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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60화 (260/298)

260편

<-- 변이 -->

이리엘의 함선 디에그 데그.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아리엘이 걱정되었던 이리엘은 1호를 보내고 나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함선으로 돌아왔다.

“몸 상태는 이상 없어.”

돌아오자마자 아리엘의 상태를 확인한 이리엘은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타메르가 수혈해준 광혈의 저주가 담긴 피 덕분이었을까. 아리엘의 몸 안에 절대로 해독되지 않는 독소가 남아있었지만 독소가 세포를 파괴하는 것보다 재생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하지만 정상은 아니야.”

그러나 이러한 세포 재생속도는 절대로 정상이 아니었다.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아리엘의 몸상태에 살짝 걱정이 드는 이리엘이었지만 이내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쓸데없는 걱정은 털어버린다.

“으...”

그때 곤히 자고 있었던 것처럼 쓰러져있던 아리엘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런 신음소리에 화들짝 놀란 이리엘은 다시 한번 아리엘의 몸상태를 확인한다.

“언니?”

이리엘의 부름에 아리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아리엘이 의식을 차려가자 언제나 무덤덤하던 이리엘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한다.

“으... 으으...”

비록 광혈의 저주의 피로 인해 끊임없이 재생된다고 해도 몸안에 남아있는 독소가 세포를 파괴하는 고통이 느껴지는지 가느다란 신음을 흘린다. 그런 아리엘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이리엘이 조심스럽게 닦아주자 아리엘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한다.

“...?!”

하지만 그런 아리엘의 눈을 마주한 이리엘은 눈을 휘둥그레 뜰 수 밖에 없었다.

“언니?!”

붉게 충혈된 눈동자. 붉은 빛이 가득한 아리엘의 눈동자에서 전에 없었던 낯선 이질감이 느껴졌다. 마치 이리엘이 기억하고 있는 아리엘이 아닌 것 같은 기묘한 이질감에 이리엘은 자기도 모르게 아리엘로부터 한걸음 물러선다.

“나... 나는... 어째서...”

잠에서 깨어난 아리엘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되는지 혼란스러운 얼굴로 이리엘을 바라본다.

“언니!!”

그녀에게 느껴졌던 이질감에 물러선 것도 잠시. 아리엘이 혼란스러워하자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이리엘은 아리엘에게 다가선다.

“머리 속이... 아윽... 난... 도데체...”

“언니 정신차려!!”

뭔가 이상했다. 이리엘은 다시금 아리엘의 몸상태를 찬찬히 살펴본다. 비이상적으로 격해진 심박수와 호흡수. 확장된 그녀의 동공은 그녀가 느끼는 혼란함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독소가 남아있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정신적인 이상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이... 이리엘!!!”

아리엘은 그녀의 성격에 맞지않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가까이 다가온 이리엘의 손목을 움켜쥔다. 움켜쥐어진 손목의 뼈가 으스러질 듯이 강력한 비이상적인 아리엘의 악력에 이리엘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나왔다.

“어쩔 수 없어...”

힘으로 아리엘에게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이리엘은 입술을 깨물며 비상시에 대비해 뒷주머니에 숨겨놨던 주사기를 꺼낸다. 독소의 영향이 남아서 아리엘이 괴로워할 때를 대비해 미리 챙겨온 안정제였다.

탁!!

“읏?!”

이리엘은 아리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신속히 그녀의 목덜미에 주사기를 꽂아넣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보다 아리엘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녀는 자신의 목덜미를 찌르려는 주사기를 들고있는 이리엘의 손목을 붙잡아버린다.

“모두... 언니를 위해서야!!”

이리엘은 어떻게든 아리엘에게 안정제를 주사하기 위해 팔에 젖먹던 힘까지 짜내지만 아리엘의 손에 붙잡힌 그녀의 팔은 조금이라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으아아아!!”

갑작스레 아리엘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이 붙잡고 있는 이리엘을 옆으로 밀쳐버린다. 그 충격에 이리엘은 아리엘에게 주사할 수면제가 든 주사를 놓쳐버린다.

“언니?!”

“크.. 아으으...”

이리엘을 밀쳐낸 아리엘은 비틀비틀 침상에서 일어난다. 붉게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괴로운 듯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는 아리엘. 타메르가 부작용을 예고했지만 이정도로 이해못할 기이한 부작용이 일어날줄은 상상도 못했던 이리엘이었다.

