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편
<-- 마녀와 쓰레기(H?) -->
수정구를 통한 영상이 모두 끝났다. 이미 레오의 몸을 휘감고 있던 에페리아의 마력은 회수된지 오래였다. 자신의 다리로 땅을 딛고있는 레오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숙인채 에페리아의 눈치를 살핀다.
“....”
에페리아도 다를 것이 없었다. 여전히 팔짱을 단단히 끼고 있었지만 귀까지 벌개진 얼굴은 그녀또한 말로 표현못할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 왜 내 속옷으로 그런 짓을 한거야?”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고. 이유나 설명해봐.”
“그... 에페리아님과 제가 마신 술이 에조로아 풀로 담근 술이었습니다.”
“에조로아풀?”
레오의 말에 레오는 이제야 모든게 이해됬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여러 가지 약물을 시험해보기 위해 다양한 약초를 썼던 에페리아는 에조로아 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그 풀의 특이한 효능까지.
“그래서 저도... 원치않게 욕정이 증폭되어서...”
“그래서. 내 속옷으로... 저런 추잡한 짓을 했다고?”
“....네.”
수정구를 통해 투사되는 영상속에서 에페리아의 침실문에 기대어 앉은 레오는 에페리아의 팬티로 자신의 성기를 감싼채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에페리아는 살짝 얼굴을 상기시킨채 그런 영상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에... 에페리아님...!!
“웃...”
영상속에서 레오는 에페리아의 이름을 부르며 사정을 해버린다. 레오의 성기에서 터져나온 새하얀 정액에 에페리아의 팬티가 질척하게 젖어가는게 영상을 통해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본 에페리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를 짧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진짜. 발정난 짐승 그 자체네.”
그 영상을 끝까지 지켜본 에페리아는 레오에 대한 짧은 평을 내린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 는 보이지 않고있지만 미세하지만 방틈에서 새어나오는 에페리아의 신음소리도 섞여있었다. 꾹 닫힌 문 넘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레오는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 한마디도 말하지않고 입을 꾹 다물어 함구해버린다.
“죄송합니다.”
레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치졸한 변명이 아니라 그저 짧고 간략한 사과 한마디였다. 그런 레오의 사과에 에페리아는 영상으로부터 시선을 떼고 레오를 바라본다.
“너도 들었겠지?”
“아... 아무 것도...”
단도진입적인 에페리아의 질문. 그런 그녀의 질문에 레오는 어젯밤 그녀의 방틈에서 새어나오던 신음소리를 떠올린다. 너무나도 직설적인 그녀의 질문에 움찔한 레오는 황급히 모르는 척을 해보려한다. 그러나 거짓말과 거리가 먼 뤼베크족인 레오. 그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 숨김없이 들어나버린다.
“입닥치고 있어.”
에페리아는 아직도 부끄러운 영상을 내비치는 수정구를 조작해 영상을 꺼버린다. 그리고 마치 레오를 협박하듯 그녀는 영상이 담겨진 수정구를 레오를 향해 들어보인다.
“너도 이런 부끄러운 것이 마계 전역에 방영되기를 원치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레오는 일말의 주저없이 에페리아의 협박에 응한다. 그런 그녀의 협박이 없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이 사실을 말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레오였다.
“그냥 서로에게 안좋은 추억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레오의 확답을 들은 에페리아는 수정구를 따로 보관한다. 그런 에페리아의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킨다.
“알겠습니다.”
자신과의 일을 단순한 안좋은 추억. 한 순간의 실수로 기억해주는 에페리아를 향한 미묘한 아쉬움과 씁쓸함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던 레오는 이내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아서 움직여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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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었던 이후. 에페리아는 두 번 다시 그 일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실험에 열중하고 있었고 여러 가지 계획을 짜고 수정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밀크티.”
“여기있습니다.”
레오는 여전히 그런 그녀 곁에서 그녀를 보좌하며 자신이 새로탄 따듯한 밀크티를 그녀의 테이블 옆에 내려둔다.
“맛있네.”
밀크티를 타온 레오에게 감사를 표하는 에페리아의 짧은 한마디에 레오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응?”
조용히 업무에 집중하던 에페리아는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레오또한 느낀 타인의 인기척. 마계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에페리아의 실험실에 허락없이 들어올 존재는 에페리아 본인과 레오를 제외하고는 단 한명.
“오라방~!”
지금까지 열심히 끄적이던 서류와 펜을 집어던지고 책상을 뛰어넘은 에페리아는 그녀의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마왕에게 달려간다.
“....”
그런 에페리아의 행동에 레오는 아무말없이 마왕의 목덜미에 매달린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마계 시내의 주점하나가 증발했다고한다.”
“으응? 주점하나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 혹시 뭔가 이변이라도 관측된게 있나싶어서 물으러 왔다.”
언제나 투박한 어투로 공적인 일만 말하는 마왕. 그런 마왕에게 온갖 애교를 부리며 달라붙는 에페리아였지만 마왕은 눈하나 깜짝안하고 자신에게 엉겨붙은 에페리아를 가볍게 떼어낼 뿐이었다.
