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3화 (3/198)

#3. 버닝 스트라이크

강송구의 모교.

대전청일고에는 현재 2명의 고교야구 슈퍼스타가 있다.

한 명은 포수.

한 명은 유격수.

이 동갑내기 선수 두 명 때문에 대전 호크스가 1차 지명에 누굴 고를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도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이었다.

첫 번째로 포수 김성일.

중학교 시절부터 압도적인 타격 능력과 중학생이라 볼 수 없는 뛰어난 파워로 중3 시절에 대전제일고와 대전고의 열렬한 구애를 받은 포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2019년에 새롭게 야구부를 창설한 대전청일고였다.

그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2024년 봉황대기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거둔 선배 때문이었다.

18살에 159km/h를 무리 없이 던지던 괴물.

압도적인 구속과 구위.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제구.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패스트볼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환상적인 슬라이더까지.

그 괴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어린 시절에 직접 본 김성일은 확신했다. 자신도 이곳에서 3년을 보내면 프로에 올라갈 자격이 충분할 것이라고.

당연히 김성일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송일섭 감독의 지도 아래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내년 2030년도 프로야구 드래프트에 유력한 1차 지명 선수가 되었다.

우투좌타.

압도적인 블로킹 능력.

최고 1.92초가 나오는 팝 타임.

거기다 준수한 타격 능력에 압도적인 장타 생산력까지 생각하면 그는 정말 대단한 고교선수였다.

덕분에 대전청일고는 25, 26시즌에 거머쥐었던 봉황대기의 우승을 올해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물론, 그 혼자서 우승을 가져올 수 없다.

내야의 사령관인 김성일을 도와 대전청일고의 우승을 만들어낸 선수가 한 명이 더 있었다.

유격수 주지환.

김성일이 공수 모든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면, 주지환은 타격에서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준 선수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다섯 타석에 들어가 모두 홈런을 기록.

홀로 11타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파워와 클러치 히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국내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이 실내 훈련장에 불려왔다.

12월 말에 학교에 있을 선수들이 아니지만, 두 선수는 겨울에도 자신의 몸 관리를 하며 송일섭 감독의 도움을 받아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송일섭 감독이 두 사람을 보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러닝을 하고 있었을 텐데….”

“어차피 거의 다 끝냈어요. 그런데 갑자기 왜 저희를 부르신 거예요? 혹시 뭐 옮길 거 있나요?”

“아니, 네 선배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 라이브피칭을 좀 도와줄 수 있을까 해서.”

“감독님의 부탁이라면 당연히 해야죠.”

김성일과 주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송일섭 감독의 이런 부탁을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송일섭 감독은 덕장이었고, 선수들을 위해서 정말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감독이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송일섭 감독은 자신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 은사였기에 이런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 두 사람의 뒤로 누군가 몸에서 수증기를 내뿜으며 실내연습장으로 들어섰다.

“감독님, 준비 다 됐습니다.”

그 말에 송일섭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두 사람에게 거구의 남자를 소개해주었다.

“두 사람 모두 이 친구를 보는 건 처음이지? 인사해라. 우리 학교에 첫 봉황대기 우승기를 가져온 강송구다.”

“강송구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주지환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주지환은 고개를 숙이며 강송구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김성일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의 우상에 가까운 남자.

한 번만 공을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었을 남자.

그가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김성일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성일아?”

“아!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포수인 김성일입니다. 2025년도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보여준 노히터는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그때 던진 160km/h의 패스트볼도 굉장했고요.”

그의 말에 강송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 고맙다.”

덤덤한 강송구를 보며 김성일이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라이브피칭을 한다는 선배님이 강송구 선배님이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고3 막바지에 평균 159km/h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코리안 비스트가 돌아온다는 뜻일까?

김성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다면…. 그는 오늘 괴물의 부활을 직접 지켜보는 것이다.

그가 급히 송일섭 감독에게 말했다.

“제가 선배님의 공을 받고 싶습니다.”

고교 최고의 포수 김성일.

그가 격한 의욕을 드러내며 두 눈을 빛냈다.

