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63화 (263/298)

263편

<-- 변이 -->

“켈레브라!!”

기분나쁜 웃음소리 사이에서 이리엘의 외침이 들린다.

타앙!!

동시에 울려퍼진 날카로운 총성. 단 한발의 총탄이 자신을 바라보고 괴물처럼 웃고있는 아리엘의 미간을 꿰뚫는다.

타앙!! 타앙!!

곧이어 연속적으로 쏘아진 총탄은 웃음짓는 괴물의 얼굴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버린다.

“이리엘?”

간신히 괴물에서 해방된 켈레브라는 감각이 없는 다리로 더 이상 서있을 수 없는지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그러는 와중에서 자신을 구해준 이리엘을 한번이라도 돌아보려는 듯 고개를 돌리려한다.

“정신차려 얼간아!!”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이리엘은 멀리있지 않았다. 쓰러지려는 켈레브라를 바로 등뒤에서 온몸을 기대서 부축해준 이리엘은 의식을 잃으려는 켈레브라의 양볼을 거세게 후려친다.

“너... 너가 어째서...”

“너 같은 섹스파트너를 또 어디서구해!! 빨리 벗어나자.”

긴박한 상황 속에서까지 쓸데없는 말을 하는 이리엘의 말투에 켈레브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이리엘을 위해 이대로 의식을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한 켈레브라는 흐려지는 의식줄을 억세게 붙들고 자신의 몸을 일으킨다.

“젠장. 그래 빨리 이곳을...”

이리엘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음을 옮겨가던 켈레브라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리엘... 너...”

그의 생각보다 이리엘의 상태가 안좋았다. 자신은 단지 종아리와 팔뚝까지만 붉은 기운에 잠식된 상태였지만 이리엘은 온몸의 절반이 이미 기운에 잠식된 상태였다. 자신의 고통을 숨기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문 그녀는 묵직한 추가 매달린 것처럼 힘겹게 한걸음씩 옮겨나간다.

“나는 여기와 상성이 안좋나봐. 계산보다 침식이 너무 빨라...”

켈레브라를 부축한채 두어걸음 내딛던 이리엘은 실없는 미소와 함께 힘없이 무너져내린다. 그녀의 양팔이 땅에 닿자마자 붉은 기운은 빠른속도로 그녀의 팔을 휘감아 올라온다.

“이건...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야...”

“구하러왔으면 책임을 져야할거아냐!!”

예상보다 지나치게 빠른 침식속도에 당황하는 이리엘을 켈레브라는 예고없이 번쩍 들어올린다. 땅에서부터 떨어지자 빠르게 그녀의 영혼을 잠식해가던 붉은 기운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크으...”

“켈레브라 괜찮아!?”

기세좋게 이리엘을 들어올린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들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붉은 기운에 잠식된 양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있는 힘껏 발을 들어올리려 힘써보지만 마치 땅과 연결된 족쇄가 자신의 발을 묶고있는 듯이 발을 떼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도망가 켈레브라!!”

“시끄러. 방법이 있을꺼야. 나는 힘을 쓸테니까 넌 방법을 생각해!!”

켈레브라의 고집을 알고 있었던 이리엘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하지만 괴물의 심연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계선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키... 키키킷...”

“케... 켈레브라... 저기 뒤에서...”

“아... 씨발... 웃음소리만 들어도 대충 뭔지 알겠다...”

설상가상으로 머리를 날려버린 아리엘의 몸이 꿈틀거린다. 마치 찰흙을 반죽하듯 꼬물거리며 흘러나온 하얀덩어리는 날아가버린 머리를 복구하며 괴물같은 웃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한다.

“녀석이 움직여...”

“이리엘!! 쏴버려!!”

다가오려는 괴물을 어떻게든 쓰러뜨리기 위해 움직일 수 없는 켈레브라대신 이리엘에게 사격을 부탁한다.

“하... 하지만...”

그러나 이리엘또한 당혹스러운 얼굴로 붉은 기운에 뒤덮힌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본다. 붉은 기운에 침식되자 자신의 의지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신경이 마비된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양 손을 바라보며 이리엘은 몸을 부들부들떤다.

“저... 저기... 너무 무책임하지만... 유언을 지금 말해도 될까?”

“왜!! 최소한 발악이라도 해야지!!”

“하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아.”

“크으...”

이리엘의 말에 켈레브라는 비참한 심경에 입술을 잘근 꺠문다. 이리엘을 내려두면 켈레브라 스스로 권총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 붉은 기운에 이리엘은 순식간에 침식되어버릴 것이다.

“젠장... 해봐. 무슨 말인지는 들어는 줄테니까.”

결국 켈레브라또한 긴 한숨을 내쉬며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다. 그의 의지가 꺽이자 몸을 침식해오던 붉은 기운의 침식속도 또한 빨라진다. 하지만 이제 별 상관없다는듯이 켈레브라는 자신의 품에 안은 이리엘을 내려보며 그녀의 유언을 기다린다.

“에헤헷... 아주 조금이었지만 너와 함께라서 재미있었어.”

“아... 그러셔? 거참 고맙네.”

퉁명스러운 대답이었지만 켈레브라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그려져있었다.

“사실 이번에 비밀리에 조금 재미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하드 SM플레이?”

“그... 그런 거 아니야!! 조금은 진지해져봐!!”

켈레브라의 짗꿎은 농담에 이리엘은 잔뜩 얼굴을 붉히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 이리엘을 바라보던 켈레브라는 지금의 그들이 빠진 위험한 상황을 외면한채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나도 너와 함께라서 즐거웠어. 영원히 외톨이일 줄 알았는데... 나에게 너는 하늘이 준 마지막 선물이었나봐.”

