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3화 (13/198)

#13. 완벽하군(3)

어두컴컴한 방안.

지이잉.

빔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소음.

그리고 이어지는 감탄사.

마진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박진수는 역시…. 박진수였습니다. 타격은 물론이고, 포수로서 갖춰야 할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2년을 쉬었던 게 어쩌면 다행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박진수는 잔 부상이 하나도 없는 깔끔한 상태니까요.”

그리고 마진구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안 그래도 상혁이가 돌 글러브라서 골이 아팠는데 말이야. 벌써 영입을 끝냈다지?”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마진구가 쩔쩔매는 남자.

지난 시즌에 리그 9위를 기록했음에도 프런트에게 2년 재계약을 제의받은 대전 호크스의 1군 감독.

김동식 감독이 껄껄 웃었다.

사실, 기분이 나쁠 수 있었다.

선수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감독에게 별다른 통보 없이 선수를 영입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만 김동식 감독은 딱히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니야. 포수가 급했던 건 사실이지 않은가? 거기다 박진수라면 현 한국 프로야구 3대 포수 중 한 명이니 영입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급할 수밖에 없었겠지….”

그 이유는 영입한 대상이 대전 호크스에서 가장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이고, 김동식 감독이 데려오고 싶어 했던 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슬슬 탱킹의 끝도 다가오는군.”

정말로 긴 리빌딩 기간이었다.

대전 호크스의 팜에 쌓인 유망주들이 조금씩 2군 무대에서 포텐셜을 터트리고 있었다.

“야수들의 수비능력은 많이 좋아졌어. 아마 리그 세 손가락에 들 정도로 뛰어난 수비능력을 갖췄지.”

지난 시즌 아이러니하게도 리그 9위인 대전 호크스의 수비지표는 리그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이 다 최악이야. 어떻게 팀 타율이 0.219를 찍을 수 있는지 난 모르겠어.”

“그 기록이 예전 청보 핀토스가 기록한 한국 프로야구 최저 팀 타율인 0.219랑 똑같은 기록이죠? 덕분에 운영팀장님의 머리카락이 더 빠졌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 인간은 더 빠져야 해.”

“그나마 젊은 선수들의 타율은 준수한데…. FA로 영입한 베테랑들이 그렇게 죽을 쓸 줄 몰랐습니다.”

마진구의 말에 백동혁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팀 홈런은 181개로 리그 3위였지.”

“그게 문제지. 공갈포만 있는 타선이 무슨 생산력이 있겠나? 거기다 가끔 홈런이 하나씩 터져도 용병 투수 둘을 제외한 투수진의 실력이 형편이 없어.”

“좋지 않죠. 투수진도 확실히 문제입니다. 젊은 투수들은 이닝을 잘 소화하고 있지만…. 평균 자책점이 모두 6점대 이상이니까요. 그 친구들도 슬슬 알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아무튼, 2군에서 쌓아둔 친구들이 성숙이 되었으니…. 이번 봄부터 제대로 주전 경쟁을 시킬 거야. 아마도 제법 많은 베테랑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될 수 있겠지.”

“내야는 그대로 가실 겁니까?”

“내야는 바꿀 이유가 없지. 중견수를 제외한 양쪽 코너 외야수부터 세대교체를 진행할 생각이야.”

“좋군요. 젊은 대전 호크스라….”

“이번 시즌에는 아마 중하위권 성적을 기록하겠지. 젊은 선수들은 한 번 불타면 잘 치고 올라가지만…. 그 성적을 유지할만한 경험이 많이 부족하니까.”

“대권 도전은 어느 시점부터 하실 생각입니까?”

“3년.”

“3년이요?”

“그래, 올해부터 시작해서 3년 안에 5위권 안에 드는 팀을 만들어서 두들겨봐야지.”

이야기를 들은 백동혁 단장이 박수를 한 번 치면서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좋습니다. 그러면 올해는 중하위권을 목표로 하면서 외야부터 세대교체를 시작하는 거로 다잡죠.”

그렇게 긴 회의가 끝이 났다.

회의실 밖으로 나선 마진구는 주차장에 놓인 자신의 차에 올라서 쉴 틈 없이 2군 훈련장으로 향했다.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구단 측에서 얼마든지 마음대로 진행을 할 수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선수를 기용하는 감독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영입을 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마진구가 서산을 찾은 것이다.

강송구의 영입을 위해서.

“이야! 우리 마 스카우트! 오랜만이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대전 호크스의 2군 김유진 감독이 마진구를 반겼다.

“오늘 선수 한 명의 영입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강송구 맞지?”

“예, 이미 한번 보셨죠?”

“그래, 봤지.”

마진구는 사람 좋은 김유진 감독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영입하시면 기용하실 생각입니까?”

“아니야. 마음에는 들어….”

