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편
<-- 클론 -->
“다행이네. 상처입은 사람은 없어서.”
숙소 안의 식당. 그곳에 다 모인 일행들을 돌아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모두들 많이 진정된 얼굴이었다. 하지만 타이. 그녀는 뭔가 불편한 얼굴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일단 소개해줄 사람이 한명있어.”
모두를 한번 돌아본 나는 살짝 등뒤로 손짓을 한다. 그러자 문뒤에서 내 손짓을 기다리고있던 1호가 조심스럽게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엇...?”
“너는?”
그러자 사방에서 의아함이 가득한 목소리나 놀람의 탄성이 들려온다. 1호. 타이와 판박이처럼 똑같이 생긴 그녀는 누가봐도 클론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와 닮았다. 대신 타이와 구분하기 위해 미리 키르비르에게 빌린 머리핀을 앞머리에 매달아 놨다.
“이번 클론 사건의 주범이자 그들의 리더야.”
“그런 녀석을 왜 살려둔거야?!”
내 말에 곧바로 리니아가 반박한다. 우리를 위협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녀는 1호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혔다.
“하지만 녀석은 우리편이 되기로 했어.”
“그... 그걸 믿는거야?!”
“응. 타이가 보장해줄꺼야.”
내 말에 곁에서 기다리고 있던 타이가 내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와 고개를 끄덕여준다. 여전히 리니아의 의심어린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불안해... 아. 방법이있어!”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고민하던 리니아는 뭔가 떠오른 듯 탄성을 지른다. 곧이어 그녀는 리엔을 돌아본다.
“리엔 언니의 능력으로 확인하면되는거야!”
“에...? 저요?”
갑자기 자신을 지목당하자 리엔은 의아한 눈으로 리니아를 바라본다. 그런 리엔의 시선에 리니아는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생각을 그녀에게 밝힌다.
“리엔 언니의 운명을 읽는 능력으로 클론의 미래를 읽으면 되요.”
“미래를...?”
“네. 그러면 클론이 저희를 배반할지 안할지 알 수 있잖아요?”
“.....”
리니아의 말에 모두가 리엔을 바라본다. 그녀의 능력으로 타인의 운명을 읽을 수 있었다. 클론의 미래의 운명을 읽는다면 그녀가 우리를 배신할지 배신하지 않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멋대로 남에게 자신의 운명을 읽히는 것.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난 괜찮아. 한번 멋대로 조사해봐.”
그러나 1호는 별 걱정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리엔 앞으로 나선다. 자신을 향해 뻗은 1호의 팔을 바라보며 리엔은 나를 바라보며 내 동의를 구한다.
“당사자도 동의했으니까... 한번 해봐.”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거린 리엔은 조심스럽게 1호의 손을 마주잡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자신의 정신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흐흐흠~”
리엔이 1호의 운명을 읽는 사이 1호는 뭔가 찔리는 것도 없는지 오히려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른다.
“우.. 으읏..”
오히려 힘든 것은 리엔이었다. 잠시 정신을 집중시키던 리엔은 얼굴을 붉히며 작게 신음을 흘린다. 그런 리니아는 그녀의 상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자신의 소매를 걷어올려 소형석궁을 매만진다.
“끄... 끝났어요.”
몇 초의 시간이 지난후 리엔은 1호의 손을 놓는다.
“고마워~”
리엔에게 가볍게 감사를 표한 1호였지만 리엔는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1호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의아해하며 리니아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언니. 도데체 뭘 보신거에요?”
“.....”
리니아의 질문에 리엔은 입을 꾹 다문다. 어색하게 1호의 시선을 피하던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조용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데... 이분은 절대 적이 아니에요.”
“으... 으음... 리엔언니가 그런다면... 그런거겠죠.”
리엔의 말에 리니아는 못마땅하게 수긍해버린다. 아직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지만 리엔의 증명에 그녀는 의심을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괜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난 내일 떠날꺼니까?”
“...뭐?”
하지만 곧이어 1호의 입에서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갑작스럽게 밝힌다. 내일 떠난다는 그녀의 말. 이미 타이는 알고 있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반응을 보인다.
“우리를 도와주는 것 아니었어?”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보다 더 완벽한 오리지날이 있는데 클론이 도움이 될 리가 없잖아요?”
