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편
<-- 마녀와 쓰레기(H?) -->
술자리는 예상보다 오래지속되었다. 안주는 대부분 독한 술을 견디지 못한 에페리아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탁자 한쪽에는 텅빈 푸른병과 붉은 병. 그리고 이제 비워지기 시작하는 악마의 모습을 한 술병이 놓여져있었다.
“푸하아... 달아~!”
다행히 가장 처음에 마신 푸른색 병에 담긴 술이 가장 쎈 술이었다. 붉은 병에 든 것은 좀 독하긴 했지만 이미 푸른 술에 혀가 반쯤 마비된데다 과일 향이 강했기에 에페리아가 마시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악마상을 본뜬 술병에 담긴 술. 붉은 병에 담긴 과일주보다도 단맛이 강하고 알콜함량이 적은 게 거의 음료수와도 같은 맛이 느껴졌다.
“의외네요.”
악마의 상을 본따만든 술병 때문에 3개의 술중 가장 독할 거라 생각한 레오와 에페리아였다. 실제로 에페리아또한 이 술을 마실때는 약간 두려운듯 입술을 삐쭉 내밀어 찔끔찔끔 맛을 보려고 했었다.
“술이란거... 별거아니잖아?!”
레오와는 달리 이번에 달달한 술은 입맛에 맞는지 에페리아는 입맛을 다시며 텅빈 글라스를 흔들어보인다.
“뭐야아... 넌 다 못마신거야? 천하의 뤼베크족도 별거없네.”
에페리아는 탁자에 반쯤 엎드린채 레오의 글라스를 바라보며 말한다. 달달한 것이 입맛에 딱맞는 에페리아와는 다르게 단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 레오에게 약간 끈적거리는 듯한 달콤함이 느껴지는 이 술은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에페리아의 지적에 레오는 단숨에 글라스를 기울여 술을 한번에 마시려한다. 그러나 레오가 글라스를 기울이기 위해 팔을 들어올리는 순간 에페리아는 손을 뻗어 그런 레오의 팔목을 붙잡는다.
“에이에이...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어. 이 검은 마녀님이 다 마셔줄테니까...”
그러면서 자신의 글라스에 술을 가뜩가뜩 채우기 시작한다.
“에페리아님. 괜찮으십니까?”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흐릿한 눈동자. 누가봐도 취했다고 말할만한 전형적인 취객의 모습이었다. 그런 에페리아가 걱정되었던 레오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태를 묻지만 에페리아는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괜찮아. 내 마력으로 술기운을 날려버리고 있어. 쪼오끔 취해보이긴 하지만. 금방 괜찮아진단 말이야.”
자신만만한 말과다르게 과도한 몸집과 베베꼬이는 말투. 완전히 취해버린 것이다. 그런 에페리아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레오는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작게 한숨을 내쉰다.
“응... 이건 뭐야?”
그때 에페리아는 자신이 붙잡은 레오의 팔목을 더듬는다. 그녀의 손끝에서 뭔가 이질적인게 만져졌기 떄문이다. 그런 에페리아의 질문에 레오는 어색하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소매를 당긴다.
“오... 이거 내가 준거 아니야?”
소매를 걷어올리자 팔목에 채워진 가죽끈이 모습을 보인다. 에페리아가 선물해준 가죽끈. 비록 노예의 증표로 건내준 것이지만 레오의 입장에서는 에페리아가 자신에게 해준 최초의 선물이기에 그만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것이다.
“아직도 가지고 있네. 특별하나봐?”
“네. 에페리아님이 처음으로 주신 선물이니까요.”
“헤에... 미안하지만 말을 바꿔줘. 처음으로 준 선물이 아니라 그냥 물건이야.”
“네?”
의아함이 담긴 레오의 물음에 에페리아는 자신의 글라스에 담긴 술을 크게 한모금 마신다. 단숨에 절반정도를 마셔버린 에페리아는 글라스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치즈 부스러기를 대충 입안에 털어놓으며 입을 연다.
“선물이란거... 호감이나 친근감이 있을 때 주는거잖아? 그건 그냥 너에게 준 물건.”
“아... 네...”
에페리아의 말에 레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선물이라 칭하든 물건이라 칭하든 레오에게는 별 상관없었다. 그에게 가죽끈은 단지 에페리아에게 받았다는 것 하나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기 떄문이다.
“뭐야아아.. 마치 실망했다는 듯한 대답인데?”
“아닙니다. 제가 실망하기는요.”
레오의 대답을 들은 에페리아는 피식 웃으며 글라스에 담긴 술을 마자 입안에 털어넣는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내뱉은 후. 조용히 레오를 바라본다.
“너... 설마 나와의 로맨스같은거... 꿈꾸는거 아니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레오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가슴속에 미묘하게 불편한 감정은 남아있었다. 그런 레오의 대답을 들은 에페리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뤼베크족은 거짓말을 안한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다 헛소문이네...”