그 모습을 보며 고슴도치 우효가 고개를 흔들었다.

-120대 후반의 똥볼을 받고 넋이 나가겠군.

* * *

실내에 만들어진 마운드.

그곳에 강송구가 올라섰다.

홈플레이트엔 김성일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송일섭은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과연 어디까지 구속을 회복했을까?’

완벽한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강송구의 부상이 심각했으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구속을 회복했을 것이다.

‘160km/h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최소 145km/h까지는 나와야 할만할 거야.’

그 정도만 해도 기적이었다.

구속이 좀 느려져도 상관없었다.

큰 키에서 내려찍는 듯한 패스트볼은 구속이 좀 느려도 한국에선 적수를 찾아볼 수 없을 테니까.

“선배님 편하게 던져주십시오!”

김성일의 두 눈에는 의욕이 가득했다.

그런 가운데 강송구는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실내에 만들어진 마운드를 발로 꾹꾹 누르며 확인했다.

그리고 상태창을 열어 이번에 새롭게 카드에서 뽑은 플래티넘 등급의 카드를 살폈다.

[버닝 스트라이크]

-종류: 스킬

-효과: 일정 체력을 소모해서 던지는 구종의 등급을 2단계 상승 시켜 적용합니다. 스킬이 적용되면 스트라이크를 잡을 확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한 이닝에 3회 사용 가능.

첫 카드는 스킬이었다.

‘진짜 게임 같군.’

-당연히 게임에서 가져온 시스템인데, 그런데 너 병원은 안 가보냐? 내가 본 플레이어 대부분은 시스템이 생겨서 다시 꿈에 도전할 수 있게 되면 병원에도 가보고, 머리도 쥐어뜯고 막 난리도 치고, 눈물도 흘리고 그러던데?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 스킬을 어떻게 활용할까.

오직 그 생각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 구속도 느리고, 패스트볼의 구위도 허접스러운 네놈에게 삼진을 잡을 능력을 준거잖아.

‘알고 있다.’

카운트를 쌓은 뒤에 삼진을 잡을 위닝샷.

그걸 체력을 소모해서 던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킬이라고 볼 수 있었다.

플래티넘 등급에 알맞은 성능의 스킬이었다.

“송구야! 준비됐으면 던져라!”

송일섭 감독의 외침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이 스킬을 활용할 방법을 정했다.

이제 자신이 가진 무기를 휘두르면 된다.

고개를 끄덕인 그가 자세를 잡았다.

비록, 야구장의 진짜 마운드는 아니지만.

강송구, 그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완벽히 돌아왔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늘 라이브피칭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마운드는 오늘 그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래, ‘프로야구선수’ 강송구의 무덤 말이다.

-자신 있게 던져라. 아무도 네 복귀를 기대하지 않았다. 공만 던질 수 있어도 충분한 상황 아니겠어?

일단, 라이브피칭 전 가벼운 몸풀기 시간.

우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송구가 자세를 잡고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공이 그의 손끝을 떠났다.

* * *

슈우우욱! 펑!

“아!”

공을 받는 순간.

김성일은 강송구가 이제 100마일을 가볍게 던지던 파이어볼러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냥 공이 날아오는 순간에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송일섭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피드건에 떠오른 숫자를 보며 조금은 심각하게 얼굴을 굳히고는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128km/h’

나쁘지 않은 구속이다.

몇 년 만에 복귀해서 던진 것치고는 확실히 128km/h의 구속은 제법 훌륭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있는 건 강송구였다.

100마일을 쉽게 던지던 괴물.

압도적인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가진 코리안 비스트라 불리던 고교 최고의 우완투수 말이다.

‘그래, 내 기대가 너무 컸군.’

저렇게 던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송일섭 감독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제자가 군 면제까지 받을뻔한 수준으로 어깨를 다쳤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들었으니까.

그렇기에 안타까운 심정이 가득했다.

‘도전자로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춰졌다.’

그래, 말 그대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2029시즌 한국프로야구 평균 구속은 143.4km/h였다.

