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4화 (4/198)

#4. 운이 좋군

주지환.

올해 봉황대기 최고의 홈런타자이자, 내년 드래프트 1순위에 가까운 고교 최고의 유격수인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우효는 주지환이 타격 자세를 잡는 것을 보며 잘게 고개를 흔들었다.

-연습이 더 필요한 거 아니야? 저거 완전 괴물인데? 네 똥볼이라면 어디로 던지든 홈런을 때려낼걸?

우효의 말처럼 지금의 강송구는 주지환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로 잡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우효는 강송구의 필패를 예상했다.

하지만 야구에는 ‘100%’가 없다.

약팀이라도 최소 3할의 승률을 보장받으며, 강팀이라도 7할을 넘는 승률을 기록한 팀도 드물다.

‘이건 스스로 느껴야 하는 거지.’

그것을 알기에 우효는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강송구에 대한 작은 기대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에야 똥볼투수지만, 강송구가 가지고 있는 ‘회춘’, ‘대기만성’이란 특성은 프로 연차가 쌓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구속이 늘어나는 특성이었다.

[회춘]

-종류: 특성

-설명: 시즌이 지날수록 구속이 증가합니다.

-프로 3년 차에 +5km/h

-프로 5년 차에 +10Km/h

-프로 10년 차에 +20km/h

[대기만성]

-종류: 특성

-설명: 서른부터 +5km/h의 구속 보정과 구위, 제구력의 포텐셜 상승이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스킬이나 다른 특성까지 붙는다면….’

금방 구속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가능성은 충분하지.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 지금은 그저 120대 후반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똥볼 투수일 뿐이다.

“선배님 준비됐습니다.”

타석에 자리를 잡은 주지환.

그의 모습을 보며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수 마스크를 내린 김성일은 자리를 잡으며 그런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봤다.

‘10번 싸워서 9번은 지환이가 이긴다.’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지금 두 사람의 차이는 거대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에게 강송구의 ‘필패’냐고 물어본다면 김성일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 수 있었다.

‘아까와 같은 커브만 있다면….’

김성일은 확신했다.

강송구가 마지막에 보여준 커브.

그것만 제대로 들어온다면 주지환을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송일섭 감독의 인맥 덕분에 대전 호크스의 1선발인 토리 파커의 공을 불펜에서 받아볼 수 있었던 김성일은 그때 토리 파커가 던졌던 커브와 지금 강송구의 커브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 공만 제대로 나온다면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공은 아까 마지막에 한 번 나왔다.

어쩌면 우연으로 던진 공일 수 있다.

사인을 보내는 강송구.

높은 코스로 들어가는 패스트볼.

그것도 몸쪽으로 깊게 들어가는 코스를 던지겠다는 사인을 보낸 강송구였다.

‘처음부터 이런 코스라니.’

김성일은 그런 강송구의 무덤덤한 표정을 보며 크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천생 투수다.’

상대는 고교 최고의 홈런타자다.

나무배트를 사용하면서 홈런이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타석에 있는 주지환은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5개의 홈런을 때리며 그야말로 괴물 같은 파워를 보여준 선수였다.

깊고 빠르게 나아가는 초구.

주지환은 일단 조용히 지켜봤다.

슈우욱! 펑!

“스트라이크!”

“아, 볼 아니야? 빠진 것 같은데?”

“꼬우면 네가 포수 하던가.”

“그건 좀…. 내가 포수를 했으면 야구 접었을 거야. 으…. 너 여름에 무릎 안쪽에 땀띠 나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서 난 절대 포수는 하지 않는다고 다짐했거든.”

주지환은 아직 여유로웠다.

아니, 정확히는 스위치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2구째 승부.

강송구의 사인을 본 김성일이 고개를 끄덕이고 바깥쪽 코스로 빠지는 위치에 미트를 가져갔다.

‘밋밋한 슬라이더지만…. 바깥쪽 빠지는 공으로 던지면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지환이도 배드볼 히터가 아니니까…. 조금 빠지는 슬라이더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이어지는 투구.

생각보다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

그 공에 주지환이 반응했다.

슈우우욱! 따악!

“아오! 이게 빗맞아?”

아쉽게 빗맞는 타구에 주지환이 혀를 내둘렀다.

김성일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위험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는 반응이 없었다.

김성일은 감탄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감정적인 동요가 없군.’

마치 기계가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포커페이스.

그때 다시 강송구의 사인이 나왔다.

3구도 바깥쪽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이번에는 스킬을 사용했으니까.

-‘버닝 스트라이크’가 적용됩니다.

강송구는 생각했다.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진 뒤, 같은 코스로 C등급의 슬라이더를 던진다면…. 주지환은 제대로 반응을 할 수 있을까?

‘반반이지.’

하지만 아까 보여준 반응을 본다면.

주지환은 아마 헛스윙을 할 것이다.

지금 그는 자신을 우습게 보고 있을 테니까.

어차피 흔한 라이브 피칭일뿐이다.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보여줘야지.’

그가 어떤 선수인지를 말이다.

이빨이 모두 빠지고.