“내 머릿속에... 크읏.. 무언가가... 아아아악!!!”

우드득..

“....?!”

괴성을 지르는 아리엘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리엘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뼈가 뒤틀리는 소리. 그 소리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자신의 바로 앞에 서있는 아리엘로부터였다.

“도데체... 무슨일이...”

그녀는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넋이 나간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의 몸은 지금 그녀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엉덩이 뒤에 채워진 켈레브라를 향해 손을 가져간다.

“변하고있어... 내.. 내 몸이.. 아으.. 으으으읏!!”

아리엘은 괴로운 듯 자신의 몸을 끌어안는다. 제대로 서있는 것도 힘든지 비틀거리던 그녀는 벽에 몸을 기댄채 괴로운 듯한 숨을 내쉰다.

“왜... 왜 어째서...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흐읏...”

그리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리엘을 노려본다. 이미 이리엘이 기억하고 있는 아리엘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도 이해못할 고통에 괴로워하며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이리엘을 향한 분노에 불타는 괴물이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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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응?!”

심상치않은 진동이 유적지를 뒤흔든다. 그런 진동에 화들짝 놀란 나는 황급히 침상에서 일어나 내 감각을 날카롭게 세운다.

“뭐야... 방금전 그건...”

방금전 진동에 깊은 잠에 빠져있던 키르비르를 깨웠는지 그녀는 눈가를 비비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몰라. 이건 대체...”

침상에서 걸어 나온 나는 창가를 통해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 내 눈에 중앙탑에 박힌 디에그 대그가 조금씩 흔들거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함선이?”

방금 전의 진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디에그 데그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주저없이 내 검을 챙긴다.

“뭐야? 무슨 일인데?!”

“함선 디에그 데그가 흔들리고 있어. 안에 무슨 일이 있나봐.”

자느라 엉켜버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빗으며 키르비르는 방금 전의 진동에 대해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주자 키르비르는 황급히 헐거워진 자신의 머리끈을 풀어 다시 머리카락을 모아 단단히 묶는다.

“나도 갈게.”

“넌 피곤할텐데 좀 더 자.”

“이런 진동에는 잠도 잘 수 없다고!”

눈가에 붙은 눈꼽을 신경질적으로 비벼 떼어낸 키르비르는 내 뒤를 쫓아 방안에서 뛰쳐나온다. 그런 키르비르와 같이 나는 황급히 디에그 데그가 처박힌 중앙탑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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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인자 포착. 내부 방어 시스템 기동.

“방어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마!!”

난동을 피우는 내부의 위험인자를 제거하기 위해 방어시스템을 기동하려는 엘에게 이리엘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격벽을 내려! 회복실을 격리해!”

-방화벽 작동. 회복실을 외부와 격리합니다.

쿠웅!!

“후우... 후...”

자신의 바로옆의 통로가 두터운 강철벽에 의해 완전히 차단된 것을 확인한 이리엘은 거칠어진 숨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살짝 손을 들어 자신의 옆구리에 새겨진 날카로운 참상을 확인해본다.

“웃...”

손을 떼자마자 붉은 핏물이 가득 새어나온다. 예상외로 깊은 상처였다.

쿠웅!!

그 순간 다시한번 함선 전체가 진동하며 두터운 강철벽이 살짝 휘어진다.

“언니...”

그런 벽을 바라보며 이리엘은 슬픈 목소리로 아리엘을 부른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 의식을 차린 아리엘은 이리엘조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미쳐날뛰기 시작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몸에 주입된 광혈의 저주가 그녀의 몸을 기괴하게 변이시키고 있었다.

“도데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야...”

쿠웅!!!

이제 언니라고도 부를 수 없는 괴물이 저 격벽넘어에서 날뛰고 있었다. 광혈의 저주에 의해 비 이상적으로 강력해진 힘과 자신의 안위따위는 신경쓰지 않은채로 미쳐 날뛰는 그녀의 행동은 함선 내부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기 충분했다.

-이리엘. 도데체 무슨 일이야. 저 괴물은 뭔데?!

그녀와 영혼으로 연결된 켈레브라는 뒤늦게 그녀에게 무슨일이 벌어졌는지를 묻는다. 이리엘은 그런 켈레브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지만... 그녀와 영혼이 이어진 켈레브라는 그녀의 직접적인 설명이 없어도 어렴풋이 그 이유를 읽어낼 수 있었다.