“별로~ 이변같은 건 없었는데... 어째서일까나?”
“.....”
아무것도 모른 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페리아.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직시하던 마왕은 작은 한숨을 내쉰다.
“알았다. 너가 그런다면 그런거겠지.”
그 말을 끝으로 마왕은 더 용건이 없다는 듯이 등을 돌린다. 그런 그를 그냥 보내는게 아쉬웠던지 마왕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손뼉을 짝 치며 말한다.
“오라방 오라방! 차 한잔 마시고 가지 않을래?”
“.....?”
차를 권하는 에페리아. 그런 그녀의 권유는 처음이었던 마왕은 걸음을 멈추고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평소에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귀엽게 윙크를 하며 말한다.
“좋은 차잎을 얻어서 말이야! 어때?”
“의외군.”
굳게 입술을 다물고 잠시 생각을 하던 마왕은 뒤돌았던 몸을 다시 에페리아를 향해 돌린다.
“가끔은 괜찮겠지.”
그대로 돌아가지 않는 마왕의 태도에 에페리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이렇게 밝은 에페리아의 모습을 본적없었던 레오는 검은 마녀라는 악명이 무색하게 환하게 웃고있는 에페리아를 멍하니 바라본다.
“뭐해 레오! 차 한잔 타줘!”
“아... 네. 알겠습니다.”
멍하니 있는 레오를 에페리아가 윽박지른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레오는 황급히 쟁반을 들고 간단한 취사도구가 준비된 방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언제나 에페리아에게 만들어줬던 대로 따듯한 밀크티를 만들어내버린다.
“여... 여기 있습니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대면하는 마왕. 마계의 최강자라는 칭호인 마왕이라 불리는 남자에게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손에 들고있는 쟁반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끼는 레오였다.
“밀크티군.”
레오가 타온 밀크티가 담긴 머그컵을 받아든 마왕은 조용히 머그잔 안에 담긴 밀크티를 내려다본다. 육중한 갑주로 두른 몸으로 집어든 조그마한 머그컵은 확실한 부조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조화에 에페리아처럼 느긋한 미소를 지을 여력이 레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안어울려. 옛날엔 많이 어울렸는데.”
“어쩔 수 없는거지.”
에페리아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마왕은 머그잔을 살짝 기울여 가볍게 밀크티를 한모금 마신다.
“달군.”
“내 취향이니까.”
짧막한 마왕의 감평에 에페리아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마왕은 밀크티의 맛을 음미하듯 조금씩 밀크티를 마신다. 그런 마왕의 모습이 좋은지 턱에 팔을 괸 에페리아는 아무말없이 조용히 마왕을 바라볼 뿐이었다.
“솜씨가 좋군.”
반쯤 밀크티를 마신 마왕은 레오를 돌아보며 칭찬을 해준다. 그런 그의 칭찬에 화들짝 놀란 레오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90도 숙이며 대답해버린다.
“감사합니다!!”
“어때? 자주 먹고 싶어지는 맛이지?”
“너라면 그럴 것 같군. 하지만 나는 홍차가 취향이라서.”
단숨에 반쯤 남은 밀크티를 입안에 털어넣은 마왕은 텅빈 머그컵을 탁자위에 내려둔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노골적으로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을 푹 내쉰다.
“돌아갈꺼야?”
“한곳에 오래있을 수 없는 몸이다. 너도 잘 알지않는가.”
그 말을 끝으로 마왕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다음엔 홍차로 준비해둘게.”
“부탁하지.”
약간의 미련이 남지만 더 이상 마왕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에페리아는 연구실을 떠나는 마왕을 마법진 앞까지 배웅해나간다. 그런 에페리아의 곁을 지키며 레오는 마법진 안에서 떠나가는 마왕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런 마왕이 떠나고 다시 연구실은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에페리아는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 어느세 레오가 정리해둔 서류를 다시한번 훑어보기 시작하고 레오는 마왕이 마셨던 머그잔을 정리해나간다.
“....”
텅빈 머그잔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올린 레오의 눈앞에 그 어느때보다도 환한 미소를 지었던 에페리아가 떠오른다. 자신에게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 미소에 왠지 가슴이 씁쓸해지는 레오였다.
“뭘 기대한거야.”
쓸데없는 생각을 떠올린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질책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잡념을 털어낸 레오는 마왕이 마셨던 머그잔을 정리해나간다.
“응?”
그런 그는 머그잔의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원래는 새하얀 색의 깔끔한 디자인을 가진 머그잔이었다. 하지만 마왕이 잡은 머그잔의 손잡이. 그곳만 마치 수십년은 지난 듯 회색빛으로 탈색되어 표면이 조금씩 부숴져내리고 있었다.
“이건 대체...”
처음 보는 현상에 당황하며 레오는 짧은 신음을 삼킨다. 뭔가 마왕과 관련된 무언가라는 것은 알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정확히 뭔지 레오는 알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절망감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네요.
뒤늦게나마 얼굴에 철면피를 쓰고 이렇게 되돌아와 봅니다.
제 글을 오랜시간 기다려주신 분들께 진심어린 사과드리며 제 못난 소설을 마무리 짓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