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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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의 방. 혹은 중앙 도서관 안에서 리엔과 같이 책을 읽고있었던 그녀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중앙 도서관에서 책을 한아름 들고 나오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니아!”
“오라방?!”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자신을 찾아온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 리니아는 높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여기까지 왠일이야? 설마 나 찾으러 온 아니건 아니겠고... 리엔언니에게 용무?”
“아니. 네가 필요해.”
단도진입적인 내 한마디에 리니아는 자신이 들고있던 책을 우수수 떨어뜨릴 정도로 감격한듯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곧이어.
“뭐든지!!”
나에게 폴짝 달려온 그녀는 대뜸 내 팔을 감싸안는다.
“에헤헤... 역시 진짜 중요한 일이 터지면 그 마녀보다 내가 더 필요하지?”
“아... 그래. 그렇더군.”
리니아 몰래 어색하게 볼을 긁적이며 대충 대답한다. 다행히도 리니아는 그런 내 대답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 못했는지 꽉 끌어안고있던 내 팔을 놓아주고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그래?”
리니아는 소매까지 걷어붙이며 어떤 일이라도 도와주겠다는 굳은 의지를 나에게 보여준다. 그런 리니아를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나는 일의 시급함을 뒤늦게 꺠닫고 황급히 그녀의 팔을 잡아 이끈다.
“이리엘에게 문제가 생겼어.”
“이리엘?!”
내 입에서 이리엘의 이름이 거론되자 리니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를 기다릴 뿐이었다.
“설마... 키르비르가 시킨 일은 아니지 오라방?”
“그녀와는 상관없어.”
아마도 지금 그녀는 이 모든게 키르비르가 짜낸 무슨 함정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질문에 일말의 주저없이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리니아는 아직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지 살짝 찡그린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같이 가자.”
간신히 동행을 허락해준 리니아를 이끌고 나는 우리를 기다리는 이리엘이 있는 함선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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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와...”
함선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이리엘의 탄성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처음 접해보는 이 세계의 문명. 언제나 외관만 봐오던 함선 내부로 들어서자 리니아는 눈을 어지럽히는 다양한 기기에 그녀 특유의 호기심을 표출한다.
“오라방... 이 굵은 선은 뭐야? 이건 어디에 이어져있어? 용도는?”
“나도 몰라.”
나는 대답못하는 이리엘의 질문을 회피하고자 발걸음을 재촉한다. 곧이어 의료실과 연결되어있는 함장실 도착하자 이 함선 전체를 책임지는 엘이 우리를 반겨준다.
-침입자 발견. 허가되지 않은 인물입니다.
부정적은 의미로.
“우와아아앙!”
하지만 리니아는 엘의 말을 이해못했는지 말을 하는 붉은 렌즈에 어마어마한 호기심을 표출한다. 그녀는 벽에 부착된 엘의 렌즈를 붙잡아 보기 위해 그 아래에서 폴짝폴짝 뛰며 렌즈를 향해 손을 뻗는다.
-허가되지 않은 인물을 조속히 퇴출시켜주기 바랍니다.
“잠깐만! 아래로! 내려와줘!! 조금만 연구해볼께! 나는 그냥 네 몸 속을 보고 싶어서 그래!!”
“하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는 엘의 렌즈와 그 아래에서 폴짝폴짝 뛰고있는 리니아를 보다못한 나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봐줄 수 없을까? 지금 이리엘에게 꼭 필요한 녀석이야.”
-그런 지시는 이리엘님에게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 한번 물어봐줘. 리니아를 데려왔다고.”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그렇게 딱딱한 녀석은 아니었다. 내 부탁에 대답한 엘은 곧바로라도 이리엘을 향해 움직일 것 같았지만... 녀석은 돌아가지 않고 천장에 붙어서 이리저리 좌우로 움찔거릴 뿐이었다.
“왜 그래?”
-신원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진을 촬영해야합니다. 초점이 안맞습니다. 침입자를 진정시켜주십시오.
아마도 리니아가 폴짝폴짝 뛰고있어서일까. 사진 촬영이 되지 않자 엘이 다음행동을 하지 못한것이었다. 결국 나는 조용히 리니아에게 다가가 그녀가 뛰지 못하도록 양 어께를 지긋이 누른다.
찰칵.
그러자 엘의 렌즈에서 가벼운 셔터음이 들린다.
-협조 감사합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퇴장해버리는 붉은 렌즈. 눈앞에서 렌즈가 사라지자 리니아는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흘린다.
“반으로 자르고 조사한다음 감쪽같이 다시 붙여주려고 했는데...”
“기다려. 일이 다 끝나면 이리엘에게 물어봐줄테니까.”
“진짜로?!”
이리엘이 허락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았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준 나 태도에 리니아는 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런 리니아로부터 시선을 뗀 나는 엘의 렌즈가 사라진곳을 바라본다.
-허가되었습니다.
곧이어 엘의 렌즈가 다시 나타나며 이리엘의 대답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곧이어 엘은 우리가 이리엘이 있는 곳으로 갈 길의 문을 열어준다.
“고마워.”
그런 엘에게 짧은 감사를 표한 나는 엘이 열어준 문을 통해 걸어간다.
“아우...”
하지만 리니아는 엘의 렌즈에 미련이 남았는지 나를 따라오지 못하고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내쉬며 엘의 렌즈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리니아의 시선을 느꼈는지 엘의 렌즈또한 리니아의 손이 닿지 않은 방 한쪽 구석에 달라붙은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리니아의 팔을 붙잡아 그녀를 거의 질질 끌고가듯이 이리엘이 있을 의료실을 향해 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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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엘.”