내 질문에 1호는 씁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 생명을 살려주신 은혜를 갚지도 못하고 이렇게 염치없이 떠나는 것은 정말 죄송스럽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여러분들에게 최선이 될 것 같아요.”
“.....”
나는 그녀가 떠나는 이유에 대해 묻지 않았다. 1호또한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보였다.
“알았어. 그럼 하루라도 여기서 편히 지내줘.”
“전 오리지날과 같이 지내면 되는거죠?”
1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타이의 팔에 찰싹 달라붙는다. 타이와 친한척하는 클론의 모습을 보면 둘이 쌍둥이 자매처럼 보였지만 타이는 그런 1호가 싫은지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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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의 습격때문에 뒤늦은 이뤄진 저녁식사. 급하게 만들었다지만 리엔의 뛰어난 요리실력덕분인지 다들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동안 다들 1호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는지 그녀를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였지만 1호는 그런 눈초리에 신경쓰지 않고 내 옆에 걸터앉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조잘조잘 끊임없이 이야기를 걸어올뿐이었다.
“그러니까... 아빠는 마계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거네? 마계는 말이야 여기 탑보다도 커다란 빌딩도 있고 마력차라는 강철덩어리가 빠르게 하늘을 날아다녀.”
“흐음... 도데체 상상이 안가는데...”
그런 1호의 수다가 성가셨던건 잠시뿐. 그녀가 말해주는 마계에 대한 이야기는 내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어느세 나는 식사에서 안중이 멀어지고 리엔이 간식으로 내놓은 듯한 빵을 하나 집어서 우물거리며 1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기... 클론씨? 우리 오라방은 우선 식사부터 해야하거든?”
내 무릎위에 앉은 리니아는 클론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한마디 툭 내뱉는다. 하지만 클론은 그런 리니아의 경고따윈 들리지않는지 쉬지않고 입을 놀리며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나에게 풀어낸다.
“그리고 마계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요새가 있어. 차원포격시설이라는고 해. 수십개의 차원 포격용 마나 충전포가 탑재되어있다는데... 실제로 그 요새가 전면적으로 개방된적은 본적이 없어.”
“너가 말한 마계의 수도인 메트로폴리스 한가운데에 그런 요새가 있다고? 도데체 뭘 보호하려는거지?”
“그 요새는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원 넘어에서 마계를 위험하는 요소를 보호하기 위해서래. 그래서 그 어떠한 이유나 경우에도 메트로폴리스 중심지에서는 싸움이나 분쟁이 금지되고 있어.”
“흐음...”
클론이 말해주는 마계에 대한 이야기는 모든게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우리 세계와 전혀다른 세계. 해와 달과 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어둠만이 가득하고 괴이한 생물체가 가득하면서도 엄청난 문명을 발달시킨 기이한 곳이었다.
“오라방!!”
클론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내 입가로 포크로 찍어 들어올린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다가왔다.
“식사는 제대로 해!”
리니아였다. 클론이 입을 다물지않자 참다못한 리니아는 자신이 음식을 내 입으로 가져다준다. 그런 리니아의 정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리니아가 찝어준 고기를 한입 크게 베어문다.
“고마워.”
짧은 감사를 표하고 나는 다시 1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 내 모습이 불만인듯 리니아는 살짝 볼을 부풀리지만 이내 불평하기보다 자신이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고기를 한입크기로 썰어 내 입가로 가져다준다.
“그만 끝내지? 언제까지 식탁을 붙잡고 있을꺼야?”
리니아에 이어서 키르비르까지 한마디를 툭 던진다. 그런 그녀의 말에 살짝 놀란 나는 식탁을 둘러본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다 식사를 끝내고 떠난 이후였다. 키르비르는 내 맞은 편에서 포크를 손에 빙글빙글 돌리며 언제까지 수다를 떠는지 관찰하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리엔은 빈접시를 치우지못해 한쪽에 서서 어색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아... 미안미안.”
황급히 사과를 한 나는 리니아가 썰어준 고기를 한입 크게 털어넣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타메르씨. 뒷정리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늦게까지 식탁을 잡고 있어서 리엔을 방해했던 내가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내가 리엔을 돕기 이해 빈접시를 들어올리자 내 곁에 있던 리니아또한 나를 돕기 이해 빈접시를 옮기려한다.
