 프로에서 통하지 않느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강송구와 비슷한 구속을 가진 투수가 몇몇 프로야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으니까.

4회 초의 선두 타자는 1번부터 시작이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스왈로스의 타자.

2군에서 주전 리드오프로 활약하는 선수였다.

-다들 너를 우습게 보고 있군.

‘그럴 수밖에 없지.’

-그것보다 유난히 스왈로스의 타선에 좌타자가 많이 보이는 건 내 착각이 아니겠지?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완벽한 밥상이 차려졌군.’

그러고는 자세를 잡고 빠르게 첫 공을 던졌다.

* * *

좌타석에 들어선 스왈로스의 1번 타자인 유진찬은 2군에서 주전 리드오프로 활약하고 있는 젊은 타자다.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활약해서 1군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인 선수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간절했다.

하지만 그런 유진찬도 강송구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시원하게 안타 하나 때려내자.’

이윽고 강송구의 손에서 뿌려진 초구를 보고는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바깥쪽에 걸친 패스트볼.

구속은 127km/h였다.

‘저 구속으로 몸쪽에 살짝 몰려서 들어오면 치기 좋은 배팅볼이겠는데? 어쩌면 홈런 하나 때릴 수 있겠어.’

그렇게 생각을 한 유진찬이 다시금 집중했다.

강송구의 2구째.

와인드업 후에 빠르게 뻗어 나오는 공을 보는 순간 유진찬은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몸쪽이다!’

왜냐하면, 패스트볼이라 생각되는 공이 그가 생각했던 코스로 정확히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홈런이라고.

‘잘 먹겠습니다!’

하지만 공이 배트에 닿는 순간.

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

그리고 들려오는 원치 않는 소리.

빠각!

배트가 부러짐과 동시에 공이 빠르게 굴렀다.

이루수가 있는 방면으로.

“아웃!”

유진찬이 급히 1루로 달렸지만, 이미 공은 일루수의 미트에 정확히 들어간 지 오래였다.

그렇게 손쉽게 아웃을 허용한 유진찬.

그가 멍하니 자신의 부러진 배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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