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화 (1/198)

#1. 리턴 투 슈퍼에이스

천재였다.

강송구는 천재였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야구에 입문하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느낄 수 있었다.

압도적인 재능이었다.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재능.

그걸 가지고 있었다.

“허…. 중학교 3학년이 144km/h를 던진다고?”

“믿을 수 없어.”

“미쳤군. 저 몸이 중학교 3학년의 몸이라고? 혹시 나이를 속인 거 아니야?”

그의 재능은 고등학교에 올라갔음에도 두드러졌다. 그보다 뛰어난 선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임에도 2-3학년의 선배들을 뛰어넘는 괴물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봉황기에 등판한 그는 최고 157km/h를 기록한 패스트볼을 보여주며 야구계를 진동시켰다.

그만큼 대단한 재능이었다.

몇몇 이들은 그런 강송구의 재능을 헐뜯었다.

-구속만 빠른 것이 아니야?

-저러다가 어깨가 망가지지.

-저런 투수는 절대 제구를 못 잡을 거야.

하지만 강송구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에 그런 이들의 입을 꾹 닫게 했다.

최고구속 160km/h의 패스트볼과 150km/h의 구속을 가진 슬라이더의 제구를 잡았으니까.

어마어마한 재능이었다.

옆 나라 일본의 스카우트들이 그가 있는 고등학교까지 찾아올 정도로 그의 재능은 대단했다.

당연히 저 먼 미국에서도 스카우트를 보냈다.

“198cm의 큰 키에 104kg의 몸무게…. 거기다 떡 벌어진 어깨와 통나무만 한 허벅지라니…. 천상 투수군.”

“홀리카우…. 103마일? 한국 나이로 19살인 투수가?”

“이건 랜디 존슨의 재림이군….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어.”

“지금 메이저리그에 바로 올려도 10승은 기록할 거야. 장담할 수 있어. 저 괴물에게 마이너리그는 그냥 계단일 뿐이야.”

“무조건 메이저리그겠지.”

“그럴 거야. 저런 괴물이 뭐가 좋다고 한국이나 일본에서 야구를 하겠어? 무조건 메이저리그지.”

모두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에서 5년을 뛰고 미국으로 갈 것이다.]

한국에 남을 것이라고.

당연히 그 말에 기뻐한 것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강송구를 데려갈 수 있는 대전 호크스였다.

“으하하하하하! 드디어 우리도 우승할 수 있어! 우승할 수 있다고! 오오오오! 대전 호크스! 영원하리라!”

그 인터뷰가 나온 날.

대전 호크스의 운영팀장이 환히 웃으며 펄쩍펄쩍 구단 사무실을 뛰어다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그렇게 찾아온 신인 드래프트 날.

모두가 기다렸다.

강송구가 나타나길.

그러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나타나지 못했다.

큰 사고가 있었으니까.

* * *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송구야. 수고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감사하긴…. 내가 많이 도움을 받았지.”

2029년 12월 말.

큰 덩치를 가진 남자가 편의점을 나섰다.

2미터에 가까운 키와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통나무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두꺼운 허벅지를 가진 그의 이름은 바로 강송구였다. 그래, 역사상 가장 환상적인 재능은 가진 선수‘였’던 강송구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

그는 지금 야구를 할 수 없는 몸이었다.

정확히는 왼쪽은 물론이고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망가져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이제는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태지만, 자신의 두 어깨를 희생한 대신에 어린 여자아이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크게 좌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그릇을 가진 남자가 아니었다.

-남자는 후회하지 않는다.

열정이 넘치는 아버지의 밑에서 자란 그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기에 좌절하지 않았다.

그래도 작은 아쉬움은 있었다.

그도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알고 있었으니까.

“음….”

그래서 그는 요즘 다른 취미로 그 작은 아쉬움을 달래며 생활하고 있었다.

“오늘이군.”

그래, 오늘이다.

최고의 야구 게임인 ‘MLB 더 슈퍼스타 2030’의 발매일이 바로 오늘이었다.

야구를 못 하지만, 그는 게임으로 그 아쉬움을 작게나마 해소하고 있었다.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것뿐이지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군대를 먼저 다녀온 강송구는 전역한 뒤에 한 달이라는 짧을 기간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왜 돈이 필요한가?

그 이유가 바로 이 게임 때문이었다.

원룸에 들어서니 차가운 공기가 그를 반겼다.

하지만 강송구는 개의치 않고 뱀처럼 허물 벗듯이 옷을 벗으며 욕실로 바로 들어갔다.

솨아아아아아.

금방 들려오는 물이 몸을 때리는 소리.

하지만 샤워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작 3분 만에 샤워실을 나선 강송구가 바로 빨래건조대에 걸린 팬티를 입고 그대로 컴퓨터의 전원 스위치를 누른 뒤에 냉장고를 열어 건강음료를 꺼냈다.