“뭐... 뭐야... 뜬금없이 갑자기 진지해져서는... 어떤 모습에 장단을 맞춰야할지 모르겠잖아...”

“장단을 맞추기는 무슨. 그냥 솔직담백하면 되지. 요약하면 네가 좋다는거야.”

“....”

뜬금없는 켈레브라의 고백에 이리엘은 뾰로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만약에 몸이 움직였다면 그대로 그의 가슴을 한 대 후려 팰 기세였다. 하지만 곧이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한 이리엘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고백에 응답한다.

“나도 너 좋아.”

“그럼 된거야.”

퉁명스러운 대답에 피식 웃은 켈레브라는 부드럽게 이리엘을 끌어안는다. 그런 그들의 등뒤로 붉은 기운에 뒤덮인 아리엘이 비틀비틀 거리며 가까이 다가온다. 켈레브라와 이리엘은 마지막 순간이라는 두려움을 숨기려는듯 서로를 더욱 꽉 끌어안는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아리엘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장검을 번쩍 들어올린다.

촤악!!

검은 검광이 켈레브라와 이리엘의 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아... 아아...”

날카로운 검이 자신의 몸안을 훑고 지나가는 감각에 이리엘을 애달픈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검은 검광이 그려진 자신의 팔을 바라본다.

스륵..

붉은 기운에 휘감긴채 검은 검광에 날카롭게 베어진 그녀의 팔이 날카로운 절단면에 따라 스르륵 미끄러진다.

“...엥?”

하지만 그녀의 생각처럼 깔끔하게 팔이 절단된 것은 아니었다. 검광을 따라 베어진 것은 오직 붉은 기운뿐. 그녀의 팔을 침식해오던 붉은 기운이 아리엘의 검에 베어져 핏물처럼 붉은 액체로 변해 땅으로 툭 떨어져버린다.

“이... 이건 대체...”

“다리가 움직여...”

자신의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낀 켈레브라는 놀란 얼굴로 황급히 이리엘의 몸을 우선적으로 훑어본다.

“너... 침식된 몸이...”

그의 말대로 이리엘의 몸을 뒤덮고 있던 붉은 기운이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벗겨져있었다.

“언니?”

“이리엘...”

제대로 들려오는 또다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켈레브라는 등뒤를 돌아본다. 자신을 덮칠 것 같았던 아리엘은 더 이상 괴물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기서 떠나 이리엘!!”

자신의 몸을 뒤덮으려는 붉은 기운을 간신히 밀어낸 아리엘은 켈레브라와 이리엘을 심연의 경계선을 향해 거칠게 밀친다.

“하지만 언니를 놔두고는...”

“이리엘 잘 들어!!”

이리엘의 말을 끊은 아리엘은 고통스러운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힘겹게 말을 이어나간다.

“내 몸을 소멸시켜... 이 붉은 기운... 누군가에 의해 가공된 힘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런 힘을 가공한건... 우리보다 상위존재... 우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힘... 크읏...!!”

아리엘의 말에 이리엘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설마... 관리자님? 하지만 어째서!!!”

“몰라!! 하지만 위험해. 이건 우리 몸과 상성이... 크윽... 힘이 제멋대로 진화하고 있어...”

또다시 아리엘의 몸이 빠른 속도로 붉은 기운에 뒤덮혀간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이 힘을 억제하는 것뿐... 이건 또다른 의지야... 나로부터 학습하는...”

“아 씁... 답답하네!!!”

붉은 기운을 억누르느라 말을 더듬는 아리엘을 보다못한 켈레브라는 붉은 기운에 저항하는아리엘의 몸을 예고없이 번쩍 들어올린다. 붉은 공간에서 발이 떨어지자마자 아리엘의 몸을 잠식해나가던 붉은 기운이 그 움직임을 멈춘다.

“....어?”

“괜찮지?”

갑작스럽게 몸이 편해진 아리엘은 스스로도 이해못할 멍청한 탄성을 내지른다.

콰드드득!!

하지만 이리엘때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아리엘이 지면에서 발이 떨어지자 이 힘을 제어하던 마지막 안전핀이 사라진듯 공간 자체가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오... 맙소사 내가 실수 한것같은데?!”

“나를 내려놔!!”

아리엘은 켈레브라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하지만 켈레브라또한 그런 아리엘을 놔줄 수 없다는 듯이 꽉 붙잡은채 붕괴되어가는 공간을 돌아본다.

“도망치자 켈레브라!!”

일단 켈레브라가 아리엘을 구해냈다는 것을 확인한 이리엘은 주저없이 켈레브라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외친다.

“내가 없어지면 여긴 더 이상...”

“어자피 막는것도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면서 뭔 집착이야?!”

켈레브라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이리엘과 아리엘을 양 어께에 들쳐매고 의식의 경계선을 향해 달린다. 그런 켈레브라를 놓치 않겠다는 듯이 붉은 기운은 그의 다리를 옭아매어간다.

콰득... 콰드득..

“부숴진다... 모든게...”

마지막까지 혼돈의 힘을 억제하고 있던 아리엘이 사라지자 그녀의 의식의 공간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켈레브라의 어꼐에 들쳐매어진 아리엘은 멍하니 무너지는 공간을 돌아본다.

“으이샤앗!!”

공간이 붕괴되기 직전. 이리엘과 아리엘을 끌어안은 켈레브라는 있는 힘껏 의식의 경계선을 향해 몸을 던진다.

========== 작품 후기 ==========

빨간달팽이 /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크체리 / 리맆이... 뭐죠? 무슨 줄인말인지 모르겠어요...;;

Solar Eclipse / 두근두근...!

임대가르시아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bcbbq / 오래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0세계0 / 켈간지를 아직 죽일수는 없죠. 쓸곳이 얼마나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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