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4화 (14/198)

#14. 스프링캠프

“어머! 합격이라고?”

“네! 어머니! 저 합격했어요!”

“흑…. 흑흑….”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아들의 합격 소식에 그녀는 크게 흐느끼며 아들을 있는 힘껏 껴안았다.

“아! 네 아버지한테는 소식을 알렸니?”

“아니요. 곧 전화하려고요!”

그때였다.

화면이 전환되며 다른 TV 프로그램이 나왔다.

우효는 눈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야…. 진짜 재미없다.

“그런가?”

-넌 저런 드라마가 재미있어?

“조금은 재미있었다.”

TV를 보는 우효와 다르게 강송구는 2월 1일에 있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넌 부모님에게 합격했다고 말 안 했어?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반응이 평이해?

“고작 프로가 되었다고 기뻐할 이유는 없다. 지금에 만족하면 메이저리그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허….

우효는 혀를 내둘렀다.

“아마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겠지. ‘남자가 고작 그런 일로 일희일비를 해? 오늘 운동장 100바퀴야!’라고.”

-어머니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길래 그런 말을 해?

“프로배구 선수였지.”

그제야 우효는 깨달았다.

강송구의 피지컬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말이다.

-배구선수면 어머니 키가 아주 큰가 봐?

“손도 크지.”

-아버지는?

“아버지는 나보다 더 대단하지.”

그 말을 끝으로 짐 정리를 끝낸 강송구가 조용히 침대 위에 앉아서 상태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이름: 강송구

-나이: 24세

-최고구속: 131.5km/h

-평균구속: 127.7km/h

[능력]

-스터프: 85

-무브먼트: 142

-컨트롤: 149

[구종]

-패스트볼:C

-커브:C

-슬라이더:C

-체인지업:C

“모든 구종의 등급이 C등급을 찍었군.”

-이제야 사람다운 구색을 갖춘 것이지.

이정도라면 프로 무대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이제 슬슬 카드깡을 시작해야겠군.”

[루비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그래.”

우효가 작은 앞다리를 맞잡고 기도를 올렸다.

-제발…. 하나님! 부처님! 알라님!

이윽고 떠오르는 50장의 카드들.

강송구는 조용히 카드를 바라봤다.

‘튜토리얼이 끝나서 그런가? 상위 등급의 카드가 나올 확률이 확실히 줄어든 것 같군. 튜토리얼 전 골드 카드에서 나오던 구성과 비슷한 느낌이야.’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의 눈에는 백금색의 카드가 선명히 보였으니까.

단숨에 카드를 선택한 강송구.

빙글빙글 회전하는 카드 사이로 백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자 우효가 허탈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아…. 안돼!

“돼.”

이윽고 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A급 구종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구종카드를 사용하셨습니다.]

['컷 패스트볼 A등급‘을 습득하셨습니다.]

-앗…. 아!

우효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강송구에겐 루비 카드가 한 장이 더 있었으니까.

[루비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안돼!

“돼.”

다시 나타난 50여 장의 카드.

우효는 입으로 가져가던 사과조각마저 떨어트리며 다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우효에겐 계속된 불행이 이어졌다.

강송구의 눈에 새로운 색이 보였으니까.

‘무지개색이군.’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오는 카드.

강송구는 그 영롱한 빛을 보자마자 다이아몬드 등급의 카드라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을 선택하자 다른 카드와 다르게 어마어마한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오며 카드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다이아? 다이아 등급이라고? 이건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우효가 몸을 뒤집고 발광을 떨었다.

하지만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배트 브레이커’를 획득하셨습니다.]

[‘컷 패스트볼’ 구종 전용 특성입니다.]

[배트 브레이커]

-종류: 전용 특성

-효과: 컷 패스트볼의 구속이 5km/h 증가하고, 구위와 무브먼트가 크게 상승합니다.

-반대 손 타자의 배트를 부러트릴 확률이 매우 증가합니다.

[전용 특성 퀘스트 목록]

<컷 패스트볼>

-한 이닝에 3연속 배트 부러트리기. (0/3)

-한 시즌에 50개의 배트를 부러트리기. (0/50)

-한 시즌에 100개의 삼진 잡기. (0/100)

[전용 특성 퀘스트 보상]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

“신이 날 돕는군.”

강송구가 모처럼 씩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우효는 울상인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것보다 특성 퀘스트?”

-다이아 등급 이상의 구종 전용 특성에서 얻을 수 있는 퀘스트다. 특성 퀘스트를 모두 달성하면 구종 등급이 마스터 등급이 되면서 HoF급 투수의 구종을 습득할 수 있지.

“좋군.”

-그래도 쉽지 않을 거다.

그래,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송구의 두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것보다 이젠 패스트볼보다 컷 패스트볼의 구속이 더 빠르게 나오겠군.”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 하긴?”

강송구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찢어야지.”

* * *

2월 초.

많은 구단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 따뜻한 날씨를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로 1차 훈련은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 하는 편인데, 대전 호크스는 이번에도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한국과 다른 따뜻한 환경. 하지만 선수들의 눈은 그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김동식 1군 감독이 스프링캠프 1일 차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확실한 주전은 없다.”

처음에 젊은 선수들은 그저 김동식 감독이 빈말하는 줄 알았다. 시즌 초부터 분위기를 잡으려 베테랑에게 경고 어린 말을 하는 감독들이 종종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음날 훈련에서 베테랑들이 이를 악물고 뛰는 것을 확인한 젊은 선수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의 대전 호크스는 확실한 주전이 없다고.