그리고 단숨에 건강음료를 들이켰다.

꿀꺽꿀꺽.

그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이윽고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기 무섭게 강송구는 의자에 앉은 뒤에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에 들어가 ‘MLB 더 슈퍼스타 2030’을 구매했다.

그리고 다운로드를 받고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게임은 전작과 다르게 크게 달라진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작인 MLB 더 슈퍼스타 2029를 즐긴 시간만 1000시간에 이른 강송구는 그런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나만의 선수 키우기’에 접속해서 자신이 직접 조종할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똥볼투수를 한번 키워보자.

그는 막힘없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피지컬과 관련된 부분을 모두 최대로 늘렸다.

키는 물론이고 근육의 양도 풀로 꽉 채웠다.

“음….”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성된 선수의 몸은 마치 고3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묘한 감흥이 느껴졌다.

순간 어깨가 찌릿했다.

강송구가 조용히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생긴 수술 자국을 왼손으로 쓸어내렸다.

그러자 통증이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종종 이런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강송구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그의 눈에는 어깨의 수술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지퍼 같군.”

몇몇 야구인들이 팔꿈치나 어깨에 생긴 수술 자국이 지퍼와 비슷하다며 ‘지퍼’라 부르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도 잠깐이었다.

강송구는 다시 자신의 캐릭터를 조율했다.

이번에는 캐릭터가 가진 포텐셜과 특성을 조율했다.

구속과 구위에 관련된 스터프 재능은 최저로 내리고, 공의 움직임과 관련된 무브먼트와 공의 제구력과 관련된 컨트롤의 재능을 최고로 올렸다.

거기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성을 찍었다.

[플레이어]

-이름: 강송구

-나이: 23세

-최고구속: 131.5km/h

-평균구속: 127.7km/h

[능력]

-스터프: 53

-무브먼트: 133

-컨트롤: 137

[구종]

-패스트볼:F

-슬로우 커브:D

-슬라이더:E

[특성]

-회춘

-대기만성

-손재주

[스킬]

-없음

구속이 느리지만, 그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좋은 포텐셜을 가진 투수.

그 구속도 프로 데뷔 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해서 서른 중반에 가까워질 때쯤에야 160km/h에 가까워지는 투수.

그런 유형의 투수로 키워볼 생각이었다.

초반에는 상당한 난이도가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특성이나 스킬을 잘 뽑으면 금방 성장해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커스터마이징을 다 완성하니 제법 자신과 닮은 것 같았다. 하지만 게임 속의 캐릭터와 자신의 결정적인 차이를 강송구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야구를 할 수 없는 몸이고.

저기에 있는 캐릭터는 야구를 할 수 있다.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야구를 못하게 되었지만,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우르르릉!

천둥소리가 들리는 것이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옥상에 널어둔 이불을 가져와야 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송구.

그때 창밖에서 번쩍하고 강렬한 빛이 그를 덮쳤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굉음과 함께 그의 시야가 번쩍였다.

콰아아앙!

대지가 찢어지는 소리.

동시에 그의 앞에 있는 컴퓨터가 번쩍이고 강송구의 정신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리고 찾아온 정전.

정전임에도 이상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 모니터가 선 채로 기절한 강송구의 원룸을 비추었다. 이윽고 지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그의 방은 어둠에 잠겼다.

* * *

메이저리그.

찬란한 별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겨루는 무대.

하지만 그 찬란한 별들의 무대까지 닿기에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노력과 재능으로 풀리지 않는 법.

부상 관리도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꾸준히 야구를 할 수 있게 할 돈도 필요했다.

그래, 프로에 도전하려면 재능, 노력, 돈, 부상이라는 거대한 담벼락을 넘어서야 꿈의 무대에 닿을 수 있다.

그건 메이저리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도 그렇다.

그리고 여기 침음을 흘리고 있는 강송구.

그도 부상이라는 담벼락을 넘지 못하고 포기한 1명이었다.

“음….”

“오랜만에 집까지 내려와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누나 강미래의 물음에 강송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누나.”

“왜?”

“아직 우리 집에 글러브랑 스파이크 있어?”

“있지. 야구공도. 그건 왜?”

“그래? 그러면 있다 서울로 올라갈 때 챙겨갈게.”

강송구의 말에 강미래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부상으로 야구를 포기한 동생이 지금까지 꺼내지도 않았던 야구와 관련된 말을 꺼냈으니까.

“야구…. 할 거야?”

그 물음에 강송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그냥?”

“그냥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 물음에 강미래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고는 해물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내가 해물탕 다 먹는다.”

“...”

하지만 강송구의 눈에는 해물탕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는 지금 상태창이 떠오른 상태였으니까.

사실 대전에 있는 본가로 내려올 생각을 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정전과 함께 기절한 그 날.

[MLB 더 슈퍼스타 시스템을 시작합니다.]

갑자기 찾아온 인생을 바꿀 기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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