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편
<-- 전면전 -->
“대단해. 역시 나와 똑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네. 아주 유용하겠어.”
“무슨 개소리야?!”
이해할 수 없는 에페리아의 말에 발끈한 리니아는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듯이 에페리아를 위협한다. 그 순간. 가만히 있던 에페리아가 움직였다.
툭.
그녀의 발 앞에 굴러다니는 무언가를 리니아를 향해 살짝 밀어낸 에페리아. 그런 에페리아의 행동을 무시할 수 없었던 리니아는 자신의 앞에 굴러온 물건을 내려다본다. 그건 바로 에페리아에게 던졌던 폭탄이었다.. 얼어있어야할 폭탄은 마력이 사라지자 천천히 녹아내리며 멈췄던 기폭장치가 다시 작동되기 시작했다.
“이런 젠...”
콰아아앙!!
리니아의 욕설이 끝나기도 전. 커다란 폭발이 그녀와 이능력 억제기를 휩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던 터라 폭탄이 일으킨 폭발을 그대로 온몸으로 받아내야했다.
“하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어설프네. 상대를 조롱하는 것은 반쯤 죽여놓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폭발의 순간. 몸을 뒤로 던진 덕분에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듯 리니아는 피투성이의 몸으로 벽에 몸을 기댄채 에페리아를 노려볼 뿐이었다.
“마력도 돌아왔고... 겁 없이 달려듯 강아지를 벌해줄 시간인가?”
그런 리니아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에페리아는 자신의 몸을 휘감아오는 마력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언니!! 그 이상 하면...”
그때. 조용히 뒤에서 구경만 하고있던 키르비르가 에페리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녀를 제지한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그런 키르비르를 조용히 옆으로 밀어내며 말한다.
“약속대로 아무도 안 죽일거야. 걱정하지 마렴.”
에페리아의 말에 키르비르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 키르비르는 입을 꾹 다문채 조용히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뿐이었다.
“아으윽...”
리니아는 짧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팔을 움직여 로브속 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자아... 우선 맛 좀 봐봐.”
부상을 입은 리니아는 에페리아가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로브 속에 집어넣었던 손을 빼낼 수 없었다. 그 사이 에페리아는 푸른 전류가 감겨있는 손가락 끝으로 리니아의 미간을 꾸욱 누른다.
“아끄으으으으!!”
손가락이 미간에 닿는 순간. 리니아의 동공이 확장되며 고압의 전류에 감전된듯 몸을 부들부들 경련시킨다. 여전히 태연한 미소를 짓고있는 에페리아는 천천히 뒤집혀 흰자위를 들어내기 시작하는 리니아의 눈을 확인하고 미간을 누르고 있던 손을 떼어낸다.
“끄... 으아...”
그러자 리니아의 몸이 축 늘어지며 삼키지 못했던 타액과 콧물, 눈물이 질질 흘러나와 그녀의 얼굴을 더럽힌다.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리니아는 흐릿한 시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그 고통이 손가락 하나야. 너를 벌주는 것은 바로 이거고...”
리니아의 눈앞에 에페리아는 보란 듯이 다섯 손가락을 크게 펼쳐보인다. 그런 그녀의 손가락과 손바닥에는 앞에 했던 것과 비슷하게 푸른 전류가 감겨져있었다. 스파크가 눈에 선명히 보일정도로 섬뜩한 광경에 리니아의 눈이 공포로 물든다.
“주... 죽어... 그거... 죽어...”
리니아는 아직 전기충격이 가시지 않아 굳어진 혀로 어눌한 단어를 내뱉는다.
“걱정마. 죽진 않아. 뇌가 부분적으로 타버려서 정신적인 장애가 몇 개 생기겠지. 거기까지 힘조절은 할꺼야.”
에페리아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리니아의 얼굴에 접근시키기 시작한다. 리니아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뒤로 물러서려한다. 하지만 그녀의 뒤를 막고있는 석벽이 그녀의 퇴로를 막고있었다.
“으아... 아아...”
천천히 가까워지는 에페리아의 손. 콧끝으로 따끔따끔한 스파크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손가락 틈새사이로 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랫입술만 꽉 깨물고 있는 키르비르가 보였다. 그녀가 도와주기를 바랬지만 리니아와 눈이 마주친 키르비르는 그녀를 외면하듯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자... 간다~”
“으... 으아아아아!!”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를 짓고있는 에페리아의 경쾌한 신호와 함께 그녀의 손이 리니아의 얼굴을 덮는다. 리니아는 견딜 수 없는 강렬한 전기충격이 온몸을 휩쓸 것을 예상하고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이 요란한 비명을 내질렀다.