“뭐야?! 뭐... 뭔데?!.”
하지만 다짜고짜 키르비르는 그런 리니아의 손목을 잡는다. 리니아는 왜그러냐는 듯이 그런 키르비르를 쏘아보지만 키르비르는 아무말 없이 리니아의 팔을 잡아 이끌어 그녀를 식당밖으로 끌어낸다.
“클론씨도 오늘 힘들었을텐데 먼저 들어가 쉬세요.”
“흐음...”
리엔의 말에 1호는 아무말 없이 나와 리엔을 번갈아 돌아본다. 곧이어 그녀는 뭔가 꺠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키르비르와 리니아를 쫓아 식당밖으로 걸어나간다.
“도데체 뭔데?”
난데없이 모두가 떠나버리자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나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할 뿐이었다.
“별건 아니에요. 그냥 타메르씨에게 이야기해드리고 싶은게 있어서요.”
“나에게 이야기라... 혹시 1호에 대해서야?”
내 짐작에 리엔은 작게 미소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무언가를 봤군.”
내 말에 리엔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을 예고해주듯이 리엔은 마실만한 따듯한 차를 만들어 내 앞에 내려둔다. 그런 차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찻잔을 손에쥔채 리엔의 입에 집중한다.
“도대체 뭘 봤기에 그런거야?”
“그... 조금 자극적인게 많았는데요...”
“자극적인거...?”
내 물음에 리엔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볼을 긁적거린다. 차를 한모금 마신 그녀는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클론이라 그런지 모든게 명확하지 않아요. 운명자체가 흐릿하달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명확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것은 1호씨는 절대적으로 타메르씨를 신뢰한다는 거에요.”
리엔의 설명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자극적이란건 뭐야?”
“아... 에.. 그게... 전에 말했다싶이 제가 운명을 읽을때 가장 큰사건부터 보여요. 예를 들면 극한의 슬픔이나... 기쁨? 그런 것들이 제일 명확하게 읽히죠.”
저번에 리엔에게 들었던 설명이다. 그녀가 운명을 읽을떄 당사자의 감정변화가 큰 순간이 제일 먼저 읽혀진다고 했었다.
“가장 먼저 보였던건... 그... 1호씨와... 타메르씨가... 그러저러한거...”
리엔은 자신의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뒷말을 흐려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뜻은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괜히 무안해진 나까지 얼굴을 붉히며 리엔의 시선을 피해버린다.
“지..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에요!”
“그래.. 그정도로 너가 날 따로 만나려하진 않았겠지. 진짜 문제는 뭔데?”
“처음에 말했다 싶이 1호씨의 운명의 불명확한 점이에요.”
“불명확?”
“정확히 표현하자면.. 2개? 아니 3개 정도의 상이 겹쳐보여요... 1호씨의 미래는 확실하지 않은 몇 개의 가능성으로 나눠져있다는 거에요.”
리엔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클론의 운명. 인위적으로 창조되어 이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게 클론이었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1호씨는 큰 변수가 될꺼에요.”
“어자피 그녀는 내일 떠난다고 했잖아?”
“진짜로 떠나지는 않아요. 3가지의 가능성 모두 1호씨는 타메르씨 곁에 맴돌아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잠시 입을 다물고 뜸을 들인 리엔은 천천히 입을 연다.
“타메르씨... 네이씨. 아직 기억하고 계시죠?”
“...네이?”
갑자기 튀어나온 네이의 이름. 잊을 리가 없는 그 이름에 두 눈을 휘둥그레뜬 나는 리엔을 바라본다.
“네이씨가... 있었어요. 제가 잘못본게 아니라면... 1호씨의 운명끝자락에... 네이씨가 언뜻 보였어요.”
“거짓말... 녀석은 죽었잖아...”
“저도 확실하지 않아요. 3개의 상으로 나눠져 너무 흐릿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본게 착각이 아니라면...”
살짝 마른 침을 삼킨 리엔은 자기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1호씨가 네이를 다시만나게 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어요.”
“죽은 녀석을 어떻게 다시...”