NPB가 144.5km/h였고, 메이저리그는 151.2km/h로 지금 현재 강송구가 보여주고 있는 구속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기에 120대 후반의 구속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최소한의 조건일 뿐. 그게 무기가 될 수 없으니까. 아니 오히려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기에 작은 기대도 하고 있었다.

저런 구속임에도 강송구가 다시 꿈에 도전할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슈우우욱! 펑!

“나이스 볼!”

그리고 강송구의 무기를 가장 먼저 파악한 사람은 그의 공을 받고 있던 포수 김성일이었다.

‘제구가 좋다.’

프로에서 2분할도 못하는 투수들이 제법 있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강송구가 보여주고 있는 제구는 제법 훌륭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4등분 해서 김성일이 들어 올린 미트에 가깝게 공을 정확히 보내고 있었다.

‘거기다 제법 느린 구속임에도 공의 움직임이 좋다. 작대기 속구가 아니라는 뜻이야.’

프로에서 종종 140~150대 패스트볼이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나게 두들겨 맞는 선수들도 있는데, 강송구의 패스트볼은 상당히 느림에도 공의 움직임이 제법 좋았다.

‘거기다 큰 신장과 긴 팔 덕분에 공이 미트에 도달하는 거리에서도 제법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것 같고.’

패스트볼 자체로 보면 구속은 매우 느리지만, 제구나 공의 움직임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패스트볼을 활용할 변화구.

“패스트볼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선배님! 혹시 다른 변화구 같은 거 던져보시겠습니까?”

“커브.”

“알겠습니다! 마음껏 던지십시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 강송구가 커브 그립을 쥐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 슬라이더와 다르게 커브는 익히기도 어려웠고, 던질 때도 결과가 썩 좋지 않은 구종이었다.

-씨펄! 무슨 뜸을 그렇게 들여? 그냥 던져!

잠깐 시간을 들이니 욕쟁이가 또 투덜거린다.

강송구는 자세를 잡고 빠르게 공을 던졌다.

제대로 걸린 커브가 붕 뜬 뒤에 그대로 날아가 김성일의 미트에 제대로 안착했다.

“나이스 볼!”

커브.

평가하자면 어중간했다.

쓰리쿼터 폼에서 떨어지는 커브는 제법 나쁘지 않은 각도로 떨어졌지만, 공이 떨어지는 타이밍이나 커브의 낙폭이 강송구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족했다.

송일섭 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패스트볼을 보며 조금은 희망을 품었지만, 커브를 본 순간 그는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뒤에 던진 슬라이더는 더 심했다.

커브는 그나마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슬라이더는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도 쓸 수 없었다.

‘힘들겠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100마일을 던지던 괴물은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120대 후반을 겨우 던지는 키가 좀 큰 어정쩡한 우완 쓰리쿼터 투수뿐.

그렇게 그가 체념하는 동안에 강송구는 홀로그램을 열어서 스킬을 등록했다.

[스킬 ‘버닝 스트라이크’가 등록되었습니다.]

[플레이어]

-이름: 강송구

-나이: 23세

-최고구속: 131.5km/h

-평균구속: 127.7km/h

[스킬]

-버닝 스트라이크 ‘New!'

이제 스킬을 써볼 때.

과연 플래티넘 등급의 스킬은 어떤 위력일까.

우효도 긴장이 되는지 욕설을 내뱉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네 커브 등급이 D등급이었지? 그 스킬을 사용해서 던지면 B등급으로 날아가는 건가?

우효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세를 잡은 강송구.

‘버닝 스트라이크.’

-‘버닝 스트라이크’가 적용됩니다.

그가 스킬을 사용한 뒤에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힘차게 휘둘러지는 그의 팔.

다시 붕 뜨며 날아가는 커브.

아까와 전혀 다른 느낌의 커브였다.

분명히 같은 각도였으나, 떨어지는 타이밍과 커브의 낙폭이 앞서 던진 공과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

펑!

커브를 잡은 김성일이 놀란 표정을 지었고.

송일섭 감독도 처음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지켜보던 우효도 고개를 끄덕이며 시스템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시스템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스킬의 성능을 확인하고 확신이 생긴 강송구는 송일섭 감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브피칭. 지금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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