-저게... 너의 언니야? 그리고 마지막 그 모습은 마치...

“언니야!! 언니인게 중요해. 그러니까...”

-....

이리엘또한 마지막의 아리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신체 내부와 외부과 거꾸로 뒤집히는 것처럼 살점이 튿어지며 붉은 근육이 튀어나오고 날카로운 뼈가 솟아오르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애써 기억속에서 지우려는 이리엘이었다.

“방법이 있어... 변하게 했으면 되돌릴 방법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리엘은 초조하다는 듯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콰지직!!

그 순간. 또다시 큰 진동이 함선을 뒤흔드며 휘어진 격벽사이로 날카로운 발톱같은것이 튀어나와버린다.

-이리엘. 도망쳐. 가망이 없다.

“언니를 놔두고... 그게 무슨...”

-정신차려!! 그녀가 가진 재생력. 나 같은 소화기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 너도 잘 알잖아!! 더 큰 무기가 필요해.

“언니를 쓰러뜨리지 않아!! 나는... 나는 언니를 되찾을꺼야...”

카드득..

격벽을 꿰뚫은 발톱은 천천히 두터운 강철벽을 찢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이는 틈새 사이로 괴물같이 번뜩이는 한쌍의 눈동자가 보인다.

“언니...”

그런 눈동자를 마주하며 이리엘은 구슬픈 목소리로 아리엘을 부른다.

“캬아아아아!!!”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신의 몸을 갉아먹는 지독한 고통에 대한 비명과 이런 고통을 만들어낸 이리엘을 향한 끊없는 증오가 뒤섞인 비명뿐이었다.

콰득... 콰지지직!!

두 눈으로 이리엘의 존재를 확인하자 아리엘이었던 괴물은 더욱 난폭하게 날뛰기 시작한다. 두터운 강철벽은 종이처럼 찢어지고 좌우로 구겨져나가기 시작한다.

-도망가 이리엘!!

“으.. 으읏...”

켈레브라의 외침에 이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 최대한 괴물로부터 멀어지려고한다. 하지만 이리엘이 도망치려고하자 괴물은 갈라진 틈 사이로 날카로운 낫 같은 손톱이 자란 자신의 팔을 힘껏 내뻗는다.

콰드드득!!

이리엘과 괴물 사이의 거리를 가늠할 때 괴물의 발톱이 절대로 이리엘에게 닿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괴물이 팔을 휘두르자 기괴한 뼈울림과 함께 관절이 빠지며 괴물의 팔이 늘어난다.

콰직!!

“아읏...!!”

큰 반원을 그리며 떨어져내린 괴물의 손톱은 도망치려는 이리엘의 종아리를 관통하여 그대로 바닥에 깊게 박혀버린다.

-이리엘!

“크흣!”

깔끔하게 뼈까지 가르고 관통된 다리에서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이리엘은 침착하게 허벅지에 매어진 날카로운 나이프를 꺼내든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관통한 손을 베어내기 위해 나이프를 힘껏 내려친다.

카각!!

괴물의 팔과 나이프가 충돌하자 들려오는 것은 마치 쇠가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

“아읏!!”

이미 생물의 범주에서 벗어난 모습에 이리엘은 낮은 신음을 흘린다. 동시에 괴물은 이리엘의 종아리를 꿰뚫은 팔을 잡아당긴다. 날카로운 발톱이 뼈와 근육을 헤집어가는 고통에 이리엘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터져나온다.

-이리엘 위험해!

괴물의 발톱에 잡혀 질질 끌려가는 이리엘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종아리를 꿰뚫은 발톱을 어떻게든 빼내려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봐도 괴물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아...”

어느세 이리엘은 자신이 괴물의 코앞까지 끌려왔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다. 갈라진 강철벽 틈새에서 또다른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든 괴물을 바라보며 이리엘의 눈동자가 절망에 빠진다.

“이리엘!!”

그 순간. 이리엘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외침을 듣는다. 하지만 이미 그떄는 날카로운 발톱이 그녀의 가슴을 향해 내려꽂히고 있을 때였다.

========== 작품 후기 ==========

문답 / 이번엔 끝을 볼생각입니다. 완결 내야죠.

0세계0 / 감사합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서 7시 30분 사이 한편씩 연재할 생각입니다. 주말은... 연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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