리니아를 질질 끌고 의료실에 도착한 나는 이리엘을 불렀다. 그러자 침대 맡에 걸터앉아 있는 이리엘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품안에는 그녀가 양팔로 소중히 끌어안고있는 황금색 리볼버가 있었다.
“대화는 해봤어?”
내 물음에 이리엘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애써 시간을 만들어줬는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니...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물을 시간은 없었다.
“리니아.”
“응? 뭐야?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건?”
“그녀에게 직접 들어봐.”
나는 리니아를 살짝 밀쳐 이리엘 앞에 서게한다. 아직 사람의 낯을 많이 가리는지 리니아는 무표정한 이리엘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고 뒤로 살짝 물러서며 내 옷자락을 움켜쥔다.
“부탁해. 나를 도와줘.”
“어...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리니아는 소매속으로 자신의 손목에 매어진 소형 석궁을 매만진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조용히 그녀의 어께를 한손으로 감싼다.
“이 리볼버속에 언니의 영혼이 남아있어. 그 영혼이 소멸되지 않게해 줘.”
“영혼...?!”
리니아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리니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리엘의 리볼버를 바라본다.
“한번 만져봐도 되?”
눈치를 보던 리니아는 조심스럽게 이리엘에게 묻는다. 그러자 이리엘은 짧게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리볼버를 리니아를 향해 내민다. 리니아는 천천히 이리엘의 리볼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느껴져...”
리니아의 얇은 손이 이리엘의 리볼버에 닿는 순간. 그녀는 뭔가를 느낀듯 손끝을 바르르 떤다.
“두개의 영혼이... 안에 있는데 하나는 완벽히 고정됬어. 다른 하나는... 불안정해.”
“하나는 켈레브라야. 다른 하나가 내 언니야!”
리니아의 말을 들은 이리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리니아의 얼굴에 씌여진 인상을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었다.
“하지만 영혼을 이렇게 완벽히 물질에 고정시키는 건...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야?!”
그녀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것일까. 그녀는 감탄을 연속적으로 터트린다. 그러나 그녀의 감탄을 터트릴때마다 이리엘의 얼굴에 씌여진 그늘은 점점 어두워진다.
“언니를 도와줄 수 없어?”
“.......”
이리엘의 질문에 리니아는 긴 침묵을 지킨다. 그리고 그 긴 침묵 끝에 나온 대답은 하나.
“도와줄 수 있어.”
그 한마디에 이리엘의 화색이 밝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시간이?”
리니아는 조용히 이리엘의 리볼버로부터 손을뗴며 말한다.
“나는 아직 영혼을 물체에 귀속시키는 방법은 몰라. 하지만 여기 좋은 예시가 있어. 그 것을 분석해서 역으로 그 방법을 찾아낼꺼야.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방법으로 언니의 영혼을 귀속시킬 수 있어. 그렇지만... 너무 오래걸려.”
“아....”
이리엘의 리볼버에 봉인된 켈레브라라는 영혼의 봉인 방법을 분석해 아리엘의 영혼을 봉인할 방법을 찾는 다는 것이 리니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짜내봐 리니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나는 리니아를 재촉한다. 그러자 리니아는 인상을 찡그린채 어떻게든 자신의 머리를 굴려가기 시작한다.
“시간을 좀만 벌면 되. 그 방법을 찾을 떄까지... 그렇게 만하면 모든게 완벽한데... 그 시간을 버는 일이... 읏.”
뭔가 떠오른 듯 리니아는 짧은 신음을 흘린다. 그런 그녀의 신음소리에 나와 이리엘은 리니아를 바라본다. 그러자 리니아는 이해할 수 없은 쓴웃음을 지을뿐이었다.
“방법... 딱 하나 있는데...”
“뭔데? 무슨 방법인데?”
“나 혼자는 안돼. 도움이... 필요해.”
“도움? 누가 필요한건데?!”
내 물음에 리니아는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베베 꼬며 말한다.
“키르... 비르...”
“알았어. 내가 불러올게.”
“하... 하지만 타메르!!”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당장에 키르비르를 불러오려고 방을 나서려한다. 하지만 리니아는 난감하다는 얼굴로 내 옷자락을 붙잡는다.
“그... 키르비르가 날 우습게 보면 어떻게 해...”
“영혼을 구속하는 것은 너만 할 수 있는거야. 너가 우습게 보일 일은 없어.”
괜한 걱정을 하는 리니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준 나는 당장에 키르비르를 부르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타메르!”
하지만 그런 나를 리니아가 불러세운다.
“나는 일을 시작할게. 키르비르에게 무슨 일인지 설명하면 그녀가 다 알아서 할꺼야. 알겠지?”
“알았다.”
리니아의 말에 짧게 대답한 나는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키르비르를 부르기 위해 나섰다.
========== 작품 후기 ==========
다크체리 / 저도 가끔씩 막 햇갈리더라구요.
임대가르시아 / 리니아마저 리엔처럼 공기화시킬 순 없습니다. 차기 히로인이 될 인물인데...
0세계0 / 돈을 내신만큼 만족스러운 소설을 써내야할텐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금요일날 연재를 했어야하는데... 전날 회식으로 늦잠자서 허겁지겁 출근하느라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오늘연재해봅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되세요. 저는 벌초나하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