발톱이 모두 잘려도.

야수는 야수인 법이다.

3구째.

자세를 잡은 강송구가 있는 힘껏 팔을 휘두르며 홈플레이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빠르게 나아가는 공.

주지환은 아까와 비슷한 코스로 날아드는 강송구의 공을 보며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배트가 절반까지 나오고 나서야 강송구가 던진 공이 아까와 전혀 다른 공임을 깨달았다.

‘더 꺾여?’

그가 내민 배트가 닿지 않는 위치까지 휜 강송구의 슬라이더가 완벽히 김성일의 미트에 틀어박혔다.

퍼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주지환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순간적으로 당혹감을 드러내며 마운드를 바라봤다.

강송구는 아까 보여준 뚝 떨어지는 커브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삼진을 허용한 것이다.

모두가 그가 던진 마지막 슬라이더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강송구는 허공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시스템 적응의 첫 발걸음을 내딛으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브론즈 카드’ 1장을 획득했습니다.]

“완벽하군.”

강송구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주지환과의 승부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첫 타석의 승부가 우연이라도 된 것처럼 강송구는 신나게 두들겨 맞았다.

10번의 승부에서 첫 번째와 마지막 승부를 제외한 모든 타석에서 강송구는 모두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라이브 피칭이 끝나고 얼굴을 찌푸린 쪽은 주지환이었고, 반대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쪽은 강송구였다.

라이브 피칭이 모두 끝난 뒤.

송일섭 감독은 강송구를 데리고 야구부실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서 그에게 조용히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네가 겨울 동안 몸을 만들 수 있는 곳이지.”

[청천 야구단]

-감독 황태석.

010-xxxx-xxxx

“독립구단이군요.”

“그래, 그리고 청천 야구단은 매년 봄에 대전 호크스와 서울 더블스타즈, 고척 헌터스의 2군과 경기를 하고 있지. 아마 청천 야구단에 입단하려면 1월 초에 있을 트라이아웃에 합격을 해야 하지만…. 지금의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그 말의 뜻을 강송구가 모를 리 없었다.

준비만 확실히 한다면 자신의 구단 2군을 보러 온 스카우트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쇼케이스 무대란 뜻이었다.

“감사합니다.”

그걸 알기에 강송구는 송일섭 감독을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 강송구의 감사 인사에 송일섭은 그저 알 수 없는 미안함과 다시금 꿈에 도전하는 제자를 향한 대견함을 느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우면 나중에 성공해서 야구부원들에게 소고기로 회식이나 한번 시켜줘.”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송구가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송일섭 감독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대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송구는 조용히 청천 야구단의 명함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프로에 도전할 최소의 조건을 갖췄지만…. 솔직히 말해서 조건만 갖췄을 뿐 너만의 무기가 없다.

우효의 말이 옳았다.

이제야 최소한의 자격 조건을 갖췄을 뿐이다.

상대를 잡아낼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베스트는 체인지업.

우효의 말처럼 지금 강송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에 가진 무기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구종.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그게 힘들다면…. 커터, 투심, 스플리터, 싱커와 같은 변형 패스트볼이나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도 지금 네게는 가장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

“음….”

-거기다 내가 알기로는 네가 캐릭터를 만들 때, 손재주라는 특성도 집어넣었다며?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주력으로 써먹을 구종의 장착도 무리가 아니지.

“새로운 무기라….”

우효의 말을 듣고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특성을 확인한 강송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손재주]

-종류: 특성

-설명: 구종의 습득과 숙련에 필요한 기간이 단축됩니다.

“일리가 있어.”

-그렇지?

이빨과 발톱이 빠진 야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를 끝낼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만들 수 없다면…. 지독한 독니라도 하나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브론즈 카드 오픈.”

그렇기에 강송구는 오늘 보상으로 얻은 브론즈 카드를 바로 사용했다.

35개의 황동색.

14개의 은색.

그리고 단 하나의 황금색.

-으흐흐! 브론즈 카드의 확률은 극악하지! 쓸만한 카드를 뽑을 확률이 고작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효효효횻!

우효가 음흉하게 웃었다.

하지만 강송구의 눈에는 다 보였다.

50개의 카드 등급이 말이다.

하지만 강송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항상 남자다움을 강조한 아버지가 그랬으니까.

-남자는 무조건 정면승부다. 하지만 가끔은 졸렬하게 행동해야 하는 법도 있다.

강송구는 그게 지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입에 지퍼를 채웠다.

카드의 등급을 미리 알 수 있다는 비밀을 저 욕쟁이 고슴도치에게 말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아버지의 말이 옳다.’

그러고는 그가 황금색의 카드를 조용히 골랐다.

꾸욱.

빙글빙글 회전하는 카드.

우효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카드에서 나오는 황금빛에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말도 안 돼!

['C등급 구종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구종카드를 사용하셨습니다.]

['체인지업 C등급'을 습득하셨습니다.]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반대로 결과를 확인한 강송구는 그런 우효를 신경 쓰지 않고 전설적인 유행어를 내뱉었다.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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