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7화 (7/198)

#7. 마운드에 오르다.

[세 타자를 모두 잡아냈습니다.]

[이번 이닝에 획득한 포인트는 총 137포인트입니다.]

[현재 5이닝을 소화하셨습니다.]

기어코 5이닝을 소화했다.

그것도 무실점으로 말이다.

“수고했다.”

근처에 있던 코치가 수건을 건넸다.

“네, 감사합니다.”

“아이싱은?”

“어깨보다는 팔꿈치에 하는 편입니다.”

“그래? 여기 얼음주머니 받아.”

“감사합니다.”

오른쪽 팔꿈치에 얼음주머니를 댄 강송구가 조용히 벤치에 앉았다. 다른 지원자들은 다른 곳에 시선이 팔린 듯이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6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추가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2,155포인트입니다.]

[승리요건이 갖춰졌습니다. 승리 투수가 되면 추가로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이야…. 후하게 퍼주네?

우효가 떠오른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는 다시 해바라기 씨를 뜯어먹었다.

-찹찹…. 찹찹찹! 이러다가 금방 프로 되고, 금방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월드시리즈도 금방 우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긍정적인 우효와 다르게 강송구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한참 멀었지.”

100마일도 쉽게 때려내는 괴물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였다.

그는 한국에서 최소 3년은 있어야 어느 정도 도전할 스펙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3년도 많이 짧은 편이었다.

아무튼, 우효는 기분이 좋은지 털을 부르르 떨었다.

-후후후! 포인트도 제법 있겠다 브론즈 카드를 뽑을 거지? 이번에 2장은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뽑을 생각 없다.”

-왜? 지금은 스펙을 업그레이드할 좋은 기회라고!

“조금만 더 모아서 골드 카드를 뽑는다.”

확고한 강송구의 목소리에 우효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골드 카드라…. 확실히 900포인트만 모으면 살 수 있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하지만 꽝이 나오면 어쩌려고? 지금은 분산투자를 할 때라고!

우효의 걱정에 강송구가 입꼬리 끝을 살짝 끌어올리며 끝나가는 청백전의 마지막 타석을 바라봤다.

따악!

“끝났다!”

“내야 뜬공!”

“마이! 마이볼!”

“고생하셨습니다!”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912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3,067포인트입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남자는 한방이라고.”

-뭐?

“골드 카드 구매.”

[골드 카드가 구매되었습니다.]

[골드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개봉한다.”

-으아아아악! 이 미친놈아! 뭐 하는 거야!

우효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강송구가 선택한 카드가 백금색 빛을 내뿜으며 회전하는 것을 보고 다시 경악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악! 이건 또 뭐야!

그런 우효의 비명에 강송구는 여유 있게 대답했다.

“뭐긴…. 플래티넘 카드지.”

* * *

‘훌륭한 체인지업이었다.’

대전 호크스의 스카우트인 마진구가 카메라에 담겼던 강송구의 피칭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충분히 통할 무기.

그런 무기를 강송구는 갖추고 있었다.

‘그것도 두 개나 말이지.’

4회부터 나온 커브도 제법 준수했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면 프로에서도 잘 버틸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 큰 신장을 갖춘 강송구는 구속이 상승할 여지가 충분한 선수다. 아직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100마일을 던지던 괴물이던 강송구를 기억해 그를 평가절하하지만…. 그들도 곧 긁지 않은 복권의 가치를 깨닫게 되겠지.’

그렇기에 선점해야 했다.

적어도 먼저 접촉해서 좋은 인상이라도 남기는 것이 강송구를 데려오는 데 있어서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것보다 청천 야구단의 황태석 감독은 강송구를 대전 호크스 2군과 경기에서 내보낼까?’

자신이라면 불펜으로라도 내보낼 것이다.

하지만 저기서 더 발전한다면?

‘선발로 내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지.’

오늘 강송구가 마운드에서 5이닝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 선발로서 가치는 충분했다.

마진구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난 시즌 대전 호크스의 순위는 9위였다.

용병 선수 3명이 모두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다른 선수들이 모두 부진해서 9위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팀의 중심 타선을 지켜준 라울 마르티네즈가 한신으로 떠난다. 육성 용병으로 2군에서 담금질을 하던 알렌 베이커를 올려서 쓸 좋은 기회야.’

원투펀치를 구성하고 있는 용병 둘은 내년까지 팀에 남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

‘올해 박진수를 잡아서 중심타선만큼은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트레이드를 하던, 2군에서 선수 하나를 끌어올리던, 원투펀치의 뒤를 이어 팀의 승리를 이끌 토종 에이스를 만들어낸다.’

그게 대전 호크스의 2030시즌 목표였다.

“계획대로만 준비되면…. 3년 안에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 대전 호크스의 2군과 3군에 쌓인 유망주가 많으니까.”

마진구가 조용히 노트북을 덮고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감기가 올 것 같았다.

* * *

2030년 1월 14일 월요일.

“완벽하군.”