“선배님, 빨래하실 것 있습니까?”

“아니야. 빨래는 내가 할게.”

그런 가운데 강송구는 천천히 팀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는 1차 캠프에서 박진수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그러면 저 먼저 훈련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래.”

방에서 나온 강송구는 바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때 강송구의 어깨에 매달린 우효가 주변을 쭉 둘러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느낌이 묘한데?

‘묘해?’

-그래, 보통은 육성선수가 갑자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 텃세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야, 넌 선배를 보고 인사도 안 하냐?”

제법 덩치가 있는 한 남자가 그를 불렀다.

-역시…. 텃세가 없을 리 없지!

2군에서 가장 콜업에 유력한 선발투수인 안주민이 눈을 찌푸리며 강송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본 강송구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한걸음 성큼 다가갔다.

‘무…. 무슨 덩치가 이렇게 커?’

한 덩치 하는 안주민도 한 수 접어야 할 만큼 강송구의 키는 상당했으며, 몸을 둘러싼 근육은 전차의 장갑처럼 육중했다.

덕분에 안주민은 강송구가 한 걸음 다가서자 자신도 모르게 뒤로 뒷걸음을 쳤다.

“뭐…. 뭐야?”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상대의 무표정한 표정을 보며 침을 삼킨 안주민은 강송구가 사과를 하고 불펜으로 향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크게 화를 냈다.

“뭐, 저딴 새끼가 다 있어!”

자신이 저 괴물 같은 덩치를 가진 선수에게 겁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는지 안주민이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강송구는 이미 불펜으로 향한 뒤였다.

“얼마나 잘하는지 있다 두고 보자.”

* * *

“음….”

타카무라 켄신.

대전 호크스의 투수 코치인 그가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조용히 살폈다.

“기무라 군의 직구가 나쁘지 않군요.”

“작년 말에 싱커의 제구를 잡기 시작하면서 패스트볼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 덕분에 패스트볼과 싱커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많이 좋아졌어.”

“그런 것 같습니다.”

정우형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 호크스의 두 번째 용병 투수.

일본 출신의 기무라 겐스케가 날카로운 싱커를 마지막으로 던지며 가벼운 몸풀기를 끝냈다.

“박철준은 어떻지?”

“철준은 작년과 똑같습니다. 아직도 슬라이더의 제구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구속도 느린 녀석이 변화구 제구도 잡지 못하면 힘들지…. 지난 시즌처럼 롱릴리프나 하위 선발에서 시작하겠군.”

“어쩔 수 없죠.”

두 사람은 한 명씩 투수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1군을 전체 둘러본 그들은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2군 투수들도 살피기 시작했다.

첫 번째 투수는 안주민이었다.

“직구가 좋습니다.”

“패스트볼 구속이 153km/h라…. 확실히 저 정도 구속은 쉽게 나올 수 없지.”

“맞습니다.”

이어지는 안주민의 피칭.

이번에는 체인지업이었다.

“쯧….”

정우형 수석 코치의 두 눈이 찌푸려졌다.

타카무라도 한숨을 내뱉었다.

“저 부분은 잘 가다듬어야겠어. 제대로 된 체인지업이 없으면 저 녀석 절대 선발로 뛸 수 없을 거야.”

“동의합니다.”

이번에는 깔끔히 떨어지는 커브였다.

그제야 두 사람의 표정이 풀렸다.

“커브만큼은 제법이야.”

“낙폭을 조절하는 법만 배우면 충분히 1군에 올려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안주민의 옆에서 이제 막 자리를 잡은 거대한 덩치를 가진 투수에게 향했다.

“강송구….”

“피지컬적으로는 완벽하군요.”

“그렇지.”

“하지만…. 구속이 크게 느립니다. 평균 127km/h의 구속이라면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공의 구위가 나쁘지 않으니 잘만 가르치면 1군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커브나 슬라이더도 제법 훌륭하고 체인지업도 좋습니다.”

그때였다.

강송구가 피칭을 멈췄다.

그는 자신을 보며 비웃고 있는 안주민을 무시하고 포수의 뒤에 있는 정우형 수석 코치에게 물었다.

“커터를 던져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정우형 수석 코치의 표정이 변했다.

“커터?”

“네.”

“일단은 던져봐.”

그 말에 자세를 잡은 강송구.

안주민은 그런 강송구를 보며 투덜거렸다.

“똥볼 주제에 발버둥은 오지게 치네.”

그때 강송구가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뻐억!

이어지는 피칭.

연이어 커터를 5구 던진 강송구.

그 피칭이 끝나기 무섭게 정우형 수석 코치가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메이저리그에서도 커터를 주력으로 쓰는 투수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커터였습니다.”

타카무라의 칭찬에 정우형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느린 구속을 제외하면 그런 것 같군.”

그가 생각해도 강송구의 커터는 완벽했다.

“음….”

그렇기에 고민했다.

며칠 뒤에 있을 창원 스왈로스와 연습경기.

그 경기에 강송구를 출전시킬지 말이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슈우우욱! 뻐억!

강렬한 소리를 내며 미트에 틀어박히는 강송구의 커터를 다시금 확인한 정우형 수석 코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독님께 갔다 오지.”

그 말을 타카무라 투수 코치에게 말하고선 그가 급히 김동식 감독이 있는 실내 훈련실로 향했다.

몇 구를 더 던지고 끝난 연습피칭.

옆에서 놀란 표정으로 강송구를 바라보고 있는 안주민을 보며 우효가 혼잣말로 비아냥거렸다.

-공만 빠른 주제에 누굴 비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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