“하지만 분명해요!!”
리엔의 외침에 나는 침음성을 삼킨다. 나도 그녀의 말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모순된 이야기였다. 이미 죽어버린 네이. 그녀를 다시 만난다? 내가 1호를 쫓아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이야기인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잠깐.”
그때 내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하나.
“에페리아는... 타이의 클론을 만들었어. 생명을 창조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녀석이라면... 죽은 녀석을 되살려내는건...”
“서...설마요. 그런 끔찍한 짓을...”
“젠장!!”
나는 리엔을 놔두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런 내 등뒤에서 나를 부르는 리엔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지금 내 귀로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숙소에서 달려나온 나는 주저없이 네이의 무덤이 있는 꽃밭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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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쉬며 나는 네이의 무덤앞에 선다. 믿기는 싫었지만... 리엔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이상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봐야할 것 같았다. 네이의 무덤앞에 다가선 나는 꽃가루를 막기 위해 숨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네이의 무덤을 파헤쳐나간다.
“그럴 리가 없어.. 절대.. 절대로...”
시체가 홰손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무덤을 파헤치지만...
“거짓말...”
아무리 땅을 파도 네이의 시신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그녀의 시신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검붉게 굳어버린 핏자국을 머금은 흙만 나올뿐이었다.
“에페리아... 으아아아아!!!”
콰앙!!!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못하고 나는 그대로 꽃밭을 주먹으로 내려친다. 주변이 가볍게 들썩이며 자욱한 꽃가루가 치솟아오른다.
“에페리아... 절대로.. 절대 용서못해... 어떻게 그런...”
네이의 혈흔이 남아있는 흙을 움켜쥐며 에페리아를 향한 증오를 불태운다. 죽어서까지 안식을 찾지 못한 네이. 그리고 그런 네이를 이용하려는 에페리아. 그녀를 내가 용서할 수 있으리가 없었다.
“타메르씨...”
그런 내 등뒤로 나를 쫓아 나온듯한 리엔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그녀를 흘끗 돌아본 나는 미칠것같이 타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분노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네이의 무덤을 정리해나간다.
“이 사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특히 키르비르에게는...”
“키르비르님도 아시는게 괜찮지 않을까요? 네이씨는 키르비르님의 가장친한 친구이자 충실한 부하였는데... 그러면 키르비르님도 에페리아에게 대항할 마음을 가질 수도 있어요.”
리엔의 말이 사실이었다. 네이는 키르비르의 절친한 친구이자 충직한 부하였던 존재. 그런 그녀의 시신을 에페리아가 가져가 맘대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들으면 키르비르또한 에페리아를 향한 분노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이다. 애시당초 키르비르는 에페리아를 과도하게 신뢰한다. 그런 그녀가 이 사실을 제대로 받아드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이 사실을 키르비르에게 밝혔다가는 괜한 오해와 의심이 생겨날 것이다.
“부탁이야. 나도 생각이있으니까. 그러니까 키르비르에게는 비밀로해줘.”
“....알겠어요.”
결국 내 부탁에 리엔은 마지못해 내 말에 수긍한다. 그런 그녀의 대답에 힘없이 미소지은 나는 다시금 정리된 네이의 무덤을 바라본다. 무덤안은 텅비어있었지만 꽃밭 한가운데에 마련된 그녀의 무덤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살아서도 널 지키지 못했고... 죽은 너조차도 지키지 못했네... 진짜... 나란 자식은 못나기 그지없구나...”
조용히 무덤을 내려보던 내 스스로를 향한 한심함에 입술을 꽉 깨문다. 텅빈 네이의 무덤으로부터 등을 돌린 나는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내모습을 리엔은 그저 씁쓸한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봉식이의대출노트 / 심상치않은 리리플을 책임져야죠. 심상치않게 갑시당
하얀범 / 지키는 병사... 일듯요?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병사야. 병졸..
abcbbq / 진흙밭에 피는 한송이 연꽃처럼... 악녀에게 순애는 달콤하죠
dgfdgzvc / 으앙.. 죄송합니다. 확인을 안했네요.
빨간달팽이 / 감사합니당!
고백 실패의 후유증으로 좌절상태.
간신히 회복했습니다.