“그게... 무슨...”
콰앙!!
그 순간 에페리아는 다짜고짜 양손으로 탁자를 후려친다. 그 덕분에 탁자위에 올려놨던 술병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음을 일으켰다. 갑작스런 에페리아의 태도변화에 화들짝 놀란 레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너... 너 진심으로.. 진심으로 나에게 한번이라도 설렜던적 없었어?”
“아...어...”
단도진입적인 에페리아의 질문에 레오는 입만 벙긋거린다.
“있었어 없었어!!”
“이... 있었습니다!!”
뒤이은 에페리아의 고합에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솔직하게 대답해버린다. 레오의 대답에 만족한듯 에페리아는 화난 얼굴을 감추고 환하게 웃어보인다.
“역시... 그럴줄 알았다니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에페리아는 술병에 남은 술을 자신의 글라스에 털어버린다. 그리고 글라스를 들어 레오의 글라스에 가볍게 부딛힌 후 기분좋게 글라스의 술을 마신다.
“하지만 말이야... 그건 그냥 환상으로 남겨줘.”
글라스를 단숨에 비운 에페리아는 작은 한숨을 뱉어내며 말한다.
“날 상상하며 뭘하든 좋은데... 있잖아... 그게 현실이 될 가능성은 제로란거. 너도 알지?”
“그렇죠.”
에페리아의 말에 대답하며 레오또한 조용히 글라스의 술을 한모금 마신다. 검은 마녀 에페리아와 연인이 된다? 마계의 2인자라고 불리우는 그녀를 차지할 수 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
하지만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왠지모르게 가슴이 설레는 레오였다. 에페리아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빈 술병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술병을 흔들어본다. 취기가 올라서일까. 에페리아는 평소보다 빈틈이 많고 허술하게 보였다. 언제나 자신의 머리 위에 서서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던 그녀가 아니었다.
술병도 다 비고 안주도 다 먹었다. 탁자가 텅 빈 이상 이것으로 술자리를 끝마쳐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레오나 에페리아 둘 다 끝내자는 말을 안하고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이리저리 딴청을 피울 뿐이었다.
“에페리아님.”
그런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레오였다. 이미 취기가 잔뜩 오른 에페리아와 다르게 뤼베크족인 레오는 멀쩡한 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조용히 에페리아를 살펴보던 레오는 자신의 부름에 에페리아가 자신을 바라보자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제가... 에페리아님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금은 위험한 발언이었다. 만일 에페리아가 재정신이었다면 그대로 사지가 갈갈이 찢겨져도 변명할 수 없는 망발이었다. 하지만 지금 에페리아는 잔뜩 취해있었고 최악의 경우 자신도 취했다고 우기면 될 일이었다.
“.....”
레오의 폭탄발언에 에페리아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본다. 어떻게보면 레오의 말을 이해못하거나 못들은 걸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의 긴 침묵이 지나고...
“큭..”
에페리아쪽에서 반응한다. 그녀가 레오의 질문에 취한 행동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방에서 조용히 딸딸이나 치세요.”
“....네.”
레오는 실망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자신이 이상한 말을 한 것을 뒤늦게 후회해버린다. 아무리 에페리아가 흩으러진 모습을 보였다고해서 너무 이상한 발언을 해버린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레오였다.
“너는 내가 좋아?”
탁자에 살짝 팔을 걸친 에페리아는 자신의 턱을 괴며 묘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며 묻는다.
“싫지는 않습니다.”
“너는 날 보면 두근거리고 설레고 그래?”
“가끔씩... 그렇습니다.”
“헤에.. 그래?”
레오의 대답에 에페리아는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레오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런 에페리아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던 레오는 자신의 글라스에 담긴 술을 조용히 내려볼 뿐이었다.
“지금은 어떤데?”
에페리아의 질문에 레오는 조심스럽게 술을 내려보던 시선을 에페리아를 향해 돌린다. 살짝 눈웃음을 지은채 레오를 바라보고 있는 에페리아. 술기운에 약간 상기된 채로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에페리아가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만 손을 뻗으면 조금만 더 용기를 내면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이 가깝게 느껴졌다.
“두근거립니다.”
잠시 주저하던 레오는 살짝 마른침을 삼키며 조용한 목소리로 에페리아에게 대답한다.
“....”
“....”
어색하고 고요한 침묵이 감돈다. 레오는 긴장된 얼굴로 이어질 에페리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에페리아는 예상치 못한 대담한 레오의 대답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흐응~”
침묵을 깬 것은 에페리아는 여유로운 콧소리였다. 조용하고 낮은 콧소리지만 그런 소리에 레오는 화들짝 놀란다.
“대단한데? 내 앞에서 그렇다 대담한 말을 한건 너가 처음이네.”
에페리아는 레오가 남긴 글라스를 뺏아든다. 그리고 그 글라스에 담긴 술을 단숨에 마신 뒤 말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아마도 너가 유일할 것 같아.”