침대에 앉은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씨펄!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우효도 강송구와 같은 것을 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닥터K]

-종류: 특성

-설명: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던지는 모든 구종의 스터프와 무브먼트가 크게 상승합니다.

“완벽하군.”

-그 말 벌써 8번째 하는 말이다.

“정말로 완벽하군.”

-미친놈.

훌륭한 특성이 나왔다.

플래티넘 등급의 특성에 딱 맞는 성능이었다.

“그것보다 구종의 숙련이 C등급부터는 극히 더뎌지는군. 역시 한계가 있는 건가?”

-지금도 충분히 빠른 거 아니야? 너무 인생을 날로 먹으려고 하지 마. 기분 나쁘니까.

우효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강송구의 대답을 듣고 허탈해졌다.

“고교 시절엔 이 정도는 껌이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이 능력도 한참 부족한 거야.”

-...

저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송구가 고교 시절에 보여준 모습을 영상으로나마 본적이 있는 우효였기에 입을 꾹 닫고 가만히 노려볼 뿐이었다.

-그것보다 어느 구단에서 네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 같아? 생각보다 반응이 영 더디잖아.

“적어도 한 팀은 관심이 있을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해?

“청천 야구단의 화장실에서 똥 싸다 들었다.”

-어?

“대전 호크스의 스카우트가 내게 관심이 있다고 말이야. 황태석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더군.”

-화장실?

“그래.”

우효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대전 호크스라…. 거기 꼴등이잖아?

“지난 시즌에는 9위였지.”

-그게 그거지. 그런데 한 팀만 관심이 있는 거면….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우효가 표정을 굳혔다.

적어도 3-4팀이 달라붙어야 그 구단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경쟁을 붙일 수 있었다.

경쟁자가 있어야 상대는 더 많은 것을 내놓을 테니까.

그래야 이면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고작 대전 호크스, 한 팀의 관심으로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너 잘못하다가는 꼬박 6년을 한국에 있어야겠는데? 22년도부터 FA가 8년으로 바뀌었고, 24년부터 포스팅이 6년으로 바뀌었잖아. 적어도 메이저리그에 나가려면 구단의 도움이 없이는 6년을 꼬박 버려야 하는데…. 괜찮겠어?

“3년.”

-뭐?

“3년 안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하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남자는 가끔 땡깡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송구의 덤덤한 반응에 욕쟁이 고슴도치가 그 짧은 팔로 자신의 가슴을 팡팡 치면서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아오! 이런 병X!

“남자는 굳건하게 나가야 한다.”

-씨펄! 네 마음대로 해!

* * *

아직은 쌀쌀한 1월 중순.

강송구는 청천 야구단에 합격했다.

20명 이상의 참가자 중에서 유일한 합격자였다.

곧이어 청천 야구단은 드디어 프로야구 2군 팀과 교류전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야…. 돔구장이네?

“고척 헌터스의 홈에서 대전 호크스랑 교류전을 한다니….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네.”

“그것보다 저기 관중석에 사람이 제법 많은데?”

“스카우트잖아. 그것도 한국 프로야구 10구단은 물론이고, 저 멀리 일본에서도 제법 많은 스카우트가 넘어왔을걸?”

“그래? 그러면 열심히 해야겠네.”

“포기해라. 널 보러왔겠냐? 올해 최고의 매물인 박진수 선배님을 보러온 거지.”

“캬…. 진짜 내가 살아생전 국가대표 주전 포수인 박진수와 함께 야구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요즘 포수 기근 때문에 이런 말도 생겼잖아.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오고, 뛰어난 포수는 염라대왕 뺨을 때려서라도 데려온다고.”

“부럽다…. 나도 포수나 할 걸 그랬나?”

몸을 풀고 있는 청천 야구단의 선수들.

그들은 저 멀리서 대전 호크스의 2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는 박진수를 부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박진수를 보며 우효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선수네…. 아우라가 달라.

‘다를 수밖에 없지.’

2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라 불리던 선수가 바로 박진수였다.

아무리 2년을 통으로 쉬었다고 해도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고 청천 야구단 자체 청백전에서 7할에 가까운 괴물 같은 타율을 유지하며 폼을 끌어올렸다.

-그것보다 오늘은 불펜 대기네.

‘어쩔 수 없지. 내가 투수조에서는 가장 막내고, 나보다 가능성이 넘치고 구속도 빠른 투수가 둘이나 있는데.’

-이러면 오늘 못 나오는 거 아니야?

우효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강송구가 고갤 흔들었다.

‘아니, 생각보다 일찍 마운드에 올라갈 것 같아.’

-그걸 어떻게 확신해?

때마침 경기의 시작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청천 야구단의 선발 투수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투수가 좀 이상하거든.”

-뭐? 뭐가 이상한데?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누구보다 빨리 불펜으로 향할 뿐.

그 모습을 보며 우효가 소리를 질렀다.

-야! 말을 해줘야지! 또라이 새끼야! 야! 뭐가 이상한데? 야! 어? 야! 제발 좀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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