“그러면 어떤 부분이?”

“이 친구…. 입스라며? 직구 구속이 좀 느리던데.”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이 친구…. 내가 좀 적극적으로 만져봐도 되나? 구단 내에서 제법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고.”

마진구가 김유진 2군 감독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가진 명성과 재능을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이다.

일본프로야구인 NPB의 팀 중 하나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투수코치를 거쳐, 1군 투수코치까지 올라섰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2년 정도 투수코치로 활약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김유진 2군 감독이 가진 일본 야구계에서의 별명이 바로 ‘투수 재활 공장장’이었다.

누구보다 투수를 고쳐 쓰는데 능숙한 감독.

망가진 투수를 어떻게든 고쳐서 1군으로 올려보내는 그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지도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김유진 2군 감독이 환히 웃었다.

“그렇다면야 나도 이번 영입엔 찬성이야.”

* * *

[박진수, 대전 호크스로 향하다!]

[박진수 호크스와 4년 75억 원 계약!]

[박진수, ‘인천 드래곤즈가 투수 유망주를 원해서 대전 호크스와 계약을 맺었다. 2년의 공백에도 끝까지 날 챙겨준 인천 드래곤즈를 위한 내 마지막 선물이다.’]

[인천 드래곤즈, 박진수의 보상선수로 대전 호크스의 사이드암 투수인 김일주를 데려오다!]

[인천 드래곤즈 관계자, ‘팀을 위해 끝까지 배려해준 박진수 선수에게 감사한다.’]

-진짜…. 박진수만 한 선수 없다.

-아슬했다. 1년만 더 쉬었으면 보상선수도 못 받았을 텐데…. 그래도 박진수가 드래곤즈에 보상선수라도 안겨주네.

-박진수의 미래를 위해서 쿨하게 놔준 드래곤즈도 그렇고, 그런 구단을 위해 자신의 행선지를 호크스로 바꾼 박진수도 그렇고…. 진짜 멋진 선택이다.

-하긴, 인천 드래곤즈는 한국 프로야구 내에서 유일하게 포수 걱정이 없는 팀이긴 하지.

-그래도 아쉽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선수인데…. 너무 쉽게 보낸 느낌도 있네.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박진수의 행선지는 지난 시즌에 리그 9위를 기록한 대전 호크스였다.

그리고 강송구는 지금 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마진구라고 하네. 대전 호크스의 스카우트지.”

“강송구입니다.”

“우린 자네를 영입하고 싶네.”

-와…. 이 아저씨 쿨가인데?

우효가 단박에 본론으로 들어가는 마진구를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조건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강송구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효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2군 주전 보장, 봄에 있을 스프링캠프에 합류, 연봉도 내년에 150% 인상을 약속하지.”

“나쁘지 않군요.”

“자네가 원하는 조건이 따로 있나?”

“이면 계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면 계약?”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정 선수나 구단만 문제 삼을 수 없다.

이면 계약이 관례가 된 것은 말이다.

“다만, 돈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구단의 한국 시리즈 우승에 크게 이바지한다면, 제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방출시켜주셨으면 합니다.”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건가?”

“네.”

단호한 강송구의 대답.

마진구가 고민에 빠졌다.

‘들어주지 못할 건 없다.’

만약에 강송구가 팀을 우승시키고 방출이 된다면, 한국프로야구위원회와 언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아마도 단장이나 운영팀장이 옷을 벗어야겠지.

어쩌면 큰 벌금을 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전 호크스는 우승에 목마른 구단이다.

프로야구 구단 중에서 부산 티탄즈와 함께 30년을 넘는 기간 동안 우승을 거둔 적이 없는 구단이다.

그렇기에 절박했다.

‘어차피 대전 호크스를 우승시킨 후에 백동혁 단장은 미국으로 향하고 운영팀장은 모기업으로 돌아간다.’

옷을 벗은 다음에 보전할 자리가 있다.

“일단은 윗선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네.”

마진구의 대답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회의실을 나서는 마진구.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가 다시 회의실로 들어왔다.

“좋아, 승낙하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송구가 사인했다.

단 하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사인이 끝나기 무섭게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프로 계약을 하셨습니다.]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포인트의 획득 비율이 크게 줄어듭니다.]

[상위 카드가 나올 확률이 줄어듭니다.]

마치,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효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으하하! 그래! 이거지! 이래야 시스템이지! 드디어 저 똥볼 투수에게 시련이 찾아오는구나!

하지만 그 밑에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보고는 다시금 표정을 고치며 경악을 내뱉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튜토리얼 종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루비 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건 또 뭐야? 아이~씨펄! 그만 좀 퍼줘! 그만 좀! 이러다가 저 망할 똥볼 투수가 배 터져 죽겠다고!

그리고 강송구는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너무나 완벽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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