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편
<-- 마녀와 쓰레기 -->
“에페리아님...”
대로에 대자로 들어누운 레오는 영혼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피투성이가 되어 대로에 내버려진 레오의 모습에 수많은 시민들이 깜짝 놀라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다가서려고 하지 않는다.
콰득.. 콰드득..
뤼베크종족 특유의 재생력. 그런 괴물같은 재생력은 으깨진 그의 근육과 뼈를 다시 재생시킨다. 언뜻보면 그를 아무생각없이 거칠게 대한것 같이 보였던 에페리아였지만 기묘하게도 치명적인 부분만은 절묘하게 피한 충격이었다.
“.....”
몸은 빠른속도로 회복되어져가고 있었지만 이미 갈곳을 잃어버린 레오는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돌아가야해...”
하지만 이대로 누워있다고 뭔가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직감한 레오는 비틀비틀 몸을 일으킨다. 아직 내상이 남았는지 움직일때마다 뼛속이 욱씬거리지만 그런 고통에 투정부릴 여유는 없었다.
“에페리아님께... 돌아가야해...”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에페리아에게 돌아갈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의 실험실은 이 마계의 지하 깊숙한 곳. 단순히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에페리아님... 에페리아님...”
결국 갈곳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레오는 에페리아의 이름을 웅얼거리며 정처없이 메트로폴리스를 떠돌기 시작한다. 주변마계인들은 버림받은 뤼베크족인 레오를 불쌍히 여기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다가서려하지 않는다. 결국 외톨이가 된 레오는 아무런 희망이나 가망없이 눈에 보이는 길목 구석구석을 찾아서 메트로폴리스를 떠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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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를 쫓아낸 에페리아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있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무실. 정확히 네이라는 존재가 서 있었지만 인형과도 같은 그녀는 에페리아가 요구한 물컵을 들고 제자리에 우뚝 서있을 뿐이었다.
“....”
그런 네이를 흘끗 돌아보는 에페리아. 이미 죽은 몸이라 숨조차 쉬지않는 그녀는 그저 바로앞의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박제와 같은 그녀의 모습에 소름이 돋을 것 같은 광경이었다.
“하아...”
너무나도 고요한 집무실의 상황에 에페리아는 긴 한숨을 쉰다. 로터스의 생사를 확인해보고 클론의 상태도 확인해봐야하지만 도저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않았다.
“짜증나...”
결국 에페리아는 신경질적으로 손에 쥐고있던 팬을 벽에 던져버린다. 레오의 부재가 낯설었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그런 낯설음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단순한 변화에 대한 적응이 부족한 것이라고 스스로 되뇌인 에페리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한숨 자자. 한숨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급할 것도 없었다. 이런 찝찝한 마음으로 어떤일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에페리아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벌러덩 침대위에 누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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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누구야.”
레오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거한을 발견하고 가볍게 눈살을 찌푸린다. 에페리아찾기 위해 메트로폴리스를 정처없이 떠돌며 맴돌기 시작한지 3일만에 보인 표정변화였다.
“부족을 배신한 길잃은 똥개가 메트로폴리스를 헤메인다는데... 그게 너였어?”
레오의 키의 두배쯤 될법한 거한은 그와 비슷한 늑대의 귀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얼굴에 가득한 흉터와 매서운 눈빛은 절대로 쉽지않은 삶을 살아온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레오는 이 남자와 별로 좋지않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기분나쁜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내가 부족을 배신한게 아니야. 부족이 날 버린거지.”
“아하... 그러셔? 그래서 그 마녀밑으로 기어들어간거냐? 뤼베크족의 신념과 긍지를 버리면서까지?”
에페리아의 악명은 메트로폴리스 내에 자자했다. 공식적으로 메트로폴리스를 지배하는 것은 마왕. 모든 마계인들이 그런 마왕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마왕의 힘은 강대했고 그 누구라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마왕은 뭔가를 통치하거나 지배하는데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런 마왕을 대신해서 실질적으로 메트로폴리스를 지배하는 것은 에페리아였다. 힘이 최우선시 되는 마계에서 마왕보다 약한 존재가 마왕을 대신해 메트로폴리스를 통치한다는 것이 마계인들에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거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에페리아의 원로회 습격사건이 마계인들에게 공표되면서 에페리아는 마계인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것이다. 비록 그 불평 불만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아서이지만 모든 마계인들이 에페리아를 싫어한다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런 에페리아의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레오가 마계인들에게 달가워보일 리가 없었다.
“요즘 정보가 비싸서말이야... 에페리아의 수족이었던 네놈을 조져서 캐낸 정보는 꽤나 비싸지 않을까 싶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나?”
기분나쁘게 실실 웃음을 흘리는 남자 좌우로 뒤에 숨어있던 동료들이 모습을 들어낸다. 의외로 많은 수의 동료들을 돌아보던 레오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거한을 노려본다.
“버림받은 강아지를 잡기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하다니 의외인데...”
“병은 신속을 우선시하지. 최고, 최속의 임무해결을 위해 운용가능한 인원을 동원한거지. 아. 참고로 말하자면 요즘은 일거리가 없어서 말이야. 솔직히 스트레스 풀고싶은 사람을 다 데려온것 뿐이야.”
거한은 볼을 긁적거리며 자기가 말해도 어이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어자피 버림받았다 해도 뤼베크족. 단순한 구타에 죽을 놈은 아니잖아?”
“하아... 젠장.”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은 레오는 양팔을 축 늘어뜨린다. 저항하려하면 가능했지만... 왠만해서는 조용히 끝내고 싶은 레오였다. 에페리아의 수족이었던 그는 비공식적으로 모든 마계인의 적이었다. 괜히 소란을 피우면... 자신만 불리해질 것은 안봐도 뻔한 일이었다.
“크크큭 자... 그러면 심문을 시작해볼까?”
========== 작품 후기 ==========
오늘 겨울여왕보러갑니다.
재미있겠네요.
엘사가 기대됩니다.
하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