“아... 으아?”
하지만 그녀가 상상했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차가운 에페리아의 손의 한기만 얼굴로 느껴질 뿐이었다.
쪼르르...
그리고 들려오는 고요한 물소리.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리니아는 자신의 하반신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을 느낀다.
“쯔쯔쯧... 역시 아직 애네.”
에페리아는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리니아의 얼굴을 움켜쥐었던 손을 떼어낸다. 그러자 힘이 풀린듯 리니아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흐아... 아... 으아...”
순간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었던 리니아는 그 공포를 떨쳐낼 수 없는지 거친 숨을 헐떡거린다.
“만약에 내 자신이 극한의 상황까지 몰리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서 해봤는데... 어려서 그런가? 추하기 그지없네.”
싸늘한 에페리아의 독설에 리니아는 몸을 움찔떤다. 그리고 황급히 자신의 사타구니를 눌러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했다. 그러나 이미 잔뜩 흘러나온 그녀의 샛노란 오줌은 그녀의 옷뿐만 아니라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정도로 새어나온 후였다.
“쯧쯧쯧. 가자. 키르비르.”
그런 리니아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듯이 에페리아는 그녀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녀에게 악의를 가진 리니아가 등뒤에서 그녀를 습격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대담한 에페리아의 행동은 에페리아가 리니아를 자신을 위협조차 하지 못하는 상대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알려주고있었다.
“.......”
리니아는 자신의 앞에서 태연하게 자리를 벗어나는 키르비르와 에페리아를 막지도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서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간신히 삼키고 있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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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아가 선실에서 나가자 아리엘과 대화가 끝났는지 이리엘이 천천히 눈을 뜬다.
“에페리아의 목적은 차원을 초토화시키는 것이 아니야.”
“차원을 초토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처음에 예고했던 말과 전혀다른 이리엘의 말에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이리엘은 지금 에페리아가 벌이는 일이 차원을 초토화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듯 차갑게 경직된 얼굴로 입을 연다.
“아마도... 모선을 부를 생각인 것 같아.”
“모선?”
“응. 차원 하나가 거의 붕괴직전까지 가는 상황이야. 이런 큰 오류는 자연적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아. 결국 모선은 이 근방에 마계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쪽으로 이동해올꺼야.”
“그러면... 뭐가 어떻게 되는데?”
“......”
내 질문에 이리엘은 입을 꾹다문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대답을 원하듯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이리엘은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한다.
“이 근방에 인접한 차원은... 모선이 이동하는 압력으로 모두 붕괴될거야. 모선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니까.”
“너희들은 다른 차원에 간섭을 안한다며!! 차원 자체를 붕괴시키는 모선의 이동은 뭔가 모순되지 않아?”
“차원에 간섭안하는 것은 나와 언니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야. 이 명령을 지시한 모선은... 그 명령을 이행할 이유가 없어. 오히려 모선의 최종 목표는 마계의 말살. 이를 위해 몇몇 차원의 붕괴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겠지.”
“......”
결국 차원이 붕괴되어 모두가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모두를 자멸시키려는 이해못할 에페리아의 행동에 주먹을 움켜쥘 뿐이었다.
“막을 방법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차원 이동한 물체를 모두 제거해 대륙에 피해를 최소화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야. 하지만...”
말꼬리를 흐린 이리엘과 나는 동시에 지도를 바라본다. 이미 지도에 떠오른 붉은 점은 이미 수 백개를 넘겨가고 있었다. 이 모든 적을 짧은 시간내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방법은?”
“생각... 생각중이야...”
이리엘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계산하듯 입으로 쉬지않고 수많은 단어를 웅얼거린다. 그런 그녀에게 희망을 걸며 나는 다시금 지도를 살펴본다.
삐이이!
그 순간. 평소와 다른 날카로운 경보음과 함께 하나의 붉은 점이 또다시 떠오른다. 그 붉은 점이 떠오른 곳은 다름아닌 대륙의 정중앙.
“유적 한가운데?!”
바로 이곳. 유적지의 상공이었다.
========== 작품 후기 ==========
루블리츠 / 차기작의 뼈대는 다 만들어놨습니다. 지금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여러가지를 보강하는 중입니다.
달음누리 / 함정이었지롱ㅋ!
차기작은 로하를 보지 않아도 이해가 가능하도록 만들계획이라 여러가지로 더 신경쓸게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