“과찬이십니다.”
나름 용기를 낸 한마디었지만 역시나 에페리아의 감정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약간은 실망감이 든 레오였지만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실망감을 흘려버린다. 다행히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감도 그다지 크진 않았다.
“읏?!”
그때 자신의 사타구니에 닿는 낯선 감촉에 레오는 당혹스러운 신음을 흘린다.
“그런 용감한 레오에게 포상을 줘야겠지?”
“에... 에페리아님...?”
사타구니에 닿는것은 다름아닌 에페리아의 발이었다. 탁자 넘어에서 살짝 발을 뻗은 에페리아는 발끝으로 레오의 사타구니를 문질러온다.
“왜? 더러운 발로 해줘서 기분나빠?”
“더... 더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당황스러워하는 레오의 표정을 감상하며 재미있다는 듯이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건 무슨 표정이야? 기분 나쁘다는거야? 그런거야?”
“저는 단지 지금 이 상황이.. 읏..”
에페리아의 자극에 자동적으로 레오의 몸이 반응해버린다. 레오는 어떻게든 자신의 신체를 진정시키려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의 몸은 솔직하게 반응을 나타낸다.
“오...?”
“에... 에페리아님...”
레오의 의지와 다르게 살짝 발기한 그의 물건이 에페리아의 발끝을 통해 만져진다. 그러자 재미있다는 듯이 가벼운 탄성을 내지른 에페리아는 천천히 발을 위아래로 움직여 레오의 성기를 부드럽게 애무해나간다.
“흥분한거야? 너도 남자라는거네?”
“어째서 이런...”
“어째서라니. 포상이라 했잖아.”
싱긋 웃은 에페리아는 발을 놀리는 것을 멈추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성기를 자극하던 발이 사라진 것도 잠시 레오는 살짝 마른 침을 사미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에페리아를 올려다본다.
“너. 나 좋아한다며?”
“가.. 가끔씩일...”
“좋아한다고 했잖아.”
레오의 말을 끊어버린 에페리아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탁자를 가볍게 옆으로 밀쳐내며 의자에 앉아있는 레오의 앞에 선다.
“너도 남자니까 가끔씩 성욕이 주체되지 못할때가 있지?”
“아윽!!”
레오의 앞에 선 에페리아는 바지에서도 그 윤곽이 보일정도로 발기된 레오의 성기를 발로가볍게 밟는다.
“그럴때마다 날 딸감으로 쓸 것아니야?”
“크으으.. 어.. 어떻게 제가 그런... 아윽!”
에페리아는 부드럽게 발을 좌우로 비비며 자신의 발아래 깔린 레오의 성기를 자극한다. 레오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지만 그런 그의 신음과 다르게 그의 성기에는 피가 몰려 조금씩 그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나는 다 알아. 날 덮치는 상상을 했잖아. 실험하는 나를 뒤에서 끌어안아 쓰러뜨려서 짐승처럼 뒤로 범한다던가... 내가 자고있는 사이에 내 침상으로 기어들어와 억지로 내 다리를 벌리고 다짜고짜 네 물건을 나에게 박아버리던가.”
“그... 그런 불순한 상상은 한번도 한적이... 크으...”
레오가 부정을 표하려고 할때마다 에페리아는 그의 성기를 짓밟은 다리에 힘을 줘 레오의 말을 끊어버린다.
“거짓말 하려하지마. 네 물건을 내 몸에 각인시키려고 나를 무수히 범했겠지. 내가 울고 애원해도 너는 마구잡이로 내 몸을 범하고... 내 안에 더러운 네 씨를 가득 채우는 상상을 했잖아.”
“그런...”
에페리아의 말에 레오는 할말을 잃어버린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런 불순한 상상을 단 한 번도 해본적 없었던 레오였다. 하지만 이미 취기가 잔뜩 오른 에페리아를 막을 방법은 없어보인다.
“자 말해봐! 했어 안했어?!”
“으... 으으..”
레오는 난감한 표정으로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잔뜩 취한 에페리아에게 진실은 통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가 원하는 대답만이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에페리아를 바라보던 레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해... 했습니다.”
“후훗. 그렇지?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는다니까.”
========== 작품 후기 ==========
마스터칼솔럼 / 열심히 쓰곘습니다
Solar Eclipse / 저는 신선해서 좀하다가... 천계로 올라가서 다시 접었어요. 천계로 올라가서는 다시 식상해지드라구요.
밤길을걷는자 / 나이트는 재미있나요? 실제로 해본적은 없어서..
하얀범 / 하지만 왠지 다음판은 이길것같다는 묘한 중독성때문에...
빨간달팽이 / 언제나 감사합니다.
유운처럼 / 그런걸 주점에서 팔리가 없죠. 그럴리가 없습니다요!
dgfdgzvc / 으아.. 아아...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음... 색녀컨셉은 어렵네요.
해본적이 없고 본적도 없고 당한적도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